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꿈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풀어보고자 노력해온 숙제였다. 꿈이란 것은 잠잘 때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환각으로,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에서는 지금껏 인간들이 쌓아 올려온 꿈의 의미에 관해 분석한다.
꿈을 연구했던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무래도 '프로이트'라는 인물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오늘날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로이트는 일찍이 꿈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고, 그 결과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꿈은 인간의 억압된 소망이 무의식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결과라는 것이다. 즉, 꿈은 '소망 충족'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프로이트 이전의 연구자들 역시 이와 비슷한 논리로 꿈을 이해했고, 이것은 곧 가장 널리 인정받는 견해가 된다.
하지만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에서는 좀 더 새롭고 획기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바로 꿈은 '가능성 이해를 위한 네트워크 탐색', 즉 '넥스트업NEXTUP'에 의해 발현된다는 것이다. 넥스트업의 개념으로 바라본 꿈은 기존의 기억에서 이전에는 탐색하지 않았던 약한 연관성을 발견하고 강화해 새로운 지식을 추출하는 독특한 수면 의존적 기억 처리 과정이다. 따라서 평소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이미지나 정보들이 꿈속에서만큼은 일종의 연관성을 가지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꿈은 언제나 기괴하고 얼토당토않으며 설명할 수 없는 모호성을 띤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창의적이고 통찰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꿈을 꾼 후, 간과하고 있었던 해결 방안이 갑자기 떠올라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꿈을 통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색하는 뇌의 활동 때문이다.
인간이 잠에 들면 깊은 수면과 얕은 수면이 반복되고 이 사이클이 몇 회 정도 도돌이표 된다. 그중 '렘수면'에 들게 되면 근육이 무긴장 상태가 되어 마비가 되고 가장 생생한 꿈이 시작된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게 되는 꿈이 바로 이 렘수면에서 일어난다.
흥미롭게도 렘수면 중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면 장애들이 발생한다.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악몽, 몽유병, 기면병, 수면 마비 등은 렘수면 꿈을 꿀 때 넥스트업이 기능하지 않아 벌어지는 일이다. 각성 상태지만 아직 렘수면 꿈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무서운 환각을 보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수면 마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가위눌림'도 모두 이것 때문이다. 꿈과 수면이 우리의 삶에서 해내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고 흥미롭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빨리 잠을 자고 싶었다. 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가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니, 뇌의 창의적인 활동이라니 정말 신기했다. 매번 되풀이되는 무서운 꿈 역시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뇌의 노력이라는 사실에 이제는 두려움이 덜해진 듯하다.
책 내용을 통해 모호하기만 했던 꿈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과학 서적이다 보니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긴 했지만 내용이 흥미로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오늘은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오로지 나를 위한 세계에서 오늘도 흥미진진한 탐험을 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