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바쁜 와중에 일주일 동안 빠져있었던 책이다.
사실 외국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더군다나 미스터리 스릴러라니! 거의 읽어본 적 없는 장르였다. 사전 정보 없이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어이없게도 강렬한 책 디자인 때문이었다.
책 표지에 수많은 정보와 서평, 마케팅을 깔아 놓은 다른 책들과 달리 심플하게 검은 바탕에 초록색으로 제목과 작가만 나와있는 디자인 덕에 책 내용에 대한 상상 없이 책장을 펼쳤다. (사실 뒤표지에 대략적인 줄거리가 있었는데 원래 책을 볼 때 목차도 패스하고 바로 본문 첫 장부터 읽는 습관이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몰입하기 어려웠다. 국내 소설과 달리 사건을 묘사하는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문장을 풀어내는 문화도 다르고 무엇보다 인물과 사건, 배경을 서술하는 방식이 낯설었다.
다른 추리 소설도 이런 방식인지 모르겠지만 하이라이트, 그러니까 절정을 먼저 서술하고 나중에 뒤에 가서야 발단과 전개를 이야기하는 방식 때문에 처음 사건을 접하면서 내가 미처 못 읽고 놓치는 부분이 있었나? 싶어 앞에 읽었던 부분을 다시 찾아보기도 했다.
특히 가득이나 사람 이름을 잘 기억 못 하는데 낯선 외국인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서 등장인물이 누구였고 서로가 어떤 관계였는지 기억하느라 자꾸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맥락은 1권 절반쯤 읽었을 때부터 잡히기 시작했다. 저자의 서술 방식도 그쯤부터 익숙해졌고 이후부터는 책에 몰입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처음 1권을 읽을 때는 3일 이상 걸렸는데 2권과 3권은 각각 하루 이틀 만에 읽었다. 주말이라 시간이 여유롭기도 했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계속 읽게 되었다.
의외로 결론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표면적인 사건의 해결보다 그 사건의 근본 원인에 대한 짤막한 에피소드가 더 인상적이었다.
이런 장르의 장편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전개와 빠른 장면 전환, 긴박한 사건 흐름 등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처음에 문장이 다소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복잡한 심리묘사나 장황한 배경 설명 같은 게 없어서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인물이 너무 많이 나오고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사건의 몰입도를 낮춘다. 소설적 재미를 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만 문장 표현이 낯설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소설에 집중하는 게 아쉬움이 드는 요소였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여겨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이다.
알고 보니 컬트 3권은 3부작의 중간 이야기라고 한다. 1부 박스가 3권, 이 컬트 3권이 2부, 3부 미라지 3권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총 9권짜리 대작이며 현재 영화(드라마?)로 제작 중이라고 한다.
시리즈 드라마로 나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다른 시리즈도 다 읽어보고 싶지만 [컬트]를 읽으면서 기운이 빠져서 나머지 시리즈는 드라마가 나오면 영상으로 보는 걸로.
모처럼 일주일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