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말 공부 -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의 힘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 지음 / 상상정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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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리하게 벼린 칼날 같은 마음이 수시로 상처를 받습니다. 예민하기 때문에 모를 수 없고, 모를 수 없어서 상처받아요. 그런 마음을 단단히 하고 싶은 마음에 펼친 책이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 말을 공부하는 심정으로요. 어른이 된다는 건 살수록 어렵고, 배워야 할 것도 많습니다. 단순히 나이만 먹는 어른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 말을 공부해요. 이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저자는 권재우, 김강수, 박길훈, 윤승용, 이정수, 조배식입니다.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에서 다수의 저자와 함께 만든 책이죠.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는 우리말과 살을 가꾸려 했던 이오덕. 김수업 선생님 뜻을 이어가고자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는 모임입니다. 아이들 삶을 가꾸고 북돋는 교육, 말과 글과 삶이 함께 이어지는 교육을 위해 애쓰고 있어요. 지은 책으로는 <온작품읽기- 우리 교실 책 읽기의 시작>, <온작품읽기와 온배움씨>, <교사, 읽고 쓰다>가 있고, 엮은 책으로는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가 있습니다. 책은 일상적인 말의 말밑(어원)을 찾아가며 쓰임새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죠. 많이 들었고, 익히 쓰고 있던 말이 전혀 다른 뜻이라는 것도 보여주고, 잘못된 쓰임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자연과 상황에 따른 말들, 사물을 떠나 사람에게까지 적용되는 흐름까지 짚고 있어요. 친절한 설명을 듣는 듯한 아름다운 우리말 속으로 떠나 봐요.


아름답다는 ‘알밤’과 ‘답다’가 나란히 이어진 말입니다. 우리 겨레 사람들은 알록달록 겉으로 드러난 빛깔이나 크고 우람하다 떠벌리는 것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지요. 티 없이 새하얀 빛깔, 시원하고 달달하며 고소한 맛, 무엇보다 깊숙이 숨어 있어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알밤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참 모습으로 여겼습니다. 우리 겨레가 만든 말 중에 가장 아름다운 말인지도 모릅니다. (p47)

아름답다는 말을 품고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아름다울 것 없는 시간과 상황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갈망했었죠. 가진 것이 없어서, 혹은 보이는 것이 없어서 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집착했는지도 몰라요. 그러다가 우연히 책에서 읽었던 아름답다의 말밑이 마음에 새겨졌어요. 아름답다는 것은 앓은 다음이라고요. 이 책을 읽으니 그 말밑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작가의 문학적인 표현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 크게 보면 알밤과 답다가 나란히 이어진 말이라는 설명과 앓은 다음이라는 말이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둘 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은 어떻게 빛을 발할까요? 사람의 태도에 담기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여건이 아니고, 그 사람의 조건이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에 아름다움이 담기는 것 같아요. 아주 바쁘고 분주한 출근 시간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어깨를 치고 그냥 갈 수도 있고, 그렇지만 미안하다고 말할 수도 있죠. 복잡하고 마음 아픈 일이 마음을 온통 채우고 있어도 누군가를 향해 웃어 줄 수 있는 태도 말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알밤 다운 아름다움을 갈망하고 있지만, 조급하지는 않아요. 대부분 드러나지도 않고, 알아차리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나는 내 태도에 아름다움을 담을 겁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알밤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면서요.


덜 여문 것을 말리다 보면 오그라들기 쉽습니다. ‘오그랑쪽박’입니다. 부엌에 두고 쓰지만 거기서도 천대받습니다. 사람 형편도 그럴 때가 있지요. 오그랑쪽박 신세라며 절망합니다. 오그라들어도 바가지는 바가지입니다. 언젠가 쓰임을 생각하며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p119)

전시된 찰나의 행복 같아서 sns는 하지 않습니다. 과정의 힘겨움과 지난한 노력들이 모두 삭제되고 오로지 찬란한 결과만 남아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거든요. 그 반짝임을 보면서 나는 왜 안될까 자책하게 되고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이런 것들이 없어도 충분히 오그랑쪽박 같은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왜 자기 자신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같을까요?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는 나인데 예외나 다름을 줄여 성공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실패자가 되거나 오그랑쪽박신세가 되는 거죠. 오그랑쪽박신세여도 바가지는 바가지라고 합니다. 덜 여문 것을 말리면 오그라들고 오그라든 바가지 중에서도 작은 바가지여서 오그랑쪽박이죠. 너무 빨리 무언가를 이루려는 조급함을 다스려야 합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해야 하는 거죠. 말은 쉽지만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포기하고 싶고, 편법을 쓰거나 반짝하고 빛나고 싶은 유혹도 많아요. 그렇지만 오그랑쪽박이 되지 않으려면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오그라들지 않습니다. 지금 현실에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오그라졌어도 바가지는 바가지이듯이 나는 나의 쓰임이 있을 겁니다. 그 쓰임이 어떤 것인지, 나의 본질이 무엇인지 오그랑쪽박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바람이 불어보는 방향에 따라 이름이 다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밑말을 알게 되고, 밑금이 사라진 자리에 밑줄이 자리 잡은 이유를 배워요. 시간을 나타내는 말 ‘제’를 만나고, 이제는 거의 사라진 올제(미래)도 새롭게 만납니다. 생선을 뜻하는 ~치, 맛이나 모양이 떨어지는 것에 붙이던 ‘개’, 곤충의 움직임을 보고 이름을 지었던 메뚜기, 방아깨비, 나비도 만나요. 이런 뜻이 있었구나 하고 깨닫고 이렇게 써봐야지 생각도 했죠. 당연히 한자 말일 거라고 생각했던 말이 순우리말인 경우도 있고, 우리말이라고 생각했던 말이 한자 인 경우도 있었어요. 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그 말의 쓰임을 예를 들어 설명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이러이러한 경우로 쓸 수 있다고 설명을 해놔서 단순히 말을 알리려는 것이 아니라 말을 살리는 책 같아요. 말에도 생명이 있어서 사람들이 쓰지 않는 많은 죽습니다. 죽은 말들 중에는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들도 많고요. 당연한 듯이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좀 더 써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알아야 하고요. 한 권의 책이 당장 무엇을 바꿀 수 없을지는 몰라도 읽은 한 사람은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이 책을 읽은 나부터 우리말을 조금 더 쓰고 정확한 의미를 사용한다면 최소한 나를 아는 사람들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겉으로 드러난 알록달록한 화려함이나 크고 우람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숨겨져 있어서 발견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드러나지 않을까요? 어른의 말에 의해서. 봄바람 같은 말씨에서 신바람 나는 삶이 펼쳐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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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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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수 있는 책! 작가란 자신과 사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펴보고 방향을 제시하고 문제들을 공론화하는 사람! 우리는 각자의 삶에 모두 소설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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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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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단순한 궁금증으로 신청한 책입니다. 혹시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소설 비슷한 것을 써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노림수가 깔려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글쓰기의 길은 그렇게 쉽지 않았어요. 여러분도 함께 스무고개 같은 스무 명의 작가들을 함께 만나 보실래요?


엮은이 애덤 바일스는 파리에 거주하는 영국 작가이자 번역가입니다. 20세기부터 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즈라 파운드,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등 당대 거장 작가들이 모여들었던 주요한 장소이자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문화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은 사리의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문학 디렉터로 일하고 있으며, 매주 팟 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죠. 책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진행되었던 작가와의 대화중 최고의 인터뷰를 엄선한 대담집입니다. 퍼시벌 에버렛의 <나는 시드니 포이티어가 아니다>를 시작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 에니 아르노의 <세월>과 대미를 장식하는 제프 다이어의 <로저 페더러의 마지막 날들과 다른 결말들>에 대한 작가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요. 나름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작가도 작품도 거의 없어 당황하며 책을 넘깁니다.


말이 안 되는 말을 말이 된다고 생각하도록 속이는 게 목표니까요. 그렇게 만드는 게 바로 리듬, 구조 같은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실제로 말이 되는 난센스를 쓰는 것입니다. 제게 행운을 빌어 주세요. (p36-퍼시벌 에버렛, 나는 시드니 포이티어가 아니다 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도록 하는 것이 소설가라고요. 이 책에서도 퍼시벌 에버렛이 하는 말이죠. 가령 이 소설의 내용처럼 미국 사회가 엄청나게 부유한 흑인 남성을 만났을 때 경험하는 인지 부조화를 탐구하면서 말이 되도록 하는 말이죠. 말이 안 되는 말을 말이 된다고 생각하도록 속이는 것을 목표로 하려면 우선 쓰는 자신을 먼저 속이거나 설득 시켜야 합니다.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읽을수록 말이 되는군 하게 생각하게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소설가입니다. 말이 안 되는 현실이 수시로 일어나는 요즘. 차라리 말이 되는 소설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시간은 결코 같은 속도로 경험되지 않습니다. 빨리 흐를 때도 있고 천천히 흐를 때도 있죠.(p226-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중에서)

우리는 다른 속도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시간은 일정하게 똑같이 흐른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합니다.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한 소설을 선보였어요. 인터뷰에서 작가가 하는 말이죠. 그러고 보면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잘못을 저지르고 혼날까 봐 마음 졸이며 엄마를 기다리던 시간은 정말 천천히 갔고,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강렬하게 달았지만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죠. 그건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있는 책은 밤을 새워 읽고, 시간이 금방 지나지만, 꼭 읽어야 해서 읽는 재미없는 책은 시간이 정말 안 가요.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하는 것인데, 그걸 글로 써서 확증하는 것이 작가인 듯합니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쉽게 글로 써서 그 느낌이나 깨달음을 주지는 못하는 것을 하게 하는 것이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제시간은 어떻게 흘렀나 생각해 봐요. 어떤 부분에서는 턱턱 걸려서 시간이 느리게 가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공감하느라 순식간에 시간이 가기도 했죠. 시간이 다르게 경험되는 바탕에는 지극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상대를 보고, 책을 읽는다면 시간이 좀 더 다르게 경험되지 않을까요?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경험되고 있나요?


책과 문학, 쓰기와 예술에 관한 깊이 있고 진지하며, 때로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생기 넘치는 대담들은 페미니즘, 인종 차별, 계급 및 정체성과 같은 동시대 주요 담론에 관한 빛나는 통찰을 엿볼 수 있어요. 작가들을 잘 모르지만, 인터뷰를 통해 제가 받은 느낌은 이런 겁니다. 작가란 시대와 깊이 공감하며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것. 사소한 현상이나 불편함, 거부감을 그냥 넘기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라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했지요. 모두가 작가가 될 수는 없지만, 삶이라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모두 소설가이자 작가입니다. 이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어떤 사람들을 곁에 둘지를 소설가처럼, 작가처럼 선택하고 만들어가 갈 수 있어요. 어제와 같은 오늘이,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현실이 의미 없어 보일 때 읽어 보면 좋을 책입니다. 삶이라는 시간 위에 나만의 소설을 쓰는 용기를 만나게 될 겁니다. 그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이 나를 일으켜줄 거니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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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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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통섭형 인재가 되려면 이책부터 빡세게 읽어라! 최재천 교수님의 지혜와 희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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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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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님을 책으로 만난 것은 제 삶이 허덕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떡볶이집 아줌마로 손님도 없는 가게를 지키며 책을 읽던 시절이었죠. 가게랑 도서관이 가까워서 어린이집에 다녀온 딸아이를 보초 세우고 후다닥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어요. 여유 있게 둘러볼 시간도 없고 해서 신간 코너에서 눈에 잡히는 데로 골랐던 책이 <통섭의 식탁> 이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내용이라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팍팍한 현실에 숨통을 틔어주었고, 한 가지만 잘 해서는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주었죠. 그때의 좋았던 느낌으로 가끔씩 챙겨 보게 되는 분입니다. 표시에서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웃고 있는 교수님 사진을 보며 희망을 크게 한숨 들여 쉬며 책을 넘겨요.


저자 최재천 교수님은 195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서 서울대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이어 하버드 전임강사를 거쳐 미시간대 교수가 되었고, 1989년 미국 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미시건 명예교우외 특별연구원을 지냈어요. 2004년 호주제 폐지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한국생태학 회장,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와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개설하여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다윈 지능>,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의 공부>등의 다수의 명저가 있어요. 책은 총 11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AI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와 있고, 2장은 통섭형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오죠. 3장은 진짜 공부를 하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요. 4장은 책 읽기는 빡세기라는 제목으로 독서에 대해 나오고요, 5장은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글쓰기가 있다는 주제로 글쓰기와 자신의 글쓰기 비법에 대해 나옵니다. 6장은 소통이 안 될 때는 토론 대신 숙론이라는 주제로 토론의 찬반 승부 싸움이 아니라 오래 숙고한 의견의 통합을 말하는 숙론에 대해 말해요. 7장은 아름다운 방황을 하라는 주제로 자신의 젊은 날의 방황을 예로 들어 젊은이에게 방황을 하라고 권면하고 있죠. 8장은 어느 줄에 설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계 일인자가 되는 의외의 쉬운 방법을 알려줍니다. 9장은 대한민국에서 애 낳는 사람은 바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나름의 해결 방안이 실려 있죠. 10장은 손잡지 않고 살아남는 생명은 없다는 주제로 생명의 본질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마지막 11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생태적 삶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된 박쥐에 대한 변명이 첫 번째 이야기로 실려 있죠. 기후 위기를 위해 문명의 전환이 아니라 생태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약간의 희망을 보여주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알면 사랑한다’라는 교수님의 따뜻한 친필 사인을 펼치며 책을 넘겨요.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책 읽는 게 취미라면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해요. 물론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었는데 술술 읽힐 리 없겠지요. 우여곡절 끝에 책 한 권을 뗐는데 도대체 뭘 읽었는지 하나도 기억에 안 남는 경우도 있을지 몰라요. (P117)

제게 독서는 고상한 취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시간도 많이 들고, 은근히 체력 소모도 많아요. 그렇지만 이 고상한 취미를 지속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취미! 좋아하기 때문이죠. 남들이 많이 읽은 책을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좋고, 남들이 거의 읽지 않는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재미도 좋아요. 하지만, 이렇게 몇 년을 보냈는데도 독서가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독서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조금씩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고민하기에는 그동안 고수한 나만의 방식이 있어 자존심이 상해서 징검다리 건너듯이 고민을 했죠. 자기 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는 독서법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던 중 부딪친 문장입니다. 독서는 취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는데 교수님은 친절히 방법도 일러주십니다.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씨름하듯이 읽어보라고요. 코스모스, 사피엔스, 총 균 쇠. 책장에서 장식용으로 늙어가고 있는 책들을 이제라도 읽어야 합니다. 치열하게 일하듯이요. 하지만 오늘까지는 즐깁니다. 취미로요. 취미가 아니라면 이 책을 만나지도 못했을 거라고 위로하면서요.


그래서 짐 캐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는 겁니다. 기왕에 망할 거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망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지요. (P262)

하루 시작 루틴이 있어요. 지자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구인 구직란을 확인하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그날 올라온 일자리를 찾아봐요. 명절이 있는 1월이라 일자리가 잘 없다고 위로하면서 홈페이지를 닫죠. 오후에 한 번 더 들어가 보고는 실망합니다. 아무 일이나 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40대 후반 경력 단절 여성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으니까요.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군 단위에서 차 운전도 못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너무도 제한적이라 시간이 길어질수록 낙심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죠. 그러다가 늘 그랬던 것처럼 책의 문장으로 위로받아요. 기왕 망할 것 좋아하는 일 하고 망해보자고 힘을 냅니다. 정확히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부터 다시 찬찬히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 그 일에 책이 도구가 되면 좋겠고, 노동의 강도가 세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웃습니다. 이런 일이 과연 있기나 할까 싶어서요. 시간이 좀 더 지난다면 적당히 타협하고 취업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좋아하는 일 하다가 망해도 망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치열하게 책을 읽어 보려고,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칩니다.


말하는 것처럼 쓰인 글이라 읽기가 수월합니다. 읽기가 수월하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죠. 교수님의 칠십 평생을 통해 얻은 지혜가 공부와 통섭을 이루어 혜안처럼 빛나요. ‘출산율에만 집착하는 인구정책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적은 인구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 인구의 박사화를 통해 전 국민이 평생 공부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교육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본다’등의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뉴스를 보면서 출산 장려 정책의 덧없음이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정책 입안자들의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아닐 수가 없어요. 돈을 얼마를 주던 일회성 현금 보상 정책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정책들만 계속 나오는지 한숨이 났거든요. 실제로 아이를 한 명이라도 낳아 길어본 사람이라면 그런 정책은 쓰지 못할 거라는 걸 알 텐데 아쉽습니다. 교수님은 생물학적으로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구는 남지만 인간은 기후 위기로 인해 사라질지 모른다고 봤어요. 종의 다양성이 현격하게 줄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기후 위기의 다른 면을 짚어 주죠. 손잡지 않고 살아남는 생물은 없다는 사실을 실감 나게 설명하면서 결국엔 함께 가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함께의 방법들이 실려 있어 희망이 보여요. 단순히 심각한 문제점들만 나열하고 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이런 문제점이 있는데, 이런 해결책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질문하는 책이죠. 아직 교수님의 지혜를 따라가지 못하는 저는 책의 입구에 발만 담금 것처럼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만 합니다. 그럴 수 있겠다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독서를 통해 조금 더 희망 쪽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소망해 봐요.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하니까요. 곤충도 나도, 새도, 물고기도요. 오늘에서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징검다리처럼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을 딛고 부디 희망의 미래에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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