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평점 :
품절


청명에 등장하는 벚꽃이야기가 있다. 3분 남짓한 벚꽃길을 몇 번씩 반복하신다는 얘기 말이다. 그 부분을 읽고, 소중함을 너무 당연시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순천의 동천 벚꽃길은 나름 유명하다. 순천시를 가로지르는 동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그 벚꽃길의 한 쪽 끝에 내가 살고있다. 신발을 신고 몇 걸음 걸으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동천변이 있다. 동천을 잠시 바라보고 왼쪽으로 몸을 돌려 조금 걸으면 크고 탐스런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이 길을 반대쪽 끝까지 수십키로는 되는 길이건만, 올해는 벚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집앞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창밖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지척에 있는 이 끝이 없을 것 같은 벚꽃길을 내년에는 천천히 음미하듯 즐기고 싶어졌다.

망종에서 등장한 ‘볕뉘’라는 단어가 이뻐서 뜻을 찾아보았다. 작은 틈을 비치는 햇빛이라는 뜻으로 예전에 기록한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라는 그림책의 예쁜 단어 중 ‘고모레비’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지난 7월 김신지 작가님께서 그 기록된 문장을 보고 “이것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문득.

소서에는 희우루가 등장한다. 기쁜 비라니, 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창덕궁에 있다고 한다. 남쪽 끝자락에 사는 내가 희우루의 비를 볼 수 있을까. 절기가 돌아 다시 장마가 찾아오는 소서가 되면 서울나들이를 한 번 해봐야겠다. 비를 좋아하는 내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 희우루를 되새겨본다.

올 해, 대서와 입추를 아우러 나는 많은 일을 벌였다. 하고 싶은 것은 항상 많았지만, 항상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꿈꾸지 않았다. 모든 것은 부질없단 소리를 듣는 것들이었다. 어차피 부질 없을 거 차라리 모두 태워서 재로 만들어 버리자는 삐딱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하나씩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 절기가 지날 때 쯤 난 “나 이것도 해 봤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한 두 가지쯤 늘어 있을 것이다. 여러 갈래의 길을 조금씩 탐색하며 앞으로의 길을 선택해야겠다. 무탈하게, 그리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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