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진술서 -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지음 / 파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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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 23년 차가 됩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특히 나와 같지 않은 시댁 식구들로 인해 1년이 10년 같은 시간들도 지나왔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 생활은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포기해 가는 것들이 많아집니 너다. 늘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누군가의 결혼 생활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깊이 숨어 있는 이별에 대하여 책을 통해 미리 경험해 보고 싶었는지도...

그녀를 바로 세워주었던 10년 전의 치열했던 시간들 속으로 담담함으로 들어가 봅니다.


본명은 김혜원이며 문학평론가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국어국문학과와 극작과를 졸업했지요. 2004년부터 인터넷신문 드라마 평론을 시작했으며, 여러 방송사와 신문과 잡지에 출연하고 인터뷰하고 글을 기고하는 동안 세상을 이해하고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책으로 자신의 경험을 담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합니다.

책은 재판 이혼 과정에서 맨 처음 반드시 써야 하는 결혼 진술서에 대해 자신의 경험으로 시작합니다. 분노와 원망, 그리고 막막함으로 이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이성을 챙기고 결혼 생활을 돌아보라고 하죠. 이 결혼 진술서를 시작으로 더 나은 미래의 출발이 가능하기에 문장력과 전투력을 키우라고 합니다. 그다음에는 그동안의 연습과 훈련으로 다져진 자신을 변호하는 글을 쓰라고 하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혼에 이르러서야 보이는 결혼의 진실, 알고 있었지만 용기 내어 마주하지 못했던 결혼의 실체에 대해 말합니다.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는데, 그냥 상황이나 분위기에 휩쓸려서 결혼과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위로를 주는 내용은 아닙니다. 어영부영 그냥 그렇게 살다 보니 20년이 넘은 결혼 생활을 찬찬히 거짓 없이 들여다봅니다.


에너지를 새지 않게 보존하는 방향으로 오롯이 쏟는 경험을 해보면 단박에 알아챌 것이다. 더는 유지하기 힘든 수준의 생활을 이어가는 일은, 흐름을 거스르는 정도의 역경이다. 당신이 온몸을 사른다고 해도, 안 될 일은 안 된다. (p22)

온몸을 사른다고 해도 안 될 일은 안 된다고 합니다. 역경을 거스르는 에너지를 쏟으며 결혼생활을 힘겹게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을 위한 문장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어리석게 안 될 일을 된다고 믿으며 자신을 사르고 있을까요? 이혼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유가 필요하지만 결혼하는 데는 질문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꼬집어 말합니다. 한 사람과 영원히 산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쉬운 일도 아닌데 우리는 결혼을 하지 않는 혹은 못한 사람들을 하자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결혼을 종용합니다. 또한 정말 자신의 온몸을 사르다가 안 될 일을 놓는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사람들도 문제가 있어서라는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이혼을 바라보는 태도는 내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보면 좀 더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자신의 딸이나 동생으로 보면 그렇게 문제가 있어서라는 시선은 되지 않을 겁니다. 온몸을 사르며 힘겹게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입니다. 그것도 경제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수많은 그녀들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더불어 나도 이 문장으로 결혼 생활의 기준을 세웁니다. 한쪽만의 희생으로, 참음으로 유지되는 것은 문제가 너무 많으니까요.


오작동을 거듭하는 망가진 유형은 고쳐 쓸 수 없다. 반성의 기미가 없기에 개선의 여지도 없다. 그리고 시행착오는 한 번이어야 유효하다. 철저히 반성하고 점검해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때만 시행착오라고 말할 수 있다. (p154)

실제적으로 이혼을 결심하고 협의 이혼이 되지 않는 경우 재판 이혼으로 갑니다. 재판 이혼을 하다 보면 마음이 약해지고, 두려움이 커지게 되죠. 그래서 흔들리는 마음에 상대가 미안하다고 하면 이혼을 접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약해진 마음으로 전혀 달라진 것 없는 상대를 받아 준다는 것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을 덮어두고 모른척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이혼을 자신의 손으로 정리하고 오롯이 감당할 것들은 감당해야 다음을 위한 나아감이 있다고 해요. 누군가의 이야기, 누군가의 도움으로 나는 빠지고 이혼을 진행하게 되면 자신을 일으키는 힘을 얻지 못합니다. 오래 생각하고 결단하고 움직였다면 다시는 똑같은 선택을 쉽게 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도 나도 그대로이고, 바뀐 것이 없다면 말이죠. 아이들을 위한 선택 뒤에 숨는 것도 자신에게는 비겁한 겁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듯 자신도 생각해야죠.

모든 것을 쏟아부은 사랑이 후회가 없듯이 이혼도 그러해야 합니다. 그래야 결혼에 대한 미련도 남지 않아요.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선순위에 자신을 두고 선택했다면 용기 있게 더 나아진 자신을 위해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는 저자 자신의 결혼 진술서가 예시처럼 실려 있습니다. 이혼이라는 아픔을 꺼내기까지 저자는 10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해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이혼 사실을 말하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하면서요. 이혼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이혼을 할 경우는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 합니다. 저자는 특히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해요. 그저 먹고사는 정도의 경제력 밖에는 없어서 미래를 꿈꿀 수 없었다고.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이혼을 참으며 자신을 사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책의 시작에 자신을 믿고 지지해 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는 글을 실었어요. 길고 지난했던 이혼 과정에서 오롯이 자신의 편이 되어 격려하고 지지해 준 아버지와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냥 그대로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하루를 그냥 견디고 있다면 진지하게 이 책을 읽어 볼 일입니다. 책을 통해 자신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선택이 어떠하던지 그녀의 지침 같은 책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결혼 진술서를 참고하기 위해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을 때의 막막함을 아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써 놓았어요. 참고 자료가 기껏해야 100년 전 나혜석의 이혼 고 백 장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답답함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어요. 누군가를 살리는 참고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우리가 결혼을 한 것은 한 쪽이 일방적으로 참거나 희생하기를 바라서 한 것은 아닙니다. 쉽게 결혼하고 쉽게 헤어지는 시대 속에서 조금 더 관계에 대한 진정성이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결혼 진술서 앞에 솔직히 자신을 비춰주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결혼 생활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은 바뀔 겁니다. 

사랑했던 당신, 이별은 죄가 아닙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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