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그림책 온고지신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하늘을 열고 만물과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창세가>는 하늘과 땅이 어떻게 열렸고, 만물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사람은 어떻게 태어났는가의 우리 겨례의 창세 신화를 들려줍니다. ‘큰사람’ 바로 우리나라의 창조신이 등장합니다. 땅의 네 귀퉁이에 구리 기둥을 세워 하늘을 받쳐 세상을 만들고, 별과 북두칠성과 남두칠성을 만들어 추위와 더위를 잦아들게 합니다. 큰사람은 옷을 지어 입고, 생쥐의 도움을 받아 물과 불을 찾아 밥을 지어 먹습니다. 물과 불을 찾았으니 함께 누릴 사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큰사람은 하늘에 빌어 떨어진 금벌레로 사내를 만들고, 은벌레로는 계집을 만들어 평화로운 세상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또 다른 큰사람이 나타나 이미 만들어진 세상을 욕심냅니다. 속임수를 사용하여 먼저 나타난 큰사람이 만든 세상을 얻어내지만 속임수로 얻어진 세상은 어지러운 일로 넘쳐나고 맙니다. 사람들은 먼저 온 큰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이미 세상에 가득찬 거짓과 슬픔이 많아 좀처럼 돌아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창세가>를 읽다보면 문득 먼저 온 큰사람과 나중에 온 큰사람은 누구일까 의문이 생깁니다. 또 한가지 세상을 창조한 큰사람이 하필이면 물과 불의 근원을 찾는데 작은 동물인 생쥐의 도움을 받았을까 하는것입니다. 권말에 보면 창세가 이야기를 풀어놓은 ‘조현설 선생님이 들려주는 창세가 이야기’에서 그 의문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다보면 옛사람들의 오랜 믿음과 생각이 들여다 보입니다. 서양 신화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와 다르기에 더욱 더 우리 겨례의 심오한 믿음이, 사람들이 지키고 만들어 가야 할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걸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