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과학자 프래니 1 - 거대한 도시락 괴물 엽기 과학자 프래니 1
짐 벤튼 지음, 박수현 옮김 / 사파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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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특별함,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프래니 이야기

엽기 과학자 프래니 - 짐 벤튼

“엄마, 이거 내 스타일 아니야. 그림이 이상해!”

책이 택배로 도착하면 아이가 더 신이 나서 가위를 가져옵니다. 가볍거나 크기가 작거나, 외려 큰 판형의 책이 봉투 속에 들어있으면 으레 자신의 책인 줄 알거든요. 이 책 또한 응당 자신의 책인 줄 안 아이는 책을 꺼내들자 금세 뾰로통 해집니다.

어른이 저도 책의 외형이나 색체, 제목이나 편집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아이는 오죽하겠어요. 제 스타일이 아니라 하니 군말없이 아이에게서 책을 받아들고는 며칠 책상위에 올려 두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펼쳐 보지 않더라고요. (아이는 새 책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웬만하면 다 펼쳐 보는데 말이지요)

오늘 베크닉 시간에 이 책을 챙겨 베란다로 나왔어요. 아이가 묻습니다. “그 책 읽게? 나보고 읽으라고 하지마!”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제가 책을 펴 읽어나갔습니다. ‘오싹한 방’을 좋아하는 프래니의 이야기에 아이가 아닌 제가 금세 빠져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책을 구연하고 있었고, 짐짓 제 손에 들린 책에 시선을 기웃거리는 딸아이. 어느새 제 얼굴 옆으로 온 아이의 팥빵 같은 얼굴이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후반부 괴물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몰입도가 높았어요. 얼마 전 읽었던 프랑켄슈타인이 오버랩되면서 나눌 이야기가 많아졌거든요. 읽을 생각이 1도 없던 책이었는데 아이와 저는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뚝딱 읽어냈습니다. 그마저도 아쉽던지 아이는 저혼자 다시 읽어보겠다며 책을 챙기더군요. 엄마인 제 기준에서 이 책은 아이가 단연 좋아하는 부류의 내용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아이가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 가진 여러 소스들을 갖고 있는 책이었거든요.

엽기적인 상황, 여느 친구들과는 다른 캐릭터의 아이, 괴물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편성되는 상황의 전환, 그 속에서 이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과 이어지는 사유까지. 열 살의 아이에게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제가 이야기 나누고픈 지점들도 많았어요. 아이들이 왜 모두 같은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가져오는지, 그 와중에 프래니는 자신이 가지고 온 만두를 왜 꺼내놓지 않는지.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프래니가 관찰하고 기록하는 지점과 엄마나 선생님의 반응까지. 독서지도의 일환으로 가볍게 질문을 던졌고,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저는 딸아이와의 대화가 정말 재미있거든요.

초등 저학년 이상, 무조건 재미있을 책이에요. 불호라 단언해도 슬쩍 다가가 읽어봐 주세요! 쓰레기통에서 괴물이 탄생했다고! 얘 진짜 엽기적인데? 세상에, 박쥐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이런 말을 듣고도 안 궁금해할 친구가 과연 있을까요?

@safariboo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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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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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매품의 미래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면

미정의 상자 - 정소연


여태 살면서 읽은 책 중, 가장 매력이 짙은 소설집입니다. 이런 소설을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 박상영 작가님 소설집 ‘믿음에 대하여’가 조금 비슷하려나? 내용이 비슷하다는 게 아니라 소설 전반에 걸친 분위기와 뉘앙스가 조금 닮은 듯합니다. 이 책이 조금 더 짙게 다가오는 건 아마도 ’sf‘라는 장르이기 때문인데요. 김초엽 작가님 소설을 두어 권 읽으면서 sf의 장벽이 낮아졌고, 정보라 작가님 소설을 연이어 읽으면서 나 sf 좋아했네! sf 소설이 가진 매력이 푹 빠졌더랬죠. 그런데 이 책은 김초엽 작가님과 정보라 작가님의 소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우주’라는 공간만 빌려 왔다 뿐이지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단어 하나하나에 지금 현실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나는 왜 자꾸만 현실에서 그것들을 찾아내고 골라내나? 정말이지 또 하나의 세계로 그냥 받아들일 순 없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sf 소설을 꾸준히 읽어보는 걸로!) 또 다른 세계, 그 속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존재로서의 인간 군상을 그것대로 받아들여보는 것, 그것이 sf 소설을 읽는 재미와 건져 올릴 사유의 덩어리가 되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코로나, 생각해 보니 앞으로 세상에 나올 많은 소설에서 또 다른 네이밍으로 불릴 무수한 감염병을 떠올려 보게 되었어요. 그것을 소재로 사용하는 소설에서 그것이 얼마큼의 공포와 두려움, 슬픔과 비극이었는지 직접 겪어낸 우리 세대에게 얼마나 많은 공감을 살지가 벌써부터 그려지는 거지요.

소설들은 각기 다르게 그려지는 것 같으면서도 공통적인 접합점들이 존재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어지는 이야기인가? 인물의 이름만 바뀌었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들의 교집합을 찾는 것보다 각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감정에 이입을 하다 보니 이 소설들이 말하고 싶은 건 혹시 ‘사랑하는 너와 우리’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소설 속에서 사랑하고 걱정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존재들의 마음이 뭉툭하지만 분명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저는 정소연 작가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요.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았어요! 이전작들과 앞으로 출간될 소설들을 챙겨보기로 마음먹었다지요. 사랑을 다루지만 녹록하지 않은 세상의 시선과 ‘쓸모’로 운명이 달라지는 인간이 미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결코 살 수 없는 ‘비매품’인 미래와 삶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단상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 소설이었습니다. 추천합니다.

@rabbithole_book


#도서지원 #래빗홀 #정소연 #미정의상자 #SF소설 #책추천 #정보라 #구병모추천 #책사애2524 #책벗뜰 #단편소설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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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 어려운 시기에 유쾌하게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악셀 하케 지음, 양혜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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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 악셀 하케

오래전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읽은 후 쓴 리뷰가 있어요. 순전히 그 리뷰 덕분에 기억하게 되는 책인데요. 그 책을 쓴 저자가 새롭게 펴낸 책이더라고요. 앞서 언급한 그 책은 쪼꼬미 지아와 공원으로 소풍 가 아이가 뛰어노는 동안 돗자리에 누워 읽었던 책이에요. 쪼꼬미 지아에게 몰입하던 시절이라 리뷰에도 아이와의 일화를 끄적였는데 문득, 그때(5년 전이네요)의 저와 지금의 저는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나 떠올려보게 되더라고요. 5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같은 듯 같지 않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이 책 굉장히 잘 읽힙니다. 문체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인용되는 문구와 인물, 중간중간 저자의 유머러스한 표현과 주제가 담고 있는 ’유쾌한‘ 의미들이 어렵지 않게 훅훅 들어오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제목이 좀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원제... 가 해석은 안되지만 (독일어) 궁금하네요. 조금 더 ’재미있는‘ 제목이었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입니다. 유쾌함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농담과 유머 그리고 비웃음, 나치와 트럼프 등을 언급하며 암울한 현실에서 더욱더 유쾌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고대 철학자에서부터 최근 미국 상원 회의에서 트럼프의 표정까지 언급하며 유쾌함은 ’일시적 기분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획득하고 얻어내려 노력‘해야 한다고요.

마지막 장 소제목은 ’우리는 항상 웃을 필요가 없습니다‘입니다. 이 지점에서 제가 얼굴에 웃음을 피워 올렸습니다. 뭔가, 뭉쳐진 덩어리가 이마 위로 콩, 하고 떨어져 내린 것 같은 통찰이었습니다. 유쾌함에 관한 글을 써야 하는 저자는 심리치료사에게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인다, 나는 왜 유쾌한 사람이 될 수 없나? 왜 하루가 평온하지 않나? 등의 질문을 쏟아냅니다. 심리 치료사의 대답은 ”원래 그래요.“였지요. ’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은 유쾌함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 그리고 저는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때로는 유쾌하지 않을 수 있는 제 삶에 유쾌함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느낌으로 글을 씁니다.‘291 잘 되기를 바라는 갈망과 잘 됐을 때의 경험과 느낌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인간은 어떤 걱정과 두려움의 역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지요. 그래서 ’항상 웃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소 지을 수도 있고, 매일매일 친절을 베풀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줄 수도 있죠.... 삶을 밝게 만들어주세요.‘

유쾌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지요. 그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유의미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삶의 바탕에 두기 위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쾌함, 농담, 웃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5년 전 무례한 노인을 이야기한 리뷰를 썼던 그때의 저보다 지금의 저는 꽤 관대한 사람이 되었어요. 어떻게 변했지?라고 생각하니 ’유쾌함‘이 미하엘 엔데가 말한 것처럼 ’1층‘에 자릴 잡은 덕분인 것 같습니다. 불쾌하고,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이제는 ’웃을 수 있는‘(무조건 웃자가 아니라) 저는 그때와 분명 달라졌습니다. 그럼 또 궁금해집니다. 다시 5년 후의 저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dasanbooks

#도서지원 #다산북스 #악셀하케 #삶은당신의표정을닮아간다 #에세이 #책벗뜰 #책사애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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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질문력 -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아이로 키우는 인문학 질문 100
김종원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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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질문력 - 김종원

”엄마, 내가 말하기 어려울 때 글로 쓰잖아. 그런데 글로 쓰는 게 좋은 거야, 말로 하는 게 좋은 거야?“

언제부턴지 모르겠다. 조그만 아이였을 때부터 편지 형식의 짤막한 메모를 건네는 것으로 자신이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을 건네곤 했다. 돌이켜 보니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이었고, 불편과 불쾌를 표현하는 것보다는 그러해서 자신이 곤란하고 슬프다는 이유가 주였다. 반대로 기뻐할 일이나 축하할 일, 낮은 자리에서 올려다보는 엄마가 유난히 힘이 들어 보이거나 슬퍼 보일 때에도 늘 웃어! 내가 있잖아! 따위의 앙증맞은 말들을 포도송이처럼 매달아 나에게 전하고는 했다.

그것에 특별히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의 소통 방식이겠거니, 좀 더 편안한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어제, 집으로 친구를 초대해 함께 놀다가 둘 사이에 자그마한 트러블이 생겼다. 그것을 와해하는 과정에서 내가 건넨 몇 가지 질문에 아이는 대답 대신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이 하려는 말을 전달했다. 순간,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런 아이와의 소통 방식은 아이와 나, 그러니까 우리 둘 사이기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이었지, 친구나 다른 사람과도 그런 식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라면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말로 할 수 없는 말은 어떤 것들이 있나? 아이는 왜 뱉어내면 그만일 쉬운 말들을 부러 종이와 펜을 찾아와 쓰는 것인가?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말로 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며 글로 쓰는 수고를 왜 마다하지 않는 것인가? 따위의 질문이 계속해서 밀려 나왔다. 친구를 앞에 두고 종이에 적은 아이의 문구 마지막엔,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였다.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고 늦은 저녁 함께 샤워를 하다가 아이가 대뜸 묻는다. 어떤 게 더 좋은 거냐고. ”좋고 나쁜 건 없어. 뭐든지. 사람 저마다 소통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고 누구나 자신이 편안한 방법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거야. 네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무엇이 더 편안한지의 문제지 좋고 나쁨은 전연 상관없는 일이야.“ 아이는 한참 샤워기 앞에 서서는 골몰한다. 그걸로 끝이 나도 괜찮은 대화였지만 꼰대 마인드가 거기서 번져 나온다. ”그런데, 왜 말이 아닌 글이 더 편안한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해. 말로 전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말이 말보다 글이 편안한지. 그런 것들을 엄마한테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을 두고 계속 생각해 보길 바라.“

이 책 《부모의 질문력》을 읽는 내내 나와 아이를 끊임없이 떠올렸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어떤 대화에 정성을 들이고 또 가볍게 주고받는지, 열 살이 된 아이에게 내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어떤 의도와 의미로 전달될는지, 아이가 하는 말을 나는 얼마큼 또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따위를 오랫동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질문‘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한 번 더 읽은 지금은 지난 10년간 아이와 내가 소통했던 방식을 전방위로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책으로서의 쓸모를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양육이나 육아 방식이 아니다. 조금 전 아이와 나눴던 대화 하나에도 무수한 사유가 갈라지는 엄청난 경험이다.

소개된 질문이 상상 이상이다. 아이와 이런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는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의도와 의미가 아름다운 질문이었다. 아이와 이따금 실제로 주고받은 질문도 여럿 있었고,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을 만날 때는 심장이 벌렁거릴 정도로 흥분되기도 했다. 100번째 질문의 마지막은 ’우리는 왜 웃어야 할까‘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맞은편에 앉은 아이에게 곧바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지아야, 우리는 왜 웃어야 할까?“ 아이는 1~2초 고민하고는 대답한다. ”나는 웃을 때마다 나쁜 기억들이 사라져. 음,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져.“ 아이의 대답을 들으며 떠올리기를, 지금 이 친구와 나는 서로에게 건네는 말이 가진 힘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구나 하는 안도가 번져온다. 앞선 리뷰에서도 강조했듯 이 책은 무조건 1독을 강력 추천한다!

@dasanbooks
#도서지원 #부모의질문력 #김종원 #책사애2522 #책벗뜰 #육아서추천 #책추천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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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의 위로 -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삶'으로 쓴 답장
이혜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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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되려면

잠정의 위로 - 이혜미

리뷰를’ 잘‘쓰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적확하게 저의 취향인 책은 출판사나 해비 책 스타 그래머들의 시선이나 소감과는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객관성 잃기를 작정하고 읽을 사람만 읽어! 하는 마음으로, 지원을 받은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서평‘의 틀을 갖춘 설득력 있는 잘 짜인 글이 아닌 감정이나 단상의 흐름으로 두서없이 써 내려가는 글이 되겠습니다. 읽는 이들에게는 공감받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미옥(미래의 현옥) 이에게만은 ’나 ‘잘’했지?‘ 할 수 있는 글.

오늘 이 리뷰 또한 그렇게 쓰일 게 뻔해 미리 언질을 드립니다. 그래서 책 내용이 뭔데? 저자의 의도가 뭐야? 너는 그걸 어떻게 요리했고, 소화시켰는데? 와 같은 마음으로 읽고 계신 거면 이 문장 끝에서 읽기를 그만 두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 책은 ’잠정‘이라는 단어에 혹해 서평단 지원했습니다. 모집 피드도 출판사가 아닌 @womensbasecamp
라는 여성 커뮤니티였어요. 순간 스포츠 의류인 줄 알았을 정도로 무지했고요. 책이 도착했을 때도 받는 이의 이름이 제 이름이 아니었어요. 이래저래 어수선한 기분으로 책을 받아 들었고, 어제오늘 책을 나누어 읽었습니다. 읽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을 무조건 좋아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었어요. 이유는 ’페미니즘‘이 아닌 그녀 그 자체였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말투가 있듯 글도 그 사람만의 글투가 있는데요. 그녀의 글투가 저에게 꽤 호의적으로 다가왔어요. 본업이 기자라 그런지 전체적인 어휘에서 느껴지는 딱딱함은 분명 있었지만 그 모든 고압적인 분위기가 진정성을 가진 명징한 그녀 본연의 사유로 가뿐히 즈려 밟아졌습니다. 부제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삶’으로 쓴 답장‘이라는 정말이지 거창한 명분이 단지 저자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세상에 나온 것에 커다란 응원을 보냅니다. 책 곳곳에서도 언급되었듯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픽션‘으로 써내는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을 것이기에. 노벨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를 언급하며 누가 봐도 그녀 이야기고, 겪지 않은 일은 글로 쓰지 않는다는 저자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은 모두 ’소설‘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문학,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인지 우리는 늘 고민하고 염두에 두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지금 이 책에서의 모든 이야기는 그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이해합니다. 한때는 저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부조리 대부분이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살았던 시절이 있으니까요. 당장의 탄핵에 대해서도 글로 남기기를 꺼려 하는 제 입장에서 저자 이혜미가 나열해 놓은 활자들이 갖는 힘과 그것을 나열하는 것에 용기와 뻔뻔함에 끝 간 데 없는 리스펙을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안전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남성들만 모여 있는 지역 다목적 운동장에서 화장실 사용을 하지 못해 소변이 급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늦은 밤 편의점으로 걸어가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아버님이 7살 아이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너도 주방에 가서 식사 준비를 도우라 말할 때 그것의 부당함과 무지를 반론하고 싶습니다. 사회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저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집안의 천사‘를 모든 여성들이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저 하나의 안전만을 헤아리지 않고 우주의 모든 존재가 안전하기를 바라며 조금씩 용기 내 보겠습니다!

@wisdomhouse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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