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통한 날 문학동네 동시집 2
이안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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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안이  귓가에 살포시 던져 준 속삼임이 귀를 간지릅니다.
속살을 간지릅니다.
부러 아름답게 가꾸려 하지 않았음에도 맑고 아름다운 속삼임이 귀를 쫑긋 열게 하는 매력적인 화자를 만납니다.
억지로 멋을 부리지 않았음에도 더 마음이 가고 귀를 기울여 듣게 하고 또 마음을 느껴 보게 됩니다.
자연에서 잠시 살아서였는지 작가를 닮은, 자연을 닮은 자연의 속살이 부드럽게 와 닿습니다.
마음을 열어 보이며 써 내려간 시를 읽다보면 내 마음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시와 만나게 됩니다.
이 동시집 안에는 내 마음에 깊이 스며들게 하는 동시들이 있습니다.

벗꽃 피고 앵두꽃 피고 / 살구꽃 자두꽃 피었다 / 다 질 때까지도
대추나무는 눈 하나 깜짝 않아 / 꼭 죽은 것 같다
조심스레 가지 하나 휘어서 보면 / 아뿔싸! 아니구나 / 속이 파랗다
내가 아는 나무 중 / 가장 늦되는 나무 
시작은 꼴찌지만 가을이 오면 / 가지마다 단단한 / 대추알을 쥐었다
말도 늦고 / 글도 늦었다는 나는 
뒤뜰 대추나무에게, /  어서 움을 터트리라고 /  빈다
...... 「대추나무」

대추나무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 꽃도 시원찮고 열매도 볼게 없었다
암탉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 횃대에도 못 오르고 알도 작게만 낳았다
모두들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 조금씩 시원찮고 조금씩 서투르지만
어느새 / 대추나무는 내 키보다 키가 크고 / 암탉은 일곱 식구 거느린 힘센 어미닭이 되었다
...... 「모두들 처음엔」


시를 읽다 두 동시에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짧은 동시 두 편이였지만 내 마음에 스미어 내 마음을 내려놓게 만들었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지나치듯 느꼈던 상심을 위로해주었습니다.
시를 읽으면 누구는 어느 시 한편에 마음을 뉘울 수 있겠고, 또 어떤 누구에게는 마음이 출렁이는 감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대추나무」는 늦된 우리 둘째 아이가 생각나 마음을 내려 놓았고,
「모두들 처음엔」은 처음 시험이란 것을 치루고   빨간색연필로 선명하게 적흰 OO점이라고 적흰 시험지를 가져온 첫째 아이가 생각나 마음을 내려 놓았습니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내 마음을 만나게 해줍니다.

책머리에 ’아이’에 앞서 ’시’가 되지 못하면 ’동시’가 될 수 없다...는 동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동시 한편한편마다 허투로 읽을 수 없게 합니다.
멋을 부리거나 억지스럽지 않은 진실된 흔적이 마음에 닿아 보면 볼수록 여운이 남습니다.
수묵화 기법을 사용했지만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맑게 찍어낸 듯한 그림은 시 한편을 오롯이 새겨 놓은 듯합니다. 시와 함께 하나가 된 그림까지 마음을 사로잡게 되는 동시집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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