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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 ㅣ 담푸스 칼데콧 수상작 1
존 셰스카 지음, 이상희 옮김, 레인 스미스 그림 / 담푸스 / 2010년 9월
평점 :

익숙함을 넘어선 그림책을 만나는건 참 즐거운 일이다.
그동안 알고 있던 동화 를 재창조한 느낌이랄까? 기존 동화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버리고 읽어야만 이 책의 참맛이 느껴지리란 생각...

“밀 한 톨을 주웠어.” 작고 빨간 암탉의 면지에 등장하며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본문 이야기가 채 나오기 전에 작고 빨간 암탉이 계속 자기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자 잭과 콩나무의 주인공 잭이 등장합니다.
정신 없이 훌쩍훌쩍 장애물 달리기를 하듯 뛰어 넘으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래서 이야기의 결론은?'하고 물을 사이도 없이 10면의 이야기가 한 편의 잭의 이야기로 결말을 맺습니다.
본문 이야기에 포함되지 못해 투덜대는 작고 빨간 암탉, 완두콩 대신 볼링공으로 바꿔 넣어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거나, 미운 오리새끼는 결국에도 진짜 아주 못생긴 오리가 되었다거나, 개구리와 입맞춤으로 멋진 왕자님과 만나는 공주가 아니라 개구리의 끈적끈적한 액으로 입이 더러워지는 것처럼 기존 동화의 정석은 사라지고 반전에 반전을 뛰어 넘는 예측불허한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패러디라면 이정도쯤의 내용으로 변화될거라는 독자의 생각도 고정관념으로 남긴 채 두 번 세 번 내용을 뒤집고 비틀어대는 유쾌함이라니...
흔히 상상하는 패러디 그림책으로 이 정도의 결말쯤 되지 않을까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결말은 이 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동화를 일정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새로운 관점으로 패러디한 이 동화는 패러디라는 사실 못지 않게 편집의 구성 또한 정말 생각을 뒤집는 반전을 발견하게 됩니다.
앞면지에선 정신없이 소리치는 작고 빨간 암탉은 동화가 끝나고, 책장을 덮은 뒤표지에 다시 나타나 여전히 투덜거리고 있고, 뒤집혀진 헌사에 머리말은 지루하게 이어질 헛소리일 뿐이니 그만 읽으라고 하고(그래도 끝까지 다 읽은 나는 ? ㅎㅎ), 차례는 무너져 이야기 중간에 나오고, 텅 빈 페이지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말이죠.
익숙함을 벗어난 새로운 즐거움, 기발하고 자유로운 작가의 상상력에 패러디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단, 이 책을 읽기 전 여기서 다루고 있는 동화의 원전{ <작고 빨간 암탉>, <Henny Penny>, <공주와 완두콩>, <미운 오리 새끼>, <개구리 왕자>, <빨간 모자>, <잭과 콩나무>, <신데렐라>, <럼펠스틸트스킨>, <토끼와 거북>, <생강빵 아이>}을 알아야 그 묘미를 아이들 스스로 유쾌하게 누려볼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