그래도 단독주택 -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에 살아 보니
김동률 지음 / 샘터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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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최대 고민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집’이다. 어릴 때 살던 주택의 추억을 뒤로 하고 아파트와 빌라에서 오래 살았다. 현재는 아파트에 살고 있으나, 이제 이사를 한다면 평생 살 곳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게 주택과 아파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내게 이 책이 나타났다.

시작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곳 시골에서는 주택에 살려면 어느 한 마을로 들어가야 하는데, 시골마을의 텃세가 심각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미처 길냥이의 마음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길냥이의 선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어쩌면 공포였다. 새와 쥐를 물어다놓는 그 고양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기특하지만, 내 마음을 생각하면 혼돈일 것이다. 작은 벌레조차 무서워하는 내겐 말이다.

그래도 주택의 매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릴 때 나는 방 두 개 사이에 아궁이가 있는 집에 살았다. 할머니의 방 앞에는 마루가 있어서 비를 구경하기 좋았고, 밤이면 많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밤이나 새벽이면 연탄을 가끔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과 각종 벌레(혹은 박쥐와 뱀)와의 사투가 일상인 것은 단점이었지만 말이다. 그 당시 우리집에는 작은 화단이 있었고, 장독대가 있었다. 화단과 장독대 옆에 각각 한 그루씩의 감나무기 있었다. 이 책에 바지랑대가 등장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이용해 높은 곳의 감을 따먹으며 자랐다. 기다란 대나무의 끝을 두 갈래로 갈라놓은 바지랑대는 평소에는 빨래줄 중간에 받쳐져 있었으나, 가을이면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곱게 물든 단감을 수확하는 일을 하였다. 재밌었던 기억은 오래가서, 잘 익은 홍시가 바닥에 떨어져 철푸덕 터지던 모습과 아궁이에 온갖 구황작물을 구워먹던 순간들이 선명하다.

요즘 내가 꿈꾸는 집은 주택에 가깝다. 작은 나만의 정원을 가지고 싶은데, 요즘 아파트는 확장형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래된 아파트의 앞뒤베란다가 탐나지만, 그럴바엔 땅을 밟고 사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작은 썬룸을 만들고 휴식공간을 만들고싶다. 바람이 지나가는 것도 보고, 사계절 내내 푸릇한 작은 정원도 만들고 싶다.

이 책을 보고 커다란 나무 몇 그루쯤 심은 작은 마당이 딸린 집에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는 좋지만, 대나무를 심기에는 포기할 것이 많아서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는 몇 그루 심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주택에 대한 꿈이 더 선명해지고 가까워진 것 같다. 어쨌든 다음 이사는 평생 살 집이다. 아직 3년 후에 이사갈 테지만 ! 주택이 될지, 아파트가 될지 3년 후를 기다려본다.

*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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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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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에 등장하는 벚꽃이야기가 있다. 3분 남짓한 벚꽃길을 몇 번씩 반복하신다는 얘기 말이다. 그 부분을 읽고, 소중함을 너무 당연시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순천의 동천 벚꽃길은 나름 유명하다. 순천시를 가로지르는 동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그 벚꽃길의 한 쪽 끝에 내가 살고있다. 신발을 신고 몇 걸음 걸으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동천변이 있다. 동천을 잠시 바라보고 왼쪽으로 몸을 돌려 조금 걸으면 크고 탐스런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이 길을 반대쪽 끝까지 수십키로는 되는 길이건만, 올해는 벚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집앞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창밖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지척에 있는 이 끝이 없을 것 같은 벚꽃길을 내년에는 천천히 음미하듯 즐기고 싶어졌다.

망종에서 등장한 ‘볕뉘’라는 단어가 이뻐서 뜻을 찾아보았다. 작은 틈을 비치는 햇빛이라는 뜻으로 예전에 기록한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라는 그림책의 예쁜 단어 중 ‘고모레비’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지난 7월 김신지 작가님께서 그 기록된 문장을 보고 “이것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문득.

소서에는 희우루가 등장한다. 기쁜 비라니, 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창덕궁에 있다고 한다. 남쪽 끝자락에 사는 내가 희우루의 비를 볼 수 있을까. 절기가 돌아 다시 장마가 찾아오는 소서가 되면 서울나들이를 한 번 해봐야겠다. 비를 좋아하는 내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 희우루를 되새겨본다.

올 해, 대서와 입추를 아우러 나는 많은 일을 벌였다. 하고 싶은 것은 항상 많았지만, 항상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꿈꾸지 않았다. 모든 것은 부질없단 소리를 듣는 것들이었다. 어차피 부질 없을 거 차라리 모두 태워서 재로 만들어 버리자는 삐딱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하나씩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 절기가 지날 때 쯤 난 “나 이것도 해 봤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한 두 가지쯤 늘어 있을 것이다. 여러 갈래의 길을 조금씩 탐색하며 앞으로의 길을 선택해야겠다. 무탈하게, 그리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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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조우리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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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조우리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그리고 바로 읽었으나 바쁜척하느라 필사를 이제서야 했다😱

조우리 작가님의 글은 정말 일상적인데 특별하다. 지방 소도시에 사는 내게는 더 와닿는 내용이었다. 과거 일산에 살던 때 고양시 마스코트가 고양이라서 귀여워했는데, 그 마스코트 또한 등장한다. 내가 사는 순천에는 루미와 뚱이라는 마스코트가 있다. 흑두뤼와 순천만 습지에 사는 짱뚱어를 캐릭터화한 마스코트이다. 국가정원과 순천만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귀여운 마스코트이다. 우리는 소멸위험지역은 아니지만, 근교에 소멸위험지역이 많다. 대표적으로 엄마의 고향이자 나의 외가인 고흥이 그렇다. 이 책을 보면서 고흥 생각을 많이 했다. 단번에 떠오르는 건 고흥유자와 나로도(우주항공센터) 밖에 없다. 조금 더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센병 격리지이자 치료병원이 있는 소록도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자랑에 되려고>에는 다양한 마스코트가 등장한다. 동천선녀가 그중 인상적이다. 과거에는 미스 춘향과 같은 시를 대표하는 미인을 뽑는 것이었다면,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로 캐릭터화 되서 인형탈을 입고 각종 홍보에 동원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시장이 교체되면서 전임시장의 업적과도 같은 동천선녀를 모두 제거하기 시작한다. 동천호수영화제와 동천선녀의 유지를 위해 전국 마스코트 자랑에 참여하게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자리잡은 따뜻한 마음들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단체, 혹은 지역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선보이는 마스코트들의 속사정을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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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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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아사이 료

피드를 넘기다 강렬한 표지에 시선을 뺏겼었던 책이었다. 짙은 파랑 위에 낙하하는 듯한 오리를 보고 멈칫하고, 책 제목을 보고 멈칫했다. 그렇게 서평단을 신청하고 기쁘게도 선정되어 이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다양성은 LGBTQ가 한계였던 것 같다. 조금 다른 성적 지향에 따른 커다란 줄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다 정욕을 읽고 나서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외모와 성격이 다르듯, 욕구 또한 다 다르다는 걸 알았다. 스스로를 숨겨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물론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욕망은 숨겨야 할 테지만, 그저 혼자 만족할 수 있는 욕망이라면 조금씩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LGBTQ가 그러하듯,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 어디 한 두 명이겠는가. 선택하고 싶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실, 어느 정도 이해한다 라는 말조차 부끄러운 게 아닐까. ‘나는 나‘이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일테니까. 그런 나를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주변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이 잦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고, 좀 더 다양한 다양성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편협한 사람이었는지도 깨달았다. 소수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욕망들이 있지만, 보편적이지 않고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존재 자체가 죄가 되기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평소 대화에서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겼던 것처럼 세계 곳곳의 소수자들의 욕구, 그 욕망 또한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기는 것이 어쩌면 그 사람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별 일 아니라는 듯 대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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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두려움에 대하여
송재은 지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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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두려움에 대하여, 송재은

송재은 작가님의 책은 다정함이 있다. 그리고 따뜻함이 있다. 지난 책의 제목만 봐도 [일일 다정함 권장량]과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없는]이지 않았던가. 그런 작가님의 책에 조금 다른 제목이 등장했다. 바로 이번에 독자에게 선보인 [사랑과 두려움에 대하여]. 조금은 어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여전히 작가님의 글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이 든다. 따뜻한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윤슬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작년에 국제도서전에서 수줍어하던 작가님의 모습을 기억한다. 책은 데려왔으나,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을 읽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어쩌면, 책이 내게 휴식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보면서.

p. 14 시작을 반복하며 사는 것
시작의 순간들을 사랑한다는 말을 보고서야 ‘아, 나도 시작의 순간들을 사랑했네.‘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1월 1일이 아닌, 3월에 꽃들이 피어나고 나서야 시작을 느낀다. 그러한 꽃들보다 내게 벅차게 다가오는 것은 노랑과 초록 사이의 연두빛 새싹이다.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한 나무를 올려다보며 ˝아, 봄이다.˝라고 말로 뱉어낼 수 있는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러한 새로운 계절의 순환이 시작되는 지점과 특별한 누군가의 시작을 소중히 간직해왔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깨닫는다.

p. 20 포기와 용기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을 꽤 믿는 편이다. 처음엔 하나부터 열까지 달랐던 사람과 식성이 비슷해지고, 취향이 비슷해지는 경험을 무척이나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보다는 감정적이지 않은 사람이고, 조금은 다정한 사람들이다. 말 한마디의 힘을 아는 사람.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만 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요즘은. 그리고 이 문장의 끝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잠시, 골똘히 생각해. 나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나, 오늘‘

p. 65 비가 당신에게 간다
한 번도 생각조차 못해본 말이었다. ‘비가 당신에게 갑니다. 부디 무탈하시기를.‘ 이라니. 비 온다는 쉽게 외치면서 왜 비가 간다고는 하지 못했을까. 누군가가 내게 ˝비가 당신에게 갑니다.˝라고 한다면 비를 좋아하는 내게는 더 없는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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