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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팝업북 (회색 행성)
생 텍쥐페리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구판절판

아이를 키우면서 머루 같이 진하고 맑은 아이의 눈동자에 아름다운 것을 채워주고자 그림책을 놓아 주었습니다.
아름다운 것만 보여줄께…….’ 그림책을 보여주는 엄마의 마음이었습니다.
아직 덜 성숙된 아이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책 <어린 왕자> 를 만나니 그 아름다움이 더 빛을 발합니다.
이제 어른이 된 나에게도 지난날 어린아이였을 때의 아름다움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책장을 넘길 때 마다 거의 모든 원본 그림들이 팝업으로 매 페이지마다 세밀하게 작동되어 집니다.
그 감동이란 마치 책 속의 작은 연극 무대에서 어린 왕자를 오직 나 한사람만 누릴 수 있는 행복에서 오는 거였습니다.
멋진 예술세계, 이것이 팝업북으로 누릴 수 있는 어린 왕자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름다운 책을 만난다는 건 그것이 책에 대한 소장욕이더라도 참 즐거운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오래 전 희미하게 남은 어린 왕자의 기억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길들여진다는 것을 알려준 여우 그리고 세 개의 화산이 있는 자신의 소행성 B612와 어린 왕자가 두고 온 네 개의 가시를 가진 장미 한 송이로 내 기억 메모리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저장 된 메모리속 기억을 이 책을 통해 하나씩 더듬더듬 꺼내어 퍼즐 맞추듯 끼워 봅니다.
첫번째 별에서 만난 나홀로 왕과 두번째 별에서 만난 허영심에 빠진 사람, 세번째 별에서 만난 술꾼과 네번째 별에서 만난 사업가 그리고 다섯번째 별에서 만난 가로등지기와 여섯번째 별에서 만난 지리학자까지.
모든 것을 명령으로 해결하려는 나홀로 왕, 술을 마시는게 창피해서 잊어버리려고 계속 술을 마시는 술꾼, 무엇이 소중한지도 모른 채 매일매일 숫자만을 계산하는 사업가, 자기 별조차도 제대로 탐험하지 않은 지리학자 등 어린 왕자가 여러 별들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어른들의 세계는 불합리와 모순으로 가득차있습니다.
그리고 일곱번째 별인 지구에서 만난 여우는 어린 왕자의 마음에 숨겨져 있던 장미에 대한 사랑 즉 길들인다는 미학의 비밀을 일깨워줍니다.
여우는 ‘길들인다’는 것은 바로 서로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는 과정임을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유명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길들인다’는 게 뭐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널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이제 좀…… 알 것 같아. 꽃 한 송이가 있는데 말이야…… 그 꽃이 날 길들였나봐…… - 21 쳅터 -』
사막에 불시착한 ’나(작가)’도 세상에 둘도 없는 어린 왕자에게 조금씩 길들여져 갑니다.
어린 왕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어린 왕자와 관계를 맺게 된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 수백만 수천만 개나 되는 별 중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그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거야.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하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어린 왕자가 자신의 장미에게 돌아간 것은 ‘길들인다’보다 더 중요한 ‘길들인 것에는 책임이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된 때문이겠지요.밤 하늘을 바라봅니다. 수없이 많은 별 중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행복해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