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종이 1~2 세트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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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을 읽은 사람이라면 조정래라는 이름에 존경이 담기게 됩니다. 한국 현대사 3부작 시리즈를 관통했던 혜안이 현재를 사는 사람들과 돈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기대가 컸어요. 출판사의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이 책이 내게로 왔습니다. 감사할 따름이죠. 작가의 말을 통해서 만나는 황금 종이, 곧 돈은 신에 가깝습니다. 돈 신과 함께 잘 사는 법을 알고 싶어 마음이 급해요. 돈 신이 연출한 막장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작가 조정래는 1943년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나 광주 서 중학교,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작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온 생애를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어요.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경이적인 1천5백만 부가 팔리면서 한국 출판 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죠.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장편 소설 <천년의 질문>,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허수아비춤>, <사람의 탈>, <인간 연습>, <비탈진 음지>, <황토>, <불놀이>, <대장경>이 있고 중단편 집과 산문집과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도 있습니다.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어요. 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영화, 오페라, 뮤지컬, 만화로 만들어지고, tv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고 있죠.

책은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책의 내용을 조금은 유추해 볼 수 있어요. 황금종이는 돈을 의미합니다. 돈이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어떤 칼춤을 추고 있는지 사실적이고, 정확하게 그리고 있어요. 첫 시작은 돈 때문에 어머니에게 소송을 건 딸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이모의 사연을 들고 고등학교 친구인 변호사 이태하를 찾아오면서부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요. 돈 앞에는 어머니도 없다는 비정함보다는 너무 자주 일어나서 새삼스럽지도 충격적이도 않은 이야기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봅니다.


“당연하지. 민사고 형사고 가리지 않고 돈 때문에 벌어진 사건들이 99퍼센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P17)

두 권의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고르기가 힘듭니다. 배울 내용도 많았고,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이야기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 문장을 고른 것은, 이 말이 이 책을 거의 요약하는 것이 아닐까 해서입니다. 이후에 펼쳐지는 어떤 이야기도 돈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 같은 말이기 때문이죠. 변호사 이태하는 운동권 출신 민변 소속 변호사입니다. 뛰어난 머리로 검사가 되어 총망 받는 검사 시절을 보냈지만, 재벌 수사에 소신을 꺾지 않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죠. 완전히 찍히는 바람에 동창들의 변변찮은 사건들을 수임하며 근근이 변호사 생활을 이어오죠. 오늘도 의리의 고등학교 동창이 찾아와 사건을 의뢰합니다. 홀어머니를 딸이 고소한 사건이죠.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라도 피해 가기 쉽지 않습니다. 돈에 관한 갈등과 싸움, 소송을요.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했어요. 어머니가 혹시나 조금이라도 남기신다면 장녀인 내가 깨끗하게 포기하자고요. 물론 돈이 없으니 그런 마음이 쉽게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마음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은행은 표정이 없었다. 인정도 없었다. 분명 사람이 움직이는 조직인데 사람의 냄새도, 사람의 향기도 없었다. 거침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기계와 다름이 없었다. 종이에 적힌 대로 가차 없이 행동에 돌입했다. (p37, 2권)

부모들에게 물려받은 돈으로 카지노를 들락거리다가 재산을 모두 날려 먹은 두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으니 더 쉽게 쓰게 되죠. 갑자기 돈이 생긴 것처럼 허황된 꿈으로 돈을 더 불리기 위해 로또를 사거나 경매를 하거나 카지노에도 중독됩니다. 돈은 소유한 사람의 인격을 닮거나 욕망을 부풀리는 돋보기 같습니다. 돈이 없을 때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돈을 조금이라도 손에 쥐게 되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굳이 소설이 아니라도 차고 넘치죠. 카지노를 전전하던 배승우는 결국 은행의 참모습을 경험하게 됩니다. 표정도 인정도 없는 은행을요. 사람이 움직이지만 사람의 냄새도 향기도 나지 않는 은행을 말입니다. 대출이자를 갚아야 할 때 시간은 가속도를 붙여 움직여요. 이자를 내고 돌아서면 또 그 날짜입니다. 월급날은 느리게만 오는데, 대출이자 내는 날은 어쩌면 그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하루의 사정도 용납하지 않아요. 피치 못할 사정 같은 것은 은행에 없습니다. 다만 하루치의 이자가 있을 뿐이죠. 인정사정 다 봐주면 돈을 벌수 없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됩니다. 정말 그런 것일까? 순진하게 이태하 변호사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터무니없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돈 때문에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 돈 때문에 자신을 배신한 애인에게 철저하게 복수하고 자살한 청년, 어머니를 고소한 딸, 혼자 남은 아버지의 재산을 탐내는 자식들, 자식들에게 돈을 물려주기 싫어서 자신의 가족이라고 여기는 강아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아버지, 3류 대학 출신으로 16번이나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고 입주 간병인으로 들어간 여성 청년, 망나니 재벌 3세에게 성추행과 폭행을 당하고도 내색하지 못했던 햇병아리 여성 변호사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하게 나옵니다. 다양하게 나와도 결국은 모든 것의 원인은 돈입니다. 돈 때문에 범죄까지 저지르고 돈이라면 부정이나 부패도 쉬운 세상에서 이태하 변호사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삽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무료로 변론해 주고, 분에 넘치는 수임료는 거절하면서요. 대학생 시절 운동권에 참여했던 순수한 열정과 초심을 잃지 않고 변호사라는 직업과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삽니다. 그가 그렇게 순수하게 초심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동지인 선배 한지섭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이 운동권이었고, 잠시 정치를 했으나 현실 정치의 한계를 처절하게 배우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부가 된 한지섭 선배. 그는 농업을 통해서 자신의 대학생 시절의 꿈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숙소를 자신의 집과 똑같이 짓고, 협동조합을 통해 판로 개척과 협력을 이어나가죠. 드디지만 자신이 꿈꾸었던 일들을 살아내는 사람입니다. 이태하와 한지섭은 서로를 존중하는 동지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죠. 세상이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체념할 때가 있어요. 분명 잘못되어 가고 있는데, 내 힘은 약하기만 하고, 내 얘기는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편하게 살자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 큰 사회 운동이라도 하는 것 같지만, 사람들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섬기며 살고 싶은 마음이 전부입니다. 이런 마음에도 좋아해 주면 뭘 줄 거냐는 식으로 다가오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요. 그러면 편하게 남들처럼 주고받고, 그렇게 살까 싶은 생각이 들죠. 하지만 누군가는 이태하 변호사나 한 지섭 선배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을 겁니다. 분명히. 내가 잘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분명히 많이 있을 겁니다. 직업이나 내가 처한 상황과 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돈을 신으로 섬기기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삶을 살아내면 당신은 당신이 선 곳에서 한지섭 선배처럼 살아내면 될 거예요. 그러다 가끔씩 서로 격려하면서요. 마지막 질문을 던지면서 소설은 끝납니다. 마지막 질문에서 부디 이태하 변호사가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여기서 이태하로 살아내면 많은 한지섭이 생길 거라 믿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돈에 미쳤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희망을 부여잡고 여기를 지켜보겠습니다. 작지만 단단하게 사람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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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 머나먼 우주를 노래한 SF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가 쓰는 법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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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즐겁게! 열정적으로, 오감으로 써라! 글이 나를 이끌고 가도록 자유롭게 놓아줘라! 뮤즈에게 음식을 주면서 10년동안 매일 천단어씩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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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 머나먼 우주를 노래한 SF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가 쓰는 법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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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버리가 누군지도 모르고 글쓰기에 꽂혀서 선택한 책입니다. 5명이라는 숫자로 인해 서평단 발표날까지 매일 카페를 들락거리며 마음을 졸였죠. 다행히 선정되었고, 바로 다음날 책이 배송되었습니다. 분량이 짧아 좋았고, 내용도 기대되었어요. 몰입하는 글쓰기라는 제목에 딱 맞는 붓그림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굵은 붓끝에 먹이 묻어 있고, 하나의 점으로 모아지는 붓끝이 몰입하는 글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몰입하는 글쓰기로 떠나실 준비되셨나요?


저자 브래드버리는 1920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어요. 2012년 6월 5일 91세의 나이로 타계하기 전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수백 편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단편을 300여 편을 남기며 ‘단편의 제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어요. 서정적인 문체와 섬세한 감수성, 놀라운 상상력으로 ‘환상문학의 음유 시인’이라 불리며 SF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 잡았죠. 193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신문 판매원으로 일하던 중 첫 단편 소설 <흘러보첸의 딜레마>를 발표했고, 이후로 단편 소설들을 발표하면서 작가가 되었습니다. 특히 <화성 연대기>, <일러스트레이터 더 맨>, <화씨 451>, <민들레 와인>으로 독보적인 작가가 되었죠. 소설뿐만 아니라 희곡과 영화의 각본 등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미국 SF 시인협회로부터 그랜드 마스터 칭호를 받았고, 휴고상, 브램스토커상, 프로메테우스 상, 에미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어요. 미국 과학소설 작가협회에서는 매년 그해 최고의 SF 각본가에게 수여하는 상을 ‘레이브래드버리상’이라고 명명하여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긴 시간을 두고 그가 자신의 소설과 글, 글쓰기에 관해 쓴 에세이입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추억들로 책은 시작됩니다. 그가 아홉 살 때 만화책을 친구들의 비웃음으로 버렸다가 마음의 병을 얻고 다시 모으는 이야기가 나와요. 책과 영화를 좋아하던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청년이 됩니다. 하나하나의 에세이를 따로 읽어도 좋고, 순서에 따라 읽어도 좋아요. 아홉 살에 만화책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깨달았다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호기심을 가득 품고 따라가 봐요.


가장 사실일 것 같지 않은 소설이라도, 독자가 자신의 감각을 통해 사건 한가운데에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사실인 것처럼 만들 수 있다. (P55)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를 곁에 두는 방법에 관해 말하면서 나오는 문장입니다. 뮤즈는 예술을 계속할 힘과 아이디어의 원천이죠. 그 뮤즈에게 주는 음식으로 시와 에세이를 읽을 것을 말합니다. 독서할 때도 오감을 자극하는 책을 읽으라고 하죠. 그 이유는 위의 문장과 같습니다. 정말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독자가 그곳에 있다고 믿도록 만들기 위해 색, 소리, 맛, 질감을 이용해 각각의 감각을 자극해서 독자가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러면 이긴 것이라고. 글쓰기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물을 자세하게 사진 찍는 것처럼 글로 묘사를 해보라고요. 오감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요. 말은 쉽지만 눈앞에서 늘 보던 사물도 글로 묘사를 하려고 하면 쉽지 않아요. 평범하고 뻔한 단어들을 더듬거리듯이 나열하는 모습을 경험합니다. 연습이 중요한 것을 깨닫지만, 연습은 말 그대로 연습이라 재미도 없고, 실력이 금방 나아지지 않으니 시들해져요. 하지만 가장 사실 일 것 같지 않은 소설도 사실로 만들려면 묘사가 절대적입니다. 그 공간 안에, 혹은 그 사건 안에 독자를 두는 글쓰기. 나를 설득하고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글이 되려면 오감을 자극해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은 어떤가요? 어이없는 웃음이 나네요. 갈 길이 멀었습니다.


10년 동안 일주일에 단편 소설을 적어도 한 편씩 쓰면서, 언젠가는 나 자신이 진정 방해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글이 써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P81)

글을 잘 쓰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잔뜩 기대하고 펼쳤는데,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의 글처럼 기발하고 색다른 방법은 없어요. 다만 꾸준하게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는 것뿐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거죠. 열정적으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글을 쓰는 자신을 좋아하는 거죠. 이렇게 되기까지, 자신의 글을 자신만의 문체로 만들기까지 적어도 10년 동안 하루에 1,000단어씩 글을 썼다고 해요. 1,000단어가 실감되지 않습니다. A4용지 몇 매, 원고지 몇 매가 아니라 쉽게 실감되지 않지만 엄청난 양인 것은 사실이죠. 이렇게 연습하고 습작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글이 자신을 이끌어 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통제로 글이 방해받지 않은 경지까지 이르게 된 것이죠. 늘 그렇게 글을 쓰기 때문에 글쓰기의 괴로움은 느껴지지 않아요. 자신 안에서 뛰어나오고 싶어 안달하는 글들을 풀어 놓기만 하면 되는 느낌입니다. 10년간의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영광은 누리고 싶은 얄팍한 욕망을 봐요. 성과를 내고 싶되 노력은 하기 싫은 참 못된 심보입니다. 작가 소개에 언급된 그 많은 상들이 우연히 된 것이 아니라는 말. 독자들로부터 받았던 호평이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는 말.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일단 뭐라고 써봐야 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글만을 읽을 것이 아니라!


작가는 돈이 되지 않았던 시절에도 글을 쓰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합니다. 지금은 생소한 타자기로 글을 쓰기 위해 도서관 지하에 타이핑 룸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목욕탕 드라이기처럼 동전을 넣으면 일정한 시간 동안 타자기를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가명으로 출판사나 잡지사에 소설을 보내기도 합니다. 타이핑 룸에서는 10센트 짜리 동전을 넣으면 시계가 미친 듯이 째깍거리는데, 30분 안에 글을 끝내기 위해서 격렬하게 자판을 쳐야 했다고 해요. 돈이 없는데, 돈을 넣고 글을 쓰고 있으니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했겠어요. 그렇게 훈련되어서 그런지 작가는 글을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닙니다. 자기 안에 있던 이야기들이 스스로 튀어나와 이야기가 된다고 하죠. 지나면서 본 풍경과 사람들, 자신의 어린 시절들이 자연스럽게 소설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말하죠. 글을 내가 통제하고 계획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이 글을 이끌고 가고, 주인공을 데리고 오고, 그 주인공이 다른 이야기를 끌고 나온다고 합니다. 이렇게만 써진다면 글 쓰는 것이 어려울 것도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깨닫죠. 10년간 매일 천단어씩을 쓰는 훈련이 필수라고. 너무 많이 생각만 하지 말고, 뭐라도 써봐야 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말했어요. 한 문장을 쓰고, 그 문장이 말이 되게 이어가는 것이 소설이라고요. 일단 뭐라도 써보고(한 문장이라도) 그 문장이 말이 되게 자꾸만 써보는 겁니다. 그러면 브래드배리처럼은 아니더라도 손가락이, 기억이 조금은 움직여 글을 데리고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봐요. 어떠신가요? 몰입하는 글쓰기 참 쉽죠? 뭐라도 쓰고, 말이 되게 계속 쓰고, 또 쓰다 보면 뮤즈가 찾아올지도 몰라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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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 자유롭고 단단한 어른이 되기 위한 43가지 삶의 태도
이윤영 지음 / 나무의철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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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인공으로 더 잘 살아가기 위한 필수 선택! 인문학. 슬픔과 실패도 배우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들어가는 멋진 인생을 위하여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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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 자유롭고 단단한 어른이 되기 위한 43가지 삶의 태도
이윤영 지음 / 나무의철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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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끌어당긴 키워드는 인문학입니다. 불안은 익숙한 감정이고, 인문학으로 불안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죠. 인문학은 언어, 문학, 역사, 철학을 하는 학문이라고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나옵니다. 한 마디로 인간에 관한 모든 학문이죠. ‘사람과 문학 둘 다가 어려운 것이라 인문학이 어려운 건가’ 혼자 생각하며 책을 펼쳐요.


저자 이윤영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해력을 공부하고 있어요. 20년간 방송작가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문해력과 표현력 향상을 위해 고민하는 작가이자 연구가로 살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어쩌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10분 초등 완성 메모 글쓰기>, <자기표현력>등이 있어요. 그동안 읽고 쓰고 가르치며 접하게 된 수많은 책에서 만난 심리학, 철학, 역사학, 예술 분야의 위인들을 통해 깨닫게 된 삶의 통찰과, 여행처럼 유연하게 살기 위한 관점을 모두에게 전하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해요.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삶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인문학을 만나는 법이 실려 있고, 2장은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나와요. 3장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지만 배워야 하는 것들을 다루고 있죠. 4장은 중년의 삶은 태도가 결정한다는 주제로 중년도 전성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5장은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유지하는 힘에 대해서 나오죠.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위기를 경험합니다. 그 위기를 어떻게 보고 배우고 이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내 몫입니다. 삶이 나를 가차 없이 후려치더라도 유연하게 흔들리며 뿌리는 뽑히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이 책을 읽으면 가능할까요?


어제의 나에 비해 오늘의 나는 얼마나 더 책을 읽었고, 운동을 했으며, 좋은 일을 했는가를 스스로 점검해보세요. (p39)

타인과 비교하는 삶은 지옥이 됩니다. 마음은 폭풍 속의 돛단배처럼 흔들리고, 뭘 해도 만족을 느끼지 못합니다. 오늘 만족했더라도 내일 더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똑같이 힘들어지니까요. 글을 잘 쓰고 싶어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해요. 처음에는 내가 잘 쓰는 줄 알고 우쭐해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들의 글이 눈에도 귀에도 들어옵니다. 그냥 쓰는 것 같은데 잘 써요. 그러면 내 마음은 복잡해지고 표정 관리는 힘들어져요. 시간과 정성을 쏟아도 글쓰기는 금방 나아지지 않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들어져요. 그러다가 처음부터 다시 찬찬히 생각해 봅니다. 이 감정은 무엇인지, 무엇이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것인지를요. 그러면 어김없이 타인과의 비교가 있고, 잘하는 누군가를 향한 시기와 질투가 있습니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라는 말은 쉽지만 어렵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아요. 운동이 좋은 줄 알지만 운동이 어려운 것처럼. 마음 건강과 실력 향상에도 좋지만 실천이 쉽지 않은 말이죠. 하지만 해내야 하는 미션입니다. 오래 자기 자신과 잘 지내고 건강한 자기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이죠. 마음속 폭풍에서 가엽게 흔들리는 돛단배 같은 나를 건져줄 말입니다. 앗! 어제보다 오늘 책도, 운동도, 좋은 일도 더 많이 못 했네요.


마지막으로 늘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생을 조금은 지혜롭게 살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62)

인생의 권태에 대해 말하면서 마지막에 제시한 방법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인생의 권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 하는 말 중의 하나는 이것입니다. ‘조금 덜 열심히 해도 돼.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마!’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 후 프로그램에 참여를 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짐이 무색하게 열심히 하는 내가 보입니다. 열심히 대답하고, 열심히 찾고, 읽고. 두 시간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돌아오면 탈진할 정도로 힘이 없어집니다. 모두들 똑같은 수업을 듣는데, 나만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것 같아요. 대충 하는 것이 아니고, 조금만 열심히 하는 것을 연습 중입니다. 너무 열심히 했더니, 실망도 크고 스스로에게 짜증도 많이 났거든요.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없는 것 같아서 또 조바심도 나고요. 저는 저만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입니다. 모두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해서 몸도 마음도 상하는 모양이네요. 책을 읽어서 좋은 점은 나만이라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나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나만 고독을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다, 나만 실패를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만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접하게 되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세상 속에서 혼자만 외계인 같다가 비로소 사람이라는 느낌, 안도감이 찾아오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가 봅니다. 대충 하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너무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늘은 이만큼만 열심히 하면 된 겁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스스로를 다그치며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글쓰기 든지, 책 읽기든지요. 단순하게 열심히만 하면 잘 될 줄 알았는데, 열심히도 방향이 맞아야 하는 것이고, 필요한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 것을 배워요. 지금은 힘을 줄 때인가, 힘을 뺄 때인가를 분별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 책을 만날 때였던 겁니다. 좋은 친구에 대해서도 배우고, 실패와 슬픔을 공부해야 하는 것도 배웁니다. 글을 쓰면 자신에게 각인이 되어 더 좋은 사람이 된다고 해서 위로받았어요. 좋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좋은 사람이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인지 자신이 없었는데, 글을 계속 쓰면 좋은 사람이 된다고 하니 감사하고 해볼 만하다고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인용된 책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쉽게 잘 읽힙니다. 딱히 걸리는 부분 없이 술술 읽힙니다. 한번 잡으면 그냥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좋은 친구가 되는 길이 쉬운가요? 아니면 좋은 글을 쓰는 길은요?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법은요? 정확한 말과 글을 쓰는 법은요? 읽기엔 쉽지만 살기엔 어려운 내용입니다. 마치 성경처럼.(성경은 읽기도 어려운가?) 삶의 지침서들이 없어서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침서들이 너무 많아서, 참고서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봐야 할지를 모르는 지경이죠. 또 살지는 않고 읽기만 하니 머리만 비대해진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한 달 읽은 책의 권수를 기록할 때는 뿌듯하고 만족스럽거든요. 그렇게 읽은 책에서 하나라도 실천해야 하는데, 그건 뒤로 미루고 읽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읽기만 하던 독서에서 실천하는 독서로, 이 책을 계기로 한 발 나가봐야겠어요.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요. 당신도 함께 하실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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