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대 의학이 놓친 마음의 증상을 읽어낸 정신과 의사 이야기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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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진단명을 받기까지 늘 병원에서 하는 말은 신경성이었습니다. 신경성으로 인한 소화불량이고, 신경성으로 인한 두통이며, 요통이라고 했지요. 가까운 병의원에서는 늘 진통제와 익숙한 웃음과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처방받았습니다. 그런 경험들로 인해 책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어요. 몸이 아프다고 늘 생각했으니까요. 어쩌면 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 봅니다. 그 가능성의 확률을 높여줄 것 같아 선택한 책이지요. 흔히 생각하는 증상들은 몸이 아픈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확인을 위해 두꺼운 책 앞에 앉습니다.


저자는 런던의 가이스 병원과 모즐리 병원의 정신과 의사입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한 후, 영국 왕립 런던 종합병원 대학원에서 의학 교육 과정을 수료했어요. 종합병원 내과에서 근무하던 중,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모즐리 병원 정신의학 과로 전공 분야를 옮겼습니다. 이후 2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지요.

책에서는 ‘원인 불명의 증상’으로 종합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정신감정을 맡아온 저자가 그동안 만난 여러 환자들이 겪은 아픔, 증상, 그리고 그들이 털어놓은 마음속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총 18개의 제목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저자가 의사로서 겪은 경험들이 생생하게 실려 있어요. 요즘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지만 저자가 처음 진료를 시작할 때는 많은 오해와 부정적 시선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상황 가운데서도 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들어주고 싶어 한 순수한 열정이 책의 곳곳에 나타납니다. 저자의 순수하고 열정이 가득 넘치던 그 시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의사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실패해서다. (p22)

처음 시작은 종합병원의 정신과 의사라는 제목입니다. 의사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체계적 한계에 대해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질병에만 집중하는 접근법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학적 실패로 분류하며,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의료를 제시하죠. 하지만 이 실패는 인체를 이해하는 전문적인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죠. 의사가 사람들을 이해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조차도 필요 없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저는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하고, 3개월에 한 번씩 주사와 약을 처방받고 있어요. 그 의사는 초기 진료부터 수술까지 전담한 나의 주치의지만 나와 나누는 대화는 고작 5분 내외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인사하고 처방받고, 다음 일정까지 말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간단한 인사와 안부를 묻는데 드는 시간이 아니라요. 그마저도 환자가 넘쳐나서 진료실 2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의자에 앉을 시간도 없이 진료를 봅니다. 의사의 모습을 진료 대기하면서 지켜본 나는 질문을 하기가 미안해요. 그래서 특별한 것이 아니면 질문을 하지 않죠. 상투적이며 형식적인 질문 “요즘은 어떠신가요?”에 “피곤합니다.”라거나 “늘 비슷합니다.”라 같은 대답들을 하면서요. 언제쯤 환자가 의사와 신뢰 관계를 맺으며 진료할 때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요? 지금의 시스템과 체계로는 너무 멀어 보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희망을 품게 되네요.


의사의 치료가 겨냥하는 것은 십중팔구 증상이 아니라 진단명이다. 의사는 협심증은 치료할 수 있지만 ‘흉통’은 치료할 줄 모르며, 류머티즘 관절염은 치료할 수 있지만 ‘관절 통증’은 치료할 수 없다. (p114)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습니다. 그렇구나! 의사들은 병명을 가진 통증은 치료할 수 있지만 병명이 뚜렷하거나 밝혀지지 않은 통증들은 치료할 수가 없는 거구나 하고요. 증상이 아니라 진단명을 위주로 하는 치료에는 진단명이 나오지 않는 증상과 통증들은 무시되기 쉽습니다. 관대하게 말해서 신경성이라거나, 예민해서라는 말을 듣게 되지요. 증상이 진단명을 동반하지 않을 때의 그 낭패감은 환자를 스스로 작아지게 하고, 불안들로 인해 증상을 더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불안이라는 것은 몸의 모든 곳에 자신의 영역을 남기듯 침범합니다. 환자들도 진단명이 나오지 않는 증상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지는 못하죠. 머리가 아픈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럼 다른 방법들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됩니다. 정확하지도 않지만 불안을 잠재우고 증상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들이죠. 몸과 마음의 관계와 이해가 환자들에게도 의사들에게도 모두 필요해 보입니다. 증상에 집착해서 염려로 병을 키우거나 몸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나 정신에 충격이나 힘든 일이 없었는지를 찾아보는 방법들도 필요해요. 하지만 우린 이런 상식적인 것들도 알지 못하고 염려만으로 병원을 찾습니다. 내 염려와 걱정을 잠재우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검사들을 하고, 의사들은 진단명을 위해 검사를 합니다. 불필요한 검사가 의료비용을 높이고, 환자를 때론 위험하게 할지 라도 해요. 의사와 병원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신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서라도요.


마찬가지로 조력 자살을 금지하는 법률은 심사숙고해서 자기 삶을 끝내기로 결정한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위해 삶을 끝내는 데 동의하라고 강요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p277)

책은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그중에서도 조력자살을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안락사에 대한 논쟁과 논의는 어느 정도 익숙합니다. 하지만 조력자살이라는 말은 용어만 들어 봤는데,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조력자살을 원하는 경우는 환자가 극심한 고통과 치료를 통한 회복이 가능하지 않을 때 생각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정확하게 판단할 인지 능력이 있는지도 정신과 의사가 감정한다고 합니다. 그 감정을 통해서도 인간의 정확한 의도나 마음은 알기 어렵다고 해요. 하긴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을 타인이 어떻게 정확하게 알겠어요. 처음에는 조력 자살이 원칙들을 지켜내며 시행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들이 개입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경제적인 문제(시장에서 돈이 되는지)와 가족 관계 안에서의 문제점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해요. 그냥 편안히 책을 읽다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그런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요. 누구나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럴 때 자신의 의지와는 상반되게 삶을 끝내는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면서 아주 희망적인 생각도 해봤어요. 아무도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는. 기계에 의해 단순히 생명만을 연장한 치료는 환자 본인에게도 존엄성을 잃게 할 것 같아요. 내가 내 의지로 생각하고 말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삶을 정리하고 싶다는 것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생명의 주인은 나 자신이 아님을 믿습니다. 그 주인께서 존엄함을 지키는 마지막을 주시길 기도하는 마음이 됩니다.


책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요. 만성피로증후군, 비만 환자의 수술에 따른 심리치료, 삶을 스스로 끝내길 바라는 환자와의 면담, 대머리로 인한 외모 혐오, 의사 말을 믿지 못해서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환자 등. 정말 다양하게 나옵니다. 물론 20여 년간의 기록들이니 어쩌면 추리고 추린 것일 수도 있겠지요. 책을 읽으면서 마음과 정신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깊이 있게 혹은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으며 아무리 뛰어난 기계라 할지라도 뇌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한 인간의 몸은 유기적으로 움직여서 어느 한 부분의 문제만으로 질병이 생기거나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배웠지요. 그렇게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움직이는 몸과 마음, 혹은 정신을 오랫동안 분리해서 생각해 왔고, 마음(정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니 증상으로 밝혀낼 수 없는 질명들이이나 진단들이 많은 것이겠지요. 저자는 요즘 시대가 정신병을 강요하는 시대 같다고 합니다. TV나 인터넷에서는 자주 우울증에 대한 언급이 나오죠. 마치 누구나 앓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우울증도 우리 생각에 맞게 조각된 것처럼 느껴져요. 자신의 실수나 어려움을 마치 우울증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요.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건강을 너무 염려하지 않는 것. 의사들의 말을 신뢰하고 증상에만 집중하여 병을 키우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나은 경우가 많다는 것처럼 저도 제 마음을 잘 다스리기로 마음먹어요. 또 책에서는 의사와 의료계의 문제점들과 앞으로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나옵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영국은 참 좋겠다 생각했지요. 이런 의사가 리더의 자리에 있으니. 우리나라에도 좋은 의사 선생님들이 많으실 겁니다. 제가 알지 못해서 그렇지.

좋은 의사 선생님을 주치의로 모시는 기분이 됩니다. 몸과 마음, 정신에 대한 균형 잡히고 합리적인 생각을 갖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자신의 건강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마치 CT나 MRI처럼 진단받는 경험을 줄 거예요. 우리는 생각보다 건강합니다. 그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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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중력 -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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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부터36세까지 20년을 쿼터라이프라고 명명한 저자는 이 시기에 특징과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을 자세하게 이야기 해줍니다. 실제 상담가이면서 작가인 저자는 사례들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을 썼습니다. 사회에서 쿼터라이프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더 넗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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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중력 -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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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함께 대학생이 된 딸아이가 있습니다. 부모와 떨어져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데, 늘 피곤하고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해요. 그 아이를 어떻게 도와줄까 싶은 마음이 책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어린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책이라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어졌지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낯선 상담실의 문을 두드립니다.


저자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는 전문 면허를 보유한 심리 치료사이자 작가라고 합니다. 살로메 융 심리학 연구소 소장이기도 하고요. 분석심리학, 트라우마 연구, 역사, 사회적 정의에 집중하는 작업을 합니다. 융 심리학을 토대로 성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초중반을 대상으로 심리 연구와 치료에 전념해왔으며, 이와 관련된 주제로 강연과 글을 쓰고 있지요.

옮긴이 임슬애는 고려대학교에서 불어 불문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을 공부하고 현재는 번역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이름만 뺀다면 우리말로 써진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요.

책은 2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쿼터 라이프에 대한 용어 설명과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2장은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그 시기를 치열하게 건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저자가 정의한 쿼터 라이프는 16세부터 36세까지의 시기를 이르는 말이에요. 이제는 쿼터 라이프를 벗어났지만 저의 그 시기를 되돌아보며 두려움과 걱정으로 흔들리는 눈동자를 하고 책장을 넘겨봅니다.


쿼터 라이프 발달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온전한 자신을,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다. 여정의 목표는 지금과 다른 무언가, 지금 이상의 무언가를 향한 가슴 저릿한 갈망이 멈추는 것이다. 쿼터 라이퍼는 삶의 기반, 안전함, 사회적 안정을 원하기도 하고, 모험, 경험, 자기만의 의미를 원하기도 한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굳건한 체계를 구축해야 하지만, 삶에 온기와 동기를 부여하는 수수께끼, 친밀감, 심지어 불안 같은 것도 끌어안아야 한다. (p43)

저자의 경험을 들어 쿼터 라이프 시기를 설명합니다. 대학교에서 정해진 숙제를 모두 마치고 났더니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라는 세계로 떠밀렸다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언제나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해주었지요. 별생각 없이 단계에 따라 과제를 수행하듯 시간을 보내고 갑자기 대학을 졸업하면 어른이라고 합니다. 이제 어른이니 모든 것은 알아서 하라고 하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른이라는 이름을 주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라고 강요합니다. 저자는 그 당황스러웠던 경험들과 함께 자신의 방황을 이야기해요. 괜찮은(어른들이 봤을 때 경제적으로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고 있었으나 늘 채워지지 않은 마음들로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방황의 끝에서 융을 만났고, 심리학을 공부하여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쿼터 라이퍼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되지요. 우리는 너무 사회적인 외형에만 맞추려는 경향이 강해요. 자녀들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를 구하는 것으로 폭을 좁혀 놓고, 거기에 맞추라고 강요를 합니다. 쿼터 라이프 시기에는 온전한 자신을 찾는 것,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 목표예요. 어른들이 정해 놓은 사회의 틀에 나를 맞추어 가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자신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방황과 불안도 큰일 날 것이 아니게 됩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지금 방향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는 청춘을 걱정스럽게 볼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의 발달 단계를 지극히 정상적으로 겪으며 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마음에 조금은 여우가 생깁니다. 방황하는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불안과 염려가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제대로 사는 것도, 제대로 죽은 것도 아닌 이생은 그만두기로 이미 오래전에 결심했다는걸. 살아 있을 거라면 어설프게 살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어요. 오롯이 몰입한 채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지금 이 순간을.” (p77)

쿼터 라이프에는 2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의미형과 안 정형. 의미형은 자기 내면에 집중하고 정신을 몸보다 우위에 둡니다. 또한 자기 삶의 안정보다는 타인의 고통과 부정의에 민감하다고 해요. 이런 의미형들은 사회에서 부적응자가 되거나 예술가들이 된다고 합니다. 특이 이들은 사회체계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해서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과 조롱을 당하기도 합니다. 인용한 말은 의미형인 데니의 말입니다. 이 말을 통해 의미형을 온전히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안정적인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돈이나 세상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위의 말만 볼 때 대니는 참 멋진 사람이죠? 하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대니는 자신의 몸과 잘 지내지 못하고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요. 자신의 몸과 잘 지내지 못하기 때문에 잘 씻지도 않고 먹을 것을 잘 챙기지도 않습니다. 만약 이런 대니가 우리나라의 상담실에 들어선다면 어떤 진단을 받을까요? 편하게 몇 마디 나눠보고 저자의 말처럼 의료보험이 되는 약을 처방받을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대니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해줘요. 그 말은 그 시기에 있는 쿼터 라이퍼들도 똑같이 문제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아주 큰 잘못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지죠.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자신으로 살아갈 힘을 주는 것. 그것이 먼저 그 시기를 겪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요? 어린 어른들을 잘못됐다, 철없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내가 아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딸에게 가르쳐줄 교훈과 똑같다. 바로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법이다. 그것을 가르쳐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부터 나 자신이 되는 것이고, 그러면 아들은 어머니처럼 산다는 불가능한 일을 추구하는 대신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을 배울 것이다. (p113)

책은 이제 중반을 넘어가고 있어요. 의미를 추구하는 의미형과는 거의 반대의 성향으로 나타나는 안 정형은 안정적인 사회질서에 자신을 아주 잘 맞추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본 모습과 사회와 가족의 기대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혼란과 방황을 겪기도 하지요. 이 안 정형과 의미형 모두 자신만의 목표와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분리, 경청, 구축, 통합의 네 개의 기둥을 세워야 합니다. 네 개의 기둥은 각각의 단계가 아니라 기둥으로 빙빙 돌고, 느리고, 반복적일 때가 많아요. 그 첫 번째 기둥인 분리에 대해서 말하면서 부모와의 분리에 대해 말하는 부분입니다. 작가 오르디 로드의 말이지요. 부모님의 기대와 관계로부터 분리와 독립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부모님의 기대로부터 분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지난 경험을 떠 올립니다. 어머니의 기대에 온전히 맞춰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늘 실패하고 좌절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내 기대를 은근히 강요했습니다. 직접적으로 하지는 못하고 은근히 알아서 맞춰주기를 바라면서요. 아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주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아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어야겠어요. 책을 읽기를 정말 잘 한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나도 분리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아이도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하고 분리할 수 있도록 마음을 바꾸었으니까요. 하지만 완전히 내려놓는 것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과 끊임없이 싸우어야 하니까요. 저자의 상담실에서 만났던 많은 사례자들처럼.


분리, 경청, 구축, 통합을 통해 저자의 사례자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행복감을 전보다 많이 느끼게 됩니다. 물론 저자는 마지막 말에서 모든 사람들이 사례자들처럼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해요. 물론 그렇겠지요. 책을 읽어도 다르게 해석하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 큰 위안을 받았어요. 저의 경우는 특히나 고등학교 시절에 혼란스러웠습니다. 삶이 무엇인지를 매일매일 고민했고, 평범하게 살기 싫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이후에는 주어진 과업에 충실하느라 고민들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없어지지 않았지만. 저는 전형적인 의미형인 것을 알았습니다. 의미형이라 경제적인 것에 별로 관심이 없고, 의미와 정신, 가치에 좀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니까요. 늘 이런 제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이고 바보 같아 보였는데, 뒤늦은 진단과 위로를 받습니다. 더불어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라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혼란 가운데 방황하는 아이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비난하거나 다그쳤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자의 마무리 말에 정말 많이 공감했습니다. 학교에서 실제로 어른으로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지식들을 너무 가르치지 않는다고. 은행 업무나 보험들, 음식을 만들어 먹는 법,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거의 가르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가족들로부터 배웠지만, 요즘은 그것도 잘 되고 있지 않아 더 혼란스럽고 힘겨워 하는 쿼터 라이퍼들이 많다고 합니다. 또한 그 시기에 힘들어하는 쿼터 라이퍼들을 위한 돌봄 센터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전적으로 동감했어요. 몸이 아픈 것에 대한 인식과 복지는 좋아졌지만 마음이 아픈 것에 대한 것은 너무 미흡합니다. 거의 없는 실정이죠.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는 식의 낙인이 찍히고, 그나마 이루어지는 상담은 처방약이 전부니까요. 이 책이 사회에서 쿼터 라이프에 대한 인식과 도움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하고 하나씩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으로 살기를 선택할 때 변화는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흔들리며 걷고 있는 모든 쿼터 라이퍼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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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관계의 힘 - 예일대 비즈니스 스쿨 15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마리사 킹 지음, 정미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과학적으로 분석한 관계의 힘. 관계의 유형. 관계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이 자세하게 나온다. 관계를 통해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읽어봐야 할 책. 학문적인 내용이 많아 조금 지루 할 수도 있으나 대학 강의를 듣는 기분을 낼 수도 있는 유익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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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관계의 힘 - 예일대 비즈니스 스쿨 15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마리사 킹 지음, 정미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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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 마음과 시간을 들였던 관계는 끝이 났다. 언제쯤 끝내는 것이 좋을까를 늘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는데 몸이 아픔으로 정리했다. 뒤돌아보면 그 관계 말고는 남은 것이 없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펼친다. 답이 아프고 힘들고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무엇이라도 해야겠기에 희망을 품고 난생처음 비즈니스 스쿨 강의를 수강한다.


저사 마리사 킹은 예일대 비즈니스 스쿨의 조직 행동학 교수로 사람들이 타인과 주로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연구하고 있다. 신경과학, 심리학, 네트워크 분석 법 등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밝혀낸 연구 성과를 토대로 ‘관계의 전략적 관리’ 수업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 수업은 예일대 MBA 과정의 최고 인기 과목이자 필수과목이다. 저자는 소집형, 마당발형, 중개자형이라는 3가지 관계 유형을 발견했으며 이 유형들은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특징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15년간 연구하고 수업한 모든 내용과 동중의 네크워크 관련 연구의 주요 성과들을 모아서 정리한 것이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맥과 관계의 개념과 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각 관계들의 특징과 더 나은 일상의 관계들을 위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일단 수강 신청을 했으므로 필기도구를 챙기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강의실에 앉는다. 예일대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니 그것도 관계에 대한 것을. 흥분을 가라앉히고 집중하는 마음으로 입을 다물고 책을 펼친다.


사실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우리를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의 교류에서는 어색한 기분이 들 수 있고, 그렇게 어색해지면 진정성을 띠기 어려워질 수 있다. 진정성이 없다는 것 역시 인맥 맺기처럼 도덕적으로 불결한 기분을 들게 해서 소극성을 갖게 한다. (P41)

우리가 인맥 맺기를 어려워하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말하는 부분이다. 이 문장을 도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고 연구들을 이야기한다. 그런 근거를 들어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를 더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책은 보편적인 내용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모두 인맥 맺기를 어려워하고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힘들어한다. 또 다른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피하게 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나 인식을 하게 된다고.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고자 할 때는 진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너무나 상식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그 상식적인 이야기를 연구논문이나 심리학 실험, 다른 사람들의 책이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한다. 신뢰도를 높인다고 할까? 그 신뢰도를 바탕으로 책의 내용을 믿기로 한다. 크게 손해 날일은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면 좋은 일 아닌가? 그 좋은 일을 염두에 둔다면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어색함도 줄어들 것 같다. 모든 것을 걸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온 정성을 다했던 관계를 정리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극도로 줄었다. 이전에 알던 사람과 우연이라도 만나지 않기 위해 새로운 만남이나 모임을 갖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이제 관계의 시작을 알아가고 있으니 조금 더 읽어 가면 내 관계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 진정성을 갖고 만남에 도전해 보자.


기혼자들은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수록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낮은 편이며, 그 결과로서 더 건강하기도 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교사를 신뢰할수록 더 많이 배운다. 팀에서는 신뢰가 형성되면 업무 수행, 학습, 업무 협응이 더 원활히 이루어진다. (P106)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소집자 형에 대해 설명하면서 관계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소집자 형들은 소수의 깊은 유대관계를 통해 회복력과 지지를 얻으며 힘을 얻는 유형이다. 굳이 소집자형이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가장 가까운 배우자나 부모, 혹은 가장 친한 친구들 통해서 지지와 격려를 얻고 싶지 않을까? 이런 특성이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소집자형일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깊은 유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민감한 정보도 공유된다. 또한 비슷한 사람들과만 어울리려는 성향이 강해지면 폐쇄성을 띠게 되고, 그 안에서는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기 힘들어지기도 하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소집자형이던 아니던지 신뢰를 바탕으로 사랑을 쌓아가는 가족관계가 된다면 얼마나 이상적이겠는가? 아픈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내가 아픈 것도 혹시 관계가...


잘 베풀기 위해서는 자기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마당발형이 베풀려면 번아웃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경계선을 그어놓는 것이 좋다.(P207)

넓은 인맥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베풀어야 한다고 한다. 인맥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맥을 관리하는 것이다. 먼저 베풀어서 인맥을 형성했다면 계속 넓혀만 갈 수는 없다.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하는 지도 관건이다. 베푸는 것도 한없이 계속 베풀 수 없기 때문에 경계선을 그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잘 베풀기 위해서는 자기 보호가 필요하다고. 마당발형일 경우 그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베풀고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겠는가? 그 한 예로 5분 호의를 설명한다. 5시간을 베푸는 것은 힘들지만 5분은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또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베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베 푸려고 한다는 것이다. 오늘 누구를 만나던지 베풀고, 그 베풂은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은 선에서의 베풂이 되어야 한다. 관계의 유지와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자신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내가 베풀 수 있을 정도의 마음의 여유나 체력적인 안정이 있어야 진심을 다해 상대에게 베풀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힘들고 아픈데 어떻게 상대에게 진심으로 베풀 수 있겠는가? 결국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관계를 넓히는 것도 자신의 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계산하지 않는 선한 베풂 들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5분씩이라도 실천하면서 살자. 그것보다 먼저 내 생활을 잘 관리하자.


책을 통해 마당발형, 소집자형, 중개자형의 관계 유형을 알아보기도 하고, 관계를 잘 맺는 사람들의 실제 예를 살펴보기도 했다. 수많은 연구 논문과 인터뷰, 실험들이 적재적소에 더해저셔 관계의 중요성과 관계의 힘에 과학적인 힘을 더해준다. 하지만 그 많은 자료들이 결국은 설명하는 것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어떤 것이 아니었다. 상대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며 들어주고, 스킨십을 통해 마음을 나누며, 만나는 사람들을 내 목적에 따라 이용하지 않으며 진심을 다하는 것. 이중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다. 각각의 관계 유형들도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세 가지 유형들을 적절하게 사용하기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은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면 그 관계는 깊어지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책을 통해 관계의 힘에 대해 조금 더 실감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관계를 확장시키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나는 아무래도 소집자형인 모양이다. 집중해서 깊은 관계를 맺는 유형이니 관계의 확장보다는 깊이와 신뢰를 선택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관계 유형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또한 화려한 인맥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하듯이 읽는 것도 좋았다. 부부가 손을 잡고 있으면 통증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소 닭 보듯이 하는 우리 부부에겐 의미하는 것이 큰 사실이었다. 책을 읽었으니 책에서 말한 대로 열린 마음으로 책의 내용을 실천해 보기로 한다. 남편에게 다정한 마음을 담아 손을 잡아 주고, 고등학생 딸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담아 조용히 안아주어야겠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했으니 말을 빼고 스킨십을 통해 마음을 전해봐야겠다. 아 참! 내가 관계에 실패했던 이유는 너무 소집자형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베풂에 바라는 것이 없어야 하는데 내 식으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바랬던 것도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예일대 비즈니스 스쿨 강의를 들은 사람으로서 관계에 자신감을 좀 가져야겠다. 어려운 강의를 들었으니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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