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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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작은 독서모임 프리다 쉬베크

 

언제고 독모활동을 딱 60살까지만 하고 싶다 공표한 적이 있다. 정확하게 40살부터 시작한 독모를 더도, 덜도 말고 딱 20년만 건강하고도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기한을 정해두는 이유는 그것에 목적을 두고 지금의 이 활동들을 쉼 없는 노젖기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말은 다 못하지만 어떤 직업이나 늘 빛과 어둠이 존재하고 나 또한 온전한 욕구로 책을 읽는 것만은 아니기에 어느 지점, 그러니까 잔잔한 물길에도 회오리가 감겨 물살이 엉킬 때면 이 일에 대한 회의와 무력감이 곧잘 엄습한다. 그런 나에게 60살이라는 나이는 그런데도 휘감아 돌아나가는 물살을 다시 앞으로 밀고 나아가는 힘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나이였다.

 

그럼, 60살 이후에는?

 

어느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돌이켜 자신의 삶이 그저 잔잔하고 평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 몇 명이나 될까.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잃어보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다시 삶을 얻기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안고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했을 것이다. 또 뾰족이 험한 일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시간 속에서, 그 노선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과 감정을 겪었겠는가. 그런 모든 시간을 시나브로 보낸 후 그들에게 남은 건 과연 무엇일까나.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모나의 책이 있는 B&B’가 있다. 그곳에는 낡은 책들이 버려지지 않고 쌓여있고, 아무렇게나 쌓아둔 것 같은 책은 사실, 책을 책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작은 그리움들이었다. 각자의 풍파를 헤치고 다시 모인 그녀들 앞에는 수십 번을 읽었던 책 <오만과 편견>이 있고, 책모임이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어루만져준다. 이 책은 미스터리를 외피로 두르고 실종된 매리언(35년 전 사라진 여동생)을 찾아 나선 퍼트리샤의 이야기로, 시종일관 매리언의 그림자를 쫓게 만든다. 매리언이 사라진 지역에 도착한 퍼트리샤는 아담한 호텔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독서모임에 초대받는다. 그녀를 환대해 맞이한 그 곳의 여성들은 사라진 매리언을 찾을 수 있게 각자의 앎을 공유하고 끝내 구겨졌던 한 귀퉁이가 펴지자 읽어내지 못했던 한 장의 페이지가 활짝 펼쳐진다.

 

호텔 주인의 모나의 딸 에리카의 슬럼프, 별난 할머니가 되어 폐쇄적이고 성질 많은 에뷔와 그녀들 곁의 도리스, 마리안네까지. 등장인물들 각자가 특별한 사연들을 가지고 책들에 둘러싸인다. 하릴없이 책을 읽지만 하릴없이 독서모임을 하지는 않는다. 독서모임이 가진 원초적인 아늑함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려볼 수 있었다.

 

독모 중 그런 말을 했었다. 나이가 들어서 진짜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고. 그럼 지금 하는 건 가짜야? 싶겠지만 나에게 진짜 독모는 그런 것이다. 60살이 넘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진짜 독모를 하고 싶다. 그때는 찐 책벗을 가까이에 두고 그간에 읽은 책들로 다져진 달큰하고도 쫀쫀한 사유들을 각자의 접시에 올려놓고 그것들을 나눠 먹으며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함께 마주하고 싶다. 그렇게 온 하루를 서로의 접시를 비워내고 그것으로 각자의 배를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벌써 심장이 벌렁거린다. 남은 삶을 그렇게 진짜 책 이야기, 진짜 깊은 사유로 채워 사라져가는 삶의 영역들을 대신 하고 싶다. 그것이 세상의 끝에 다다른 내가 진정으로 삶을 사유하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도서지원 #힐링소설 #책추천 #열림원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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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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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하승민

파란 피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실제 피부가 파란색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파란색이라 해서 단박에 떠오르는 그런 파란색은 아니고, 거의 회색빛에 가까운 파란색으로 이해하면 된다. 책에서는 영화 <아바타>속 캐릭터들의 피부색을 이야기한다. )

이 소설이 단순하게 인종문제나 이주민들에 대한 애환을 다룬 이야기라 치부하면 자칫 가벼울 뻔 했다. 소설의 배경이 다채롭고 인물의 성격이나 구도가 생생하고 몰입감 높아 읽는 재미, 즉 가독성이 좋은것에 하마터면 별 생각없이 주르르 읽어’만‘내릴 뻔 했다.

한참의 리뷰를 거의 다 써갈 때쯤, 미지근한 온도로 김이 다 빠진 콜라를 한모금 마셨다.(사실 리뷰를 단순하게 이주민과 차별, 이방인과 정체성에 대해 쭉 써내렸다가 다 지웠다.) 그래서 나는 이 파란아이를 보며 어떤 생각들과 질문들을 해야 하나.

‘우리’는 과연 ‘우리’가 될 수 있는걸까?
과연, 우리가 정의하는 ‘우리’는 뭘까? 그 ‘우리‘가 실제하기는 한건가?

파란색 피부의 아이라서 배척하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괴롭힌 것이 아니다. 파란색 피부의 아이라서 수영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것이 아니다. 파란색 피부의 아이라서 광기에 사로잡힌 미친놈한테 죽임을 당한것이 아니다. 다 아니다. 모두 다 아니고 아니다.

여행 프로그램을 곧잘 본다. 티브이 속 여행자는 말한다. 해외 여행지에서 한국 사람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그저 한민족이라서, 동포라서 그렇다고. 그때는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인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진다. 그저, 한국인이라서 반갑고 좋은 것. 그런데, 그때의 한국인이란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한국인이어야 한다.

국적이 한국이고, 한국에서 초중고를 다 졸업했고, 한국어로 말을하고, 한국에서 일을 하고 살아가는데도 외모가 외국인(이라는 단어 말고 지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이면 그 반가움은 여전히 반가움일까? 한민족이라는 것이, 한국인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우리나라는 뭘 ’우리‘라고 표현하는 것인지 이 책을 통해 떠올려볼 수 있었다.

두서없는 글들 속에서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말은 정말로 달라서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다르다고 느끼는 것 중 실제 다른것이 이유라기보다는 말그대로 ’정치적’인 편협함이 숨어 있다. 인종과 차별이라는 단어가 붙음으로해서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아!하고 넘어가버리는 무수한 지점들이 책 속 구절처럼 농담같이 느껴진다.

@hanibook

#도서지원 #한겨레문학상수상작 #하승민 #멜라닌 #책추천 #책벗뜰 #책사애24102 #양산 #장편소설 #이주민 #차별 #인종주의 #파란피부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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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밌는 수상한 과학책 - 우주에 관해 자주 묻는 질문 20가지
호르헤 챔.대니얼 화이트슨 지음, 김종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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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밌는 수상한 과학책 - 호르헤 챔, 대니얼 화이트슨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천문학에 대해서는 병아리 눈물만큼의 궁금증도 없었다. 말하고 나니 뭔가 좀 민망하지만 사실이다. 어떻게 궁금해하지 않을 수 있냐 물으면 글쎄, 뭐랄까. 그것을 왜 궁금해해야 하냐 되묻는 것으로 나를 경시한 상대방에게 뾰족하게 날을 세울 것도 같다. 독서모임으로 만난 책벗은 이따금 독모 중 이야기한다. 결국 책을 읽는 것도, 삶을 사는 것도 ‘나’를 알아가기 위한 여정이라 고.

그 ‘나’를 알아가는 과정 중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과학’이지 않을까 한다. 수십 년을 과학 서적과 담쌓고 살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명한 과학서들을 몇 권 읽어냈다. 30대 초반, 최재천 박사님의 저서를 접하며 동물 및 생물학에 관심이 쏠려 <술 취한 코끼리가 늘고 있다>나 <털 없는 원숭이>같은 책들을 이어서 읽은 적도 있다. 관심이 있어 읽었던 과학서를 제외하고는 부러 찾아 읽지는 않았는데 김영하 북클럽으로 알게 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통해 그런 책들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이어서 읽게 된 책들은 앞서 언급한 <코스모스>를 포함해 유시민 저자의 책이나, 심채경 저자의 에세이에 이어 지금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까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읽기 힘든 책을 함께 모여 읽을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벽돌책 깨기 멤버님들 감사합니다)

이 책 <이토록 재밌는 수상한 과학 책>은 출판사에서 서평 의뢰가 들어왔고, 대부분의 서평 의뢰를 거절하고 있는 지금, 유일하게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과학에서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바로 ‘우주’에 관한 이야기라 해 두 번 고민 없이 수락 메시지를 보내고 책을 기다렸다. 목차를 한번 보라. 단순하게는 시간 여행에서 도플갱어(또 다른 나), 블랙홀이나 소행성 충돌, 외계인의 존재와 사후세계까지… 뭐 하나 허투루 정해진 챕터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뭐래? 또 다른 내가 있을 수 있대?라고 묻는다면, 나는 결코 쉽게 답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재미있는 건 바로 그런 지점이다. 초등학생 아이와도 충분히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다행인 것은 중간중간 화려하지 않은 삽화들이 들어가 있어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겁내지 않고 책을 집어 들 수 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이다. 용어나 구성, 저자가 내세우는 주장이나 가설들이 어린 친구들이 단박에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많은 사실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학습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다고? 정도만으로도 이 책은 과학이라는 조금은 높은 허들을 가뿐히 넘어설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과 독서회 또는 글쓰기 수업을 하는 나에게 이 책은 이따금 아이들에게 소소하게나마 던져볼 수 있는 질문거리를 그득 채우고 있다. “얘들아, 이 세상 그 어디에, 너랑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너는 어떨 것 같아? 어떻게 하고 싶어?”, “얘들아,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 아마도 이 지구가 빵 부스러기처럼 바스러질지도 몰라. 그럼 너네는 마지막 밤, 무엇을 할 거야?”

과학을 모르는 나도 책이 재미있었던 건 과학적 사실과 접근보다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단초를 얻은 것에 크게 감사한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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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의 배신 - 원치 않는 집중을 끊어내는 몰입 혁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3
한덕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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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서평마감일이라 아이를 재우고 거실로 나와 남은 책을 마저 다 읽었다. 맨 뒷장을 덮으며, 어? 이 책은 육아서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의 표지를 꼼꼼히 들여다봤다. 분류번호는 300번으로 사회과학서로만 분류되어 있고, 그 어디에도 ‘자녀’라는 말은 없다. 타깃 독자층이 구체적으로 누구였을지 궁금한 책이라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책을 뒤적였다.

그러다 갈증이 일어 뭔가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까 초저녁 마지막 하나 남은 맥주를 털어 넣은지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맥주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몰라 냉장고를 열였는데 시원한 콜라와 탄산수는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맥주가 없었던 거다. 순간 고민했다. 나 지금, 맥주 먹어얄것 같은데? 남편이 봤으면 아마 한마디 했을거다. “어지간히 해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카디건을 걸치고 지갑을 손에 쥐고는 도어록 손잡이를 밀어 현관문을 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 퍼뜩 떠오르는 생각. 나 혹시 중독인가?

4개에 9천 원인 세계맥주 4캔을 사들고 와서는 다시 식탁에 앉아 그중 하나인 블랑 맥주 330밀리리터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한 모금만으로도 충분하던 캔맥주는 우연히 한 캔을 다 비워내며 야릇한 쾌감을 느꼈고, 그렇게 1여 년을 마시고 나니 500밀리리터 캔도 모자라 한 캔을 더 까고 있는 나. 책에서처럼 ‘내성’이 생긴 건 아닌가? 수동적 내성과 충동적 갈망이 결합된 술에 대한 현저성이 높아진 상태는 아닌지…

이 책을 육아서에 가깝다고 표현한 건 바로 책 속 내용들이다. 메시지로만 이해하면 육아서에 국한되지 않으나 제시된 예들이 대부분 게임 중독이고, 게임 중독에 따른 폐해들을 자세히 열거하고 있어 자녀의 게임 과몰입으로 고민 중인 부모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그득했다. 특히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게임 폐인과 프로 게이머를 비교한 부분이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 중독과 프로 게이머에 대한 얄팍한 지식과 이해가 통째로 드러난 부분이었다. 조절력을 상실한 게임 폐인이 게임을 이어갈 때의 뇌 모습과, 일종의 훈련으로서 게임을 이어가며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게이머의 뇌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게임’ 자체에만 매몰되어 보지 못하는 지점들을 뇌의 각 부위를 예로 들어 자세하게 설명한다.

흔히들 집중력이란 한 가지 일을 꾸준히, 꽤 오랜 시간 지속시키는 능력이라 착각하기 쉬운데 여기서의 방점은 그 ‘한 가지 일’에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밤새도록 하면서 집중하는 건 집중력이 높은 것이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본인에게 필요한 일을 집중해 처리하는 능력이 진정한 집중력이고 그것을 높이기 위해서는 멀티태스킹이라 해, 일의 전반적인 흐름과 속도를 컨트롤하고 지속시키는 힘이 바로 집중력이다.

책은 몰입과 중독의 차이를 명징하게 그려내며 결국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한 끗 차이이긴 하지만 명백히 다른 두 집중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해 봄직을 제시한다. 또, 중요하게 짚고 갈 부분은 바로 ‘공존질환’. 언제고 읽었던 중독에 관한 책에서도 언급한 부분인데 말 그대로 두 가지 이상이 공존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중독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바로 이 공존질환으로 인한 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아이가 게임을 밤새도록 해서 성적이 떨어지고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로 건강이 악화되어 할 수 있는 건 게임밖에 없어 게임을 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중독 그 자체에만 가려져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문제점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핸드폰을 하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길고 깊다면 한 번쯤은 다른 각도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쟨 왜 저렇게 핸드폰을 손에서 못 놔? 가 아니라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할 만큼 불안한 이유가 뭐지?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도둑맞은 집중력>과 결이 같지만 조금 더 뇌과학 쪽으로 기우는 책 <집중력의 배신>, 혹 게임중독과 관련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1독을 권한다.

@jiinpill21

#도서지원 #책벗뜰 #책사애 #21세기북스 #몰입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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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2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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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2 - 이꽃님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아침마다 등교하는 아이가 현관을 나서면 함께 따라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현관문을 열어 놓고 아이와 몇 마디 주고 받는다. 차조심해라, 물 많이 마셔라, 물건 잘 챙겨라… 부러 입에 쟈크를 채우지 않으면 하나마나한 말들이 잔소리처럼 튀어나올까 매 순간 입술을 오물거리며 아이를 배웅한다.

아이가 탄 엘리베이터가 1층을 내려간 걸 확인하면현관을 닫고 전실로 들어와 전실 창을 연다. 대략 5초~10초 후에 아이가 공동현관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10층인 전실창에서 손을 흔들면 아이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어준다. 대개는 그렇게 아이와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등교 일정을 마무리하는데, 그날은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아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순간, 10층에 선 엘리베이터에 누군가 타고 있었다는 게 상기되며 마음이 쿵하고 주저 앉았다.

하필이면 전실창에 고개를 내밀어 아이를 보는 동안 흰색 트럭이 무언가를 싣는듯 퉁탕거리는 소리를 냈고, 마치 그 소리는 아이가 그 트럭안으로 실려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빌어먹을 말도 안되는 상상이 떠올랐다. 지아야! 지아야! 단지 안으로 울려퍼지는 쇠된 소리. 하의 실종에 노브라였던 옷매무새를 돌아볼 겨를 없이 현관문을 발칵 열었다. 당장이라도 1층으로 내려가 잠긴 트럭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실제로 내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럴지도 모른다는 정황 뿐, 정황만으로도 지옥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쳤고, 마음에서는 이미 일어난 ’사건‘이 되어버렸다. 지금이야 말하면서 조금 부끄럽기까지한 날구지지만 그 순간은 정말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날의 나를 자꾸만 떠올렸다. 나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끔찍한 망상을 했으며, 사람과 트럭, 아이의 부재를 왜 그런식으로 해석한건지 조금 의아스럽기도 하다. 여기 책 속에서도 주연이는 전연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주연이가 친구를 죽였는지 따위는 아무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고, 또 설령 직접 죽이지 않았다 해도(누명을 쓴거라 해도) 결국 죽게 만든것 아니냐는 도를 넘은 공격에 더이상의 진실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안타까운 마음도 잠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봉착했다. 어떤 사건을 접할 때 우리는 얼만큼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나는 얼만큼 그것을 투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나?

아직, 책을 끝까지 다 보지 못했다. 오늘이 서평 마감날이라 읽은데 까지의 단상을 써본다. 다 읽은 후 갈무리 된 감상은 댓글로 남길 생각이다. 혹, <죽이고 싶은 아이 1>을 읽지 않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그 책을 읽어보길 강권하고 작가의 책임감으로 쓰인 이 책 2권도 바로 이어서 읽어보길 권한다.

아, 그날의 뒷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 다급히 현관을 열고 튀어나가려는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들고 나간 우산이 고장나 우산을 바꾸려고 다시 올라온 아이의 유유자적한 모습에 어안이 벙벙. 다른 우산을 건네며 온 몸에 힘이 빠진 난 속으로 되낸다. 아이고, 내 팔자야!

@woori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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