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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밀크
데버라 리비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인 모를 병으로 다리마비 증상을 겪는 어머니 ‘로즈’와 간호하기 위해 일상을 포기 한 딸‘소피아’의 이야기
우리는 우리의 시선이 강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지 않는 척을 하는 거야.
이혼을 하며 상실감을 느끼고 혼자 딸을 키운 엄마, 30살 어린 여자와 재혼을 하여 새 가정을 꾸린, 그리고 나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는 아빠. 그리고 학업을 포기하고 엄마의 간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딸.
왜 로즈가 다리마비 증상을 겪는 건지, 왜 절단을 요구하며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인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읽는 내내 궁금했다.
나 역시 누군가의 딸이기도 하고 제일 가깝다고 여긴 등장인물이 소피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소피아의 관점에서 이해하며 읽었다. 로즈가 진짜 원하는 답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다.
나도 소피아였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고 똑같이 괴로워했으리.
엄청난 회피형인 나는 더욱 긴 시간동안 앓았겠지.
평론가들은 탁월한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책이라 극찬을 하였으나 난 내공이 부족한 탓에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다 읽고 나서 아아 메두사. 이럴 뿐
묶인 강아지를 걱정하고 풀어주던 소피아는 강아지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강아지와 같은 미래를 상상해봤다.
스페인 해변에서 벌어지는 잉그리트와의 이야기도 좋았는데 내용을 환시기킬뿐 아니라 소피아의 여러 모습을 살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엄청난 갈등을 겪는 모녀지만 둘 사이는 미적지근하다. 소리 지르며 폭발하는 장면이 없다. 괴로워하며 묵묵히 서로의 곁을 지킬 뿐이다.
괴롭지만 서로를 놓을 수 없는 모녀. 사랑과 증오로 똘똘 뭉친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물을 떠주는 장면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책을 다 읽고도 자리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었고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소피아 행복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