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2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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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2 - 이꽃님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아침마다 등교하는 아이가 현관을 나서면 함께 따라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현관문을 열어 놓고 아이와 몇 마디 주고 받는다. 차조심해라, 물 많이 마셔라, 물건 잘 챙겨라… 부러 입에 쟈크를 채우지 않으면 하나마나한 말들이 잔소리처럼 튀어나올까 매 순간 입술을 오물거리며 아이를 배웅한다.

아이가 탄 엘리베이터가 1층을 내려간 걸 확인하면현관을 닫고 전실로 들어와 전실 창을 연다. 대략 5초~10초 후에 아이가 공동현관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10층인 전실창에서 손을 흔들면 아이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어준다. 대개는 그렇게 아이와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등교 일정을 마무리하는데, 그날은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아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순간, 10층에 선 엘리베이터에 누군가 타고 있었다는 게 상기되며 마음이 쿵하고 주저 앉았다.

하필이면 전실창에 고개를 내밀어 아이를 보는 동안 흰색 트럭이 무언가를 싣는듯 퉁탕거리는 소리를 냈고, 마치 그 소리는 아이가 그 트럭안으로 실려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빌어먹을 말도 안되는 상상이 떠올랐다. 지아야! 지아야! 단지 안으로 울려퍼지는 쇠된 소리. 하의 실종에 노브라였던 옷매무새를 돌아볼 겨를 없이 현관문을 발칵 열었다. 당장이라도 1층으로 내려가 잠긴 트럭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실제로 내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럴지도 모른다는 정황 뿐, 정황만으로도 지옥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쳤고, 마음에서는 이미 일어난 ’사건‘이 되어버렸다. 지금이야 말하면서 조금 부끄럽기까지한 날구지지만 그 순간은 정말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날의 나를 자꾸만 떠올렸다. 나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끔찍한 망상을 했으며, 사람과 트럭, 아이의 부재를 왜 그런식으로 해석한건지 조금 의아스럽기도 하다. 여기 책 속에서도 주연이는 전연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주연이가 친구를 죽였는지 따위는 아무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고, 또 설령 직접 죽이지 않았다 해도(누명을 쓴거라 해도) 결국 죽게 만든것 아니냐는 도를 넘은 공격에 더이상의 진실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안타까운 마음도 잠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봉착했다. 어떤 사건을 접할 때 우리는 얼만큼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나는 얼만큼 그것을 투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나?

아직, 책을 끝까지 다 보지 못했다. 오늘이 서평 마감날이라 읽은데 까지의 단상을 써본다. 다 읽은 후 갈무리 된 감상은 댓글로 남길 생각이다. 혹, <죽이고 싶은 아이 1>을 읽지 않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그 책을 읽어보길 강권하고 작가의 책임감으로 쓰인 이 책 2권도 바로 이어서 읽어보길 권한다.

아, 그날의 뒷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 다급히 현관을 열고 튀어나가려는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들고 나간 우산이 고장나 우산을 바꾸려고 다시 올라온 아이의 유유자적한 모습에 어안이 벙벙. 다른 우산을 건네며 온 몸에 힘이 빠진 난 속으로 되낸다. 아이고, 내 팔자야!

@woori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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