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이 있어 문학동네 시인선 109
박상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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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시인의 전작 ‘숙녀의 기분’을 너무 잘 읽어서 이 시인의 시집은 모두 읽는다. “박상수 시인? 못 참지” 하면서 구매했지만 2018년도 작인데 지금 읽었다. 역시 되는대로 사는 편인가 보다.


만듦새


문학동네 시인선은 무조건 수류산방! 이제 수류산방하면 괜히 나혼자 친밀한 느낌이 든다. 밝고 예쁜 노랑색 배경에 마젠타에 가까운 제목이 이쁘다.

문학동네 시인선은 색감이 더 부각되는데 진짜 하이라이트는 뒷표지라고 생각한다. 뒷표지에 있는 오브제들을 참 좋아한다.


내용


“아... 이 돌아버린 시집...”


박상수 시인의 전작 ‘숙녀의 기분’도 참 좋았는데. ‘오늘 같이 있어’는 더 지독했다. 지옥에서 올라온 ‘숙녀의 기분 2’ 느낌이다.


‘숙녀의 기분’이 화자가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었다면 ‘오늘 같이 있어’는 그들이 커서 직장인이 된 듯한 느낌. 그리고 우연치 않게 대학생 때 ‘숙녀의 기분’을 읽었고 지금 직장인이 되어 ‘오늘 같이 있어’를 읽었다.


‘숙녀의 기분’은 단순히 혼란스럽고 머리털을 다 쥐어뜯고 싶은 기분을 ‘들킨’ 느낌이었는데 ‘오늘 같이 있어’는 무언가 ‘적발’ 당한 기분이 든다. 박상수 시인은 자잘한 감정과 미묘하게 눈치 보게 되는 사람의 심정을 참 잘 녹여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직장으로 옮겨지니까 너무... 타격감이 있다.


그러니까 신입사원인 여자들을 광역적으로 저격한다.


궁금하기도 하다. 박상수 시인은 남자분인데 어떻게 미칠 것 같은 여자들을 그렇게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지만 내가 대학을 조금 더 빨리 들어갔다면 박상수 시인님에게 시 강의를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점은 참으로 아쉽다. (하지만 나는 이혜미 시인님에게 배웠으니 덜 슬프기로 한다.)


이 시에서 나오는 상황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부장님이 노래방에서 자꾸 손을 잡고 블루스를 추려고 해서 싫다고 했다가 모두에게 눈총을 받는 일, 여우 같은 남자 후배에서 한참 윗선 욕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후회하는 일. 모두 흔하지만 얄미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구구절절한 문장이었다. 읽다 보면 정말 돌아버리는 화자와 한마음이 되어 괴로워진다. 이 무슨 잔인한 하이퍼리얼리즘.


이건 시인께 실례일 수 있지만 중간중간 관념적인 시가 나오는데. 그것마저도 좀 회사생활에 돌아버린 나 같아서. 웃겨ㅋㅋㅋ안웃겨.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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