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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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 ’샘터‘ @isamtoh 로 부터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삶의 어떤 순간이 시가 되나? 등단 14년차 시인 이제야가 말하는 ’시가 되는 순간들‘을 읽으며 내 삶에서도 한 폭의, 한 편의 시가 되는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멀리 또는 길게 갈 것 없이 지금을 하나의 시로 읊어볼 수 있다면 꼭 남기고 픈 ’시‘가 있다. 그 ’시‘에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시인이 되어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떤 진심은 진심이지 않을 때 비로소 진실되어진다고, 난해하기도 한 이 말을 시작으로 너에게 말한다. 이따금 너에게로 흐르는 나의 마음이 진실되지 않을 때가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진심을 다한다 쉽게 떠벌리지만 결코 진실에 다가설 수 없는 나는 너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에게 진실로 가장한 또 다른 진심을 전하곤 한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과 너는 다르기에 그것을 네가 눈치 채 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욕심만 자꾸 부풀어 오른다. 눈치 채지 못하는 네가 야속하기도, 또 아프기도 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지도 못한다. 그게 지금 너에게 가장 미안하다.

’우정‘은 너의 글을 읽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시인의 말에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그렇게나 많은 너의 글을 읽었는데 그런 나의 읽음이 너에게 어떻게 가 닿았으려나. 내가 읽어야 했고, 읽을 수 있고, 읽기도 했던 너의 글은 너의 전부였을까, 일부였을까. 전부이지도 일부이지도 않았던 너의 글 속에서 그저 너를 짐작하고, 미뤄두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네가 알았을까. 어쩌면 단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너는 하고픈 말을 다 한건지도 모르겠는데, 그 한 단어를 끝내 찾지 못하고 너를 읽었다, 너를 알았다, 너를 담았다 함부로 말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 한 단어를 찾기 위해 나는 진정 노력을 했으려나. 했다면 그 노력은 무엇이었으려나.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시나브로 존재를 품는다는 것의 참의미를 알았다는 시인의 말에 이번 여행엔 꼭 바다를 바라보리라 다짐했지만 바다보다 하늘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 어떤 하늘은 나에게 말을 걸어 주기도 했지만 또 어떤 하늘은 끝내 나를 외면하고 모른체 하는 모습을 보고는 금세 마음이 선득해졌다. 너에게 내가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어떤 날은 다가갔다가 어떤 날은 외면하고. 그렇게 늘 같을 것만 같았던 하늘이 매 순간 다르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을 네가 무척, 혼란스러웠겠구나, 뒤늦게 하늘에서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한 곳을 응시하면 그제야 보이는 세계가 있다. 너의 세계를 보려면 너를 응시해야 했거늘 진정 너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는지 이제야 나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너를 다 알고 싶지 않았고, 다 알 수 없었으므로 나는 그저 어떤 세계와 너 사이에서 서성이기만 했다. 지금도 여전히 서성이기만 할 뿐 진심을 오롯이 전하지도, 너의 단어를 찾아가지도, 너를 골몰히 바라보지도 않고 있다. 그런 내가 너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말하지 않기로 한다. 더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너를 바라보기로 한다. 너라는 세계를 그저 바라보기로 한다. 그렇게 너의 세계를 만나는 순간, 나의 삶은 시가 되는 순간을 맞이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럴 수 있을 것도 같다.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을 몹시도 떠올리게 했고, 전하고 싶은 말을 책의 내용에 기대 넌지시, 또는 비겁하게 전해본다. 부디 어떻게로든 그에게 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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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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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눈이 내리다 - 김보영

사라지는 것들과 그럼에도 남겨지는, 아니 남기고 싶은 것을 떠올린 소설들이다. 하나의 종이 괴멸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건 어떤 걸까? 훗날 멸종되어버린 종을 기억한다는 건 또 어떤 걸까? 바닷속 존재들은 수억만 년 전 얼음까지도 녹일 만큼 강렬히 ‘사라지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만들고, 버린다. 종과 또 다른 종은 서로의 존재를 걱정한다. 아니 이야기 나눈다. 걱정은 다음이다. 그저 ‘바람이 멈추지 않’음을 걱정하지만 바람은 멈춘 적이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릴 뿐이다.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계속 쓰거나 지켜보아야 한다.’ 87 그것의 필요함을 끊임없이 깨달아야 하고, 한눈팔지 말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자연이나 꿈, 이상이나 평화와 같은 관념적 언어가 아니라 지금 내 앞의 현실 전부를 톺아볼 수 있게 해줬다.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려면 계속해서 마주하고, 지켜보고, 알아차려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모조리 다 써야 한다. 계속해서.

나에게 한정된 데이터 용량으로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껍데기일 뿐이라도 용량의 힘을 빌려 너를 만나고 싶다. 아니 너를 사랑하고 싶다. 아무렴 어떨까. 그저, 무엇으로라도 너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지. 내가 살아 있는 것보다 가족(네가)이 살아 있는 게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 너를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너를 남기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작품 모두, 최소 두 번은 읽어야 한다. 두 번을 채 읽기도 전에 뒤통수가 지릿거린다. sf가 진화한다. 놀랍도록 현실적인 장면으로 더 많은 세계를 열어 보인다. ai, 환경, 멸종, 메타버스... 더 이상 sf스러운 단어가 아니어도 더욱더 강렬하게 sf를 이야기한다. 그저 ‘자전거가 지나간 경로’ 그 문구 하나 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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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격 - 옳은 방식으로 질문해야 답이 보인다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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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격 - 유선경

상식, 한번 생각해보자. 상식이라는 게 뭘까? 또 누가 정하는 걸까? 그건 상식이니까 당연히 알아야 하는거지!는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 상식이 상식일 수 없고, 상식이면 안될 때 대부분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난다. 상식, 기본, 보통... 어느 순간부터 이런 말들이 조심스럽다. 그것을 정한 사람들은 그 기준에 닿지 않는 것과 닿지 못하는 것에 부정하고 부당하고 불쾌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질문의 격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고 상식을 운운하는 이유, 책 속에서 만난 장면이 계속해서 곱씹어진다.

아주 사소한 예를 들자면 “상추 씻어라”라고만 하지 말고, “상추 씻어본 적 있어?” 질문하고 없다고 하면 상추 씻는 법을 알려주고 씻으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중략) 한번도 안 해봤으면 물어서 하면 되지 않느냐 하고 반문할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면 질문 할 수 없다. 49

질문이 가진 힘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걸 더할 필요없이 완전하게 느낀 지점이다. 질문이 왜 중요하냐 묻는다면 이제 나는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질문만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질문이 없는 삶은 죽은 삶과 같다. 아돌프 아이히만을 예로 들며 그는 사이코 패스도, 정신 질환자도 아니라고 한다. 그저,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알기 싫었던 것 뿐이다. 말로만 듣던 그 ‘악의 평범성’은 악이 평범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 스스로 악을 저지른다는, 즉 평범함 속에 ‘무사유’를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 결국 질문과 생각을 하지 않는 자들이 저지르는 악이 나름의 통로를 갖고 세계를 병들게 한다.

상추를 씻으라 했는데 그것을 빨래처럼 박박 문질러 씻는 모습을 보고 ‘상식적’이지 않다 이야기 하는 것을 경계하기로 한다. 상식과 보통, 기본을 내세우며 기준을 그어 놓고 배척하거나 경시할 것이 아니라 격을 갖춘 질문을 통해 다른 세계, 그 경계에 있는 사람들(나를 포함하여)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이것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 바로 ‘어린이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질문의 기술로 차용하는’ 것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내려 놓고 문 밖의 세계를 온전히 바라봐야 한다.

정답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관점의 변화와 확장되는 사고와 사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정답이 중요하다면 더더욱 정확한 질문을 해야 한다. 챗 지피티가 제시하는 정답이 정답이지 않다면 그것에 던진 질문이 어떠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결국 질문하는 능력이 정답 혹은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세상을 인식하는데에 더욱 더 절실히 필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앤의서재 #유선경 #어른의어휘력 #질문의격 #질문법 #챗지피티 #책사애2570 #책벗뜰 #강력추천 #질문의힘 #책추천 #도서지원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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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 세상의 모든 딸, 엄마, 여자를 위한 자기 회복 심리학
박우란 지음 / 향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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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는 감정을 먹고 자란다 - 박우란

“엄마는 좋기도 하지만 싫기도 해.”

아이는 엄마인 나에게서 좋은 면과 싫은 면을 확실하게 나눠 이야기 한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방으로 들어가 컴싸펜으로 삑삑 부러 소리를 내가면 끄적거리는 문구는 “엄마 미워!”다. 사실, 그때의 ‘미워’는 어리광에 가깝다. 귀엽다는 듯 되려 오버해서 이쁜 짓을 하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빙그레 웃는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닌, 정색하며 “엄마 싫어.”라는 말은 조금 다른 의미를 띤다.

늘 해왔던 생각이다. 엄마는 왜, 좋아야 하는거지? 우리들은 왜, 부모의 상을 아름답게만 그려 놓는거지? 실제 나의 엄마도 나의 기준에서는 지극히 ‘나쁜 엄마’였기 때문에 온 생을 그것에 의문을 두며 괴로워 했다. 우리 엄마는 왜 좋은 엄마가 아닌가! 좋은 엄마가 아닌 엄마의 딸인 나는 결코 좋은 딸이 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데 ‘우리 엄마는 없고 내 엄마만 있을 뿐이다’ 챕터에서 뭔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 읽었던 베레카 카스트의 <불안에 관하여> 속에서도 아이의 발달 단계에서 양육자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존재로 내면화 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스스로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문구에서 공감 했다. 그것을 건강하게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진정한 독립이 이뤄진다고.

싫기도 한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닌 ‘내 엄마’라 말하는 아이에게서 나는 건강한 자아를 발견한다. 평소에는 더할나위없이 따뜻하고 달콤한 엄마지만 이따금 차갑고 쓴 엄마일 수 있다는 걸 아이는 잘 알고 있고, 그런 감정이나 태도의 변화가 인간이기에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걸 아이는 나를 통해 배운다.

책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가 특히나 유익했던 건 대부분의 부정적 감정과 관계성에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 방법론 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아닌, 그 이유마저 타당할 ‘필요가 없다’는 정당성을 제시하는 지점들이 여느 심리서에서 운운하는, 엄마와 딸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일률적으로 해석하지 않아 흥미로웠다.

왜 엄마는 딸을 질투하면 안되나? 왜 딸은 엄마를 미워하면 안되나?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인 마이클 아이건이 한 말이다. “엄마가 가진 모성에는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독성도 함께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그 모성이라는 이름에 갇혀 있는 허울과 허상을 조금씩 깨부셔야 한다. 감정에는 죄가 없다. 모든 감정은 존중 받아야 하고, 가족을 너머 엄마와 딸의 관계 안에서도 그것이 온전히 수용되어야 한다.

내면 아이나, 트라우마, 정신분석학 프로이트등을 운운하며 틀에 박힌 이야기를 하지 않아 좋았다. 미우면 미운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완벽한 타인인 딸을 부속된 존재가 아닌 다양한 감정으로 바라봐도 무방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엄마인 내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아이는 엄마가 내놓는 정답이 아니라 엄마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체화하는 법입니다. 91

우리를 좌절하게 하는 것은 엄마의 태도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 주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니라, 가장 힘들고 막막한 순간에 보이는 엄마의 태도 때문에 좌절하지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 내가 가장 어려운 순간, 그저 나를 알아주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189

#딸은엄마의감정을먹고자란다 #박우란 #책추천 #심리학 #딸의관계 #엄마와딸 #관계 #가족관계 #책사애2568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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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이야기집을 짓다 - 이야기 창작의 과정
황선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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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이야기집을 짓다 - 황선미

‘동화 창작론’이라 해서 단박에 신청했던 책이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글쓰기에 필요한 소스를 얻고 싶은 마음이었다. 거기서 조금 더 건져 낼 수 있다면 어린이를 위한 문학은 어떻게 쓰여야 하고 또 만들어져야 하는지, 철학적 의미까지 톺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기대도 있었다.

반대로 뒤집어야 한다. 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문학의 가치와 방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어린이 그 자체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시선으로 시작한다. 그 두 챕터를 읽는 동안 마음이 바뀌었다. 동화를 창작하는 그러니까 글을 쓰는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받아든 책은 그것을 쓰는 사람, 즉 나를 향해 무수한 손전등을 비춰주고 있었다. 전에 없던 스포트 라이트였고, 하나의 불빛이 아니었다.

동화는 작가가 사회의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어린이라는 존재와 더불어 접근하는 문학이고, 어른과 같은 공간에 놓인 어린이 편에서 사유하는 문학이며, 어린이는 어린이만의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문학이다. 이것이 창작에 앞서 먼저 짚어야 할 요점이다. 13

‘어린이만의 시각으로’ 에서 눈길이 멈춘다. 책에서처럼 어린이가 볼 책을 어린이가 아닌(그런 책도 있지만) 어른이 쓰기 때문에 놓치게 되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를 향한 문학적 가치를 그것을 쓰기로 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체크 해야 한다. 사회속 하나의 대상을 너머 온전히 주체가 되어야 하는 존재다. 문학이 그것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어른 중심의 시선이 아닌 어린이의 편, 어린이의 입장을, 그것의 가치를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이 책에서 특히나 좋았던 지점은 동화를 쓰기로 한 이유를 스스로 떠올려 볼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었다. 분량이 적어서, 어려운 단어나 문법, 구성 없이도 손쉽게 쓸 수 있어서, 글을 접하는 대상이 ‘어린이’라서. 이런 것에서부터 어린이와 어른을 구분하고 있다. 어른 책은 어려운데 어린이 책은 쉽다? 소설은 쓰기가 복잡한데 동화는 간결하다? 소설은 교훈이나 가르침을 우선에 두지 않지만 동화는 뭔가 끊임없이 가르치려 한다.

어린이도 어른이 보는 것을 가감없이 보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보고 듣고 느끼는데 그것에 대해 어른처럼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을 설명하는 데 집요하지 못한 존재가 바로 어린이다. 32

그래서 우리는, 우리 어른은 무엇에 가치를 두고 동화를 써야 하나? 어느 구절에서 본 단어가 기억난다. ‘신중’, 우리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신중하게 쓰고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쉽지 않다. 만만치 않다. 어린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소소하지 않다. 그것을 그런 어린이들이 보는 책을 신중하게 쓰고, 신중하게 권하고, 신중하게 들여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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