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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피프티 피플
정세랑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구매버튼:
구매버튼은 정세랑 이름 석 자로 충분했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당시 프리티 피플...? 하고 지나쳤는데 피프티 피플이었다.
50여 명의 사람들이 얽히고 설힌 이야기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주인공이 많은 것인가 주인공이 없는 것인가가 궁금했다.
만듦새:
개정과 함께 리커버판도 나왔다고 알고 있다. 큰글 도서도 나왔다. 인기 작가의 인기 작품이라 다양한 모양으로 변주되는 것이 재밌다.
정세랑 작가는 알록달록한 표지가 특히나 잘 어울리는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지 <피프티 피플>, <보건교사 안은영>, <재인, 재욱, 재훈> 등 여러 책이 알록달록한 새 옷을 입었다.
바뀌기 전 보라색의 차분한 표지보다 후에 바뀌어서 풍선이 날아다니는 표지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
내용: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상 살아갈 것이다.”
“하품이 옮는 것처럼 강인함도 옮는다. 지지 않는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 그런 태도가 해바라기의 튼튼한 줄기처럼 옮겨 심겼다.”
“믹서기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건 나약한 게 아니에요”
“가끔 너무 난도질당한 마음은 상태를 살피기도 난처해서 감각에만, 오로지 단순한 감각에만 의존해야 할 때가 있다.”
“4년 동안 모두가 떨어져나갔는데 작은누나는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어떤 사건에 피해자가 있고 유족이 있었다면, 유족의 수가 휠씬 많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가족은 싸우고 싶지 않아하고, 어떤 가족은 싸우고 싶어도 싸울 상황이 아니고, 어떤 가족은 싸우다 지쳐 나가떨어지고, 끝에는 남는 사람들만 남는다.”
“모든 곳이 어찌나 엉망인지, 엉망진창인지, 그 진창속에서 변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또 얼마나 잦게 좌절되는지, 노력은 닿지 않는지, 한계를 마주치는지, 실망하는지, 느리고 느리게 나아지다가 다시 퇴보하는 걸 참아내면서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을 수 있을지 현재는 토로하며 물었다. 압축이 쉽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다가 꽤 아프게 읽었다.
교도소에서 의사로 일하는 주인공은 미성년자를 죽인 재소자가 자신의 아이를 걱정할 때면 뱃속에서 미끄덩하는 감정이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지 찾을 수 없고 소화가 되지 않는 감정이라 몇 년 동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두고 두고 소화시켜야 하겠지만, 도저히 막연하고 생각날 때마다 선명한 감정들이 책 곳곳에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