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정보라 지음
래빗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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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자전적 SF 연작소설집이라길래 갸웃거렸던 것 같다.

정보라 작가는 공포로 익숙했던 작가이고 그 작가가 SF 연작소설집을 발표한 것도 의외였는데 자전적 SF라길래 자전..어떻게 SF가 자전적일수가 있지? 하고 바로 받아서 읽기 시작!

- 만듦새

겉보기에 신비롭고 참 이쁘다.

이 책의 첫 단편인 문어가 표지에 메인으로 등장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꿈결같은 느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 감상

정보라 작가는 천재가 아닐까?

사실 이 책의 감상을 적어야 하는데 걱정이 많았다.

이 책은 유머러스한 게 가장 큰 무기면서도 환경, 노동권, 동물권에 확실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판타지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했지만 마지막까지 읽으니 SF소설이 맞았다. 더 놀라운 건 정보라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꽤 많이 들어간 자전적 소설도 맞았다.

그러니까 기린이랑 유니콘, 오리너구리, 랫서팬더가 서울 한복판 아파트에서 자기들끼리 살림을 꾸린 느낌. 근데 나보다 더 관리비 잘 내는….

*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번 겸손해진다.

첫 번째는 “아 지구 혼자 쓰나?!” 하고 인상을 팍 쓰는 비인간의 존재가 계속 등장해서이고, 두 번째는 “사람은 사람끼리도 못살게구네” 를 절절히 잘 표현하고 있어서다.

*

주인공과 주인공의 남편은 열 받으면 참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화를 내는 곳이 많다.

자기들도 시간 강사라서 살기 팍팍한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편한 사람이 없고 이 꼬라지로 돌아가는 노동계도 마음에 안 들고, 티비만 틀면 전쟁으로 몇 명이 죽었다고 시끌시끌하는 것도 싫고, 그 와중에 바다며 땅이며 족족 더럽히는 것도 눈뜨고 못 본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 운동을 한다. 싸워서 뭐가 되나? 이렇게 오래 싸워서 농성이나 하느라 몸도 쑤시고 나아지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라고 자조하는 이 캐릭터들이 너무 좋았다.

열 받아서 참질 못하는 성질머리가 정말 부러웠다. 나도 주휴수당을 못받고, 휴가를 보장해주지 않아서 내 연차로 휴가를 가는 회사를 다녀보았으니까, 왜 뉴스만 틀면 몇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야 하는지 깊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주로 한숨으로 참았으니까.

그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계속 싸우면서도 지치기보다는 웃어넘긴다. 내가 싸우고 있는 것이 벽돌 한 조각을 쌓는 일임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주인공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이런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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