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아드리앵 고에츠 지음, 조수연 옮김 / 열음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앵그르가 그렸으나 나폴레옹의 누이 카롤린의 남편 뮈라의 몰락과 함께 사라져버린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인체의 보이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거장 앵그르가 그린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를 테마로 앵그르 자신의 독백과 사실주의 풍경화가 카미유 코로, 낭만주의 화풍의 선구자 테오도르 제리코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앵드르의 오달리스크에서 느껴지듯이 그가 표현한 인체의 아름다움은 사실적이진 않지만 그의 그림들에서는 극치의 매끄러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를 그리워 하는 세 화자의 이야기는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수록에 마치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이 한귀퉁이 한귀퉁이가 맞물리며 다른 상황의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림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를 상상하게 하는 세 화자의 독백과 이야기는 눈앞에 보이지 않는 그림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앵그르의 화풍을 감히 상상해가며 나폴리의 미녀는 어떤 포즈로 어떤 색감으로 표현되는지를 상상하는 즐거움 또한 매력적이다 할만하다.

실존했던 세 인물의 입을 통해 그려지고 있는 19세기 초의 로마와 나폴리의 모습 또한 시각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극대로 끌어 올린채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치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앵그르를 비롯한 카미유 코로와 테오도르 제리코의 비망록 한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흥미롭고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다만 책속에 담긴 그림들이 컬러였더라면 그들의 그림을 느끼는 눈과 마음이 조금 더 입체적이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짧은 함축적인 이야기들인지라 한편에 주석이 담긴 페이지에 손가락을 걸쳐두고 이야기를 읽었다.

시대 상황이나 당대의 화풍을 알지못하고 감상하는 눈과 마음이 어린지라 그림에 대해서는 한참 부족한 눈이었지만 이야기 속의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를 혼자만의 시각적 상상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세명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나폴리의 미녀를 추적해가는 것도 또한 흥미롭고 재미난 일이었다.  

사라진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는 어떤 모습일지 책을 읽고 난 후 더 궁금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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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메리지
앤 타일러 지음, 민승남 옮김 / 시공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소설이 소설로 읽히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에 격한 감정이 이입이 되어 심장이 불뚝불뚝 솟아 오르고 얼굴로 피가 한꺼번에 몰리는 듯이 붉어졌다 희어졌다를 반복해야 했다.

제목만으로도 그들의 아마추어 메리지를 상상할 수 있긴 하지만 실제 보다 더 혹은 실제 만큼이나 흡사하게 그려내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작가 앤 타일러의 심리 묘사와 디테일함에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아마추어 메리지의 주인공인 폴린과 마이클, 그들은 2차 대전이 몰아치던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에서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한다.

우연한 만남으로 서로에게 반한 두 사람은 전쟁이 지나고 있는 시대의 사람들이 그랬으리라 짐작할 만한 급작스러운 만남과 불꽃튀는 정열을 보여주며 서로가 서로의 짝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아리따운 아가씨 폴린과 과묵하지만 성실하고 믿음직 스러운 마이클은 결혼에 골인한다.

결혼 생활은 상상이나 이상과는 달리 녹록하지 않으며 잠시의 틈을 내어주지도 안은 채 생활로 스며들고야 말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 조차 없이 그저 결혼한 부부, 아이들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폴린과 마이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조금씩 허물어져감을 깨닫지 못했다.

활달한 모습의 폴린은 감정적이고 늘 극적인 상황을 즐기지만 이성적이고 때로는 필요이상으로 냉정함을 가장한 침착함을 유지하는 성격의 마이클과 대화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과 자신감의 결여에서 오는 자기비하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좋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했으나 그들의 큰딸의 가출로 부부는 물론 다른 두 아이의 성격과 생활에도 큰 광풍이 불어닥친다.

큰딸의 가출과 몇년이 지난 후 갑작스런 연락으로 찾으러 가게된 손자와의 생활에서도 폴린과 마이클은 갈등하고 서로의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고민하게 된다.

30년 결혼 기념일, 지난 세월이 지옥이었다며 떠나가는 마이클과 잡아야 한다고 잡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폴린. 그들의 아마추어 메리지는 결혼 생활을 지나 별거 그리고 종국에는 이혼까지 이르게된다.

소설을 읽으며 어쩔 수 없는 성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나 역시 폴린의 입장에 서있음을 깨닫는다.

냉정함을 침착함과 이성적임으로 덧씌운 마이클의 차가운 태도에 얼굴이 붉혀지고 떠나는 마이클을 끝내 잡지 못하는, 잡지 않는 폴린의 자존심에 동화되었기 때문일 터이다.

 

결혼 적령기- 그런것이 있다면- 라는 것이 결혼을 해도 될 만큼 한 인간으로 스스로 성숙해 있는 시기라면 스스로 성숙한 두 인격이 만난 그들의 결혼은 과연 아마추어 메리지일까 프로 메리지 일까.

주변을 둘러보면 프로라 할만큼 닮고 싶은 부부들을 볼때가 있다.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목도되는 부부들은 아마추어겠지만.

그러나 프로라 보여지는 그들도 과연 그들 스스로가 판단하기에도 프로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두사람이 만난 결혼이 두사람만의 인생이자 생활일 뿐이라면 어쩌면 프로가 되기는 생각보다 쉬운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이 두사람만의 관계가 아니기때문에 그들의 자식과 부모들과 형제들의 삶 또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기에 프로가 되기란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아닐까.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를 쓰다듬는 손길에서 언제 사그라들지도 모를 사랑만이 뿐 아니라 애잔함과 연민과 동질감이  묻어있음을 느낄때 어쩌면 내내 아마추어인 결혼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결혼의 프로로 한발씩 나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행복이 만들어진다면,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만 꽃피우는 것이 행복이라면 그 꽃은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향기롭지 않은 꽃일뿐이다.

서로의 희생을 안타까워 하고 이해하고 미안해 하는 마음이 일방적인 희생을 만들어내지 않는 길일 수도 있다.

끝내 서로에게 아마추어로 남고 만 폴린과 마이클을 보며 두 사람이 처하는 상황이나 감정들로 소설을 읽는 호흡이 느렸다 빨라졌다가 반복되며 읽혔다.

저자의 심리묘사와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는 장치가 충격적일 만큼 폭발력이 있는 장치가 된것도 아닌데 섬세한 감정의 표현들은 온전히 소설의 주인공의 심정이 되게 만든다.

아마추어 메리지......과연 프로 메리지라는 것은 있기나 한 것일까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지만 폴린과 마이클의 이야기는 아마추어 메리지임에도 행복했고 또는 불행하다.

결혼 즈음이나 아마추어 메리지를 꾸려가는 이들에게 앤 타일러의 아마추어 메리지는 생각의 폭을 넓혀줄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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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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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년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통일 한다.
그로부터 오년후 20016년 이북출신의 조직폭력단 대동강의 일원인 리강을 중심으로 살인사건이라는 일련의 사건이 펼쳐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가 창조해 낸 통일된 조국은 핑크빛이 아니었다.

이북과 이남은 온전히 하나가 되지 못했으며, 통일정부는 그들이 했어야할 일들을 온전히 실행하지 못했다.

120만 인민군의 해체와 함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범죄자 쯤으로 전락하거나 폭력배가 되었다.

경찰과 폭력배가 야합을 하고 이북에서 출신성분으로 천국을 살았던 이들이 통일된 조국에서 지옥을 경험한다.

작가의 눈을 통해 보는 통일 조국의 모습은 너무도 피폐하고 어둡고 눈으로 상상되는 이미지는 가혹했다.

대동강의 보스 오남철은 통일 후의 가장 비굴하지만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사람의 전형을 보여준다.

단고기를 먹으며 포도주를 홀짝거리는 사치쯤으로 근본부터 우월한 마음을 가지는 오남철,

그에게 통일된 조국은 펼쳐진 기회의 장이자 오류투성이의 세상인것이다.

 

독립운동가의 자손이자 최정에부대의 전사였던 리강은 자신의 자부심이 스스로에게서 부터 짓밟히고 모순된 세상에서 괴로워한다.

고래는 사막을 견디고 있었다.

작가의 표현이 리강의 내적 심경과 외적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하다.

사막을 견디는 고래를 상상해 본다. 타는 태양아래 털어 내 지지 않는 모래 끝없음의 막막함 그리고 소외감.

상상만으로도 힘겹기까지 하다.

 

부조리에 부조리에 의한 통일된 조국

국가의 사생활을 읽으며, 막연히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며 노래하던 어린 마음에서 벗어나 통일의 상황을 생각해본다.

그것이 대한민국에 의한 흡수통일이라면, 이북 사람을 위해 희생쯤으로 해석 될 수도 있는 생각을 가질 사람들이 많음을 아주 원초적으로 느낄 수 있다.

불안한 치안을 염려할 것이며, 괜한 상실감으로 그들을 은근 깔보고 있을지도 모를 그림이 그려졌다.

요사이 북한 미사일 발사나 개성공단의 일들을 보며, 통일을 바라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여전히 북한의 주적은 대한민국이며, 분단의 상황에서 휴전중인 나라와 나라.

준비없이 이뤄지는 통일에는 결코 찬성하지 않지만 작가의 상상과 창조력으로 어쩌면 사실적일지도 모르는 통일을 바라 보는 시각이 조금을 달라져있었다. 막연한 생각 속의 통일과 다소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이 부각된 작가의 이야기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작가의 상상과 많은 문헌을 참조하여 빠른 속도를 내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국가의 사생활은 사실적이어서 섬뜩하다. 개인의 응집체인 국가, 개인들의 행불행이 국가의 탓도 아니라면 국가의 운명 또한 개인들의 탓이 아닐 것이다.

 

암시와 복선이 되는 부분들이 곳곳에 있어 읽으면서 내용과는 달리 즐거웠다.

읽는 내내 어쩌면 굳이 알거나 혹은 깨닫고 싶지 않은 잔인하고도 불편한 진실을 고개를 내저으며 읽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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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쇼지 유키야 지음, 김난주 옮김 / 개여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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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MOURNING 에서 모닝MORNING 까지.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개인적인 느낌은 "굉장히 신선하다"쯤으로 함축된 짧은 한문장으로 대답할 것같다.

대학시절을 비좁은 집에서 함께 생활한 다섯 친구 다이,히토시, 준페이, 와료, 신고

젊고 늘 새로움의 연속이었던 푸른 청춘의 시절을 한참이나 지난 어느 여름날, 다섯친구 중 신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남은 네 친구들이 신고의 장례식에서 모이게 된다.

장례식이 끝났다. 로 시작되는 소설의 시작 .

먼길을 돌아가야 하는 친구들 앞에 자살을 할것이라는 준페이의 폭탄 선언으로 나머지 세친구들은 당황한다. 결국 준페이의 자살을 말리기 위한 방책으로 그들은 긴 시간동안을 드라이브를 하면서 그들만의 추억이 그들의 입으로, 생각으로 하나둘 해묵은 껍질을 깨고 그들과 마주하게 된다.

상복으로 입은 검은 양복을 입은 네 남자의 긴 시간동안의 드라이브, 그들의 추억과 기억은 세월을 입은 모양으로 신고를 추억하고 젊은 날의 기억을 추억한다.

 

명목상 준페이의 자살을 막기위한 드라이브였다.

다섯 손가락중 다른 네 손가락을 다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엄지 손가락 처럼 세심한 배려와 신중함 따뜻함으로 그들 곁에 있었던 신고를 추억하고 신고와 그들의 추억을 떠올리며 어느새 그들은 행복했고 반짝 반짝 빛이나던 아련한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 속으로 젖어들게 된다.

상복(모닝)을 입고 바닷가에서 모닝을 함께 맞으며 담배에 불을 붙여 모래에 꽂는 것으로 그들의 긴 드라이브의 마침과  신고와의 작별을 고한다.

 

일본 소설을 다양하게 읽어본 편이 아니어서 작가의 이름은 낯설었었다. 물론 옮긴이 김난주 라는 이름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 많이 보았던 그의 이름이 보여 퍽이나 반갑기도 했었다.

김난주의 손을 거쳐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이 우리말로 변해서 읽혔기 때문에 한편으론 내가 좋아하며 읽는 것들이 에쿠니의 작품인지 김난주의 작품인지 헷갈릴 정도로 김난주 옮김 이라는 글자는 깊은 신뢰감을 주는것도 사실이다.

쇼지 유키아의 과거와 현재, 생각과 생각 ,추억과 기억을 오고가고 넘나드는 모닝은 신선하고 매우 매력적이다.작가의 상상력과 섬세한 표현들은 흡인력이 상당하여 일정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었다.

 

푸른 청춘이, 젊음이

시간을 입고 세월을 입고 추억과 기억들은 잊혀진듯 하기만 하다. 그러나 오래된 사진첩의 사진처럼 빛이 바래진 채로 차곡차곡 가슴에 쌓여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오래된 사진첩을 넘겨볼때 처럼 아련하고 그윽한 마음처럼,  색이 바래고 어느 귀퉁이 찢겨나간 자리가 있더라도 세월을 입은 기억과 추억들은 볼때마다 그리움을 불러오고 입가의 따뜻한 미소를 남길것이다.

한편의 로드무비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모닝은 그들의 푸른 청춘의 기억과 추억을 더듬는 한편의 로드 노벨이며, 과거의 흔적에 바치는 한편의 레퀴엠이라는 옮긴이의 말을 가만 가만 되씹어 본다.

빛바랜 사진처럼 엄연히 존재했던 내 그 날들의 추억을 떠올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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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웨딩
아니타 슈레브 지음, 권혁정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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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주말 3일동안 27년전 고등학교 동창들인 친구들이 결혼식을 위해 친구의 호텔에서 모인다.

빌과 브리짓은 졸업후 20년만에 동창회에서 만나 결혼을 결심한다. 브리짓의 암투병이라는 복병에도 둘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고교시절의 친구인 해리슨과 제리, 노라, 롭, 아그네스와의 오랜만에 만남 속에서 노라의 호텔에 모이게 된것이다.

27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각자만의 기억과 추억들 이미 이전에 그들이 공유했던 고교시절의 추억과 기억들로 그들은 때로는 분노와 노염의 감정을, 때로는 절망과 후회를, 때로는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 하기도 한다.

졸업을 얼마 앞둔 어느날 해변의 빈집에서 그들 만의 파티에서 스티븐이 술에취한채 사라져 죽고만 사건은 모두의 마음에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각기 다른 의문을 가진채 살아왔다.

빌과 브리짓의 결혼은 27년 만에 만난 친구들이 그 지난 시간들 동안에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자신이 아닌 온전한 타인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소설은 마치 카메라 렌즈로 넓고 세밀하게 그들을 담아내는 듯 하다.

해리슨과 노라가  간직한 비밀, 27년이나 이어온 고교시절 선생인 짐과 아그네스의 불륜, 암이라는 브리짓 내부의 고통이 빌과의 사랑을 통해 견뎌내 지는 모습, 알지못했던 롭의 게이 애인 그리고 스티븐의 죽음의 진실.

3일동안 친구들의 심리와 외부의 전경들이 잘 짜여진 서사물을 보는 듯이 섬세하고 머릿속에서 그려질만큼 세밀하다.

소설 속에 담긴 핼리팩스 대 폭발의 내용을 담은 아그네스의 단편 소설을 읽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아그네스의 소설 속 인물인 이네스와 루이즈, 헤이즐의 이야기는 해리슨과 노라 ,스티븐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매치되어 소설 속의 또다른 소설로 상상과 은유가 풍부해짐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을 편집 할 수 없을까? 개인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없을까? 갈망하는 꿈을 만족 시켜줄 수는 없는 걸까?"

더플백을 어깨에 매고 호텔을 빠져 나오는 아그네스의 생각처럼 그들 모두는 지난 시간들동안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전혀 다른 기억과 추억들을 남기며 걸어왔다. 그들이 공유하는 고교시절 몇년의 기억들로 현재의 그들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원하든 원치않든 시간이 흐른뒤에 그들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고  현재 보이는 모습을 통해 그들은 서로를 유추해 내고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억이라는 것은 개인마다의 가위와 풀로 오려지고 덧붙여지는 지도 모른다. 같은 일에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질 수도 있는 걸 보면말이다.

빛나던 청춘의 한때, 그들의 사랑과 추억들, 12월의 웨딩 속에서 감각적으로 녹아있는 그들의 이후의 야기가 자못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또 27년이 지난, 혹은 몇년이 지난 후의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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