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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1 - 생각의 지도를 그려주는 최소한의 인문지식, 고대/중세/근대 ㅣ 5분 뚝딱 철학 : 생각의 역사 1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철학입니다. 일상의 철학을 꿈꾸며 호기롭게 아주 쉬운, 5분 뚝딱 같은 철학 책들을 보고 있죠. 이 책도 5분 뚝딱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서평단에 신청한 책입니다. 5분 만에 뚝딱하고 철학을 알게 된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심지어 유튜브 영상까지 있다고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죠. 이 편안한 마음 책을 다 읽고서도 유지될 수 있을까요?
저자 김필영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관련 직종으로 30년을 근무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뒤늦게 철학을 공부하여 한국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강의했습니다. 공대 출신이면서 철학을 공부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릴 적부터 일상적으로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범불안장애에 시달렸고,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실존적 불안으로 바뀌어 불안을 극복하고자 자연스럽게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불안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고, 철학만 공부하고 싶은데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해요. 돌아보니 회사 생활과 철학 공부를 병행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5년 전부터 유튜브에 ‘5분 뚝딱 철학’채널을 운영하면서 철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죠. 저서로는 <5분 뚝딱 철학 1,2>, <5분 뚝딱 철학-철학툰>,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시간 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가 있어요. 책에는 삽화처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그림이 함께 실려 있는데요. 그림을 그린 이는 김주성입니다. 대학에서 이과를 전공하던 도중 그림을 그리고 싶어 청주대 디지털 미디어디자인학과에 입학했어요. <5분 뚝딱 철학 1,2>와 <5분 뚝딱 철학- 철학 툰>의 삽화를 그렸고, 2022년부터 <어린이 조선일보>에 매주 1회씩 연재되는 <5분 뚝딱 철학>코너에 삽화를 싣고 있습니다.
책은 철학의 지도를 그려 볼 수 있도록 하는 철학사 지도에 따라 철학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고대 탈레스부터 시작되고 있어요. 고대 중세 근대로 시간을 나누고, 철학의 분과들을 진(이성과 지성), 선(의지, 도덕), 미(욕구, 욕망)으로 나누어 각자의 분과들로 다시 설명합니다. 첫 번째 진인 이성과 지성에 관한 것으로 존재론, 인식론, 논리학, 과학철학, 수학 철학, 언어철학이 있고, 두 번째로 선인 의지와 도덕에 관한 것으로 윤리학, 종교철학, 정치철학, 심리학이 있어요. 마지막 세 번째로는 미인 욕구와 욕망에 관한 분과로 미학이 있죠. 1장은 고대의 철학을 다루고 있고, 2장은 중세, 3장은 근대입니다. 시간 순서에 따라 이름만 들어봤던, 혹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철학자들의 사상이 그림, 표와 함께 실려 있어요. 4장에는 논리학에 대해서 나오고 마지막 5장은 미학에 대해서 나옵니다. 철학사 지도를 머릿속에 넣고 있으면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고 이해가 쉬워진다고 책을 시작하기 전에 저자는 말하는데, 어쩐지 엉킨 것 같은 느낌은 그냥 느낌적인 느낌인 거죠? 나무가 너무 크고 울창해서 숲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지만, 5분 뚝딱이라는 말을 지표 삼아 숲을 헤칩니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겼다는 유명한 말이에요. (p46)
만물은 무엇인가로 시작된 고대의 존재론입니다. 만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어 만물은 물이라고 한 탈레스, 공기라고 한 아낙시메네스, 원자라고 한 데모크리토스를 지나 만물의 근원은 특정 성질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아낙시만드로스를 거치면서 과학적인 시각의 전화를 맞게 됩니다. 자연현상을 신과 같은 초자연적 힘이 아니라 자연현상으로 설명하면서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해요. 철학의 기원에서는 만물의 근원에 주목하고 피타고라스와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의 원리에 주목합니다. 피타고라스는 수적 조화로 만물의 원리를 설명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라고 하면서 움직이는 힘에 주목했어요. 움직이는 힘으로 만물의 원리를 설명했으니 어제 발을 담근 강물은 오늘과 같지 않은 것이죠. 만물이 흐른다고 봤으니까요.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라는 책에서는 정말 멋있게 나온 말이었는데, 철학적으로 접근하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냥 감상적으로만 어제 발을 담근 물과 오늘의 물은 다르다는 정도만 이해해요. 그리고 철학자는 별 이상한 걸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넘깁니다. 하나하나 알려고 들면 5분 뚝딱이 며칠이 걸릴지 몰라요. 아~ 철학의 시작은 텔레스이고, 텔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근원이 물이라고 했구나 정도로만 이해합니다. 이름도 어려운 아낙뭐시기와 데모 머시기는 공기와 원자로 봤고요. 숫자를 사랑한 사이비 교주 같은 피타고라스는 수적 조화로 봤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즉 움직이는 힘으로 봤습니다. 전혀 궁금하진 않지만 만물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과학적으로든, 철학적으로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말이죠. 뭘까요? 다 아시는데 저만 모르는 건가요? 사실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을 지키는 것을 반복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습관이 되면, 그것이 바로 덕이다. 이때 덕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이성의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것이다. 덕의 상태에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며, 그것이 바로 잘 사는 것이다.” (p139)
아직 고대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이름이라도 아는 철학자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플라톤의 제자이면서 플라톤과는 다른 배경을 가진 아리스토텔레스죠. 궁중 의사인 아버지 덕에 마케도니아 왕자와 친구로 자랐고, 아버지의 의술을 가까이서 보면서 관찰을 통한 과학을 발전시켜요. 플라톤의 철학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더해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의 핵심은 아레테(덕)이죠. 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지적인 덕과 도덕적인 덕(습관)입니다. 플라톤은 앎을 강조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을 강조했어요. 덕을 실천하기 위해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무엇이 덕인가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은 중용이죠. 어느 쪽으로도 치우지지 않는 중용. 비겁과 만용의 중용은 용기이고, 인색과 방탕의 중용은 후함입니다. 무시와 굴복의 중용은 정의, 수줍음과 파렴치의 중용은 겸손이고요. 덕의 상태에 있는 것. 다시 말해 중용을 지켜 반복적으로 실천하여 습관이 되게 하고 그 상태에 있는 것이 잘 사는 것이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많으면 잘 사는 줄 아는데, 그것이 아니었군요. 생각보다 잘 사는 것이 어렵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입니다.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이 중세 기독교와 만나고 종교철학자들을 통해 탄탄하게 자리매김합니다. 인간의 존재를 묻는 보편논쟁과 신을 위한 변신론, 간단한 게 답이라는 오컴의 면도날,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간계를 모두 갖고 있어야 하는 군주에 이르기까지 중세는 신학과 철학이 대립하거나 보완하면서 발전해요. 근대로 넘어오면서 존재론에 불을 새롭게 지핀 데카르트와 시간과 공간 이론으로 대립한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나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벤담, 밀, 스펜서의 공리 주의, 마지막으로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까지 근대를 장식해요. 정말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영상을 찾아보려고 페이지를 접어 놓은 논리학이 나옵니다. 읽어도 모른다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소크라테스 덕분이죠.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지혜라고 했으니까요. 여러분!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특히 철학은 정말 모르겠고, 논리학은 어려운 미로 같아서 길을 너무나 자주 잃어버렸습니다. 마지막쯤엔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미학 부분이라 어찌어찌 꾸역꾸역 읽었지만, 저자의 의도대로 철학에 흥미가 생기지는 않고, 나 자신의 무지와 철학의 어려움만 깨달았습니다. 읽고 나서 멀리 던져버리는 책이 아니라 가까이 시선이 닫는 곳에 두고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펴 봐야겠다는 오기 같은 다짐을 해요. 철학사 지도를 머릿속에 넣겠다는 원대한 꿈은 잠깐 미루는 걸로 해야겠습니다. 철학을 좋아해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박사 학위까지 받으신 저자의 열정이 내게도 물들기를 바라며 읽느라 고생한 저 자신을 쓰담쓰담해줘요. 중용의 덕을 발휘하지 못하고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위로합니다. 터무니없게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