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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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난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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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따 샀다.

이 책을 집필한 신형철 평론가는 20살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 <느낌의 공동체>의 저자다. 그때 반해버렸다. 고등학교 때 뭉개진 감정을 정확하게 말하는 게 시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면 <느낌의 공동체>를 읽고 평론이라는 것은 작품의 감정과 의미를 정확하게 읽어주는 것이구나 느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몰락의 에티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었다. 고등학교 때 극작을 전공하면서 시를 배워서, 그래서 그의 책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나에게는 쉬지 않아야 할 창작가가 몇 있는데 정세랑 소설가, 신형철 평론가, 김은희 극본가, 박재범 극본가, 강풀 만화가다. 미안한 말이지만 무리해주시면 좋겠다.

● 만듦새

말 그대로 냅따 샀기 때문에 양장인 줄도 몰랐다. 양장의 가름끈, 띠지까지 이 책을 오래 보관하고 싶지 않나요? 하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만듦새였다. 표지가 생각보다 눈에 덜 띄었다. 이전 책들은 사진에 가까운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이 책에서는 박서보 작가의 그림이 사용되었다. <인생의 역사>라는 묵직한 제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 내용

이 책의 소개에 “시를 함께 읽고자 함이나 그 독법을 가르치는 글은 아니다.”라고 확실히 말해두었지만 난 또 배운다. 단순히 시를 해석하는 기술보다는 이렇게도 읽을 수 있다, 독자의 역량에 따라 이렇게까지 풀어헤칠 수 있다고 모든 글이 외친다.

각기 다른 시에서 뽑아올린 글들인 만큼 한번에 정리할 순 없지만, 작가의 한결같은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누군가는 신형철 평론가를 보며 너무 따뜻하게만 평가하는 평론가라고 말한다. 소위 냉철한 맛이 없다는 것으로 일축되곤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의 글에서 묻어나는 윤리적 시선과 온정이 무척 날카롭다고 느낀다.

이 책은 나누고 싶지만 추천하기는 어렵다. 무려 ‘평론가’가 쓴 책인데 ‘시’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어 마치 이중결계를 친 것 같다. 또 정확한 만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 주위 사람들과 설레는 오타쿠같이 이야기할 순 없겠지. 그래도 반대로 생각해보면 외로운 시덕후들에게 신형철 평론가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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