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38가지 기술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최성욱 옮김 / 원앤원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참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이들 챙기고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하는 일상을 보내다가 무료함이 덮치는 날이죠. 서평 카페에 들어가서 서평단 모집글에서 책들을 살펴봅니다. 자세히 읽지도 않고, 제목만 보거나 저자만을 보고 신청을 해요. 발표까지 기다리면서 설레기도 하고, 책을 배송받을 때까지 즐겁게 시간을 보내죠. 분량도 착하고 아주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쇼펜하우어의 기술을 전수받으러 떠나봐요.


저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베를린대학교 재직 시절, 젊은 강사로서 헤겔에 맞서 강좌를 개설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하자 대학 교수직을 포기하고 연구와 집필에 몰두한 채 28년 동안 프랑크푸르트에서 은둔 생활을 했습니다. 말년에는 저작을 손질하며 지내다가 1860년 생을 마감했죠. 헤겔을 중심으로 한 독일 관념론이 맹위를 떨치던 19세기 초반 이에 맞서 의지의 철학을 주창한 철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칸트의 인식론과 플라톤의 이데아론, 인도철학의 범신론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그의 사상은 독창적이었으며 니체를 거쳐 생의 철학, 실존 철학, 인간학 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책은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38가지의 기술이 4부에 나뉘어 실려있어요. 1부는 강하게 공격하는 기술로 첫 시작은 동기부여를 통해 의지에 호소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12가지가 실려 있습니다. 2부는 더 강하게 반격하는 기술로 상대방의 주장을 최대한 넓게 해석해 과장하도록 한다는 13번째 기술로부터 상대방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는 23번째 기술까지 실려 있죠. 3부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기술로 상대방이 자신의 결론을 미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24번째 기술부터 몇 가지 전제들에 대한 시인만으로도 얼른 결론을 내려 논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30번째 기술까지 실려 있습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위기에서 탈출하는 기술로 반격당한 부분을 세밀하게 구분해 위기를 모면하는 31번째 기술부터 최후의 수단인 인신공격을 하는 방법까지 실려있죠. 옮긴이의 말에서는 논쟁에서 이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다루고 있어 비겁한 공격이나 상대를 화나게 하는 방법, 인신공격까지 실려 있어 조금은 불편할 수 있다고 해요. 논쟁이 싸움이 되지 않을까 살짝 염려하면서 머리로 하는 검술인 토론을 쇼펜하우어의 비결을 가지고 입장합니다.


논쟁이 어렵고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기 의견을 정확하면서도 분명하게 전달하려면, 상대방에게 질문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p51, 7-상대방의 대답을 근거로 자기주장의 진실성을 확보한다)

논쟁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상대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공감과 경청의 첫걸음입니다. 잘 듣고 있다는 사인이기도 하고, 상대의 말을 잘 이해하기 위한 적극적인 듣기인 거죠. 논쟁에서도 상대방에게 질문함으로써 상대방의 대답을 근거로 내 주장의 진실성을 확보해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논쟁이 어렵고 형식적으로 진행될 때는 상대뿐 아니라 나도 논점에서 벗어나기 쉬워요. 핑퐁 게임처럼 주고받는 대화에서 조급함으로 아무 말을 하거나 전혀 상관이 없는 말을 할 수도 있죠. 그럴 때를 잘 포착해서 상대의 허점을 질문을 통해서 밝히고 자신의 진실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후엔 쉽게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게 된다고 해요. 무엇이든지 압도적으로 이긴다는 것은 상당한 유혹입니다. 그것이 말도 안 되는 논쟁이라고 해도 말이죠. 압도적으로 이기고 싶은 사람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혼자 웃습니다. 나는 당신이 모르는 비밀 병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생각으로요.


즉 다치는 대로 아무하고 나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되며,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지 않으며, 어쩔 수 없이 그랬다면 매우 창피하게 여길 만큼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들하고만 토론을 해야 한다. (p168, 38-인신공격은 최후의 수단이다)

맨 마지막 기술입니다. 인신공격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논쟁에서 이기라고 말하죠. 상대를 화나게 하는 기술을 읽었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인신공격까지는 수용하기 힘듭니다. 논쟁이 뭐라고 인신공격까지 해 가면서 이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 마음을 마지막에 조금은 달래 줍니다. 아무나 붙들고 논쟁을 해서 압도적으로 이기려고 기술을 쓰지 말라고요.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지 않고, 자신이 틀렸다면 매우 창피하게 여길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과 논쟁을 하라고 말이죠. 권위로 내리누르지 않고, 근거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고, 상대방의 합리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과 논쟁을 벌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랑 논쟁을 하려면 일단 내가 잘 분별할 수 있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분별력을 가지고 논쟁을 벌일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면 아마 최후의 수단인 인신공격까지는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말이 통하지 않는, 자신의 주장이 틀렸을 때도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과 논쟁 자체를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제야 깨닫다니, 안타깝지만 앞으로의 무모한 논쟁은 줄일 수 있을 거라 희망을 가져봐요.


쇼펜하우어는 병적으로 우울증이 아주 심했다고 합니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듯한데, 의심도 많았지요. 불이 날까 봐 이층 침대에서 자지 않았고, 이발사한테도 면도를 맡기지 않았으며, 침대 맡에 항상 권총을 두었다고 합니다. 이런 성향을 가진 그여서 열등감도 크지 않았나 싶어요. 당시 메이저 급인 헤겔의 철학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그의 주장을 헛소리며 사기극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메이저급인 헤겔을 이기지 못하고 보기 좋게 당해요. 베를린 대학의 강의를 헤겔과 같은 시간대로 했다가 수강생이 몇 명 없어 한 학기 만에 그만뒀죠. 이런 열등감으로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법이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철학자의 생각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조건에서도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방법이 나오거든요. 자신에게 유리한 비유를 신속하게 택하고, 말싸움을 걸어 무리한 주장을 유도하고,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어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라고 하죠. 상대가 뜻밖에 화를 낸다면 그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전문 지식이 부족한 청중을 이용해서 반박하기도 하고, 틀린 증거를 빌미 삼아 정당한 명제까지도 반박하라고 하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신공격까지 말해요. 이 책은 정말 논쟁에서 어떤 상황과 여건을 막론하고 압도적으로 이기는 방법 38가지가 실려있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고 뻔뻔한 주장도 하면서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이렇게까지 해서 이길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읽으면서 불쑥불쑥 들기도 했지만, 쇼펜하우어의 병적인 우울증을 감안하면 조금은 이해됩니다. 논쟁을 통해서라도 이기고 싶은 것은 쇼펜하우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욕망이니까요. 그 방법이 어떠했든지 이긴 후의 성취감과 우월감은 아주 달콤하고 자존감을 올려놓죠. 약간 찝찝하지만요. 몇 가지 거슬리는 것들을 빼고 나면 실제로 논쟁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기술들이 많습니다. 위기에서 탈출하는 법을 다른 4부의 내용들은 실제로 사용하면 효과가 좋을 것 같아요.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결국 읽은 독자의 몫입니다. 이성적으로 부끄럼을 아는 논쟁자가 되기 위해서 기술도 가려가면서 써야겠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1 - 생각의 지도를 그려주는 최소한의 인문지식, 고대/중세/근대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1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사의 지도를 그려주는 생각의 역사라는데,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제목처럼 5분만에 뚝딱 되는 것이 아닌데, 철학이라는 것은. 쉽게 접근해서 오래 유튜브와 함께 봐야 할 책이다.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그나마 다행인 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1 - 생각의 지도를 그려주는 최소한의 인문지식, 고대/중세/근대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1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철학입니다. 일상의 철학을 꿈꾸며 호기롭게 아주 쉬운, 5분 뚝딱 같은 철학 책들을 보고 있죠. 이 책도 5분 뚝딱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서평단에 신청한 책입니다. 5분 만에 뚝딱하고 철학을 알게 된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심지어 유튜브 영상까지 있다고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죠. 이 편안한 마음 책을 다 읽고서도 유지될 수 있을까요?


저자 김필영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관련 직종으로 30년을 근무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뒤늦게 철학을 공부하여 한국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강의했습니다. 공대 출신이면서 철학을 공부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릴 적부터 일상적으로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범불안장애에 시달렸고,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실존적 불안으로 바뀌어 불안을 극복하고자 자연스럽게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불안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고, 철학만 공부하고 싶은데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해요. 돌아보니 회사 생활과 철학 공부를 병행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5년 전부터 유튜브에 ‘5분 뚝딱 철학’채널을 운영하면서 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죠. 저서로는 <5분 뚝딱 철학 1,2>, <5분 뚝딱 철학-철학툰>,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시간 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가 있어요. 책에는 삽화처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그림이 함께 실려 있는데요. 그림을 그린 이는 김주성입니다. 대학에서 이과를 전공하던 도중 그림을 그리고 싶어 청주대 디지털 미디어디자인학과에 입학했어요. <5분 뚝딱 철학 1,2>와 <5분 뚝딱 철학- 철학 툰>의 삽화를 그렸고, 2022년부터 <어린이 조선일보>에 매주 1회씩 연재되는 <5분 뚝딱 철학>코너에 삽화를 싣고 있습니다.

책은 철학의 지도를 그려 볼 수 있도록 하는 철학사 지도에 따라 철학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고대 탈레스부터 시작되고 있어요. 고대 중세 근대로 시간을 나누고, 철학의 분과들을 진(이성과 지성), 선(의지, 도덕), 미(욕구, 욕망)으로 나누어 각자의 분과들로 다시 설명합니다. 첫 번째 진인 이성과 지성에 관한 것으로 존재론, 인식론, 논리학, 과학철학, 수학 철학, 언어철학이 있고, 두 번째로 선인 의지와 도덕에 관한 것으로 윤리학, 종교철학, 정치철학, 심리학이 있어요. 마지막 세 번째로는 미인 욕구와 욕망에 관한 분과로 미학이 있죠. 1장은 고대의 철학을 다루고 있고, 2장은 중세, 3장은 근대입니다. 시간 순서에 따라 이름만 들어봤던, 혹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철학자들의 사상이 그림, 표와 함께 실려 있어요. 4장에는 논리학에 대해서 나오고 마지막 5장은 미학에 대해서 나옵니다. 철학사 지도를 머릿속에 넣고 있으면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고 이해가 쉬워진다고 책을 시작하기 전에 저자는 말하는데, 어쩐지 엉킨 것 같은 느낌은 그냥 느낌적인 느낌인 거죠? 나무가 너무 크고 울창해서 숲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지만, 5분 뚝딱이라는 말을 지표 삼아 숲을 헤칩니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겼다는 유명한 말이에요. (p46)

만물은 무엇인가로 시작된 고대의 존재론입니다. 만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어 만물은 물이라고 한 탈레스, 공기라고 한 아낙시메네스, 원자라고 한 데모크리토스를 지나 만물의 근원은 특정 성질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아낙시만드로스를 거치면서 과학적인 시각의 전화를 맞게 됩니다. 자연현상을 신과 같은 초자연적 힘이 아니라 자연현상으로 설명하면서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해요. 철학의 기원에서는 만물의 근원에 주목하고 피타고라스와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의 원리에 주목합니다. 피타고라스는 수적 조화로 만물의 원리를 설명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라고 하면서 움직이는 힘에 주목했어요. 움직이는 힘으로 만물의 원리를 설명했으니 어제 발을 담근 강물은 오늘과 같지 않은 것이죠. 만물이 흐른다고 봤으니까요.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라는 책에서는 정말 멋있게 나온 말이었는데, 철학적으로 접근하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냥 감상적으로만 어제 발을 담근 물과 오늘의 물은 다르다는 정도만 이해해요. 그리고 철학자는 별 이상한 걸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넘깁니다. 하나하나 알려고 들면 5분 뚝딱이 며칠이 걸릴지 몰라요. 아~ 철학의 시작은 텔레스이고, 텔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근원이 물이라고 했구나 정도로만 이해합니다. 이름도 어려운 아낙뭐시기와 데모 머시기는 공기와 원자로 봤고요. 숫자를 사랑한 사이비 교주 같은 피타고라스는 수적 조화로 봤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즉 움직이는 힘으로 봤습니다. 전혀 궁금하진 않지만 만물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과학적으로든, 철학적으로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말이죠. 뭘까요? 다 아시는데 저만 모르는 건가요? 사실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을 지키는 것을 반복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습관이 되면, 그것이 바로 덕이다. 이때 덕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이성의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것이다. 덕의 상태에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며, 그것이 바로 잘 사는 것이다.” (p139)

아직 고대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이름이라도 아는 철학자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플라톤의 제자이면서 플라톤과는 다른 배경을 가진 아리스토텔레스죠. 궁중 의사인 아버지 덕에 마케도니아 왕자와 친구로 자랐고, 아버지의 의술을 가까이서 보면서 관찰을 통한 과학을 발전시켜요. 플라톤의 철학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더해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의 핵심은 아레테(덕)이죠. 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지적인 덕과 도덕적인 덕(습관)입니다. 플라톤은 앎을 강조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을 강조했어요. 덕을 실천하기 위해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무엇이 덕인가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은 중용이죠. 어느 쪽으로도 치우지지 않는 중용. 비겁과 만용의 중용은 용기이고, 인색과 방탕의 중용은 후함입니다. 무시와 굴복의 중용은 정의, 수줍음과 파렴치의 중용은 겸손이고요. 덕의 상태에 있는 것. 다시 말해 중용을 지켜 반복적으로 실천하여 습관이 되게 하고 그 상태에 있는 것이 잘 사는 것이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많으면 잘 사는 줄 아는데, 그것이 아니었군요. 생각보다 잘 사는 것이 어렵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입니다.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이 중세 기독교와 만나고 종교철학자들을 통해 탄탄하게 자리매김합니다. 인간의 존재를 묻는 보편논쟁과 신을 위한 변신론, 간단한 게 답이라는 오컴의 면도날,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간계를 모두 갖고 있어야 하는 군주에 이르기까지 중세는 신학과 철학이 대립하거나 보완하면서 발전해요. 근대로 넘어오면서 존재론에 불을 새롭게 지핀 데카르트와 시간과 공간 이론으로 대립한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나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벤담, 밀, 스펜서의 공리 주의, 마지막으로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까지 근대를 장식해요. 정말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영상을 찾아보려고 페이지를 접어 놓은 논리학이 나옵니다. 읽어도 모른다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소크라테스 덕분이죠.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지혜라고 했으니까요. 여러분!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특히 철학은 정말 모르겠고, 논리학은 어려운 미로 같아서 길을 너무나 자주 잃어버렸습니다. 마지막쯤엔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미학 부분이라 어찌어찌 꾸역꾸역 읽었지만, 저자의 의도대로 철학에 흥미가 생기지는 않고, 나 자신의 무지와 철학의 어려움만 깨달았습니다. 읽고 나서 멀리 던져버리는 책이 아니라 가까이 시선이 닫는 곳에 두고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펴 봐야겠다는 오기 같은 다짐을 해요. 철학사 지도를 머릿속에 넣겠다는 원대한 꿈은 잠깐 미루는 걸로 해야겠습니다. 철학을 좋아해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박사 학위까지 받으신 저자의 열정이 내게도 물들기를 바라며 읽느라 고생한 저 자신을 쓰담쓰담해줘요. 중용의 덕을 발휘하지 못하고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위로합니다. 터무니없게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네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5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정영훈 엮음, 정윤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말들이 가득하다. 좋은 말을 좋은 말이라고 읽고 넘기면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몽테뉴, 칸트, 니체, 루소,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소로에게 영감을 준 것은 그들의 삶이 달라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읽은 독자의 몫이다. 책의 가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네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5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정영훈 엮음, 정윤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하루의 삶을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계획하면서요. 인생의 수업이 있다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들어야 하는 것이죠. 바로 이 책처럼요. 배울 수 없는 인생을, 배웠더라도 살아내는 것은 모두 내 몫인 인생을 조금 더 잘 살고 싶어 책을 만납니다. 내게도 영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자 세네카는 후기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며 네로 황제의 가정교사이기도 했습니다. 기원전 4년 스페인의 유력한 가문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성장했고, 뛰어난 웅변술을 가졌지만 천식과 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다소 늦은 33세에 출세를 하게 되죠. 네로 황제를 최측근으로 보좌하다가 네로가 폭정으로 치닫자 관직에서 물러나 학문과 집필 활동에 몰두했어요. 네로 황제의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으로 네로 황제에게 스스로 자결하라는 명을 받고 스스로 혈관을 끊고 독약을 마심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서로는 <화 다스리기>, <서간집>, <대화>등이 있어요.

엮은이 정영훈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상담심리학을 공부했어요. 대학 졸업 후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었고,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좋은 책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엮은 책으로는 <위대한 심리학자 아들러의 가족이란 무엇인가>, <몽테뉴의 수상록>,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세네카의 행복론>, <세네카의 인생론>등이 있어요.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편역서의 특징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들은 과감히 제하고 현대 시대에 맞게 구성되어 있어요. 1장에서 세네카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한탄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의 평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미덕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 것과 운명의 여신을 따르고 올바른 이성적 판단을 행하는 것이 중요해요. 2장에서는 지나친 욕심과 쓸데없는 일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남기죠. 3장에서는 쾌락이 아닌 미덕을 따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미덕을 맨 앞자리에서 기준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죠. 4장에서는 부와 소유에 대한 세네카의 철학을 엿볼 수 있고, 마지막 5장에서는 화에 대해서 나옵니다. 화란 무엇이고 화로 인해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잘못된 행동들은 무엇인지, 화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과 잘 이겨낸 사람들의 예를 들어가며 철학적이고 현실적으로 직언하고 있어요. 책의 시작과 끝이 결국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화를 잘 다스리고 제거하기 위해 강의실 문을 열어요.


사실 인간의 수명이 짧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p31)

인생은 짧고 시간은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세네카는 말해요. 수명의 길고 짧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10시가 됩니다. 어슬렁거리며 늦은 아침을 챙기고, 웹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러다가 할 일이 생각나면 마지못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움직이기 시작하죠. 지금은 방학이라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어서 점심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이들도 늦잠을 자느라 오전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아요. 제가 늦게 일어나니 아이들을 일찍 깨울 생각도 하지 않죠. 점심을 준비해서 먹고 나면 하루의 반 이상이 훌쩍 지나버려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운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조금 하고, 책을 조금 읽고, 또 저녁 준비를 합니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한 일도, 해야 할 일도 딱히 없는 하루가 가요.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밤에는 후회가 몰려옵니다. 내일은 정말 일찍 일어나서 더 열심히 보내야겠다고 후회도 다짐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또 10시시죠. 책의 첫 부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문제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은 이유도 분명해집니다. 어떤 변명이나 이유도 필요 없을 만큼 명확한 시간 낭비를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읽고 밑줄 그은 것으로는 시간 낭비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책을 덮고 움직여야 할 때죠. 일자리도 없고,(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은 마땅한 일자리) 몸도 건강하지 않지만 시간까지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의 관리와 설계를 위해 현실적인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죠. 자!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볼까요?


“어쩌자고 우리는 짧은 인생을 남들에게 화나 퍼부으면서 낭비하고 있는 걸까요? 고결한 즐거움을 누리기에도 짧은 시간이 아닌가요? 타인을 괴롭히고 슬프게 만드는 것에 시간을 써야 옳은 가요?” (p224)

마지막 장은 화에 대해서 나오는 부분입니다. 알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화를 제거하고 어리석게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말로는 참 쉬운 일입니다. 말로는 참 쉽고, 책으로 읽을 때도 맞는다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지만 실제로 화가 나는 상황이 되면 나를 제어해주지는 못해요. 일단은 화가 너무 커서 화를 온몸으로 표현한 후 시간이 조금 지나면 후회와 함께 생각이 나죠. 읽은 말들이, 다짐했던 마음들이. 사랑과 미움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요. 사랑하기에도 부족한데 미워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 사랑의 말을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미움으로 힘들어하지 말자고요. 그러나 그것도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려운 말입니다. 아이들도 하지 않는 반찬 투정을 아주 전투적으로 하는 남편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화가 나를 상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을 알더라도 쉽지 않습니다. 일단은 화를 내고, 돌아서서 깊은 후회와 다짐들을 늘어놓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요. 그러다 보면 자신이 너무 못나고 한심해서 의욕이 생기지 않는 상태가 되기도 하고요. 이제 남은 인생을 다르게, 더 나은 삶으로 가기 위해서는 뭔가 획기적인, 개혁적인 힘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화를 제거하고(아예 없는 것처럼, 혹은 어린이에게 모른다고 화를 내지 않는 어른처럼) 짧은 인생에서 화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해 봐야겠습니다. 이 다짐이 몇 시간, 혹은 몇 분뿐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내 인생을 아름답게,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단 한 사람이니까요.


스페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물질적으로 부유했던 세네카가 말하는 물질관과 소유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도 해요. 자신도 잘 알고 있어서 그런 비판들이 있지만, 자신의 말은 집착이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합니다. 또한 건강에 대해서는 비슷한 비판들이 있죠. 건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지, 중요하지 않다거나 관리의 필요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세네카는 말해요. 뭐든 그렇습니다. 어쩌면 인간이란 것이 그렇고,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죠. 하나나 둘을 가지고는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해서도 안되는 유기적으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간이고 인생입니다. 돈과 건강이 중요하지만 최고는 아니고, 가장 앞에 두어야 할 것은 아니라고 말해요. 최우선으로 두어야 할 것은 미덕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감사하는 태도 말이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가능한 불평불만을 자제하며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리면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주위의 사람이나 사물, 일들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평온한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록 사랑할 이유보다 미워하고 화낼 이유가 몇 배는 많더라고 말이죠.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선 그 사람이 나에게 잘 해 주었던 일이나 그 사람과 좋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미움을 버려야 한다고 해요. 하긴 그렇습니다. 아무리 미운 사람도 내내 밉지는 않으니까요. 요즘 나의 화의 원천인 남편도 내내 미운 것은 아니니 세네카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 봐야겠습니다. 이제는 듣는 것을 넘어서 하나씩 실천하는 단계로 나가야겠다는 다짐도 함께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함께 해 보실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