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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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이야기 - F. 스콧 피츠제럴드

연작 단편집이라는 색다른 구성이 돋보인 작품집이다. 첫 작품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소설들을 읽어내려면 ’재즈 시대‘라는 1920년대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볼 필요가 있다. 고전을 자주 접한 적이 없는 난 오래된 작품 속 배경에 무지한 경우가 많다. 무지한 채로 읽다 보면 두꺼운 책 같은 경우는 금세 지치지만 어느 정도 배경조사를 하고 시작하면 완전하진 않지만 중심을 잡고 읽어낼 수 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유명한 작품 <위대한 개츠비>의 청소년 버전처럼 느껴진 <바질 이야기>는 ’광란의 20년대‘라 표현되는 1920년 전후, 재즈를 중심으로 펼쳐진 문화적 번성과 경제적 호황기 속에서 십 대 아이들 삶의 면면을 솔직하고도 강렬하게 꺼내놓았다.

인상적인 건 어른과의 세계에서 금을 그어놓고 마치 그들을 유린하는 것처럼, 따돌리는 것처럼 세계 속에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십 대 초중반의 남녀 아이들임에도 그들의 나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성과 참이 밀려난 관계와 위치에서 어른의 삶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아이들이 보일 뿐, 그런 아이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청소년‘의 모습은 아닌듯했다.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화려한 반면 거칠고 막가는 느낌 또한 일정한 비율로 존재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반항심이나 치기들을 포인트로 잡고 읽으니 꽤 흥미로웠다.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거친 아이들, 욕망과 당장의 욕구만 있어 보였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작가의 삶을 대입해 보니 어느 정도 납득되기도 했다. 출세욕과 중산층의 화려한 삶을 동경했다는 저자의 솔직한 면면들이 여러 아이들의 모습에서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 또한 마지막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고 작품을 만나면 훨씬 더 깊이 있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빛소굴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지원받은 책이다. 표지가 돋보여 책을 펼쳐 놓은 많은 찰나들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읽어내기가 조금 버거웠던 책이긴 하지만 적어도 저자의 글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앞세워지고 있는 이유가 분명한 소설들이었다. 역시, 고전은 ’시대‘를 자기만의 식으로 담아내야만 하는 것인가. 덕분에 ’광란의 20년대‘까지 함께 알아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다음 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닉 애덤스 이야기>이다. 기대된다.

@bitso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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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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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차가운 책을 택배 봉투에서 꺼내 들자마자 여러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무심히 펼친 페이지에서 발견한 단어는 ‘기적’이었다. 나는 ‘기적’이라는 단어에 왜 꽤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기적,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단순히 걷지 못하는 사람이 걷거나, 수 십억의 복권에 당첨된다 해서 기적을 이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적은, 좀 더 이로워야 한다. 적어도 나에게만은.

남편은 만난 일은 기적이 아니다. 남편이 나에게 주는 사랑이 기적이다. 그 사랑이 딱히 특별할 건 없다.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애정의 표현이나 심신의 안정, 물질적 풍요나 안전한 미래에 대한 믿음 따위가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떠한 자리에서도 나에게로 전해져오는 그 사람이 가진 애정이다. 그것은 어떤 말투나 눈빛, 행위가 아니다. 에너지,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전해온다.

이 책 <삶은 작은 것들로>를 읽는 내내 남편이 떠올랐다. 책의 한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to. 종은’이라고 쓰고 메시를 보냈다. 그 페이지 속 문장 하나하나가 온전한 나의 마음이었고, 마지막 구절에서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커다란 힘입니다’

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진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이 사실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었고, 마땅한 생이지만 살아야 할 이유를 매 순간 찾아 헤매는 일이었다. 부모에게서도 받을 수 없었던 순수한 애정과 관심을 그 사람에게서 받았다. 부러 가져다 안겨 주는 것도 아니었고, 주고 있다 생색내지도 않았다. 그저 열린 문틈으로 보이지 않는 봄바람이 방안으로 들이차듯 살랑거리며 내 주위를 감싸는 애정이었다.

그런 애정을 받게 된 나는 이전의 모든 불행과 앞으로 다가올 알 수 없는 불안한 미래도 전연 두렵지 않은 무엇으로 바뀌었다. 아, 이거면 되는 거였구나. 정말 중요한 건 돈도, 직업도, 안정된 노후도, 편안한 의식주도 아닌 순수하고도 진실한 한 사람의 사랑이구나. 책을 통해 그것을 한 번 더, 제대로 확인하는 일은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삶들을 돌아보았을 때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의미 있었던 것들은 무엇인지, 그것은 행복이나, 기적, 감사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며 늘 보고 있다 생각하는 자연의 한 조각에서도 생과 사를 보다 더 애정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명징하게 느껴보길 바란다. 추천한다.

@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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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선명해진다 - 내 안의 답을 찾아 종이 위로 꺼내는 탐험하는 글쓰기의 힘
앨리슨 존스 지음, 진정성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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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분, 스스로를 흰종이 앞에 놓아두는 일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듯. 내면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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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북클럽 - 우리 둘이 주고받은 마음의 기록
변혜진.연재인 지음 / 도토리책공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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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북클럽 - 변혜진(도토리책공방)

많은 말이 앞다투어 튀어나온다. 책, 아이, 육아, 독서, 독모… 내 삶에서도 이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아 그 모두를 합쳐 놓은 <단둘이 북클럽> 같은 책을 만나면 나도 한마디 거들고 싶어진다.

지난날 속 아이와 나, 책과 이야기가 한데 뭉쳐져 눈덩이처럼 날아든다. 뭉칠 때는 몰랐는데, 녹아 없어질 그 얼음가루를 뜨거운 손으로 꼭꼭 주물러 뭉칠 땐 몰랐는데 어느새 단단해진 눈공들이 합쳐져 어엿한 눈사람이 되듯 아이와 나의 지난 독서와 책, 이야기와 소통이 어엿하고도 거대한 무언가가 된듯하다.

제목만으로도 예상이 되는 책이다. 딸아이와 함께 고전 읽기.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편지를 주고받으며 책을 이야기하고 책 속에서 함께 숨 쉰다. 고전이라 해서 무작정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생각해 보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읽은 적이 없는 무수한 고전을 이 기회에 아이와 새롭게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완역본이 아니면 어떻고, 그림책이면 또 어떤가. 하나의 허들을 글밥과 어휘의 수준으로만 나누지 않기를 바란다. 단, 읽어 내기 위한 자잘한 장치들에 정성과 성의를 갈아 넣기. 이처럼 완벽해 보이는 플랜 앞에 현재 아이와의 독서생활이 미비하거나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독자들에게 더 유의미하고도 감동적이게 읽힐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나 좋았던 건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편지로 소통하는 모녀의 책 이야기는 한편의 멋진 독후감이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주고받는 말속에서 서로를 향한 진한 애정과 믿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진하게 드러났다. 그거 어떻게 생각해? 너라면 어떻게 할래? 와 같이 납작한 질문을 툭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나의 일인 것처럼, 우리의 일인 것처럼 진지하고도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지점들이 무척 따뜻하고 감동적이게 다가왔다.

이제 막 열 살이 된 나의 아이와의 책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으로는 책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인물과 역사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작품 속 배경을 이야기하고, 저자의 국가나 시대적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그것대로 또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되는 셈이니 저자가 고전을 선택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언제고 나에게도 아이와의 책 생활을 이야기할 날이 온다면 그땐 나도 꼭 이야기하고 싶다. 그 모든 시간들이 단순히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음을. 책이라는 매개로 아이와 끊임없이 이어지던 그 끈이 결국 우리 사이를 더더욱 공고히 해주었다는 사실을. 열 살의 아이는 지금도 나의 옆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 모든 시간이 축복이고 사랑임에 다시 한번 감사를!

@dotorybook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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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 차원이 다른 삶은 AI로 설계된다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5
이경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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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 이경전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후 1분에 백수십여 권이 팔려나갈 정도로 그녀의 저서들은 날개를 달았다. 수순처럼 문화계와 출판계, 도서관과 책 수업들에 한강 작가님의 작품이 선택되었고 나 또한 1달에 4번 한강 작가의 작품으로 독서모임을 기획했다.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책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검색하는데 우연히 마주한 어떤 이의 발제문에 고개가 갸웃거렸다.

한참을 읽었다. 읽는 동안은 꽤 잘 만들어진 질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스크롤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던져지는 질문에 희미하게나마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용으로만 보자면 책 내용의 여러 지점들을 유려한 단어로 적중한 질문이었지만 뭐랄까, 그 질문들 속에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수년간 독서모임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나에게 쌓인 독서모임의 방향은 질문과 답, 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유에는 꼭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발제문에서는 사람이 없었고 온통 ’관념‘뿐이었다. 번드르르하게 해석해 그럴싸하게 대답하면 꽤 진지한 토론의 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글쎄다. 내가 그 발제문에서 느껴진 감정은 ’노잼‘이었다.

그렇다. 그 발제문은 챗 GPT가 만들어 낸 발문들이었다.

사실 그 발제문을 다 읽고 난 후 첫 느낌은 ’만고 쓸데없는‘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생각을 바꿨다. 이 발문을 나의 독서모임에 활용할 순 없겠지만 회원들과 이 질문에 대한 의견을 나눠볼 수는 있겠지. 나와의 ’비교‘가 아니라 ’차이점‘을 생각해 보고 ’외면‘ 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챗 GPT가 만든 발문이라 만고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나의 차이점을 유념해 보고 완충하고 활용하는 것도 어찌 보면 앞으로 맞이할 미래 사회에서 나의 ’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AI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활용 가능한 AI와 현재 우리 삶에서 그것을 어떤 시선과 마인드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하여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운이 좋게도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함께 읽고 있어도 책의 중첩되는 지점들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미래사회에 대한 해석이 두 저자가 달랐고, 누구의 말이 맞다 틀리다가 아닌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어 유쾌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아이들에게 AI를 이해시켜주는 방법이었다. 책에서 질문한다. AI란 무엇인가? ’단순히 ‘인간을 닮은 지능’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다. AI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만든 지능’으로 AI의 반대말은 영어로 ‘자연적인 지능’이다. 143‘ 인간의 아류나 또 다른 인간, 더 나은 인간이 절대로 아니라는 말이 되겠다. 그런 의미를 이해하고 AI를 의인화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저자는 ’AI에 대한 의인화를 줄이려면 AI 활용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며 AI가 코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해해야 한다. 학교에서 AI 제작 교육을 받는다면, AI는 그저 기계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140‘라고 이야기해준다.

최근 AI 교과서 도입에 대한 제도를 강구하기 위해 학부모들에게 설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낸 의견은 이런 것들이었다. ”AI 교과서 자체의 실효를 운운하기에 앞서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 제도가 왜 필요하며, 이 교과서를 이용해 공부하게 되었을 때 장단점을 분명히 인지시켜 주어야 한다. 또 AI 교과서뿐 아니라 다양한 층위에서 마주하게 될 AI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마냥 세상이 바뀌니 거기에 맞춰, 가 아니라 바뀌어가는 상황이나 현상들을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가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추천한다.

@jiinpil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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