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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5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1월
평점 :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도서지원
@eulyoo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직 가까운 사람을 보내본 경험이 없다. 기껏해야 할아버지인데 그 죽음을 온전한 죽음으로 받아들였다기 보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만 소화시켰기에 상실 본연의 감정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내가 맞는 죽음이야 별 수 없지만 (내 죽음인데 나와는 상관없을) 나의 죽음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입장과 반응, 태도가 궁금해졌다. 죽어가는 아내를 고향 땅에 묻기 위해 험난한 길을 떠나는 가족의 모습에서 응당 떠올릴 법한 회환이랄지, 고통이랄지, 비극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다. 푼돈과도 같은 돈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가족들의 아둔함에 정작 중요한 죽음, 장례, 이별 등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것 또한 불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이 소설이 주는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 이 소설만의 특색 있는 난해한 구성에 오롯이 이입하기는 힘들었지만 어쩌면 이 또한 이 소설이 주는 완벽하리만치 딱 맞아떨어지는 부조리의 정당성과 그런 감정을 불러 일으킨 것에서 소설이 주는 힘이 무엇보다 강렬하게 남았다는 사실.
그럼에도 아내의 유언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고마워해야 하는지, 이 말도 안 되는 일에 목숨을 걸며 동행하는 가족들의 면면을 온정으로 바라봐 줘야 하는지, 결국 가족도 죽음도 완벽한 타인과 타자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글을 읽는 나 조차도 그들과 같이 정처없이, 부질 없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가만히 떠올려본다. 내가 남긴 유언을. 나의 장례식에서는 울지 말 것, 이상한 음식 올리지 말고 갓 내린 향긋한 뜨거운 커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넬 것. 마지막으로, 나의 딸 지아에게 모두가 말해 주기를! “지아야, 엄마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야.” 그 사랑을 전달하는 그대들의 입장과 방법을 상상해 본다. 후, 쉽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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