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녹음 중 - 노래와 웃음이 함께하는 티키타카 부부의 일상
인생 녹음 중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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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 부부로 처음 이 부부를 안 것은 인스타를 통해서였다. 내 돋보기 속 작은 세상에 갑자기 나타나서 무료했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 참 보기 좋은 부부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내가 노래를 시작하면 남편은 자연스럽게 듀엣을 했다. 어쩌면 엉뚱한 그 행동을 사랑스럽게 보고 기록한 마음이 귀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화, 티키타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장난부터 무거운 대화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 있길 항상 바란다. 어쩌면 쉬울 것 같은 이 기준을 충족시켜 주는 사람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장난은 공중에 흩어지고, 어떤 장난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다. 고민을 함께 나누다 보면 어느새 감정쓰레기통이 되어 있기도 한다. 그런 실패 아닌 실패들이 쌓여 타인과의 관계가 무척 어렵다. 그런 대화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 부부의 단편적인 일상이 너무 보기 좋았다. 돋보기에 나타날 때면 지나치지 못하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다 팔로우를 했다. 그리고 이 부부의 일상이 내겐 작은 행복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 부부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이해의 다른 이름이었고,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를 보여주었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면 더없이 행복해하는 듯한 모습에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결혼과 거리가 먼 나지만,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책에서 말했듯이 남겨지는 게 무서워서 언젠가 다가올 영원한 이별에 자신이 먼저 떠났으면 했다가도, 마음 여린 남편이 걱정되어 자신이 좀 더 살아보겠다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두려움을 이겨낼 만큼 남겨질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마음, 그 마음을 나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남겨지는 게 두려우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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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그림 속 그림 여행
이스트반 반야이 지음 / 진선아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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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그림 속 그림 여행

기대했던 대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이었다. 닭의 볏(산으로도 보이는)으로 시작하는 그림은 점점 줌 아웃을 시키며 시야를 넓혀간다. 끝인 듯 끝이 아닌 그림이 이어져서 흥미롭게 보았다. 시작은 닭 볏, 마지막은 무엇일까?

창의력이 필요한 아이에게는 물론 고정관념의 틀에 박힌 성인들에게도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개의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그림들이 조금씩 세상을 넓혀간다. 글자 하나 없는 그림책을 꽤 오랜 시간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니 부연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tip: 앞에서부터 한 번 보았다면, 뒤에서부터 한 번 보길 추천. 줌 아웃에서 줌 인으로 바뀌어서 또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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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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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시작해 본다.
1. 여러분은 하루 동안 스마트폰이나 시계를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시나요?
- 시계조차도 스마트폰으로 보지만 의식적으로 조금 멀리 하기 위해 종이책을 읽는 시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매일 두 시간 정도 스마트폰 게임을 즐깁니다.
2. 바깥세상의 간섭을 받지 않고 조용히 20분 동안 산책을 얼마나 자주 하시나요?
- 몇 해 전, 만보 걷기를 1년 넘게 할 동안은 매일 2시간 정도 걸으며 자연을 몸으로 느꼈지만 요즘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삶의 의미를 얼마나 자주 생각하시나요?
- 삶의 의미는 줄곧, 거의 매 순간 하지만 여전히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단지,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4. 남은 일생을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 큰 굴곡 없이 평온하길 바랍니다.
5. 지금, 삶의 이 순간에 다다르게 된 우연한 사건들을 얼마나 자주 돌이켜 보시나요?
- 꽤 오래 아픈 후에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작은 것도 감사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만, 시간이 좀 흘렀다고 그새 감사함을 잊고 돌이켜 보질 않고 살고 있습니다.

📚

이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는 글로 시작된다. 보통 사람들의 하루의 시작과 해가 떠오름에 따라 조금씩 보이는 주변 것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마치 비밀이 없다는 듯 온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글이 흥미롭다. 세세한 묘사 또한 그렇다. 얼핏 보고 어렵다 생각했었던 책이지만, 다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종말을 앞두고 하나씩 기관의 운영이 중지되고, 낯선 사람끼리도 친밀해지며 함께 종말을 맞는 부분은 충격적이었다. 모든 게 사라져 버릴 테니 어떠한 활동도 의미 없고, 미련 따위는 없는 듯한 사람들의 태도가 말이다. 우리도 한때 종말(밀레니엄 시대로 넘어오며)을 이야기했었다. 어릴 때였기에 별 생각이 없었지만 크면서 휴거와 같은 단어를 알게 되며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다. 미련이 뚝뚝 떨어지던 나였기에 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오직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간을 사는 또 다른 세계,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삶, 때론 빠르고 때론 느리며 가끔 멈추기도 한다. 시간을 거슬러 가기도 하고,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시간은 절대적이고,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은 차이가 난다. 또한, 조금이라도 늦게 나이 들기 위해 지구의 중심과 멀어져 점점 위로 올라가며 사는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빈부격차와 닮아있다고 느꼈다. 아랫동네 애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말, 익숙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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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쓰겠다는 다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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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독립 출판물의 대부분은 에세이이지만, 주얼 작가님은 소설을 꾸준히 써왔다는 걸 알게 되고 부쩍 관심이 생겼다. <당신의 판타지아>,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여름의 한가운데>,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이라는 저서 중 앞에 나열한 두 권은 특히 궁금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접했다. 작가님의 첫 산문집.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출판계의 빛과 소금에 해당되는 독자이다. 종이책을 고수하며, 페어를 가면 궁금한 책을 다 쓸어 담아 온다. 무게가 있기 때문에 북페어를 갈 때면 자차를 끌고 간다. 중간중간 책을 옮겨담으며 또 구석구석을 살핀다. 그중, 독립출판물의 다양성을 무척 사랑한다. 요즘은 독립서적 전용 플랫폼이 있지만 최근의 일이고,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려면 전국의 크고 작은북페어에 참여해야만 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어렴풋이 고충을 짐작해 볼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독립출판의 명암이 좀 더 여실히 드러난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안정적인 수입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커다란 단점을 품어내고도 내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주얼 작가님의 소설책들이 궁금하지만, 산문을 먼저 읽어보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했다. 어떤 마음, 어떤 생각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립출판물은 에세이고, 그런 독립출판물을 사랑하는 나니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모두 다른 온도를 느끼고, 다른 길을 가는 실존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더불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화자가 되어 살아본 적 없는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에세이는 들여다보는 것, 소설은 체험하는 것이란 느낌이 크다. 그래서 작가님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글의 온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산책 루틴이 있다. 주얼작가님도 산책을 즐긴다. ‘아, 나도 산책을 자주 해볼까’하는 욕구가 갑자기 생기게 만들고는 했다.

결론적으로, <어떻게든 쓰겠다는 다짐>을 읽고 작가님의 소설이 무척 궁금해졌다. 무슨 책부터 읽을지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다. 누군가, 느리더라도 꾸준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타인에게도 행복함과 벅차오름을 준다. 삶의 무기력감에 휩싸여있던 내가 ‘다시 꿈꿔볼까?’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아,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소설이 쓰고 싶어진다. 일기조차 제대로 써본 적 없는 나조차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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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3
소재원 지음 / 프롤로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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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이 지루한 밤이었다. 예능을 틀어놓고 다른 것에 몰두하던 때, 속보가 띄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현실이 맞나 싶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국회로 내달렸다. 그분들의 용기로 우린 민주주의를 되찾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래도 선거는 꼬박꼬박 참여했고, 큰 일은 눈여겨보고는 했다. 내게는 먼 일 같은 정치적인 일보다는 사회에서 소외된 누군가의 사망 소식이 마음 아팠다. 힘들게 살아가는 누군가의 일상이 더 공감되고 안타까웠다. 내게 더 가까운 것은 그런 주변인들의 이야기였다. 그래도 이건 기억해야 한다. 지난 과오를 반복하는 듯한 계엄이라는 것이 이 시대에 다시 등장했다는 것은 무척이나 큰 충격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그때의 기억을 안고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곳곳에 숨어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계엄이라는 게 의미하는 게 그런 것이었다.

4월 4일, 파면이 확정되며 숨은 영웅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4개월간의 대장정이었다. 이제 난 감사 인사를 전할 뿐이다.

”덕분에 다시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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