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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자 쫌! - 당신이 옳다고 확신했던 것들은 다 틀렸다
이지오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1월
평점 :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직장이 없거나,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불안함은 이성을 넘어섭니다. 그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책입니다. 그냥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얻고 싶어서. 하지만 그것이 꼭 위로가 될 것인지는 책을 받는 순간 의심이 듭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확신들이 틀렸다고 과감하게 말하는 책 앞에 쭈뼛쭈뼛 눈치 보는 아이가 됩니다.
저자 이지오는 성균관 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씨네 21>, <연합뉴스>, <디지털 조선일보>에서 기사 교열을 담당했고, <연합 뉴스>에서 문화 예술 부분 영문 기사를 작성했다고 해요. 글쓰기는 전혀 생각하지도 공부하지도 않았지만 직장 생활을 통해 글쓰기를 배웠다고 합니다. 책 읽고 축구 중계 보고 우주소녀 덕질 하기에도 바빠서 속 터지는 뉴스와 꼴 보기 싫은 사람들에게 감정 낭비할 틈이 없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20대는 이상 속의 ‘나’와 현실의 ‘나’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열등감에 시달렸고, 30대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는데 썼다고 해요.
이 책은 그 10년의 과정이 나은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책은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것들을 버려야 한다고 시작하고 있어요. 0순위로 버려야 할 희망과 첫 번째 삶에 확신이 필요하다는 확신, 두 번째는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확신입니다.
세 번째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확신, 네 번째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확신, 다섯 번째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가만, 저자가 버려야 한다고 하는 것들은 우리가 학교에서 선배들에게 부모님들에게 늘 조언으로 들었던 말인데, 이걸 버리면 어떻게 살아야 하죠? 당연한 정답들이 정답이 아닐 때 오는 혼란의 폭풍이 휘몰아칩니다. 그 폭풍 속에서 파도를 타는 저자의 10년간의 이야기들로 들어가 봅니다.
‘위기의 순간’을 제외한 무의식의 순간에 저항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것이 ‘자기 계발’이다. 자기 계발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이지, ‘밖에서부터’ 무언가 추가되는 게 아니다. (p101)
저자는 0순위로 희망을 버려야 함을 말하고, 첫 번째로 확신을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무언가를 확신한다는 것은 성장과 확장의 반대말이라고 하면서요. 꼭 무슨 확신이 있어야만 삶이 살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죠. 확신을 버리라는 1장을 지나 두 번째 장은 자기 계발에 대한 확신을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기 계발... 요즘은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르거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블로그 이웃들의 이야기도 늘 자기 계발로 넘치죠. 그 속에서 저는 매일매일이 똑같은 것 같아 또 힘들어집니다.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저자는 말합니다.
자기 계발은 무언가를 밖에서부터 추가하는 게 아니라고요.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진정한 자기 계발이라고 합니다. 자기 계발에 대한 어떠한 의심도 없이 질문도 없이 남들처럼 따라 하기만 한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죠.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는 공감하고 실천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면 또다시 열등감으로 자신을 확신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아님 진정한 변화를 통한 진정한 자기 계발을 하던지요.
사랑은 수학의 명제가 되었다. 증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p304)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확신을 버려야 함을 넘어서 마지막 장에 이르면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려야 함을 말합니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리라니?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읽었던 내용들이 턱턱 걸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가령 효도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려야 한다거나 열심히 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리라는 부분들요.
하지만 이번 장처럼 높은 장벽이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은 아니었어요. 읽다 보면 저자의 말에 공감하기도 하고, 생각을 확장 시키는 부분들도 있었죠. 하지만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리라니... 힘들게 한 장 한 장 읽다가 깨닫습니다. 저자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을 버리라고 말하면서 잘못된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요.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할 때 ‘사랑’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확신하지 말고 의심하고 질문하고 자신의 말로 재정의 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를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랑은 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겁니다. 증명하는 사랑,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넘어서 자기 자신과의 사랑에서도 증명을 요구합니다. 보이는 나의 모습과 나를 분리하지 못하면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잘못된 사랑으로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고 해요. 더 멋진 사람, 더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증명을 요구하고 괴롭히게 되는 겁니다.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실존하는 나와 보이는 나를 분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기애가 되는 거라고요. 내 속에 노예 감독관을 세우고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다가 간혹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10년간의 방황과 탐구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자신의 언어로 개념들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고 의심하고 질문하고를 반복하면서 흔들리며 걸어온 발자취를 읽습니다. 이제야 겨우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저에게는 나이 어린 저자의 깊이가 부럽기만 합니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날강도 같은 감정입니다. 10년간의 방황과 탐구는 하기 싫고 멋진 사람은 되고 싶다는 말이니까요. 그래서 이제부터 하나하나 제힘으로 확신했던 것들을 의심하면서 탐구해 볼 생각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정말 당연했던 것인지 의심하는 것부터요. 이어령 선생님은 마지막 수업을 통해 자신의 머리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 지식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의심하고 생각하고 질문해서 자신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만이 온전한 자신의 지식이 된다고 했어요. 그동안 일방적으로 주입된 확신과 지식들을 붙들고 살아왔음을 깨달아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지금쯤 이런 책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확신을 갖고, 자기 계발을 하고 착하게 살아야 하고, 열심히 하고,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런 확신들이 의심 가득하고, 어쩌면 자신의 삶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다름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감하는 것. 그런 성숙한 생각들과 마음가짐들이 이 책을 통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귀에 달달한 위로나 허상으로 가득 채우는 자존심이 아니라 실존하는 사람으로, 남을 살리고 도우는 사랑으로 더 성숙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희망을 봅니다. 삶의 어느 자리, 어느 시점에 있던지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들과 어색한 동거를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