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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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차가운 책을 택배 봉투에서 꺼내 들자마자 여러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무심히 펼친 페이지에서 발견한 단어는 ‘기적’이었다. 나는 ‘기적’이라는 단어에 왜 꽤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기적,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단순히 걷지 못하는 사람이 걷거나, 수 십억의 복권에 당첨된다 해서 기적을 이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적은, 좀 더 이로워야 한다. 적어도 나에게만은.

남편은 만난 일은 기적이 아니다. 남편이 나에게 주는 사랑이 기적이다. 그 사랑이 딱히 특별할 건 없다.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애정의 표현이나 심신의 안정, 물질적 풍요나 안전한 미래에 대한 믿음 따위가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떠한 자리에서도 나에게로 전해져오는 그 사람이 가진 애정이다. 그것은 어떤 말투나 눈빛, 행위가 아니다. 에너지,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전해온다.

이 책 <삶은 작은 것들로>를 읽는 내내 남편이 떠올랐다. 책의 한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to. 종은’이라고 쓰고 메시를 보냈다. 그 페이지 속 문장 하나하나가 온전한 나의 마음이었고, 마지막 구절에서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커다란 힘입니다’

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진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이 사실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었고, 마땅한 생이지만 살아야 할 이유를 매 순간 찾아 헤매는 일이었다. 부모에게서도 받을 수 없었던 순수한 애정과 관심을 그 사람에게서 받았다. 부러 가져다 안겨 주는 것도 아니었고, 주고 있다 생색내지도 않았다. 그저 열린 문틈으로 보이지 않는 봄바람이 방안으로 들이차듯 살랑거리며 내 주위를 감싸는 애정이었다.

그런 애정을 받게 된 나는 이전의 모든 불행과 앞으로 다가올 알 수 없는 불안한 미래도 전연 두렵지 않은 무엇으로 바뀌었다. 아, 이거면 되는 거였구나. 정말 중요한 건 돈도, 직업도, 안정된 노후도, 편안한 의식주도 아닌 순수하고도 진실한 한 사람의 사랑이구나. 책을 통해 그것을 한 번 더, 제대로 확인하는 일은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삶들을 돌아보았을 때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의미 있었던 것들은 무엇인지, 그것은 행복이나, 기적, 감사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며 늘 보고 있다 생각하는 자연의 한 조각에서도 생과 사를 보다 더 애정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명징하게 느껴보길 바란다. 추천한다.

@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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