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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웨딩
아니타 슈레브 지음, 권혁정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9년 1월
평점 :
12월의 어느 주말 3일동안 27년전 고등학교 동창들인 친구들이 결혼식을 위해 친구의 호텔에서 모인다.
빌과 브리짓은 졸업후 20년만에 동창회에서 만나 결혼을 결심한다. 브리짓의 암투병이라는 복병에도 둘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고교시절의 친구인 해리슨과 제리, 노라, 롭, 아그네스와의 오랜만에 만남 속에서 노라의 호텔에 모이게 된것이다.
27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각자만의 기억과 추억들 이미 이전에 그들이 공유했던 고교시절의 추억과 기억들로 그들은 때로는 분노와 노염의 감정을, 때로는 절망과 후회를, 때로는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 하기도 한다.
졸업을 얼마 앞둔 어느날 해변의 빈집에서 그들 만의 파티에서 스티븐이 술에취한채 사라져 죽고만 사건은 모두의 마음에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각기 다른 의문을 가진채 살아왔다.
빌과 브리짓의 결혼은 27년 만에 만난 친구들이 그 지난 시간들 동안에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자신이 아닌 온전한 타인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소설은 마치 카메라 렌즈로 넓고 세밀하게 그들을 담아내는 듯 하다.
해리슨과 노라가 간직한 비밀, 27년이나 이어온 고교시절 선생인 짐과 아그네스의 불륜, 암이라는 브리짓 내부의 고통이 빌과의 사랑을 통해 견뎌내 지는 모습, 알지못했던 롭의 게이 애인 그리고 스티븐의 죽음의 진실.
3일동안 친구들의 심리와 외부의 전경들이 잘 짜여진 서사물을 보는 듯이 섬세하고 머릿속에서 그려질만큼 세밀하다.
소설 속에 담긴 핼리팩스 대 폭발의 내용을 담은 아그네스의 단편 소설을 읽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아그네스의 소설 속 인물인 이네스와 루이즈, 헤이즐의 이야기는 해리슨과 노라 ,스티븐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매치되어 소설 속의 또다른 소설로 상상과 은유가 풍부해짐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을 편집 할 수 없을까? 개인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없을까? 갈망하는 꿈을 만족 시켜줄 수는 없는 걸까?"
더플백을 어깨에 매고 호텔을 빠져 나오는 아그네스의 생각처럼 그들 모두는 지난 시간들동안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전혀 다른 기억과 추억들을 남기며 걸어왔다. 그들이 공유하는 고교시절 몇년의 기억들로 현재의 그들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원하든 원치않든 시간이 흐른뒤에 그들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고 현재 보이는 모습을 통해 그들은 서로를 유추해 내고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억이라는 것은 개인마다의 가위와 풀로 오려지고 덧붙여지는 지도 모른다. 같은 일에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질 수도 있는 걸 보면말이다.
빛나던 청춘의 한때, 그들의 사랑과 추억들, 12월의 웨딩 속에서 감각적으로 녹아있는 그들의 이후의 야기가 자못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또 27년이 지난, 혹은 몇년이 지난 후의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