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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15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정영훈 엮음, 정윤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하루하루의 삶을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계획하면서요. 인생의 수업이 있다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들어야 하는 것이죠. 바로 이 책처럼요. 배울 수 없는 인생을, 배웠더라도 살아내는 것은 모두 내 몫인 인생을 조금 더 잘 살고 싶어 책을 만납니다. 내게도 영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자 세네카는 후기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며 네로 황제의 가정교사이기도 했습니다. 기원전 4년 스페인의 유력한 가문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성장했고, 뛰어난 웅변술을 가졌지만 천식과 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다소 늦은 33세에 출세를 하게 되죠. 네로 황제를 최측근으로 보좌하다가 네로가 폭정으로 치닫자 관직에서 물러나 학문과 집필 활동에 몰두했어요. 네로 황제의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으로 네로 황제에게 스스로 자결하라는 명을 받고 스스로 혈관을 끊고 독약을 마심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서로는 <화 다스리기>, <서간집>, <대화>등이 있어요.
엮은이 정영훈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상담심리학을 공부했어요. 대학 졸업 후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었고,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좋은 책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엮은 책으로는 <위대한 심리학자 아들러의 가족이란 무엇인가>, <몽테뉴의 수상록>,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인생 수업>, <세네카의 행복론>, <세네카의 인생론>등이 있어요.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편역서의 특징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들은 과감히 제하고 현대 시대에 맞게 구성되어 있어요. 1장에서 세네카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한탄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의 평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미덕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 것과 운명의 여신을 따르고 올바른 이성적 판단을 행하는 것이 중요해요. 2장에서는 지나친 욕심과 쓸데없는 일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남기죠. 3장에서는 쾌락이 아닌 미덕을 따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미덕을 맨 앞자리에서 기준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죠. 4장에서는 부와 소유에 대한 세네카의 철학을 엿볼 수 있고, 마지막 5장에서는 화에 대해서 나옵니다. 화란 무엇이고 화로 인해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잘못된 행동들은 무엇인지, 화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과 잘 이겨낸 사람들의 예를 들어가며 철학적이고 현실적으로 직언하고 있어요. 책의 시작과 끝이 결국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화를 잘 다스리고 제거하기 위해 강의실 문을 열어요.

사실 인간의 수명이 짧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p31)
인생은 짧고 시간은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세네카는 말해요. 수명의 길고 짧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10시가 됩니다. 어슬렁거리며 늦은 아침을 챙기고, 웹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러다가 할 일이 생각나면 마지못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움직이기 시작하죠. 지금은 방학이라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어서 점심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이들도 늦잠을 자느라 오전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아요. 제가 늦게 일어나니 아이들을 일찍 깨울 생각도 하지 않죠. 점심을 준비해서 먹고 나면 하루의 반 이상이 훌쩍 지나버려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운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조금 하고, 책을 조금 읽고, 또 저녁 준비를 합니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한 일도, 해야 할 일도 딱히 없는 하루가 가요.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밤에는 후회가 몰려옵니다. 내일은 정말 일찍 일어나서 더 열심히 보내야겠다고 후회도 다짐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또 10시시죠. 책의 첫 부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문제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은 이유도 분명해집니다. 어떤 변명이나 이유도 필요 없을 만큼 명확한 시간 낭비를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읽고 밑줄 그은 것으로는 시간 낭비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제는 책을 덮고 움직여야 할 때죠. 일자리도 없고,(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은 마땅한 일자리) 몸도 건강하지 않지만 시간까지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의 관리와 설계를 위해 현실적인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죠. 자!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볼까요?

“어쩌자고 우리는 짧은 인생을 남들에게 화나 퍼부으면서 낭비하고 있는 걸까요? 고결한 즐거움을 누리기에도 짧은 시간이 아닌가요? 타인을 괴롭히고 슬프게 만드는 것에 시간을 써야 옳은 가요?” (p224)
마지막 장은 화에 대해서 나오는 부분입니다. 알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화를 제거하고 어리석게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말로는 참 쉬운 일입니다. 말로는 참 쉽고, 책으로 읽을 때도 맞는다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지만 실제로 화가 나는 상황이 되면 나를 제어해주지는 못해요. 일단은 화가 너무 커서 화를 온몸으로 표현한 후 시간이 조금 지나면 후회와 함께 생각이 나죠. 읽은 말들이, 다짐했던 마음들이. 사랑과 미움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요. 사랑하기에도 부족한데 미워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 사랑의 말을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미움으로 힘들어하지 말자고요. 그러나 그것도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려운 말입니다. 아이들도 하지 않는 반찬 투정을 아주 전투적으로 하는 남편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화가 나를 상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을 알더라도 쉽지 않습니다. 일단은 화를 내고, 돌아서서 깊은 후회와 다짐들을 늘어놓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요. 그러다 보면 자신이 너무 못나고 한심해서 의욕이 생기지 않는 상태가 되기도 하고요. 이제 남은 인생을 다르게, 더 나은 삶으로 가기 위해서는 뭔가 획기적인, 개혁적인 힘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화를 제거하고(아예 없는 것처럼, 혹은 어린이에게 모른다고 화를 내지 않는 어른처럼) 짧은 인생에서 화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해 봐야겠습니다. 이 다짐이 몇 시간, 혹은 몇 분뿐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내 인생을 아름답게,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단 한 사람이니까요.
스페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물질적으로 부유했던 세네카가 말하는 물질관과 소유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도 해요. 자신도 잘 알고 있어서 그런 비판들이 있지만, 자신의 말은 집착이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합니다. 또한 건강에 대해서는 비슷한 비판들이 있죠. 건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지, 중요하지 않다거나 관리의 필요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세네카는 말해요. 뭐든 그렇습니다. 어쩌면 인간이란 것이 그렇고,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죠. 하나나 둘을 가지고는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해서도 안되는 유기적으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간이고 인생입니다. 돈과 건강이 중요하지만 최고는 아니고, 가장 앞에 두어야 할 것은 아니라고 말해요. 최우선으로 두어야 할 것은 미덕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감사하는 태도 말이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가능한 불평불만을 자제하며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리면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주위의 사람이나 사물, 일들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평온한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록 사랑할 이유보다 미워하고 화낼 이유가 몇 배는 많더라고 말이죠.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선 그 사람이 나에게 잘 해 주었던 일이나 그 사람과 좋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미움을 버려야 한다고 해요. 하긴 그렇습니다. 아무리 미운 사람도 내내 밉지는 않으니까요. 요즘 나의 화의 원천인 남편도 내내 미운 것은 아니니 세네카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 봐야겠습니다. 이제는 듣는 것을 넘어서 하나씩 실천하는 단계로 나가야겠다는 다짐도 함께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함께 해 보실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