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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 - 시간 빈곤 시대, 빼앗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테레사 뷔커 지음, 김현정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1월
평점 :
#시간을잃어버린사람들 - #테레사뷔커
11월 19일 398p. #도서지원 #원더박스
나는 참, 바쁘다.
혹자는 애살이라고도, 욕심이라고도, 일의 중요도에 따른 미분배 문제라고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시간이 권력이라면 나는 가장 밑바닥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독서회 강사로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월 3회, 각 도서관을 돌며 독서회를 운영한다. 상·하반기로 나뉘어 시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 매월 평균 2~3개 정도로 (몰릴 때는 한달에 10회, 적을 때는 2회) 1일 독서회를 운영한다.
책벗뜰에서 진행되는 독서모임은 평균 2~3회, 물론 준비와 진행을 모두 도맡는다.
또, 어린이 독서회가 월 2회, 격주 토요일에 나눠 진행된다. 정기적인 서포터즈 활동이 현재 3개(인문도서, 그림책, 앰배서더)이며, 유동적으로 참여하는 서평단활동이 월 2~3개다.
한 달 평균 ‘일’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은 15~17권이 된다. 한달을 30일로 잡았을 때 이틀에 한권을 부지런히 읽어 발제문을 위한 질문을 만들고, 서평을 작성해야 한다.
이런 내가 얻는 수익은, 아마 들으면 모두가 깜짝 놀랄 것이다. 나는 이야기 한다.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럼,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인가?
내가 이렇게 빠듯하게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서 쓰고 있는 현실이 이 책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읽은 후 보다 더 선명하게 인지되었다. 내 입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시간 없어!”, “나는 너무 바빠”가 어떤 이유들 위에 놓여 있었는지가 명징해졌다. 노동의 범주 안에 우리가 미처 할애하지 못했던 지점들이 보다 더 명확하게 보였다. 앞 서 읽은 책과 많은 면들이 겹쳐져 있는 내용이라 좀 더 의미 있게 짚어볼 수 있었다. 왜 나의 노동이 노동으로서의 값을 제대로 매길 수 없었는지, ‘열정’이라는, ‘헌신이라는, ’사랑‘이라는 자가당착 속에서 길 잃은 나의 권리와 당위가 어떻게 희미해져 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돌봄‘의 시간 속에 제기 될 수 없었던 약자들이 보였고, 그 약자 중 한 사람이 절실히도 ’나‘였다는 생각이 미쳤다.
책 속 어린이의 시간과, 자유시간에 대해 언급되는 내용들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느끼는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이 권력의 불평등속에서 어떻게 좌지우지 되고 있는지, 아이의 시간을 우리의 미래로 보는 관점들에 얼마나 폭력적인 시선이 담겨져 있는지, ‘자유’라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얼만큼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그 자유의 자율성은 어떻게 부여되고 거세되는지에 대해서도 재차 인지할 수 있었다. 각 챕터별로 효과적인 해결점들을 시원하게 제시하기도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시간을 자기 시간으로 생각하거나 가치가 덜 하다고 여기는 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권력이 차이는 바로 이렇게 생겨난다. 46
우리는 노동시간에 대해 논의할 때, 좋은 근무 조건을 조성하는 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직업 활동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고려해야 한다. 85
더 많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은 100년 전에 만들어진, 돌봄 책임이 없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직업을 기준으로 삼는 근로 시간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이처럼 전일제 일자리 규범의 핵심은 차별이다. 124
자녀가 없어야만 자유롭다면 이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 아닐까? 254
아이와 노인, 일이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시간이 늘 부족한 이유는 큰 책임을 져야 하거나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우리가 서로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343
시간이 없다!라고 느낀다면 내가 빼앗기고 있는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 흘러들어감이 나의 자의인지 타의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모두에게 공평할 것 같은 시간은 절대적으로 권력관계에 의해 재정의되고 있음을 한번 더 자각하며, 오롯이 육아와 일과, 가사를 전담하고 있는 이 현실에서 나의 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미니잡이 아니라라는 것을, 나의 돌봄과 가사에 할애되는 노동(시간)은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어서’가 되지 않아야 함을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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