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
달리아 나미앙 지음, 조민영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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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 - 달리아 나미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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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당한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감각을 되찾자고 제안한다. 특권의 부당함을 보고도 분노할 줄 모르는 사회는 결국 그 특권에 굴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9p

나는 꽤 오래전부터 책을 줄곧 읽어왔다. 어떤 계기가 있어 급작스레 독자의 삶으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 쭉 이어온 일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그때에 더 많은 책을 읽었던 것도 같다. 그럼에도 책이 나의 삶을 어느 궤도로 올려 주었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 이제야 비로소 나의 삶이 책과 함께 연결되고 지속되고 그리고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꽤 명징하게 받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읽어내지도 못했을 것이며, 설령 읽었다 해도 저자가 이야기 하는 ‘부당함’과 ‘분노’를 온전히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나에게 가볍지 않았다는 걸 먼저 이야기 하고 싶다.

책은, 예상하는 것이 맞다. 그냥 리치가 아닌 슈퍼 리치들이 날로 많아지고 그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의 부조리는 허울 좋은 발전과 변혁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어떻게 부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그 먹이 사슬 속에서 불가피하게 생사를 오가는 세계 무수한 빈자들과 약자들을 조명한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콩고는 부호들의 탈약이 사악한 지도자와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둔갑되어 극빈국으로 전락했다. 지금도 여전히 무수한 콩고민들이 고무 재배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두 손목이 잘려나간다. 멸종위기 동물만을 요리해 상위 1%들만 즐기는 파티가 있으며, 일론 머스크는 우주인들이 전기차를 타는 상상을 하며 실제 전기차 한 대를 우주 상공으로 날려 보냈다고 한다. 두바이의 초호화 고층 센터들은 자본주의의 가장 추악한 민낯을 화려함 속에 감춘 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2050년 까지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인간의 생존이 불투명할지도 모를 아랍에미리트의 1인 탄소발자국은 세계 최고를 앞다툰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기후변화로 인한 불편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네팔에서의 곡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는 듯해 뉴스 화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흔한 자연재해로 이해하고 쯧쯧 혀를 차기에는 먼나라의 일 같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알지만 책을 읽으며 그럼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나는 지극히 건강한 방식으로 분노하고 지켜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계사를 경제와 부, 자본주의 시선으로 뚫고, 파헤친 저자의 건강한 분노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감사한 책이다. 추천한다.

#책사이애101 #슈퍼리치가세상을구한다는헛소리그런데우리는왜그들을숭배하는가 #달리아나미앙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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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확장판) - 유발 하라리부터 대니얼 카너먼까지 세계 지성 148인과의 가장 지적인 대화
비카스 샤 지음, 임경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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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 비카스 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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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저널리스트도 아니고 전문 작가도 아니다. 다만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15p

본업은 기업가라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의 이력이 독특했다. 음, 솔직히 말하면 이런 종류의 책(?)은 어떤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쓰는 것인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프롤로그의 내용을 통해 저자가 책을 만들게 된 배경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생각 경제학’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남다른 진정성으로 굴지의 명사들을 순차적으로 섭외하고, 인터뷰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공공에게 생각의 관점을 공유하면서 책 속 내용처럼 무궁한 ‘생각’들을 쌓을 수 있었다.

‘흥미롭고 교육적인 재능 기부 모음집’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책은 ‘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 정신, 차별, 갈등, 민주주의’까지 굵직한 사회적 통념들을 다루면서 실제 주제와 관련해 그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지식인들의 코멘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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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과 가족,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잘 살아낸 인생이다.” 45p
√ 그렇기에 작가들도 세계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고대 로마의 극작가 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페르는 “나는 인간이다. 그렇기에 인간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나와 무관하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95p
√ 저는 “실패했다”라고 말하는 대신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96p
√ 기업가가 되겠다면 먼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무언가를 창조하겠다는 열망을 품으세요. 285p
√ 인종 간의 차이가 있다는 발상은 항상 상대를 착취하려는 자들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인종 차별이란 개념은 없다. 인종 차별 행위가 있을 뿐이다.” 3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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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파트별로 의미 있게 본 문구들을 옮겼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나에 대한 정체성 탐구와 미래사회에 일어날 일들에 관한 입장, 기업이 현대사회에 기여하고 또 쟁취해야 하는 것들의 전방위적 마인드십과 여전히 만연한 인종 간 차별, 혐오와 다시 시작된 국가 간 유형 갈등 등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influential_book
#책사이애100 #생각을바꾸는생각들 #비카스샤 #지성인의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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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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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함 - 탁민 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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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정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접근이 있다. 하나는 그 자체를 정의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것의 반대편을 정의하는 것이다. 403p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이라는 부제에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창업이니, 마케팅이니 성공이니 하는 단어들은 당장의 나에게 필요한 용어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언가(어딘가, 언제인가) ‘이끌어’ 나가는 입장이라면 ‘리더’라는 단어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끌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오래전 어느 독서모임에서 ‘자기 경영’이라는 키워드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나라는 기업을 스스로 경영한다는 주제였다. 기억하기로 그 모임에서 처음으로 ‘책벗뜰’이라는 공간을 구상했고(실제 이름도 그날 정했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생의 주기를 대대적으로 구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도움이 되었다.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고방식이었고, ‘경영’이라는 것이 꼭 이윤을 목적으로 한 비즈니스가 아니어도 어디서나 필요한 마인드라는 걸 어렴풋하게 배울 수 있었다. 이 책 ‘명료함’ 또한 기업의 오너나 프로젝트의 리더가 아니라 해도 지금 나의 삶에서 명료해져야 하는 것들을 간추려 낼 수 있어 도움 되었다.

열역학의 제2법칙, 엔트로피의 증가 법칙은 ‘에너지가 있는 모든 물질은 자연 상태에서 무질서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원리다. (57p) 말 그대로 우주의 질서가 무질서, 즉 혼란스러운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 해서 누군가 혹은 무언가 ‘개입’하지 않으면 질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때 필요한 건 바로 ‘기준’, 그 기준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리더라 해서 소규모의 그룹을 실제 운영하기도 하고, 또 패널로 자잘한 모임 여럿에 몸을 담고 있다. 리더의 색채에 따라 모임의 결이나 온도가 묘하게 다르고, 리더보다는 패널 한두 사람의 에너지가 좋아 꾸준히 참여하게 되는 모임도 있다. 그때, 리더의 자질 또는 역량은 비단 ‘저스트 느낌’으로만 판가름되지는 않는다. 리더가 가진 가치와 추구하는 방향이 정확하게 드러날 때 패널로서의 참여 의지 또한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다.

정확한 가치와 구체적 지향성을 수시로 언급하며 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할 목적에 더욱더 명료한 기준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내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공유 공간, 지역 사랑방으로서의 자리매김에 책벗뜰이 실패한 요인이 무엇인지, 좀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리더인 나조차 책벗뜰의 정체성이 모호했고, 단순한 온정에 기대어 큰 노력 없이도 알아서 나아갈 거라 무지하고 또 안일했다. 이유를 톺자면 한 둘이 아니겠지만 명징한 이유는 바로 나의 안일함이었다.

책벗뜰을 정의하려면 여전히 머뭇거려지지만 ‘그것의 반대’를 정의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것의 반대, 즉 책벗뜰은 ‘나 혼자 즐겁자고 만든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함으로써 원래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질서가 사라지고, 어질러진 공간의 한 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한동안 방황했다. (아니,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이제야 뒤늦게 우주의 섭리를 거슬러 나의 애정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해 누구보다 나 스스로에게 둘도 없을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어가 보기로 마음먹어본다.

#책사이애98 #명료함 #탁민오 #리더십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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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 친환경 생활의 역설
마이클 마니아티스 지음, 김지혜 옮김 / 황소걸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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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 마이클 마니아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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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중요하게 생각은 하지만 실제적으로 감각하는 일은 어려웠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잦았다.

유명한 에세이스트가 쓴 칼럼에서 1명의 완벽한 친환경주의자보다 99명의 느슨한 친환경주의자가 지구에 더 이롭다는 의견에 설득되었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느슨하고 또 지속적으로 ‘염두’한다면 그게 어디냐, 자위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오며 스스로 진일보하기는 했다. 올해 4월 지구의 날을 맞아 참여하고 있는 소모임에서 미션 챌린지를 진행했다. 일주일 간 텀블러, 장바구니, 채식 등 친환경 활동을 인증하면 준비된 선물을 증정하는 챌린지였다. 같은 방식으로 내가 꾸려가는 모임에서도 진행한 바 있지만 새삼 그런 1회성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나의 친환경 활동이 조금은 다른 경로로 들어섰구나.

그렇다고 해서 이렇다 할 활동, 그러니까 책에서 이야기하는 에코 로컬리즘(공동체 활동)에 소속된다거나 급진적으로 반향을 넓힌 건 아니다. 다만, 그런 단순한 활동보다 더욱더 유의미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된 것이다.

책이 말하는 ‘진짜 대안’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면 ‘이게 친환경 활동이라고?’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연한 자각 후 만난 ‘7가지 대안’은 지난 4월 내가 느낀 회의감의 실체를 비로소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전개되고 홍보되는 다단한 활동은 사실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구조적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속성을 굳이 가져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애꿎은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죄책감만 부여하고 가치를 느끼거나 다가서는 것에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특히 책의 내용에서 머리에 종소리가 딸랑딸랑 울린 장면은 보다 실효적인 활동으로 빈자에게 하는 기부활동과 소득을 줄이는 방법이다. 배부른 자가 빅맥을 하나 더 소비하는 것보다 기본 생활에 필요한 소비가 환경 발자국을 덜 남긴다는 설득이 묘하게 와닿았다. 소득을 줄이는 방법 또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 결국 불필요한 소비와 과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친환경 운동의 실효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

전 국민이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을 독립을 일궈냈다. 지구의 모든 사람이 환경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이고도 분명한, 그리고 보다 더 긍정적인 공동체 활동을 지향함으로 지금의 이 문제들을 보다 더 의미 있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발짝 떨어져 ‘그래도 난 텀블러 쓰고 있어!’로 자위하며 눈치 보는 것보다 스스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조금 더 진지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당장 활동 단체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기후와 관련된 법제들을 찾아보고, 기부 또는 봉사 활동을 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실천하고 있는 활동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진행해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책사이애97 #분리수거는진심인데왜지구는뜨거워질까 #친환경생활 #마이클마니아티스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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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 기원석 산문
기원석 지음 / 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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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 기원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시를 쓰던 시인이 교정 공무원(교도관)이 되었다. 수형자들을 상담하며 경계 너머의 우리들에게 나눌 이야기를 정갈하게 써 펴낸 책이다. 작가가 가진 세 가지의 이력이 한데 얽히니 그 속에 들어앉은 이야기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그저 그런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아, 나에게만 그런 것일 수 있겠다.

단순하게는 작가의 이력이 흥미로워 페이지를 넘기다가 금세 책 속 단어들이 나에게로 다가와 말을 건다. 그렇게 책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destroy’를 ‘destory’로 여러 번 잘못 쓰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던 작가의 노트가 내 앞에도 펼쳐져 있다. 파괴된 그 마음들이 사실은 나의 또 다른 서사에 대한 시작은 아니었을까?

수형자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의 일화는 특별할 게 없지만 그들의 삶에서 일어난 보아 넘겨지지 않는 거대한 비극들을 (여기서의 비극은 가해자, 피해자로 굳이 나누고 싶지는 않다) 문학과 삶의 진정성에 골몰하는 시인의 입장에서 전달해주는 메시지들은 쉼 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실 책의 뒷부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온정적 시선과 지은 죄를 전부가 아닌 일부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내용들은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물론, 상담사라는 직업적 소양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허나, 피해자가 이 글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는 마음도 사실이다.)

내 안에도 존재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계속해서 힘겨루기를 한다. 싫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계속해서 더 싫은 이유를 찾을 때의 나는 치사하기 그지없는 가해자이고, 그렇게 해서 받은 상처와 울분은 이내 나를 피해자로 바꿔버린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좋은 의지로부터 발현된다는 저자의 문장을 읽으며 끝내 내쳤던 그것들을 다시 톺아보지만 제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 해도 행동에 옳고 그름을 앞에서 다시금 그때의 고통에 날을 세운다. 그러나 결국은 모든 이면을 발견하는 일이 대상과 세상이 아닌 바로 나를 위한 일임에 두 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깊이 들여다보고 잘 알게 되면 착하다. 137p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자각과 함께, 내가 짓는 표정 뒤에 버젓이 자리한, 폭력적이고 나태하고 무심한 면모들을 떠올린다. 적당히 방어하고 무관심했다. 교류 속에서도 끝내 나를 지켜내기 위해 그 지지부진한 논리를 잔뜩 이고 지며 내 뱉었던 무수한 독백들,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상대에 대한 몰이해와 끝내 청소되지 않은 스스로의 연민들에 갇혀 아무렇게나 종결시켜버린 지난 이야기들. (책 속 문장을 가져와 표현한 문구들이다.)

나의 결핍과 한계를 곱씹으며 다시금 파괴되지 않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세상에 없는 단어를 착각하며 여러 번 다시 쓰는 마음처럼, 설령 없을 일이라 해도 무심히 다시 써보는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 첫 문장을 떠올려본다.

‘마흔 일곱이 되던 해, 나는 내 삶에게 수용되었다.’ 로 시작하는 나의 이야기를.
(책의 첫 문장 ‘서른이 되던 해, 나는 내 삶에게 기소起訴되었다.’를 착안했다.)

#책사이애93 #사람은변하지않는다는거짓말 #기원석산문 #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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