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 홍종원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 구매버튼

한겨레 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로서 처음으로 선택한 도서이다.

돌봄이 뭐길래 당장 코앞에 재난이라고는 하는데 어떤 상태인데? 싶어서 골라본 책이다.

- 만듦새

책이 담고 있는 수많은 관념과 질문에 비해 겉모습은 두껍지도 않고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뛰어들고 아차싶었지만 하차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 감상

스무 살 때 쓰러진 아버지를 10여 년간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아빠의 아빠가 됐다』 『새파란 돌봄』 등을 쓴 ‘영 케어러’ 조기현, 국내 최초의 방문진료 전문병원 ‘건강의집 의원’ 원장이자 『처방전 없음』의 저자 홍종원, 그리고 편집자님의 대담을 인터뷰식으로 담은 책이다.

읽다보면 돌봄에 대한 문제를 어쩜 이렇게까지 깨끗하게 몰랐을까 싶어서 신기한 마음까지 든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에서 평이하게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 낯선 것이 많았다.

특히나 ‘영 케어러’에 대한 이야기들은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나도 몰랐던 내 편견 속에서 간병은 중년 여성이 남편 또는 가족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시작하자마자 청년 또는 청소년 간병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를 늦게 낳고, 가족의 수가 적어졌으니 당연히 간병을 해야할 사람들도 적어지고 어려진다.

또 이 책에서 계속 지적하고 있는 가족 돌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돈이 많은 가족이 치료비를 대고 가장 어리거나 벌이가 안 좋은 사람이 간병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간병은 그렇게 청년층과 청소년에게 내려온다.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문제라는 인식도 없이 간호인을 갉아먹는다.

이들은 당연히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돈을 벌기도 어렵고 사회적으로 바라는 정상의 궤도에 오르지 못한다. ‘정상의 궤도’라는 차별도 생각해야 할 문제지만 당장 영 케어러의 인생에서 정상의 궤도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가 운 좋게 피해간 ‘돌봄’은 누군가를 재난처럼 휩쓸게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돌봄의 가치’였다. 내가 막연하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돌봄은 아직도 환상에 쌓여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나같은 사람이 문제였다. 돌봄은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고 헌신하게 되면 삶이 기울어지는 노동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가족으로 커버할 수 없을 만큼 늘 것이다. 하지만 간병인 또는 간호사,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가지고 싶은 직업이라기 보다는 보람으로 채워지는 일로 보인다.

대부분의 간호를 집에서 가장 어리거나 돈벌이가 시원찮은 사람들이 무료로 가족 내에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의 가치는 은연 중 낮아진다. 간병인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것을 보면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돌봄이 전문화되고 번듯한 직업이 되어야 나와 같이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에 깊숙히 동감했다.

*

항상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반성하고 공부하지만 이 책이 특별했던 건 내 코앞에 일인데 몰랐기 때문이다. 분명 나도 돌봐야 할 사람이 생길 것이고 나이를 안 먹을 수 없으니 누군가가 돌봐주어야 할 것이다. 내가 누구와 가정을 꾸린다는 보장도 없고, 내가 아프고 죽을 때까지 그들이 내 옆에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내 코앞에 문제는 나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문제의식을 체화하게 되는 책은 흔치않다.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관계를돌봄이라부를때 #조기현작가 #홍종현작가 #돌봄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8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