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반만이라도
이선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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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과학서 분야에서 큰 화제를 몰고 왔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기억하시나요? 데이비드 조던의 일대기와 분류학, 또 우생학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그간 주류에서 이야기한, 다수 또는 강국이 내세우는 무수한 역사적 사료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또 선진국이라 해서, 문명적으로 더 발달한 나라라 해서 결코 나은 사회는 아니라는 지점이 저는 크게 와 닿았어요. 책이 이야기하는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저는 글을 쓴 저자, 룰루 밀러라는 사람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마 책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 거예요. 그녀가 책을 쓰게 된 배경과 또 책에 담고자 하는 내용이 비단 한 분류학자의 집념과 모순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녀 룰루 밀러는 결혼을 하고 나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됩니다. 어느 해안가, 다소 충동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남성과 결혼한 그녀가 다른 여성과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이지요. 그 사실을 알게 된(그녀가 직접 이야기 합니다)남편은 그녀에게서 돌아서고 남겨진 그녀는 그 날을 후회하는지, 그 사랑을 후회하는지, 그걸 말했다는 걸 후회하는지. 어쨌든 오랜 시간 괴로워합니다. 그때 저는 그 남편의 마음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당사자야 사랑이니, 욕정이니 어떤 마음을 가져다 붙여도 다 말이 되지만 남편으로서는 이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

 

, 이 소설집 <밤의 반만이라도>는 퀴어 소설입니다. 퀴어의 정확한 뜻을 한번 옮겨 볼게요. queer - 본래 이상한, 기이한등의 뜻을 가진 단어로, 성 소수자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퀴어는 처음에는 동성애자를 비하하거나 경멸할 때 사용됐으나, 1980년대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전개되면서 그 부정적 의미는 사라지고 성 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인터섹스(intersex), 무성애자(asexual) 등을 두루 일컬어 '퀴어'라고 한다.(네이버)

 

24년 현재는 많은 문학에서 이 퀴어 소재를 자주 다룹니다. 저도 아직 많이 읽어본 건 아니고요. 얼마 전 결혼한 이슬아 작가님 또한 자신의 에세이에서 한 여성과 딥키스를 나눈 일화를 이야기하거든요. 그만큼 이 동성, 양성을 대상으로 한 감정들은 끊임없이 소설 속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굳이 퀴어라는 수식어로 내밀지 않아도 그저 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순수하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이 책이 조금 특별했어요. 당연히 화자가 동성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느끼는 장면들과 또 각각 무사할 수는 있어도 함께 무사할 수 없다고 말하는 문장들에서 그들이 안고 있는 감정의 농밀한 지점까지 들어가 볼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달랐던 점은 바로 가족의 동성애였지요. 이를테면 자신의 헌 엄마가 (지금은 새엄마가 있고요)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며 꽁꽁꽁 울었다는 장면들, 또 아빠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더라는 내용들이 이전 룰루 밀러의 남편에게서 궁금했던 지점들이 상기시켰어요. 이쯤에서는 저도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95년생 젊은 작가입니다. 단어를 잘 가지고 노는 느낌이 들었어요. 솔직한 글들은 최대한 솔직했고, 자신의 감정이 오롯이 묻어나는 글들은 공감이 안 되더라도 받아들일 수는 있게 쓰셨더라고요. 좋았습니다. 저는 이런 글들을 좋아합니다. 설명문처럼 단락들이 그득 채워진 반듯한 글이 아닌 마치 메모장에 휘갈겨 쓴, 순간의 진심이 정제되지 않고 온통 흩뿌려져 글자로 내려앉은 느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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