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아직 아이가 없던 10여전 전. 아내와 나는 통역기 없이 자유롭게 해외여행하는 것을 꿈꾸며 한때 아주 잠깐 영어 공부에 몰입한 적 있다. 아내는 몇 년 끈기 있게 공부했지만 당연히도 난 건담, 파충류, 물고기 등 잡다한 취미에 정신이 팔려 영어 공부는 금방 흥미를 잃었다.
당시 유행했던 공부 방법 중 가장 호기심을 끈 것이 디즈니 영화 스크립트로 공부하는 거였다. 당시에는 AI가 없던 시절이라 온라인에서 누군가 열심히 받아 적은 스크립트 파일을 다운 받아 출력하고, 또 누군가 영화 영상에서 추출한 음성 파일을 잘라 정리한 파일을 다운 받아 핸드폰에 넣고 반복해서 듣는 것이 유행이었다.
워낙 기본이 부족하고 영어 공부에 대한 열의도 금방 식어서 항상 영화 초반 부분만 반복해서 듣다 말다 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고, 직장에서 직급이 올라가면서 업무가 늘어났고, 영어와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하면서 영어 기본기는 더욱 낮게 낮게 굳어져만 갔다.
우연히 본 책. [모아나]를 읽은 건 순전히 옛날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함께 봤던 추억 때문이었다. 가사도 모르고 멜로디도 하이라이트만 기억하고 있지만 워낙 재미있게 봤던 영화라 아이가 조금 크고 나서도 몇 번 반복해서 봤다. 물론 한글 더빙으로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서 전체 대본이 책으로 나왔다. 올 컬러에 모든 대사와 지문이 한글과 영어로 표시되어 있고 매 페이지마다 해당 영화 장면이 한 컷씩 담겨 있어 영화 줄거리와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다.
400 페이지가 넘는데 신기하게도 책이 두껍지 않다. 처음 책을 받아 비닐을 뜯고 표지를 만졌을 때 느낌은 '부드럽다'였다.
개인적으로 하드커버로 된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 왜 우리나라는 해외처럼 얇고 가볍고 잘 구부러지는 책을 만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놀랍게도 올 컬러이면서도 얇고 가볍고 부드럽게 구부러진다.
책장을 넘기는 느낌이 좋다고 해야 할까? 책을 읽기 전에 재질로 감탄하다니!
내용은 다 아는 영화 모아나 내용 그대로다. 왼쪽에 원문이, 오른쪽에 해석이 있다. 과거 영어 공부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천천히 영어 문장을 읽어봤는데 역시 대부분 모르는 단어투성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모르겠다 싶은 표현은 오른쪽 해석 밑에 각주로 다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의 독자 수준을 나처럼 왕초보로 정한 것 같다. 정말 나도 아는 trap까지 적어놓을 수준의 친절이다.

영어 공부하기 좋은 장점이 또 있다.
뒷장에 있는 위크북. 영화에 나온 표현 중 실생활에 자주 쓰이는 문장을 100개 골라 설명하고 응용하는 예시를 들어 준다. 나처럼 영어가 약한 사람들의 특징이 단어 뜻을 다 알아도 의역이 안되는 건데 보통 이 경우는 이런 생활 표현 문구를 해석하지 못해서 그렇다.

장점이 하나 더 있다. 오디오 북
이게 진짜 큰 장점인데 옛날에 애니메이션으로 영어 공부를 할 때는 중간중간 효과음과 기타 소음 때문에 정작 인물들의 대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문장 하나하나가 따로 끊어진 파일을 구하기도 어렵고 영화를 보면서 멈추고 다시 돌리고 하는 과정도 무척 번거롭다.
길벗 출판사에서 전문 성우 더빙으로 정확하고 천천히 발음된 스크립트 음성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홈페이지 가보니까 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으로 다른 영화도 책이 있구나.
이제 환경은 다 갖춰져 있다. 이제 공부만 하면......... 된단다 애들아 알겠지? 아빠는 이제 늙어서 늦었고 이 책은 이제 막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 할 내 딸들에게...... 아빠랑 같이 하자고? 그 그래 .... 한 번 해 볼게. 언젠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