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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쓰겠다는 다짐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5년 3월
평점 :
주얼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독립 출판물의 대부분은 에세이이지만, 주얼 작가님은 소설을 꾸준히 써왔다는 걸 알게 되고 부쩍 관심이 생겼다. <당신의 판타지아>,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 <여름의 한가운데>,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이라는 저서 중 앞에 나열한 두 권은 특히 궁금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접했다. 작가님의 첫 산문집.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출판계의 빛과 소금에 해당되는 독자이다. 종이책을 고수하며, 페어를 가면 궁금한 책을 다 쓸어 담아 온다. 무게가 있기 때문에 북페어를 갈 때면 자차를 끌고 간다. 중간중간 책을 옮겨담으며 또 구석구석을 살핀다. 그중, 독립출판물의 다양성을 무척 사랑한다. 요즘은 독립서적 전용 플랫폼이 있지만 최근의 일이고,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려면 전국의 크고 작은북페어에 참여해야만 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어렴풋이 고충을 짐작해 볼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독립출판의 명암이 좀 더 여실히 드러난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안정적인 수입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커다란 단점을 품어내고도 내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주얼 작가님의 소설책들이 궁금하지만, 산문을 먼저 읽어보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했다. 어떤 마음, 어떤 생각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립출판물은 에세이고, 그런 독립출판물을 사랑하는 나니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모두 다른 온도를 느끼고, 다른 길을 가는 실존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더불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화자가 되어 살아본 적 없는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에세이는 들여다보는 것, 소설은 체험하는 것이란 느낌이 크다. 그래서 작가님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글의 온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산책 루틴이 있다. 주얼작가님도 산책을 즐긴다. ‘아, 나도 산책을 자주 해볼까’하는 욕구가 갑자기 생기게 만들고는 했다.
결론적으로, <어떻게든 쓰겠다는 다짐>을 읽고 작가님의 소설이 무척 궁금해졌다. 무슨 책부터 읽을지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다. 누군가, 느리더라도 꾸준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타인에게도 행복함과 벅차오름을 준다. 삶의 무기력감에 휩싸여있던 내가 ‘다시 꿈꿔볼까?’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아,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꾸 소설이 쓰고 싶어진다. 일기조차 제대로 써본 적 없는 나조차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