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 모두의 반려질병 보고서
강영아 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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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도, 책 크기도, 문장도 다 마음에 들지만 가장 좋았던 말이 바로 책 제목 밑에 있던 "반려 질병"이라는 말이다.


정말 말 그대로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반려 질병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유병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당연히 신체 기능이 하나둘씩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삐걱대는 몸을 어르고 달래면서 살아가는 거라고.


11명의 워킹맘의 반려 질병 보고서를 엮은 책인데 다들 글쓰기를 부업으로 하는지 하나같이 글을 잘 쓴다.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제목부터 너무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데 중년은 정말 '씩씩하게' 그리고 '적당히'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나이다.


노화에, 그리고 노화에 따른 질병에 남녀가 다르겠냐마는 또,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여전히 대부분 가부장적으로 굴러가는 사회와 가정 특성상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의 고뇌는 남성의 모습과는 또 다르다.


첫 이야기부터 강렬하다. [질염]


내 또래의 중년 남자라면 외면하고 싶은 주제다. 민망하기도 하고 사실 잘 모르기도 하고. 그런데 누구나 어머니는 여자다. 대부분 아내도 있고 나처럼 딸만 키우는 아빠도 있다.


남자는 잘 모르는 여자들만의 고충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무려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중년 아저씨 입장에서 읽고 나면 일단 여자를 동료로, 같이 삶을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넓게 이해하게 된다. (그러니 여자들도 우리 남편들의 고충도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서로 돕고 살자고)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데 반려 질병이라는 말과도 잘 어울리게 몸이 약해서 찾아오는 질병을 '좀 쉬어야 한다는 내 몸의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반가운 마음으로 질병을 대하자는 말이다.


이게 말이 쉽지 공감하기 어려운데 생각해 보면 예방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삶은 태도라는 진리에 도달한다.


11가지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다 좋았는데 질병의 정도만 놓고 보면 4기 암부터 비염, 디스크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질병에 대한 경험과 태도를 고루 읽을 수 있어 좋다.


개인적으로 질병 치료를 위한 제주도의 삶을 다루는 [이름 찾아 삼만리] 이야기도 참 좋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결국 삼차 신경통이라는 질병으로 밝혀지긴 했지만)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는 저자의 경험을 나름 씩씩하고 건강하게 이겨나가는 이야기가 많이 이해되고 따뜻했다.


신파로 흐르지 않고 억지 교훈이나 교과서 같은 자아 성찰로 빠지지 않아서 좋다. 마치 옆에서 아내나 누나(는 없지만) 혹은 친한 직장 동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나만 느끼는 건지 모르겠는데 다 읽고 나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통 넣고 싶고 괜스레 퇴근 후 아내 종아리라도 마사지해 주고 싶다. 그리고 아직은 어리지만 딸들의 미래를 보다 더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그런 마음도 막 생긴다.


읽고 삶이 변화하거나 변화를 다짐하게 되는 책은 무조건 옳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런 수필 글이 반갑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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