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마을 하얀마을. 책읽는곰] 세상에서 가장 높은 벽, 편견

검은 마을 하얀 마을 ㅣ 작은 곰자리 17
류보러 글.그림, 최현경 옮김 / 책읽는곰 / 2010년 6월

산꼭대기에 두 사원이 있습니다.

하얀 사원에서는 하얀 옷을 입은 신을 섬기고, 검은 사원에서는 검은 얼굴을 한 신을 섬김니다.
두 마을은 나무 한 그루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두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사이는 아득이 멀기만 합니다.

하얀색에 둘러싸여 삶을 살아가지만 검은 마을과 검은색을 좋아하지 않은 하얀 마을 사람들.
검은색에 둘러써여 삶을 살아가지만 하얀 마을과 하얀색을 좋아하지 않는 검은 마을 사람들.
종교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른 두 마을 사람들은 같은 산자락에 있으면서도 서로 발길조차 하지 않습니다.
서로 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유랑 극단이 두 사원이 있는 산꼭대기에서 공연을 펼칩니다.
검은 마을과 하얀 마을 사람들의 높은 마음의 벽을 그대로 드러낸 서로에게 무관심 한 채 공연을 봅니다.
하얀 옷을 입은 곡예사가 하얀 말을 타고 곡예를 펼칠 때는 하얀 마을 사람들만, 검은 표범이 불꽃이 이글대는 둥근 테를 뛰어넘을 때는 검은 마을 사람들만 열심히 박수를 칩니다.
판다와 얼룩말이 재롱을 펼치자 두 마을 사람들은 ‘두 마을 사람이 결혼이라도 하면 저렇게 얼룩덜룩한 아이가 나올 테지.’ 하는 끔찍한 생각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사실 하얀 마을 사람들은 밀가루를 만들어서 하얀 가루를 뒤집어 쓴 탓이고, 검은 마을 사람들은 석탄을 캐 검은 가루를 뒤집어 쓴 탓인데도 서로 관심을 갖지 않고 이해하지 않은 탓에 서로를 싫어하고 적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 것입니다.
두 마을 사람들은 끔찍한 가뭄을 똑같이 겪게 되면서 두 마을 사람들 모두 똑같은 색 눈에 똑같은 색 머리, 똑같은 색 피부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편견은 이렇듯 참 어처구니 없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 같습니다.
서로에 대하 알아가려는 노력도 없이 겉모습만으로 서로를 적대시하는 두 마을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그렇구요.
세상에는 종교, 피부색, 출신 지역 등 숱한 편견이 존재합니다.
어른들의 편견에 반쪽으로 재단된 세상만 보는 아이들을 감히 상상해 봅니다.
서로 한 발짝만 다가서는 일, 내 아이들에게도 편견 없이 확 트인 세상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겁니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진리를 직접 느껴 보기 위해서라도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 됩니다.

[내 친구 지구를 지켜줘! 고래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첫 환경 그림책

내 친구 지구를 지켜줘! - 어린이를 위한 첫 환경그림책 ㅣ 모두가 친구 17
토드 파 지음, 장미정 옮김 / 고래이야기 / 2010년 6월

지구를 사랑하는 아이의 따뜻한 눈길로 담아낸 환경 그림책입니다.
지구를 위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하는 이 책은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를 알려 줍니다.


“나는 지구를 아끼고 보살피려 노력해, 왜냐고?
내가 하는 작은 일들이 지구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종이를 아껴 쓰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작은 실천이 나무와 그 속에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배려하는 일이에요.
물을 아껴쓰고 오염시키지 않는 일이, 물고기들이 살아가는 바다를 맑게 지켜 줄 거랍니다.
공기가 오염되지 않도록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타는 일이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는 방법이에요.
음식을 남기지 않고, 만약 남을 경우 식물들에게 영양분으로 되돌려 주는 일은 더 많은 땅 속 생명들의 건강을 돕는 일이에요.
전기를 아껴쓰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작은 실천은 지구가 더워지는 것을 막아 북극곰과 눈사람을 더 오래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에요.
분리수거를 잘 한다면 땅을 지킬 수 있어 지구가 오염되는 것을 막고 함께 살아갈 수 있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것, 환경교육! 어쩌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 책은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왜 해야 하는지, 나의 행동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생각하고 실천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생활 속 무심코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동기를 찾아 줍니다.
내가 실천하는 행동이 나와 우리 그리고 지구를 위해 얼마나 자랑스럽고 소중한 일인지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냠냠 : 동시야 놀자10. 비룡소] 냠냠 맛나게 먹는 동시집

냠냠 ㅣ 동시야 놀자 10
안도현 지음, 설은영 그림 / 비룡소 / 2010년 6월

냠냠. 제목만 들어도 참 맛있게 느껴지는 동시집이에요. 책을 펼치면 먹을거리들이 가득 쏟아집니다.
프라이팬에서 얌전해진 멸치볶음, 가지가지 밥과 누룽지, 뽀글이 파마한 라면, 침이 꿀꺽 넘어가는 자장면, 불자동차 떡볶이,
동글동글 보름달 같은 단무지, 아삭아삭 셀러리 샐러드, 퀴퀴한 냄새 풍기는 김치 악당, 키가 쑥쑥 크게 하는 쑥국, 물에 동동 물김치,아파트 닮은 깻잎장아찌, 곰 발바닥 닮은 곰취나물 등 재미난 음식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고기만 먹고 야채는 안 먹는 아이에게 ’시금치 이파리에 소뿔이 돋는다고!’ 하며 야채의 중요성을 알려주기도 하고,
’한 숟가락도 / 남기자 마라 / 한 숟가락 남기면 / 밥이 울지 / 밥 한 숟가락도 / 못 먹어 배고픈 / 아이들이 울지’하며
음식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도 해요.

이렇게 우리가 먹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동시가 있는가 하면,

떡볶이는 불자동차처럼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동시도 있어요.
이 동시를 읽고서는 매운걸 먹은 아이가 "엄마, 내 목구멍에 불났어요. 물 주세요!"하면서 이야기를 하며 매운걸 잘 못 먹던 아이가 즐거워하며 먹고,
’김치 악당이에요 ㅡ 매운 맛 좀 볼래? / 나를 놀려요 ㅡ 매운 맛 좀 봐라! / 내가 물리쳐야겠어요 / 우걱우걱 씹어요’
김치 안먹는 아이가 씩씩하게 김치 악당 물리친다며 밥상앞에서 김치 한 젓가락 우걱우걱 맛나게 씹어 먹는답니다.

음식에 관한 내용을 주제로 기발하고 신선한 동시들이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고 입맛을 돋웁니다.
읽다보면 침이 고이고, 달콤 쌉싸름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기며 요리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요.
음식이 내는 소리와 빛깔을 책으로 음미하며 맛나게 먹는 엉뚱, 발랄, 유쾌한 동시집이에요.
더불어 음식의 소중함과 중요성까지 얻게 되니 더 건강해지는 우리 아이가 될 거랍니다.

* 동시집을 읽은 채언이가 재미있는 동시를 지었답니다.

[걱정 토끼 끙끙이. 국민서관] 지긋지긋한 걱정거리 쫓아내기!

걱정 토끼 끙끙이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12
라모나 바데스뀌 지음, 델핀 뒤랑 그림, 고승희 옮김 / 국민서관 / 2010년 6월

불쌍한 우리 걱정대장 끙끙이에요.

끙끙이에게는  걱정거리가 찰싹 붙어 쫓아다녀요.
포동포동 쌀이 찐데다 끙끙이가 가는 데마다 졸졸 따라다녀 다른 일은 생각도 못 하게 하지요.

걱정거리를 들으려 음악을 들으려 하지만 걱정거리 때문에 음악도 들을 수가 없어요.
텔레비전을 켰지만 못생긴 걱정거리 녀석이 텔레비전 안에서도 왔다 갔다 하네요!

이젠 도무지 참을 수 없어요.

끙끙이는 녀석을 떠나게 할 방법을 찾고 싶어요.
집 밖으로 내보낼 방법, 깨끗하게 싹 치워버릴 방법을요.

요리 조리 고민하던 끙끙이에게 마침내 반짝반짝 빛나는 아주 멋진 생각이 떠올랐어요.
끙끙이는 자기 생각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머릿속에 그 생각이 꽉 차 마음까지 들떴답니다.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며 걱정거리를 없애는 끙끙이에게 친구들과 엄마가 찾아왔어요.
친구들은 선물을 들고, 엄마는 케이크를 만들어서요.

"걱정대장 바보 끙끙아, 생일 축하해!"

알고보니 오늘은 끙끙이의 생일이었어요.
엄마랑 친구들고 즐겁게 웃고 떠들다 보니 걱정거리 녀셕이 사라져버렸어요.
떠나가 버렸다고요. 아주 멀리 멀리 흔적도 없이! ^^

정말 다행이죠.
걱정거리 녀석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말이에요.
입꼬리가 축 쳐저 울울해 보이기까지 한 끙끙이가 이젠 환하게 웃고 있어요.
끙끙이의 환한 미소처럼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걱정거리가 싸악 비워지길 바라봅니다.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도깨비 이야기. 파랑새]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도깨비 이야기 ㅣ 파랑새 풍속 여행 1
이이화 원작, 김진섭 지음, 곽재연 그림 / 파랑새 / 2010년 6월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진짜 우리 도깨비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도깨비라는 존재.
머리에 뿔이 하나나 두 개 달리고, 원시인처럼 허리에 풀잎으로 만든 옷을 입고, 삐쭉삐쭉 솟의 몽둥이를 들은 도깨비의 생김새를 연상하게 되지만 실제 이건 우리 도깨비가 아니라 일본의 ’오니’라는 요괴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백이면 백 익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도깨비 이야기 ’혹부리 영감’이 실은 우리 옛이야기가 아닌 일본 이야기라고 하네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라는 억지를 부리기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치 우리나라 이야기인 양 우리 교과서에 실은 것이라니 잘못 알려진 도깨비 이야기에 놀랍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 진짜 도깨비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수많은 도깨비 이야기들 중 진짜 우리 도깨비 이야기가 말이죠.
우리의 진짜 도깨비들은 사람의 손때가 묻어 있는 물건들이 도깨비로 바뀐다고 해요.
사람의 손때가 묻었다는 것은 사람의 기운이 물건에게 전해져 신령한 힘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도깨비는 딱히 이렇다 할 생김새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잘 몰랐던 도깨비의 모습과 진짜 도깨비 이야기들.
우리나라 도깨비들은 순진하고 어수룩하기도 해서 때론 사람에게 속기도 했어요.
순진하고 솔직하고 춤추고 놀기 좋아하는 유쾌한 성격, 왠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품과 닮은듯 합니다.
우리 문헌에 기록된 진짜 우리 도깨비 이야기로 도깨비 이야기의 뿌리를 하나씩 알아가게 됩니다.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작란꾼, 때로는 말썽꾼이기도 했어요.
조금씩 잊혀지거나 혹은 어른들도 잘 몰랐던 잘못된 도깨비 이야기를 조근조근 전해 들을 수 있는 무릎베게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