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이런것이구나 생각을 하게 한 그림책입니다. 책을 펼치면 검붉은 첫 장면부터가 인상적입니다. 깊고 거대한 느낌의 어두운 기운의 소용돌이 모습은 흡사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너른 만주 벌판의 고요함, 끓어오르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태양과 활을 움켜진 거인의 손……. 에너지가 넘치는 그림들만으로도 깊고, 웅장한 그리고 상상하기 힘들만큼의 강렬함을 줍니다. 그리고 강렬함에 넘어서는 아름다움까지…… 소리와 에너지가 충만한 그림들은 지금까지 예쁜 그림들만 보아왔던 여느 그림책과 다른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나는 영원히 너희 곁에서 너희를 지킬 것이다. 언젠가 커다란 재앙이 올 때 나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태초의 혼돈을 지나 천지가 만들어지고, 생명이 탄생하고, 끝없이 너른 조선으로 시선이 모아집니다. 해와 달이 두개여서 괴로운 사람들은 하나씩 없애 달라고 하늘에 빌고, 이에 세상을 다스리는 천지왕은 흑두거인에게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흑두거인의 실패를 하고 다시 부른 백두거인은 천 근 활에 천근 화살을 쏘아 해와 달을 하나씩 바다에 떨어뜨립니다. 세상은 살기 좋아졌지만 흑두거인은 백두거인을 시기하여 이웃 나라를 부추겨 조선을 침략합니다. 이를 본 천지왕은 백두거인에게 흑두거인을 물리치라 명을 내립니다. 포악한 흑두거인과 백두거인의 대결은 백두거인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이에 조선 백성들은 용기를 얻어 이웃 나라를 단숨에 물리칩니다. “나는 영원히 너희 곁에서 너희를 지킬 것이다. 언젠가 커다란 재앙이 올 때 나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오랜 싸움에 지친 백두거인은 소리 없이 누워 깊은 잠이 들고, 세월이 흐르면서 거대한 산으로 변해 갑니다. 이 산을 '백두산'이라 부르며 오랫동안 평화롭게 지내게 됩니다. 하지만 조선에 커다란 가뭄이 닥치고 사람들은 다시 백두산을 향해 빌었습니다. 이에 백두산은 엄청난 에너지로 꿈틀거리고 산 꼭대기에서 시뻘건 불길과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엎게 됩니다. 비구름은 단비를 내리고 되고, 이때 산꼭대기에 생긴 호수인 천지에서 넘친 물은 강이 되어 가뭄 걱정도 사라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언젠가 나라에 재앙이 닥쳐왔을 때 저 백두산이 다시 깨어나리라고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강렬한 그림만큼이나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만끽하며 보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온 나라의 백성들이 흥겹게 북을 치고 노리를 부르는 장면은 소리가 들리는 듯 절로 흥이 납니다. 우리 나라의 또다른 건국신화를 보는 듯한 백두산 탄생설화는 신비한 느낌과 장대한 스케일이 마치 작품집을 맞닿은 듯한 기쁨을 주는 책입니다. 조선을 구한 흑두거인…… 백두산…… 언젠가 다시 우리 나라를 위해 다시 깨어날 수 있겠다는 상상이 어린이가 아닌 어른에게도 믿고 싶어지게 만드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깊은 감동과 여운 그리고 상상 이상의 그림들이 뇌리에 강렬히 기억되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