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시 좀, 찾아갈게요. <엔딩은 있는가요 / 김하율 외> #도서지원 추웠다. 그날은. 산책 겸, 운동 겸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산책로를 걷다가 그녀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걸음을 멈췄다. 잠시 숨을 고른다. 워낙 가짜 뉴스도 많으니까. 하지만 연예인이 아닌데? 가까운 벤치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맞춤 맞은 자리가 없다. 다시 발걸음을 뗐다. 여기저기 산발적인 토막뉴스만 있다. 죽었다고? 정말로? 눈앞에 보이는 차가운 벤치에 엉덩이를 덴다. 하. 나에게 그녀는,이라고 쓰고는 다시 또 멈췄다. 무엇으로 설명하나. 집과 책벗뜰에 수북한 책들을 하나하나 더듬는다. 분명 그녀의 책이 다 있을 텐데. 이제 와 기어이 찾아보겠다고 애쓰는 꼴이 조금 우습다. 그걸 찾아 무얼 하겠다고. 분명히 여러 권이었는데 한 권뿐이다. 하. 학교 사랑방에 모여 인문학 독서모임을 끝낸 직후 혹시 몰라 책장을 바라보니 보인다. 책이.“어? 이거, 제가 다시 좀 찾아갈게요. 그때 육아서라서 읽을 일 없다고 다 드렸는데 이 책은 제가 꼭 간직해야 해서요.” 그렇게 먼지가 쌓인 책을 가슴팍에 안아든다. 사는 게 대체 뭔가요. 고통에서 삶을 빌려왔기에 이렇게 아픔을 빚처럼 갚아내는가요? 엔딩은 있는가요. - 서경덕 ‘엔딩은 있는가요’ 중에서 어느 한 시절 내 안에도 같은 물음이 일었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기나긴 터널 속에서 펼친 책이 바로 <엄마의 독서>였다. 그 책으로 내가 만들어낸 무수한 것들이 그녀의 추모 소설집 앞에서 툭툭, 무심히 펼쳐진다. 그래서 내가 이 소설들을 읽고 무슨 감상을 남기겠다고. 하. 다시 안아든 그 책을 책상 책꽂이에 꽂아둔다. 뜨겁게 빌려 와 고마운 줄도 모르고 펑펑 다 써버린 후 이 미안함을 빚처럼 갚기 위해 그녀의 글을 읽는다. 그녀를 떠올리며 쓴 사람들의 글을 읽는다. 하루치의 엔딩을 저만치 툭툭, 밀어내며. (서평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 책을 읽고 쓸 수 있는 말은 여기 이 소설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각 단편 말미에 나란하게 엮인 ‘작가의 말’들이 저에게 더 파고 들었고, 그 마음이 이어져 이 책이 책이 아닌 마음으로 저에게 답삭 안겼습니다. 제목조차도 아름다운 책. 너무나도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엔딩은있는가요 #정아은 #마름모 #추모소설집 #김하율 #김현진 #소향 #장강명 #정명섭 #조영주 #주원규 #차무진 #최유안 #공유된애도 #책벗뜰 #책사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