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 세계와 삶을 공부하는 유연한 협력자로 일하기 위하여 땅콩문고
이진 지음 / 유유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세계와 삶을 공부하는 유연한 협력자로 일하기 위하여

구매버튼:

‘땅콩문고‘ 시리즈는 내가 사용하는 독서어플에서 마니아 뱃지를 받았을 만큼 좋아하는 시리즈다. 심지어 편집자 공부책 시리즈 중 하나였다. 당연히 볼 수밖에 없었다. 출판사를 다니게 되면서 어찌나 책을 둘러싼 직업이 궁금한지 누가 보면 7살인 줄 알겠다.
+
내가 다니는 출판사는 교재와 인문/교양을 주로 삼는 곳이다. 우리 회사에 대입한다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른 것이기도 했다.
+
‘어린이라는 세계‘를 편집한 이진 편집자의 책이었다. 2021년 올해의 책을 만들어 낸 편집자의 강의도 들을 판인데 책으로 공짜로 알려준다니 당장 뽑아먹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만듦새:

땅콩문고 ‘편집자 공부책 시리즈‘(과학책 만드는 법, 사회과학책 만드는 법, 에세이 만드는 법, 문학책 만드는 법,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실용책 만드는 법, 역사책 만드는 법, 경제경영책 만드는 법)는 16칸으로 나뉜 사각형 위에 약간의 변주나 원모양이 올라간 표지를 가지고 있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표지들에 대한 해석도 알고싶다. 직선과 몇 개의 칸으로 만든 표지들이 심플한 게 땅콩문고와 참 잘 어울린다.

특히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의 표지는 다른 표지 중에서도 눈에 띄게 직선적이고 ‘경제경영책 만드는 법‘ 다음으로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나름의 해석을 달고 싶지만 모르겠다.

내용:

‘문학책 만드는 법‘이 원고에 집중된 경험 위주의 책이었다면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은 기획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소설책이나 시집을 기획하는 경우는 드무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차이가 재밌었다.
작가는 책 기획을 기획으로 먼저 접근하기보단 함께 책을 만들고 싶은 동료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일한지 오래된 사람한테는 뻔한 조언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신선했다. 책 기획이라고 하면 나는 잘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뭔가 노력하는 ‘뭔가‘ 정도로 생각했으니까.

이 책에서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은 협력이었다. 부제가 왜 <세계와 삶을 공부하는 유연한 협력자로 일하기 위하여>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이걸 지금 넘겨야 마케터가 한자라도 빨리 홍보물을 올릴 수 있고 내가 내 원고를 확실히 잡고 있어야 조판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고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당연하지만 구체적인 이야기와 부끄럽다는 고백을 함께 읽으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이 책의 시작이 그닥..대단한 직업이 아니고 신비로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와도 절실하게 맞아떨어졌다.

+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남의 출판사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어서다. 작가의 직장은 조판과 전체적인 디자인을 디자이너가 하는 것 같았는데 큰 출판사는 이렇게 역할이 분담될 수도 있구나 싶어 신기했다. 표지 또는 교정 교열을 외주 맡기거나 사내에 표지 디자이너, 교정 교열 알바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기하다.
+
나의 관심사가 내가 기획할 책과 닿을 거라는 작가의 조언이 너무 좋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을 제작한 오세연 감독처럼 흑역사마저도 기록할만한 이야기로 직조된다고 하니 편집자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 문학동네 시인선 165
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자가 분명한 시였다.
많아봤자 17살짜리 ‘여자애‘
집구석은 엉망이고 가슴 속도 엉망일 것 같은
가출은 3번 정도 했을 것 같고
불안해서 엄지손톱이 반만 남아있을
짧은 교복을 걸친 여자애일테지

몸을 둘 곳도, 맘을 둘 곳도 없고
곳곳에 자신의 미래가 될 여자들이 웃고있는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를 스쳐간
누군가의 이름이 지나가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녀들을 모아다가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들면서
확성기로 제발 정신 좀 차려하고
소리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발랄하고 컬러풀하고 정신없고 아픈 시

제발 제발 제발
너한테 막대하는 사람한테서 도망치라고 빌고싶은 시
그깟 손 좀 잡아주는 남자가 뭐라고 목매냐고 소리지르고 싶은 시

자신의 괴로움을 말한 시 중 이렇게까지 구체적이고 깜깜한 시는 또 처음이었다.

쓰고 더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성어서점
#김초엽

구매버튼

오프라인 서점에서 보다가 “초엽쓰? 사야지” 하고 집었다. 왜 인터넷에서 구매할 때는 가격도 보고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데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4권 들었는데 오만원을 썼네?” 하고 말하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만듦새

양장에 겉표지를 씌워놓았다. 나는 겉표지, 띠지를 모두 거추장스러워하는 사람이라 읽을 때는 겉표지를 벗겨서 읽었다. 가름끈도 있다. 가름끈은 없어도 그만 있으면 잘 쓰는 정도인데 가끔 궁금하긴하다. 가름끈이 추가되면 제작비가 얼마나 더 들까?
*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삽화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삽화가 표지에 당당히 올라가 있다. 역시 사람 눈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김초엽 작가님이 쓰는 따뜻한 sf 소설과 어쩐지 이지적인 표지가 어울리는 듯 안어울리는 듯 눈길을 잡아끌었다.

내용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는 처음 접해보는데 내가 그간 봐온 짧은 단편 모음집 중 가장 괜찮았다. 분량이 적당히 짧았다고 해야할까? 나는 극단적인 2, 3장짜리 소설의 적응하지 못한 사람으로 이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14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늪지의 소년’이었다. 행성어 서점에서도 김초엽 작가의 다른 책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주제는 연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다만 그것이 사람이 아니거나 또는 미생물이거나 느슨하거나 멀거나 아주 오래걸리더라도.

이 문장을 길게 쓰면 늪지의 소년이 아닐까.

소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눠져있다.

1.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2.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

이 두 문장. 이 소설만을 위해 고안된 최첨단 포장지처럼 딱 들어맞는다. 14편의 주인공들의 자세와 결이 같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나이가 많은 외국인이기도 하고 젊은 한국인이기도 하고 나이와 국적이 그닥 중요하지 않은 외계인이기도 하다. 모두 낯선 것들에 직면한지 얼마되지 않아 어리둥절하지만 일단 산다.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얼굴에 무언가가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아도 목숨이 끝나지 않는 것처럼, 외계물질에 오염되어 생존자가 얼마 안 남아도 버텨내는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처럼

“날 어쩔 셈이지?”라는 말에 아무도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선례가 없는 사건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른 방식의 삶을 배우고 어쩌저찌 그리고 싶지 않았지만 살아간다.

인간이 자연과 사회의 눈치보면서 약간 움추린 채로 천천히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재밌었다.

뒤쪽으로 갈수록 각 이야기들이 동시대에 일어난 사건들이라는 단서가 나온다. 이런 복선도 재밌었다. 앙큼한 애교 같달까?

#마음산책 #마음산책짧은소설 #김초엽 #최인호 #행성어서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피 : 영웅이 되고 싶은 늑대
데보라 아벨라 지음, 코나 브레콘 그림, 홍명지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울피: 영웅이 되고싶은 늑대

못된 농담같지만 생각해보면 못되지 않은 이야기

판형&만듦새

245×245 사이즈
그림책은 역시 책장에 이리 꽂다가 안되고 저리 꽂다가 안되서 의도인척 표지를 보이게 세워놓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일러스트가 꽤 특이한 느낌. 늑대인데요...새같기도 하고...비리비리해보이는 것이 동양 그림체도 아닌것이 미국 만화 캐릭터 같지도 않은 것이 내용만큼이나 자유분방.


내용

울피가 영웅이 되어 공주를 구했다면 뻔했을텐데

이 책은 영화 ‘분노의 질주‘처럼 드리프트를 해댄다.

공주는 스스로 도망치고
(공주도 울피처럼 그간에 동화책에 대해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이건 뭐 죽음에 가까운 잠이 들거나, 갇히거나, 독에 당하거나, 학대 당하거나
말만 공주지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마지막에 울피가 용의 애완동물이 되는 것까지 산뜻했다.

울피는 공주를 구해서 주인공이 되고 싶었지만
애완동물이 되어서도 주인공이다.

어차피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울피니까
이런 흐름과 메세지가 좋았다.

영웅이고 애완동물이고가 아니라 원래 주인공이라서 주인공이라는 메세지

특이점

원래 그림책은 다 그런가 모르겠는데 제품안전마크가 있다.
책장에 손이 베이거나 책 모서리에 다치지 않게 주의하세요라는 너무 친절한 사용법이 너무 귀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