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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더위 사려! ㅣ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0
박수현 지음, 권문희 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1월
『책읽는곰』의 우리 문화 그림책 온고지신 시리즈 열 번째 그림책 <내 더위 사려!>입니다.
개인적으로 온고지신 시리즈를 무척 좋아합니다.
어제에 건져 올린 빛나는 것들을 오늘에 맞게 갈고 다음어 전한다는 온고지신 시리즈의 catchphrase도 와닿고, 「신화와 신앙, 세시와 의례, 의식주, 과학기술, 놀이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구성이 무척 마음에 들거든요.
대보름 첫닭이 울던 시간 동이는 닭 울음소리를 세며 일어납니다.
"첫닭이 열 번 넘게 우는 걸 보니, 올해도 풍년이로구먼."
동는 엄마와 함게 ‘용알’ 뜨러 나설 채비를 합니다.
동이 엄마가 맨 먼저 우물물 길어 올렸어요. 어젯밤,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알을 낳고 간 우물물을요.
물을 먼저 떴다는 표시로 우물에 짚을 띄웁니다.
바로 그 때, “내 더위 네 더위 먼 데 더위!”
아차! 영수가 먼저 동이한테 더위를 팔았어요. 해 뜨기 전에 더위를 되팔지 않으면 올여름 내내 더위에 시달릴걸 생각하니 동이는 애가 탑니다.
“부럼 깨물자!”
이도 튼튼해지고 부스럼도 막아준대요. (더위를 못 팔아 축 처진 동이의 어깨가 어찌나 귀여운지요. 와락 안아 주고 싶어집니다.^^;)
푸짐한 대보름 아침 밥상이에요.
두부 먹고 살도 붙고 키도 쑥쑥, 좋은 소식말 들려오게 귀밝이 술도 시원하게 한잔, 복쌈 먹고 복 듬뿍 받으라고 배추 잎에 오곡밥을 싸 먹습니다.
동이와 친구들은 백가반을 얻으러 마을에 다녀오니 마당에 지신밝기가 한창이에요.
“알나리깔나리, 동이는 온 동네 더위를 다 샀대요.” 약이 잔뜩 오른 동이를 누나가 잡아끌었어요.
마을 어귀 다리를 밟으면 일 년 내내 다리가 안 아프대요.
동이는 화풀이하듯 다리를 쿵쿵 밟습니다.
달님이 떠오르자 개울가에 높이 쌓아 올린 달집에 불을 붙었어요.
마을 사람들 소원을 실은 연기가 보름달처럼 높이 솟아오릅니다.
동이도 두 손을 가슴에 꼭 붙이고 소원을 빌어요.
더위를 되팔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조마조마 애가 타던 동이가 언제 그랬나싶게 환하게 웃으며 쥐불을 놓으러 갑니다.
그런데…… 동이의 더위는 누가 사 주었을까요? 동이가 들려주는 <내 더위 사려!>에서 그 궁금증 풀어보시길 바랍니다. ^^
새벽부터 밤까지 동이를 따라가면 정월 대보름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세시 풍속을 만납니다.
닭울음점, 용알뜨기, 더위팔기, 부럼 깨기, 귀밝이술, 소밥주기, 복쌈, 백가반, 다리밟기,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우리 세시 풍속 가운데 4분의 1이 대보름날에 치러졌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가시죠?
마을 사람들의 의례와 놀이, 풍속은 <동이가 들려주는 대보름 이야기> 에서 자세히 알 수 있어요.
좀처럼 볼 수 없는 용알뜨기, 첫 번재 깨문 부럼을 마당에 던지고 소원 빌기, 소밥주기, 백가반 등 풍성한 대보름의 풍속을 친근한 글로 맛깔스럽게 들려주고 있어요. 부스한 머리에 반쯤 감긴 눈으로 엉거주춤 꿇어앉아 요강에 볼일 을 보는 동이의 첫 등장은 웃음부터 비어져 나오게 합니다. 등장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과 감정까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아이들을 그림 속으로 풍덩 빠져 들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더위팔기라는 큰 줄기에 우리 세시 의례와 풍속을 따뜻하면서도 풍성한 그림으로 살뜰하게 보여주어 정말 잘 먹고 잘 놀았다 싶은 기분이 들게 만듭니다. 아마도 풍성한 대보름 풍속을 낱낱이 전하고픈 엄마의 마음으로 그려낸 권문희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흘러간 시절의 세시 풍속이라 하기엔 너무 아까운 어제의 삶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당장 그 삶을 살아보게 할 수는 없지만 따뜻하고 풍요로웠던 기억만이라도 우리문화 그림책 온고지신 시리즈 <내 더위 사려!> 로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