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이프 임파서블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1월
평점 :
인플루엔셜 출판, 매트 헤이그 지음
<매트 헤이그>
매트 헤이그는 전작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 전 세계 누적 판매 1000만 부를 달성한 작가이다.
'강렬한 존재감과 위대한 재능을 가진 소설과'로 평가받는 영국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2004년 <영국의 마지막 가족>을 출간하며 소설가로 데뷔하였고 <어느 외계인의 기록> <살아야 할 이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등이 그녀의 작품 중 널리 알려져 있다.
워낙 감성 가득한 내용이라,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막연하게 여성작가라고 생각했는데 검색했다 남성 작가여서 깜짝 놀랐다. 이 또한 나의 편견이었던 것 같다.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성격은 아주 좋으실 것 같다.
라이프 임파서블 내용
라이프 임파서블의 시작은 주인공 그레이스에게 모리스가 인생의 절망감이 담긴 편지를 쓰면서 시작된다.
그레이스는 답장에서 믿기 어렵겠지만 실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라며 삶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려 간다.
현재 일흔이 넘은 그레이스는 젊은 시절 외동아들 대니얼을 사고로 잃은 뒤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온 캐릭터였다.
남편 칼의 죽음 뒤에는 죽어가는 고목나무처럼 아무런 즐거움도 희망도 없이 살아왔는데, 어느 날 젊은 시절 같은 학교에서 짧은 시간 기간제 음악 교사로 일했던 크리스티나가 이비사의 집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인생의 즐거움은 한 방울도 남지 않았던 터라, 고민을 거듭하다 이비사 섬으로 떠난다.
"일이 틀어졌을 때 변화가 일어나려면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한다.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때때로 진퇴양난에 빠진 기분을 느껴야 한다. 빛과 공기 속에서는 우리 자신을 만날 수 없다.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을 때는 라디오를 파악할 수 없다. 가끔은 라디오를 부숴야만 라디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143p)
크리스티나는 스쿠버다이빙을 떠났다 실종된 상태로 경찰에선 사망으로 보고 있었다. 그녀가 남긴 집은 아주 볼품없는 집이었지만 크리스티나가 남긴 편지를 따라 그 섬을 여행하기 시작하고 크리스티나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기 위해 알베르토를 찾아간다.
알베르토는 한때 존경받던 해양 생물학자였는데 바닷속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학계에서 사라진 인물이었다. 그와 함께 들어간 이비사 바다에서 만난 빛의 존재, 라 프레센시아를 만난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인생은 대부분 미스터리였다. 수학조차도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2 이상의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 이유는 모른다. 도처에 미스터리가 있다. 지각 있는 모든 생명체의 마음속과 모든 바다의 수면 아래에도. 때로는 직접 뛰어들어 알아내는 것만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159p
불가해한 존재인 라 프레센시아를 만난 뒤 그녀는 달라진다.
세상의 모든 동식물의 말과 마음을 이해하고, 느끼는 공감각을 가지게 된다.
그녀의 과거는 죄책감으로 얼룩져 불쾌락, 무감각이었다면 이제는 총천연색의 삶이 펼쳐진다.
당황스러운 게 당연하다.
우주의 보호자 '라 프레센시아'가 크리스티나에 이어 그레이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그녀들이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는 보호자의 임무를 다 할 수 있을까?
죄책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비사 섬에 닥친 위기에 대응하는 용감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전작들도 그렇지만 매트 헤이그는 환상소설에 가까운 내용들을 많이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우주와 외계인을 이야기하며 풀어내는 수학, 양자 물리학, 천체 과학 이야기가 적절히 어우러져 균형 감각을 발휘한다.
소설을 읽어 내려가며 그레이스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히어로가 되기를 염원했던 것 같다.
"삶을 시험지로 생각하며 정답을 찾으려는 태도, 그리고 지나친 깔끔함, 질서, 청결, 통제를 원하는 것이야말로 정신적 절망의 근간이야.
왜냐하면 그건 망상일 뿐이니까.
우린 이 세상에 있고, 우리가 바로 시험지야.
끊임없이 확장하는 우주의 고정되지 않은 세상에서 움직이는 행위자.
진실을 알고 싶다면, 충만하고 깨어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가능성을 향해 나가가야 해.
미스터리와 움직임을 향해, 여행이나 변화를 향해.
왜냐하면 그 안에서 보편성을 발견하면 너 자신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너의 자아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
넌 도달할 수 있어."(275p)
"스페인어에는 '두엔데(duende)'라는 단어가 있어요.
이 단어는 우리가 삶의 숭고한 본질, 그 비극과 아름다운에 진정으로 공감할 때의 느낌을 묘사한 거예요.
예술 작품에서든 플라멩코에서든 자연에서든. 미술관에서 당신을 겁에 질리게 하거나 환희에 빠뜨리는 그림을 봤을 때처럼요."(281p)
"우린 단지 사람이 아니다. 단지 성별이 아니다. 단지 나이가 아니다. 단지 국적이 아니다. 단지 종이 아니다.
우리 사이의 벽은 상상에 불과하다.
나만의 생각이라고 여기는 생각들은 놀랍도록 독특하지만 동시에 놀랍도록 동일한 연속 스펙트럼에 속한다.
사랑, 두려움, 슬픔, 죄책감, 용서. 이것이 인기 있는 레퍼토리다.
이 레퍼토리를 사람마다 각자 조금씩 다르게 변주한다.
우리는 종종 이런 연관성을 모르기 때문에 외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것은 곧 하나의 생명체라는 뜻이다.
삶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삶이다.
똑같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삶.
우린 서로가 필요하다. 우린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삶의 요점은 생명이다. 모든 것이 생명이다. 우린 서로를 돌봐야 한다.
우리가 정말로, 마음 깊이 혼자라고 느낀다면 그때가 바로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기억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때다." (343p)
"날 가두는 죄책감과 슬픔, 고통이 사라지니 난 어디에나 있었다.
난 우리였다. 무한의 총합이었다.
모든 마음속에 있었다. 모든 모래알 속에 있었다. 모든 물방울 속에 있었다.
나라는 고립된 요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나였지만 다른 모든 사람이기도 했다.
1이 하나의 독립된 숫자이지만 다른 모든 숫자가 1의 반복이듯이. 난 아주 활짝 열려 있었다." (457p)
마지막 문장을 보고는 싯다르타의 단일성에 대한 깨달음이 생각났다.
과학과 철학적 사유를 담은 상상 소설, 라이프 임파서블 너무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라이프 임파서블 위원단으로 활동하며 작성한 서평입니다.
#신간소설 #미드나잇라이브러리 #미드나잇라이브러리작가신작 #매트헤이그 #매트헤이그신작 #라이프임파서블 #매트헤이그라이프임파서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