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의 위로 -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삶'으로 쓴 답장
이혜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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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되려면

잠정의 위로 - 이혜미

리뷰를’ 잘‘쓰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적확하게 저의 취향인 책은 출판사나 해비 책 스타 그래머들의 시선이나 소감과는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객관성 잃기를 작정하고 읽을 사람만 읽어! 하는 마음으로, 지원을 받은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서평‘의 틀을 갖춘 설득력 있는 잘 짜인 글이 아닌 감정이나 단상의 흐름으로 두서없이 써 내려가는 글이 되겠습니다. 읽는 이들에게는 공감받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미옥(미래의 현옥) 이에게만은 ’나 ‘잘’했지?‘ 할 수 있는 글.

오늘 이 리뷰 또한 그렇게 쓰일 게 뻔해 미리 언질을 드립니다. 그래서 책 내용이 뭔데? 저자의 의도가 뭐야? 너는 그걸 어떻게 요리했고, 소화시켰는데? 와 같은 마음으로 읽고 계신 거면 이 문장 끝에서 읽기를 그만 두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 책은 ’잠정‘이라는 단어에 혹해 서평단 지원했습니다. 모집 피드도 출판사가 아닌 @womensbasecamp
라는 여성 커뮤니티였어요. 순간 스포츠 의류인 줄 알았을 정도로 무지했고요. 책이 도착했을 때도 받는 이의 이름이 제 이름이 아니었어요. 이래저래 어수선한 기분으로 책을 받아 들었고, 어제오늘 책을 나누어 읽었습니다. 읽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을 무조건 좋아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었어요. 이유는 ’페미니즘‘이 아닌 그녀 그 자체였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말투가 있듯 글도 그 사람만의 글투가 있는데요. 그녀의 글투가 저에게 꽤 호의적으로 다가왔어요. 본업이 기자라 그런지 전체적인 어휘에서 느껴지는 딱딱함은 분명 있었지만 그 모든 고압적인 분위기가 진정성을 가진 명징한 그녀 본연의 사유로 가뿐히 즈려 밟아졌습니다. 부제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삶’으로 쓴 답장‘이라는 정말이지 거창한 명분이 단지 저자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세상에 나온 것에 커다란 응원을 보냅니다. 책 곳곳에서도 언급되었듯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픽션‘으로 써내는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을 것이기에. 노벨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를 언급하며 누가 봐도 그녀 이야기고, 겪지 않은 일은 글로 쓰지 않는다는 저자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은 모두 ’소설‘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문학,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인지 우리는 늘 고민하고 염두에 두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지금 이 책에서의 모든 이야기는 그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이해합니다. 한때는 저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부조리 대부분이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살았던 시절이 있으니까요. 당장의 탄핵에 대해서도 글로 남기기를 꺼려 하는 제 입장에서 저자 이혜미가 나열해 놓은 활자들이 갖는 힘과 그것을 나열하는 것에 용기와 뻔뻔함에 끝 간 데 없는 리스펙을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안전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남성들만 모여 있는 지역 다목적 운동장에서 화장실 사용을 하지 못해 소변이 급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늦은 밤 편의점으로 걸어가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아버님이 7살 아이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너도 주방에 가서 식사 준비를 도우라 말할 때 그것의 부당함과 무지를 반론하고 싶습니다. 사회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저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집안의 천사‘를 모든 여성들이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저 하나의 안전만을 헤아리지 않고 우주의 모든 존재가 안전하기를 바라며 조금씩 용기 내 보겠습니다!

@wisdomhouse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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