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탕 그림책이 참 좋아 2
손지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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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가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탕안은 불지옥이 따로 없건만 먼저 들어간 엄마는 밍기적거리는 내 속은 아랑곳 하지 않고 얼른 탕에 들어오라 성화십니다.

꽂꽂히 세워 살짝 담근 발가락은 순간 삶아지는 듯 한데도 엄마는 안뜨겁다며 다 보이는 거짓말로 달래시고... ^^;

목까지 담그라는 엄마의 엄명에 숨막힐 듯 뜨거운 물에 푹 들어가 몇 분을 몇 시간처럼 버텨야 하고...

그 때의 목욕탕 풍경은 주인공만 바꼈을 뿐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여기 한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엄마에게 붙들려 목욕탕에 갔는데 아뿔사 탈의실에게 같은 반 철수가 있습니다.
잽싸게 몸을 숨겨 목욕탕으로 들어왔는데... 뜨거운 열기가 부글부글, 쩌렁쩌렁 울리는 아이들 비명소리, 몸이 푹 익힐 듯한 뜨거운 탕 속...

여자 아이가 바라본 목욕탕은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때밀이 아주머니 앞에 겁에 질린 아이들의 표정, 엄마에게 등을 맞긴 아이는 엄마의 팔에서 그저 도망가고 싶을 뿐이고 말이죠.

목욕탕이 지옥처럼 마냥 괴로운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이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여자 아이 눈에 보인 목욕탕이라는 공간은 무시무시한 지옥탕이 따로 없습니다. ^^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가 경험하고 공감한 어린시절 목욕탕 풍경이라는 것입니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일기처럼 쓰여진 문체는 아이의 순수한 속마음을 훔쳐보는 즐거움이 있구요.


뜨거운 탕 안과 매운 샴푸, 하지만 여자 아이에겐 진짜 지옥이 남았습니다.

때수건을 양손에 끼고 나타난 엄마는 팔이 여덟 달린 지옥의 사자 같습니다. ^^

구석구석 엄마가 때를 밀기 시작하자 "으아악!" 비명을 지르고...

휴, 이제 살겠다 싶었는데.... 내 등보다 오만배는 넓은 엄마가 등을 내밀어요.

여자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흐믓한 웃음과 함께 보송소봉 드디어 목욕 끝! 휴식이 찾아 옵니다.


달콤하고 시원한 바나나 우유 한모금으로 언제 지옥탕에 다녀왔냐는 듯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험난하고 무시무시한 지옥탕이 상쾌한 목욕탕으로 바뀌는 순간, 바나나 우유 하나로 호사를 누렸던 어린 나를 떠올리게 하는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지옥탕! 아이에겐 무척 호기심 나게 하는 제목이었나봅니다.

지옥탕을 경험해 본 아이여선지(^^;) 목욕하자는 엄마 말에 "아~ 나도 지옥탕에 간다! 흐흐흐~" 하면서 지옥탕 이야기에 껌뻑 웃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책이어선지 유치원에서도 인기 폭발!!!

새책을 가져갔는데 돌아온건 중고책!!!

플랩은 찢어지고, 손자국으로 여기저기 꾸깃꾸깃했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며 봐주었는지 알기 충분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반가운 선물이 되어 준 지옥탕 되시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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