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키 출판사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봤던 책. 슥- 보기에 이쁘고 힙한 표지에 눈길이 갔는데 <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라는 군더더기 없는 제목 때문에 꼭 읽어야겠다. 다짐했더랬다.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것은 이후에 알게 된 것이고 책 1권이 온전히 섭식장애에 대한 이야기인데 퀄리티까지 기대할 수 있다니! 더욱 설렜다. 표지가 무척 이쁘다. 온갖 음식 사이에서 춤을 추는 여자들. 놀고 있다는 말보다는 놀아난다는 말이 어울리는 게 슬프다. 설탕 범벅, 기름 범벅 사이에서 얼굴도 안 보여주고 춤을 추는 여자들은 이 책을 읽고나면 좀 배가 아픈가 싶기도 하고 휘날리는 게 설탕인지 눈인지 이 여자들 눈물인지 푸라푸치노 거품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화려하고 조금은 맥아리 없는 그런 모습띠지가 있다. 요즘은 종이 값이 올라서 띠지에도 약간 손이 떨린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라는 어필과 김겨울님이 쓴 절묘한 추천사는 띠지를 선택할만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에 유독 관심을 가졌던 건 내가 섭식장애를 잘 몰라서였다. 알아봤자 먹토, 거식증 같은 납작한 단어로 예상해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섭식장애는 머리 속에 들러붙은 오래된 껌딱지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머리를 덮어버리냐 마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서글펐다. 밥을 먹고 죄책감을 가지는 것, 밥을 먹고 살이 찔까봐 불안해서 다이어트 약을 먹는 것. 이런 것들이 쌓여서 죄책감이 되고 수치심이 되고 섭식장애가 된다. 물론 항상 그렇듯이 이 과정에서 스스로 결핍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쉽게 가속도가 붙는다. 이 책의 저자는 특히 여러 가지 사유들이 묶여서 드러난 것 같지만, 살이나 외모에 대해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와 사람들 머리에 들러붙은 껌딱지는 언제쯤이나 작아질는지. 저자의 심정이 자꾸만 공감될수록 같이 괴로웠다.한편으로는 저자는 얼마나 강하고 바른 사람인지 감탄하며 읽었다. 저자는 어릴 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끝없이 바로 세우려고 다짐하는데 그것에 솔직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공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에서 지인에게 받은 상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인에게 받은 위로를 또 말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섭식장애를 가지고 있고 술에 힘을 빌려 음식을 그나마 먹는다는 것, 자신의 직업이 상담사이면서도 상담 경험에서 자신이 충분히 상담사를 믿지 못했던 일. 모두 읽으면서 놀랐던 구절이었다.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는 것은 약간에 각색도 있겠지만 자신을 마주하고 수용한 저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섭식장애 그 자체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에세이 중에서도 가장 솔직한 측의 이야기들을 읽은 것 같았다. 정말 제목 그대로 ‘날것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