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먹는 괴물
김현경 지음, 이종아 그림 / 꼬마이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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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 놀이터, 아이들 모두 각자만의 시간에 빠져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순간, 놀이터를 가득 채웠던 웃음소리들이 일순간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다. 웃음이 사라진 놀이터는 일순간 정적 속에 가라 앉고 그저 한가로이 누워 하늘만 바라봐도 즐거웠던 아이들은 더이상 즐겁지가 않았다.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기로 마음 먹고 마을 끝 회색 벽 앞에 다다른다. 컴컴한 끝이었던 회색벽은 이내 살아 움직였고 바로 아이들의 웃음을 먹어 치운 웃음괴물이었다. 용감한 연두가 소리친다. “당장 웃음을 뱉어!” 귓구멍만 쑤시는 괴물을 보고 초록이가 나선다. “곧 내 생일인데 웃음소리 없는 파티라니! 정말 끔찍하지 않아?” 옆에 있던 하늘이도 거든다. “웃음 소리 대신 맛있는 케익을 먹는 건 어때?”

 

몸집이 부풀대로 부풀려진 괴물이 밝은 세상을 어둡게 만들었고, 컴컴해진 하늘에 걱정이 된 다른 아이들 모두가 모였다. 울먹이는 아이들 곁에서 주황이가 말한다. “먹었으면 뱉어 내게 하면 되지!” 이내 괴물은 간지럼에 약하다는 걸 안 아이들이 하나같이 괴물의 몸에 매달려 간지럼을 태운다.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며 단 한 명의 아이도 빼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괴물에게 매달린다.

하나, , ! 간질 간질

 

여기서 나는 그 괴물이 누굴까? 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아이들의 웃음을 먹고 몸집을 부풀리는, 돌려달라는 아이들의 아우성에도 콧구멍만 후비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괴짜 괴물. 아이들이 없어야지만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무람없이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가르치기 이전에 그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시키는 어른들. 또 그저 아이들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인지하고 당장의 이득에만 매몰되어 아이들의 인격과 인권을 쉽게 생각하는 어른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을 그저 닫게 만듦으로써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들만 생각해 내는 사람들.

 

나는 그 모든 사람들이 마치 여기 아이들의 웃음을 먹고 자라나는 웃음 먹는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 지점은 한 명의 아이도 빼지 않고 모두가 힘을 합쳐 간지럼을 태우는 장면이었다. 그 한 명이 마저 거들었을 때 괴물은 삼켰던 웃음을 뱉어낸다. 한 명의 아이가 뭐 대수냐 생각할지 모를 장면이지만 그 한 명의 아이를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콧구멍을 파느라 타이밍을 놓친 아이) 당연하다는 듯 참여 시킴으로서 우리 아이들 각각 하나 하나의 오롯한 힘을 그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무수한 이유로 자꾸만 나뉘어져 가는 아이들. 잘사는 아이, 가난한 아이, 학원을 다니는 아이, 안다니는 아이, 여행을 다니는 아이, 못 다니는 아이, 아파트에 사는 아이, 원룸에 사는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형제가 있는 아이, 없는 아이.... 어른들은 쉽게 아이들을 분류하고 나누지만 사실 모든 아이들은 하나 같다. 웃음 하나를 되찾기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아이들. 햇살 비친 마을이 온기로 그득 찬다. 더이상 웃음 먹는 괴물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곁엔 또 하나의 아이들이 있으므로...

 

#책벗뜰 #양산어린이독서모임 #그림책추천 #괴물그림책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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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반만이라도
이선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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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과학서 분야에서 큰 화제를 몰고 왔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기억하시나요? 데이비드 조던의 일대기와 분류학, 또 우생학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그간 주류에서 이야기한, 다수 또는 강국이 내세우는 무수한 역사적 사료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또 선진국이라 해서, 문명적으로 더 발달한 나라라 해서 결코 나은 사회는 아니라는 지점이 저는 크게 와 닿았어요. 책이 이야기하는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저는 글을 쓴 저자, 룰루 밀러라는 사람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마 책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 거예요. 그녀가 책을 쓰게 된 배경과 또 책에 담고자 하는 내용이 비단 한 분류학자의 집념과 모순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녀 룰루 밀러는 결혼을 하고 나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됩니다. 어느 해안가, 다소 충동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남성과 결혼한 그녀가 다른 여성과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이지요. 그 사실을 알게 된(그녀가 직접 이야기 합니다)남편은 그녀에게서 돌아서고 남겨진 그녀는 그 날을 후회하는지, 그 사랑을 후회하는지, 그걸 말했다는 걸 후회하는지. 어쨌든 오랜 시간 괴로워합니다. 그때 저는 그 남편의 마음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당사자야 사랑이니, 욕정이니 어떤 마음을 가져다 붙여도 다 말이 되지만 남편으로서는 이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

 

, 이 소설집 <밤의 반만이라도>는 퀴어 소설입니다. 퀴어의 정확한 뜻을 한번 옮겨 볼게요. queer - 본래 이상한, 기이한등의 뜻을 가진 단어로, 성 소수자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퀴어는 처음에는 동성애자를 비하하거나 경멸할 때 사용됐으나, 1980년대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전개되면서 그 부정적 의미는 사라지고 성 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인터섹스(intersex), 무성애자(asexual) 등을 두루 일컬어 '퀴어'라고 한다.(네이버)

 

24년 현재는 많은 문학에서 이 퀴어 소재를 자주 다룹니다. 저도 아직 많이 읽어본 건 아니고요. 얼마 전 결혼한 이슬아 작가님 또한 자신의 에세이에서 한 여성과 딥키스를 나눈 일화를 이야기하거든요. 그만큼 이 동성, 양성을 대상으로 한 감정들은 끊임없이 소설 속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굳이 퀴어라는 수식어로 내밀지 않아도 그저 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순수하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이 책이 조금 특별했어요. 당연히 화자가 동성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느끼는 장면들과 또 각각 무사할 수는 있어도 함께 무사할 수 없다고 말하는 문장들에서 그들이 안고 있는 감정의 농밀한 지점까지 들어가 볼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달랐던 점은 바로 가족의 동성애였지요. 이를테면 자신의 헌 엄마가 (지금은 새엄마가 있고요)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며 꽁꽁꽁 울었다는 장면들, 또 아빠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더라는 내용들이 이전 룰루 밀러의 남편에게서 궁금했던 지점들이 상기시켰어요. 이쯤에서는 저도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95년생 젊은 작가입니다. 단어를 잘 가지고 노는 느낌이 들었어요. 솔직한 글들은 최대한 솔직했고, 자신의 감정이 오롯이 묻어나는 글들은 공감이 안 되더라도 받아들일 수는 있게 쓰셨더라고요. 좋았습니다. 저는 이런 글들을 좋아합니다. 설명문처럼 단락들이 그득 채워진 반듯한 글이 아닌 마치 메모장에 휘갈겨 쓴, 순간의 진심이 정제되지 않고 온통 흩뿌려져 글자로 내려앉은 느낌.

 

잘 읽었습니다.

 

 

#퀴어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서평단 #신인문학상 #양산독서모임 #책벗뜰 #책서평 #북리뷰 #양산 #리뷰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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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을 배우다 - 인지장애를 가진 딸을 보살피며 배운 것
에바 페더 키테이 지음, 김준혁 옮김 / 반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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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인문

 

서지

 

부제 : 어느 철학자가 인지장애를 가진 딸을 보살피며 배운 것

출판사 : 반비

출판일 : 1120231124

쪽수 : 479 (본문 32p~ 397p)

 

평점

 

10점 만점 / 7

(장애와 돌봄, 의존과 배려를 철학적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인문서이다. 사회적 관점이나 사회학으로서 많은 논제들을 나열해 놓은 구성이 조금은 어렵게 다가왔다.)

 

 

서평

 

보통 우리는 타인이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 때 화답할 필요를 느낀다. 화답할 기회가 없다면 빚을 졌다고 느끼며, 화답할 수 없는 경우 열등감마저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자주 낙인찍히고 능력이 열등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요청하지 않은 친절의 행동이 향할 때는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 도우려는 유혹 그 자체가 유혹일 수 있다. 당사자에게 확인하거나 그가 우리의 도움을 원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타인의 필요보다 우리 자신이 선하다는 느낌을 충족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타인의 필요라고 인식하는 것뿐 아니라 내가 도우려는 사람이 그 도움을 원하는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큐어튼은 경고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을 놓아두는 것이 보살핌이다. 291

 

지인의 친척이 하루 아침에 수족을 쓸 수 없고 말까지 할 수 없게 되었다. 말을 할 수 없다는 건 나중 문제였고 당장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대상이 된 그 분에게 닥쳐온 건 돌봄의 지원자였다. 으레 가족 중에서 찾기도 하지만 기실 돌봄의 당사자는 가족이나 친구등 가까운 사이 즉 두꺼운 관계보다 돌봄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즉 얇은 관계에서 좀 더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을 당면한 가족 중 가장 가까운 분이 돌봄을 전담하게 되었고, 이후 돌봄을 삶으로 받아들인 그 분은 크거나 작게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책에서는 단순하게 아픈상황이 아닌 불가피한 돌봄 즉 어린 아이나 장애(여기에서의 장애는 신체부자유로 보면 되겠다)를 가진 이들이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사회적 맥락으로 두루 들여다본다. 시작은 임신중지, 태내의 아이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임신중지의 상황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여기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상의 범주 안에서 얼마나 안위하게만 살았는지가 떠오른다.) 장애를 가진 대상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얼마나 비윤리적인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는다.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그래서 눈을 깜빡거리거나 고개짓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하는 불가피한 의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돌봄을 받기를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 도덕적관점과 선행의 관점, 돌봄의 의존자와 얇은 관계여야 하는지, 두꺼운 관계여야 하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허공을 보며 생각에 잠기게 했다.

 

타인을 위해 의지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삶을 피어남으로 특징짓는 것이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잔혹한 상황 때문에 피어남을 빼앗긴 타인을 위해 의지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사람의 관심대상에 강렬하게 조응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은 타인의 피어남을 자신의 피어남만큼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의 삶이 피어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318

 

인간의 독립과 자주가 필연적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한번 더 재고함으로서 서두에서 말한 진정한 보살핌에 대해 의미있는 사유를 해볼 수 있었다. 특별한 존재의 특이한 생의 행태가 아닌 보편 타당한,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상호의존성들을 떠올리며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모든 인간이 피어남으로 서로의 삶에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돌봄 #의존 #배려 #철학 #인문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그램 #북그램 #책서평 #북리뷰 #책벗뜰 #책추천 #도서지원 #양산독서모임 #양산 #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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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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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작은세계에서발견한뜻밖의생물학

#이준호

#책사애2401

#책벗뜰

#자연과학(십진분류)


서지


부제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출판사 : 21세기 북스 (서가명강 35 - KI신서 11630)

출판일 : 23년 12월 18일 (1판 1쇄)

쪽수 : 203p. (본문 21p~193p)


평점


10점 만점 / 9점

(관심분야가 아니라면 범접하기 힘든 주제이나 주제의 본질이나 문장이 간결하고 딱딱한 느낌은 전혀 없이 흥미로운 소재로 대중서로써의 본분을 다한 책이다.)



서평 


예쁜꼬마선충, 태어나 처음 들어본 생물(뭐 이것 뿐이겠냐마는) 이름이다. 검색해보니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다. 겨우 1mm 크기의 지렁이같은 벌레다. 근데 이렇게 작고 하찮은 생명체가 닉테이션이라 해서 몸을 세우고 히치하이킹을 하듯 앞뒤로 흔드는 행동은 한다고 한다. 와, 그걸 발견한다는 것 또한 나같은 생물학무지렁이한테는 말도 안되는 거다. 그 하찮은 생명체가 서서 몸을 흔드는 것 따위가 도대체 무어냐 말이다.


저자는 그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데 30년을 썼다고한다. 아까 말한 그 하찮은 생명체의 크기를 기억하는가? 1mm다. 좀 전에 아이가 점을 좀 찍어달라고 해서 종이에 자를 대고 3.1cm와 6.2cm 지점에 점을 찍는데도 나는 그 1mm와 2mm가 보이지 않아 돋보기 안경을 꼈다. 저자는 그 ‘작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인 ‘생명’을 이어 붙인다. ‘이렇게 작은 동물이더라도 생명의 신비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와 외형이 달라 보이는 작은 생명체라고 해도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가지는 공통된 생명현상을 공유한다는 뜻’이 되겠다. 


예쁜꼬마선충이 닉테이션을 하는 이유, 바로 생존 본능이었다. ‘생존 본능’이라는 단어를 보자 곧이어 진화가 떠올랐고, 아니나 다를까 자연스럽게 유전자와 죽음, 노화나 종의 진화에 대해 생물학적 시선으로 접근하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바다에 사는 가시고기와 호수에 사는 가시고기는 그 모습이 다르다고 한다. 바다에 사는 가시고기는 배 아래에 커다란 가시가 솟아 있는데 호수에 사는 가시고기는 가시가 몸 밖에 나와있지 않다고 한다. 바로 생활환경에 따른 유리한 선택이라고. 바다에는 큰 포식자에게 직접적으로 상처를 낼 수 있고 그로인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에 커다란 가시가 솟아 있는것이고, 호수에 사는 가시고기에게는 유충이 가시에 달라 붙어 가시고기를 잡아 먹기에 가시를 없애게 되었다고.


특히나 인상적인 부분으로는 ‘세포 사멸’에 따른 알츠하이머나 암에 대한 피력이었는데 스스로 사라지게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세포를 이야기 하며 ‘신경세포 중 사멸이 일어나면 안되는데 세포가 죽으면 그로인해 파킨슨 병이나 알츠하이머에 걸리기도 한다. 노화에 따른 신경질환 중 많은 경우가 세포사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사멸이 일어나야 하는 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세포 분열을 하는 것이 암이 된다. 141’라는 구절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결국 생물학은 인간 아니, 지구의 모든 생명에 관련된 학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크게 울렸다. 


한센병 환자들이 먹는 항생제가 수명에 관계해 있다고 한다. 그 항생제를 평생 먹은 사람이 안먹은 사람보다 유의미하게 수명이 길었다는 연구 결과!!! 세포가 죽어가는 과정이 노화라는데 그것도 이제는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하니 ‘생명’과 관련된 무수한 분야를 이렇게 ‘생물학’으로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그 명강의를 책으로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포터즈 신청서를 작성했었다. 하지만 이내 ‘그 책들을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노파심도 일었지만 무슨, 어려운 학문적 정보들도 매우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전달해주는 교수님들의 글들 속에서 ‘아, 나도 이런 책 좋아하는구나’, ‘이런 주제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로 므흣하게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새해 첫 서평, 너무나도 근사한 책으로 쓰게 되었다.


과학무지렁이인 나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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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죄책감 수치심 - 다루기 힘든 감정들과 친구 되기
리브 라르손 지음, 이경아 옮김 / 한국NVC출판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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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죄책감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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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아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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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벗뜰

#심리학(십진분류)


서지


부제 : 다루기 힘든 감정들과 친구 되기

출판사 : 한국 NVC출판사

출판일 : 초판 21년 4월, 제2판 23년 11월

쪽수 : 304 (본문 14p~297p)


평점


10점 만점 / 7.5점

(전반적으로 뒤섞여 있는 느낌(정리되지 않은)이 강하게 들었다. 본질적으로 분노, 죄책감, 수치심이 대동소이하다지만 NVC에 가까이 다가서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올 것 같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단박에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이 많았다. 하지만 NVC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해 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평


제작년 자녀육아 독서모임에서 참여자분들께 추천하실 책이 혹시 있냐고 물었다. 한 분이 대뜸 <비폭력 대화>를 권하셨다. 알고 보니 그쪽으로 많은 공부와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셨다. 우연찮게 나에게도 오래전에 사둔 <비폭력 대화 - 마셜 B. 로젠버그>책이 있어서 쾌히 승낙하고 이내 모임을 잡았다. 깊이 있게 파고 들었다기보다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간결한 포인트에 맞춰 발제를 준비했다. 모임에 앞서 발제문을 본 그 분이 말씀 하셨다.

“어떻게 이런 발제가 나오지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비전문가인 내가 나누고자 했던 이야기들은 아마 NVC의 네가지 모델을 ‘들여다보기’와 실제로 대입·활용 해보기였던 것 같다. 기존에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부딪히고 힘들어 하는 부분들을 NVC를 활용해 진정한 유대와 공감, 나아가 부탁과 조언까지 행해지고, 좁게는 인간관계론과 넓게는 자아성찰까지 NVC의 의미가 더 깊이 와닿았다. 


이 책 <분노 죄책감 수치심>은 몇몇분의 제의를 받아 출판사 도서지원 이벤트에 신청을 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책을 받아 독모를 진행하게 되었다. 아직 발제가 나온 건 아니지만 간략하게나마 내가 읽고 느낀 점을 먼저 기록해보려 한다. 


수치심은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 안에서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일의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139


책은 상대방에게 외면 당하거나 거부 받을 것을 두려워 하는 감정을 수치심이라 정의한다. 죄책감은 ‘해야만 한다’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지며 분노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부끄러운 마음이나, 미안하고 죄짓는 느낌, 화를 표현하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그 이면의 지점들이 보이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기억이 있었다. 이 글에는 끝내 말 할 수 없지만 그때의 나와 내가 했던 말들, 나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 상황을 비디오로 보듯 찬찬히 재생시키고 그 말을 했던 순간에 내가 전하고자 했던 의미와 그 말을 함으로써 기대했던 결과들. 나와 그 사람의 감정을 어림잡아 제 멋대로 느껴버리고 치웠지만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그 감정 본연의 것에 좀 더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은 보통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 본능적으로 그 탓을 외부로 돌리는 것 같다.(내 생각) ‘자기가 느끼는 느낌을 다른 사람 탓이라고 비난할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해갈 기회는 놓치게 된다’ 말하는 저자는 타인을 비난하는 데 쏟는 에너지를 자신이 변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수치심, 죄책감, 분노라는 감정은 사실 모호하게도 뒤섞여 있고 사회화한 지배체제의 산물이라 이야기 한다. 


‘욕구’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본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지적 받거나 외면 받을 때 내가 느꼈던 그 얼굴 붉힘이 수치심이었나. 그럼 그때 나는 무엇을 내보이고 싶어했던 것이었나. 했어야 하는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혹은 하면 안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모른척 슬쩍 해버리고는 느꼈던 그 가슴 떨림이 죄책감이었나. 그럼 그때 왜 나는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해버렸나. 상대가 헤아려 주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나고, 비난 하고, 무시했던 그 순간들에 사실 나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던 건 아닌가. 그 분노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리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삭히는 것만이 능사였던 많은 순간들이 주르르 펼쳐졌다. 


내 안의 나를 좀 더 들여다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공감과 자기 애도와 함께 진짜 내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 깊숙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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