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진술서 -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지음 / 파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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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 23년 차가 됩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특히 나와 같지 않은 시댁 식구들로 인해 1년이 10년 같은 시간들도 지나왔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 생활은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포기해 가는 것들이 많아집니 너다. 늘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누군가의 결혼 생활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깊이 숨어 있는 이별에 대하여 책을 통해 미리 경험해 보고 싶었는지도...

그녀를 바로 세워주었던 10년 전의 치열했던 시간들 속으로 담담함으로 들어가 봅니다.


본명은 김혜원이며 문학평론가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국어국문학과와 극작과를 졸업했지요. 2004년부터 인터넷신문 드라마 평론을 시작했으며, 여러 방송사와 신문과 잡지에 출연하고 인터뷰하고 글을 기고하는 동안 세상을 이해하고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책으로 자신의 경험을 담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합니다.

책은 재판 이혼 과정에서 맨 처음 반드시 써야 하는 결혼 진술서에 대해 자신의 경험으로 시작합니다. 분노와 원망, 그리고 막막함으로 이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이성을 챙기고 결혼 생활을 돌아보라고 하죠. 이 결혼 진술서를 시작으로 더 나은 미래의 출발이 가능하기에 문장력과 전투력을 키우라고 합니다. 그다음에는 그동안의 연습과 훈련으로 다져진 자신을 변호하는 글을 쓰라고 하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혼에 이르러서야 보이는 결혼의 진실, 알고 있었지만 용기 내어 마주하지 못했던 결혼의 실체에 대해 말합니다.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는데, 그냥 상황이나 분위기에 휩쓸려서 결혼과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위로를 주는 내용은 아닙니다. 어영부영 그냥 그렇게 살다 보니 20년이 넘은 결혼 생활을 찬찬히 거짓 없이 들여다봅니다.


에너지를 새지 않게 보존하는 방향으로 오롯이 쏟는 경험을 해보면 단박에 알아챌 것이다. 더는 유지하기 힘든 수준의 생활을 이어가는 일은, 흐름을 거스르는 정도의 역경이다. 당신이 온몸을 사른다고 해도, 안 될 일은 안 된다. (p22)

온몸을 사른다고 해도 안 될 일은 안 된다고 합니다. 역경을 거스르는 에너지를 쏟으며 결혼생활을 힘겹게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을 위한 문장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어리석게 안 될 일을 된다고 믿으며 자신을 사르고 있을까요? 이혼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만 결혼하는 데는 질문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꼬집어 말합니다. 한 사람과 영원히 산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쉬운 일도 아닌데 우리는 결혼을 하지 않는 혹은 못한 사람들을 하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결혼을 종용합니다. 또한 정말 자신의 온몸을 사르다가 안 될 일을 놓는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사람들도 문제가 있어서라는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이혼을 바라보는 태도는 내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보면 좀 더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자신의 딸이나 동생으로 보면 그렇게 문제가 있어서라는 시선은 되지 않을 겁니다. 온몸을 사르며 힘겹게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입니다. 그것도 경제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수많은 그녀들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더불어 나도 이 문장으로 결혼 생활의 기준을 세웁니다. 한쪽만의 희생으로, 참음으로 유지되는 것은 문제가 너무 많으니까요.


오작동을 거듭하는 망가진 유형은 고쳐 쓸 수 없다. 반성의 기미가 없기에 개선의 여지도 없다. 그리고 시행착오는 한 번이어야 유효하다. 철저히 반성하고 점검해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때만 시행착오라고 말할 수 있다. (p154)

실제적으로 이혼을 결심하고 협의 이혼이 되지 않는 경우 재판 이혼으로 갑니다. 재판 이혼을 하다 보면 마음이 약해지고, 두려움이 커지게 되죠. 그래서 흔들리는 마음에 상대가 미안하다고 하면 이혼을 접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약해진 마음으로 전혀 달라진 것 없는 상대를 받아 준다는 것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을 덮어두고 모른척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이혼을 자신의 손으로 정리하고 오롯이 감당할 것들은 감당해야 다음을 위한 나아감이 있다고 해요. 누군가의 이야기, 누군가의 도움으로 나는 빠지고 이혼을 진행하게 되면 자신을 일으키는 힘을 얻지 못합니다. 오래 생각하고 결단하고 움직였다면 다시는 똑같은 선택을 쉽게 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도 나도 그대로이고, 바뀐 것이 없다면 말이죠. 아이들을 위한 선택 뒤에 숨는 것도 자신에게는 비겁한 겁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듯 자신도 생각해야죠.

모든 것을 쏟아부은 사랑이 후회가 없듯이 이혼도 그러해야 합니다. 그래야 결혼에 대한 미련도 남지 않아요.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선순위에 자신을 두고 선택했다면 용기 있게 더 나아진 자신을 위해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는 저자 자신의 결혼 진술서가 예시처럼 실려 있습니다. 이혼이라는 아픔을 꺼내기까지 저자는 10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해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이혼 사실을 말하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하면서요. 이혼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이혼을 할 경우는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 합니다. 저자는 특히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해요. 그저 먹고사는 정도의 경제력 밖에는 없어서 미래를 꿈꿀 수 없었다고.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이혼을 참으며 자신을 사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책의 시작에 자신을 믿고 지지해 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는 글을 실었어요. 길고 지난했던 이혼 과정에서 오롯이 자신의 편이 되어 격려하고 지지해 준 아버지와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냥 그대로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하루를 그냥 견디고 있다면 진지하게 이 책을 읽어 볼 일입니다. 책을 통해 자신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선택이 어떠하던지 그녀의 지침 같은 책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결혼 진술서를 참고하기 위해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을 때의 막막함을 아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써 놓았어요. 참고 자료가 기껏해야 100년 전 나혜석의 이혼 고 백 장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답답함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어요. 누군가를 살리는 참고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우리가 결혼을 한 것은 한 쪽이 일방적으로 참거나 희생하기를 바라서 한 것은 아닙니다. 쉽게 결혼하고 쉽게 헤어지는 시대 속에서 조금 더 관계에 대한 진정성이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결혼 진술서 앞에 솔직히 자신을 비춰주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결혼 생활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은 바뀔 겁니다. 

사랑했던 당신, 이별은 죄가 아닙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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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게 살아가는 법
피연희 지음 / 보름달데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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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담백하지만 치열한 대한민국 여성의 삶, 엄마와 아내의 딸로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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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게 살아가는 법
피연희 지음 / 보름달데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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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왜 선택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빨랫줄에 걸린 빨래가 바람에 날리는 그림을 보고 윤동주의 시가 생각났기 때문인지,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제목도 호기심을 자극했지요. 요즘은 빨랫줄을 거의 볼 수 없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도요.(군 단위) 그래서 그 빨랫줄은 저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들을 쨍한 햇살에 널어 말리는 빨래처럼 걸고 싶었던 마음이 책을 오래 보게 했는지도. 그녀의 이야기들을 빨랫줄에 널 듯이 책을 펼칩니다.


저자는 올해 43세가 되는 여성입니다. 일찍 결혼하여 출산을 하고 서른여덟 살에 아들의 교육을 위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지난날들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다고 해요. 자신의 행복과 후회가 남지 않을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묻고 답하는 과정을 책에 남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고단했던 과거 일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썼습니다.

책은 자신의 성장 과정을 시작으로 인생 2막이 펼쳐지는 이민 생활, 결혼, 육아, 이혼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마흔을 넘기고부터 중년의 행복 찾기를 위한 고민과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들이 실려 있죠. 간간이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고, 글씨체는 작지만 읽기에는 수월합니다.

이제 나보다 어린 작가들의 책을 더 많이 만나게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녀의 40대 초반에 중년을 돌아보며 쓴 글들이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가난해서 상처 많았던 작은 소녀의 지하 단칸방으로 조심스럽게 놀러 가봅니다.


마음먹은 지금 시작하면 된다. 그게 어떤 도전이든 상관없다.(p30)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그녀는 성인이 됩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생활을 시작하죠. 그 직장에서 10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24살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 1년 후에 출산을 하게 되고 아들을 낳자 아들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기 싫었다고 해요.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그래서 그녀는 경매 공부를 시작하고, 그 공부가 밑바탕이 되어 공인 중개사 시험을 치게 됩니다. 어렵다는 공인 중개사 시험을 6개월 만에 합격하죠. 어린 아들을 돌보며 공부를 해야 했기에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 강의를 듣고,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요. 아들이 돌아올 때 친정어머니가 봐 주시고, 저녁 7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했다고 합니다. 친정어머니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겠지만, 그녀의 도전과 성실함이 이루어낸 결과겠지요? 마음을 많이 먹지만 막상 시작하지 못하는 저에게는 큰 도전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뒤로 숨고 싶었던 마음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얼합니다. 상황을 탓하고 여건을 따지지 말고 시작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두려움은 개나 줘 버리고서. 설사 시작하고 도전해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실패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과 성숙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마음먹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적어 봐야겠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요.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적당히 이기적으로 나를 생각하며 살아야 행복하고, 내가 행복해야 자식, 가족, 친구 등 주변을 챙길 힘도 생기는 거다. (p182)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서른여덟 살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고, 이민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쭈욱 이어집니다. 이후 그녀는 결혼, 육아, 이혼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합니다. 위에 문장은 이혼에 대해 말하면서 그녀가 하는 말입니다. 살다 보면, 죽을 만큼 사랑해서 한 결혼이라고 해도 살다 보면 관계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옵니다.

그때 하고 싶은 일도 도전하지 못하는 제가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해도 이혼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을 생각해 내고, 한 번 더 봐 주려고 스스로를 괴롭히죠.

그러면서도 이혼을 바라보는 제 생각들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도 이혼을 절실하게 생각하면서도 누군가의 이혼을 색안경을 끼고 보니까요.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정말 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을 나는 무슨 문제가 있을 거라거나 잘못을 한 것처럼 보니까요. 고정관념과 습관, 성격 등은 정말 무섭도록 잘 바뀌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내 행복을 챙기고 싶어도 그런 경험들이 부족한 저는 또 먼저 움직이며 마음을 씁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죠. 해 주고는 잊어버려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건 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쉬운 습관대로, 생각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한심하기도 합니다. 변화가 어려운 것은 원래의 것을 거스르기 때문이라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녀의 담백한 응원에 힘입어 내 행복을 최선으로 하는 노력들을 해봐야겠습니다.


책은 기사처럼 담백하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감정이 빠진 문장들이 그녀의 경험들 사이로 빼곡하게 이어집니다. 영어 바보가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고 해요. 심지어 강사의 농담까지 외울 정도로 들으며 공부했다고. 이 문장은 길어야 2~3문장에 끝납니다. 하지만 그녀가 노력했던 시간들과 집중들이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옵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는 감정을 보입니다.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하시고, 말도 못 하고 누워만 계시지만 어머니가 살아 계 서서 감사하다고 하면서요.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가 실려 있습니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저도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언제까지 제 곁에 계실 수 없는 것이 명백한 사실인데도, 저는 제 자식이 먼저입니다. 어머니도 자식도 함께 잘 섬길 수 있는 지혜를 배워봅니다. 청명한 가을볕에 빨래를 말리듯 그녀의 아픔들이 글을 통해 말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됩니다. 솔직하고 담담해서 더 와닿고, 더 치열하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모두가 책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용기와 도전을 함께 응원합니다. 더불어 그녀가 들려줄 50대와 60대, 또 멋진 70대를 기대합니다. 살아있게 살아 주어서 감사합니다. 나도 나의 자리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멋지게 써야겠습니다. 우리 함께 잘 살아 봐요. 어머니로, 아내로, 딸로, 그것보다 먼저 자기 자신으로.


빨래 윤동주

빨래줄에 두 다리를 드리우고

흰 빨래들이 귓속 이야기하는 오후,


쨍쨍한 칠월 햇발은 고요히도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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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자 쫌! - 당신이 옳다고 확신했던 것들은 다 틀렸다
이지오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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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고 확신 했던 것들이 위험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한 책. 책이 널리 읽히고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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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자 쫌! - 당신이 옳다고 확신했던 것들은 다 틀렸다
이지오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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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직장이 없거나,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불안함은 이성을 넘어섭니다. 그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책입니다. 그냥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얻고 싶어서. 하지만 그것이 꼭 위로가 될 것인지는 책을 받는 순간 의심이 듭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확신들이 틀렸다고 과감하게 말하는 책 앞에 쭈뼛쭈뼛 눈치 보는 아이가 됩니다.


저자 이지오는 성균관 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씨네 21>, <연합뉴스>, <디지털 조선일보>에서 기사 교열을 담당했고, <연합 뉴스>에서 문화 예술 부분 영문 기사를 작성했다고 해요. 글쓰기는 전혀 생각하지도 공부하지도 않았지만 직장 생활을 통해 글쓰기를 배웠다고 합니다. 책 읽고 축구 중계 보고 우주소녀 덕질 하기에도 바빠서 속 터지는 뉴스와 꼴 보기 싫은 사람들에게 감정 낭비할 틈이 없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20대는 이상 속의 ‘나’와 현실의 ‘나’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열등감에 시달렸고, 30대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는데 썼다고 해요.

이 책은 그 10년의 과정이 나은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책은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것들을 버려야 한다고 시작하고 있어요. 0순위로 버려야 할 희망과 첫 번째 삶에 확신이 필요하다는 확신, 두 번째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확신입니다.

세 번째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확신, 네 번째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확신, 다섯 번째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가만, 저자가 버려야 한다고 하는 것들은 우리가 학교에서 선배들에게 부모님들에게 늘 조언으로 들었던 말인데, 이걸 버리면 어떻게 살아야 하죠? 당연한 정답들이 정답이 아닐 때 오는 혼란의 폭풍이 휘몰아칩니다. 그 폭풍 속에서 파도를 타는 저자의 10년간의 이야기들로 들어가 봅니다.


‘위기의 순간’을 제외한 무의식의 순간에 저항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것이 ‘자기 계발’이다. 자기 계발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이지, ‘밖에서부터’ 무언가 추가되는 게 아니다. (p101)

저자는 0순위로 희망을 버려야 함을 말하고, 첫 번째로 확신을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무언가를 확신한다는 것은 성장과 확장의 반대말이라고 하면서요. 꼭 무슨 확신이 있어야만 삶이 살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죠. 확신을 버리라는 1장을 지나 두 번째 장은 자기 계발에 대한 확신을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기 계발... 요즘은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르거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블로그 이웃들의 이야기도 늘 자기 계발로 넘치죠. 그 속에서 저는 매일매일이 똑같은 것 같아 또 힘들어집니다.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저자는 말합니다.

자기 계발은 무언가를 밖에서부터 추가하는 게 아니라고요.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진정한 자기 계발이라고 합니다. 자기 계발에 대한 어떠한 의심도 없이 질문도 없이 남들처럼 따라 하기만 한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죠.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는 공감하고 실천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 또다시 열등감으로 자신을 확신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아님 진정한 변화를 통한 진정한 자기 계발을 하던지요.


사랑은 수학의 명제가 되었다. 증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p304)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확신을 버려야 함을 넘어서 마지막 장에 이르면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려야 함을 말합니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리라니?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읽었던 내용들이 턱턱 걸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가령 효도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려야 한다거나 열심히 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리라는 부분들요.

하지만 이번 장처럼 높은 장벽이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읽다 보면 저자의 말에 공감하기도 하고, 생각을 확장 시키는 부분들도 있었죠. 하지만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리라니... 힘들게 한 장 한 장 읽다가 깨닫습니다. 저자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리라고 말하면서 잘못된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요.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할 때 ‘사랑’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확신하지 말고 의심하고 질문하고 자신의 말로 재정의 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를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랑은 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겁니다. 증명하는 사랑,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넘어서 자기 자신과의 사랑에서도 증명을 요구합니다. 보이는 나의 모습과 나를 분리하지 못하면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잘못된 사랑으로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고 해요. 더 멋진 사람, 더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증명을 요구하고 괴롭히게 되는 겁니다.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실존하는 나와 보이는 나를 분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기애가 되는 거라고요. 내 속에 노예 감독관을 세우고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다가 간혹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10년간의 방황과 탐구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자신의 언어로 개념들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고 의심하고 질문하고를 반복하면서 흔들리며 걸어온 발자취를 읽습니다. 이제야 겨우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저에게는 나이 어린 저자의 깊이가 부럽기만 합니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날강도 같은 감정입니다. 10년간의 방황과 탐구는 하기 싫고 멋진 사람은 되고 싶다는 말이니까요. 그래서 이제부터 하나하나 제힘으로 확신했던 것들을 의심하면서 탐구해 볼 생각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정말 당연했던 것인지 의심하는 것부터요. 이어령 선생님은 마지막 수업을 통해 자신의 머리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 지식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의심하고 생각하고 질문해서 자신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만이 온전한 자신의 지식이 된다고 했어요. 그동안 일방적으로 주입된 확신과 지식들을 붙들고 살아왔음을 깨달아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지금쯤 이런 책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확신을 갖고, 자기 계발을 하고 착하게 살아야 하고, 열심히 하고,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런 확신들이 의심 가득하고, 어쩌면 자신의 삶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다름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감하는 것. 그런 성숙한 생각들과 마음가짐들이 이 책을 통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귀에 달달한 위로나 허상으로 가득 채우는 자존심이 아니라 실존하는 사람으로, 남을 살리고 도우는 사랑으로 더 성숙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희망을 봅니다. 삶의 어느 자리, 어느 시점에 있던지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들과 어색한 동거를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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