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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의 서포터즈 자격으로 읽은 책.
사실 시인의 산문이라는 것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읽고나서 문보영 시인을 향한 미친 짝사랑 시작함


만듦새

손에 꼽을 정도로 이쁜 표지.

아기자기하며 여름의 아이오와는 이렇게 푹신해보이는 곳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서평

서평이 아니라 내가 왜 문보영 시인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두서없는 고백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이 책은 문보영 시인이 아이오와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보낸 3개월을 소중하게 담은 에세이.

아이오와 글쓰기 프로그램(iwp)이란 30여 개국에서 온 작가들이 3개월간 한 호텔에 묵으며 리딩, 강연, 토른 등 여러 문학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첫 장을 읽으며 이런 국제적 글쓰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있었다니 신기하다 정도의 인상이었는데 책을 덮을 때쯤에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는 그 흔한 해외여행 한번 안 다녀왔을 정도로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다. 영어를 하면 편하고 좋겠다. 정도로 생각하지만 정작 영어 회화를 따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반대로 문보영 시인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딱 맞는 새로운 친구들을 잔뜩 사귄다.

독일로 훌쩍 떠난 일본인 친구, 일본으로 떠난 대만 친구 등 iwp에서 영어로 시를 쓰는 이중언어자가 되어 이중언어자 친구들과 끝없이 속닥거린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수업을 듣고, 토론을 하고, 쇼핑을 하면서 느슨한 영어로 생긴 작은 빈 공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한다. 아름다운 오해가 끝없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그 빈 공간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자유롭다.

나와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궁금하고 대체적으로 즐거웠다. 그렇게 나의 세상도 넓어진다. 오랜만에 내가 넓어지는 책을 읽게 된 것 같아. 즐거웠다.

나만의 추측이지만 문보영 시인은 아이오와에서 무척 차분해졌던 것 같다. 시달리지 않는 시간을 선물 받으신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그 공백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까?

읽는 내내 문보영 시인이 하는 엉뚱한 생각들 때문에 너무 즐거웠다. 유머가 담긴 그 엉뚱함들이 시의 문장 같기도 어쩌다가 행복해진 날의 나의 일기 같기도 해서 내 일기장을 다시 읽듯 너무 즐겁게 읽었다.

최승자 시인도 iwp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책 중 여러 번 나온다. 그렇게나 오래된 프로그램이었다니, 최승자 시인의 <어떤 나무들은 - 최승자의 아이오와 일기>를 다음 책으로 읽을 계획이다.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길 바란다.

당장 영어 공부를 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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