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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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님을 책으로 만난 것은 제 삶이 허덕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떡볶이집 아줌마로 손님도 없는 가게를 지키며 책을 읽던 시절이었죠. 가게랑 도서관이 가까워서 어린이집에 다녀온 딸아이를 보초 세우고 후다닥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어요. 여유 있게 둘러볼 시간도 없고 해서 신간 코너에서 눈에 잡히는 데로 골랐던 책이 <통섭의 식탁> 이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내용이라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팍팍한 현실에 숨통을 틔어주었고, 한 가지만 잘 해서는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주었죠. 그때의 좋았던 느낌으로 가끔씩 챙겨 보게 되는 분입니다. 표시에서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웃고 있는 교수님 사진을 보며 희망을 크게 한숨 들여 쉬며 책을 넘겨요.


저자 최재천 교수님은 195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서 서울대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이어 하버드 전임강사를 거쳐 미시간대 교수가 되었고, 1989년 미국 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년부터 1995년까지 미시건 명예교우외 특별연구원을 지냈어요. 2004년 호주제 폐지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한국생태학 회장,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와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개설하여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다윈 지능>,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의 공부>등의 다수의 명저가 있어요. 책은 총 11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AI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와 있고, 2장은 통섭형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오죠. 3장은 진짜 공부를 하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요. 4장은 책 읽기는 빡세기라는 제목으로 독서에 대해 나오고요, 5장은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글쓰기가 있다는 주제로 글쓰기와 자신의 글쓰기 비법에 대해 나옵니다. 6장은 소통이 안 될 때는 토론 대신 숙론이라는 주제로 토론의 찬반 승부 싸움이 아니라 오래 숙고한 의견의 통합을 말하는 숙론에 대해 말해요. 7장은 아름다운 방황을 하라는 주제로 자신의 젊은 날의 방황을 예로 들어 젊은이에게 방황을 하라고 권면하고 있죠. 8장은 어느 줄에 설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계 일인자가 되는 의외의 쉬운 방법을 알려줍니다. 9장은 대한민국에서 애 낳는 사람은 바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나름의 해결 방안이 실려 있죠. 10장은 손잡지 않고 살아남는 생명은 없다는 주제로 생명의 본질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마지막 11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생태적 삶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된 박쥐에 대한 변명이 첫 번째 이야기로 실려 있죠. 기후 위기를 위해 문명의 전환이 아니라 생태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약간의 희망을 보여주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알면 사랑한다’라는 교수님의 따뜻한 친필 사인을 펼치며 책을 넘겨요.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책 읽는 게 취미라면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해요. 물론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었는데 술술 읽힐 리 없겠지요. 우여곡절 끝에 책 한 권을 뗐는데 도대체 뭘 읽었는지 하나도 기억에 안 남는 경우도 있을지 몰라요. (P117)

제게 독서는 고상한 취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시간도 많이 들고, 은근히 체력 소모도 많아요. 그렇지만 이 고상한 취미를 지속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취미! 좋아하기 때문이죠. 남들이 많이 읽은 책을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좋고, 남들이 거의 읽지 않는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재미도 좋아요. 하지만, 이렇게 몇 년을 보냈는데도 독서가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독서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조금씩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고민하기에는 그동안 고수한 나만의 방식이 있어 자존심이 상해서 징검다리 건너듯이 고민을 했죠. 자기 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는 독서법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던 중 부딪친 문장입니다. 독서는 취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는데 교수님은 친절히 방법도 일러주십니다.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씨름하듯이 읽어보라고요. 코스모스, 사피엔스, 총 균 쇠. 책장에서 장식용으로 늙어가고 있는 책들을 이제라도 읽어야 합니다. 치열하게 일하듯이요. 하지만 오늘까지는 즐깁니다. 취미로요. 취미가 아니라면 이 책을 만나지도 못했을 거라고 위로하면서요.


그래서 짐 캐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는 겁니다. 기왕에 망할 거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망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지요. (P262)

하루 시작 루틴이 있어요. 지자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구인 구직란을 확인하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그날 올라온 일자리를 찾아봐요. 명절이 있는 1월이라 일자리가 잘 없다고 위로하면서 홈페이지를 닫죠. 오후에 한 번 더 들어가 보고는 실망합니다. 아무 일이나 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40대 후반 경력 단절 여성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으니까요.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군 단위에서 차 운전도 못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너무도 제한적이라 시간이 길어질수록 낙심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죠. 그러다가 늘 그랬던 것처럼 책의 문장으로 위로받아요. 기왕 망할 것 좋아하는 일 하고 망해보자고 힘을 냅니다. 정확히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부터 다시 찬찬히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 그 일에 책이 도구가 되면 좋겠고, 노동의 강도가 세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웃습니다. 이런 일이 과연 있기나 할까 싶어서요. 시간이 좀 더 지난다면 적당히 타협하고 취업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좋아하는 일 하다가 망해도 망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치열하게 책을 읽어 보려고,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칩니다.


말하는 것처럼 쓰인 글이라 읽기가 수월합니다. 읽기가 수월하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죠. 교수님의 칠십 평생을 통해 얻은 지혜가 공부와 통섭을 이루어 혜안처럼 빛나요. ‘출산율에만 집착하는 인구정책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적은 인구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 인구의 박사화를 통해 전 국민이 평생 공부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교육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본다’등의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뉴스를 보면서 출산 장려 정책의 덧없음이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정책 입안자들의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아닐 수가 없어요. 돈을 얼마를 주던 일회성 현금 보상 정책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정책들만 계속 나오는지 한숨이 났거든요. 실제로 아이를 한 명이라도 낳아 길어본 사람이라면 그런 정책은 쓰지 못할 거라는 걸 알 텐데 아쉽습니다. 교수님은 생물학적으로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구는 남지만 인간은 기후 위기로 인해 사라질지 모른다고 봤어요. 종의 다양성이 현격하게 줄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기후 위기의 다른 면을 짚어 주죠. 손잡지 않고 살아남는 생물은 없다는 사실을 실감 나게 설명하면서 결국엔 함께 가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함께의 방법들이 실려 있어 희망이 보여요. 단순히 심각한 문제점들만 나열하고 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이런 문제점이 있는데, 이런 해결책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질문하는 책이죠. 아직 교수님의 지혜를 따라가지 못하는 저는 책의 입구에 발만 담금 것처럼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만 합니다. 그럴 수 있겠다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독서를 통해 조금 더 희망 쪽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소망해 봐요.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하니까요. 곤충도 나도, 새도, 물고기도요. 오늘에서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징검다리처럼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을 딛고 부디 희망의 미래에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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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양장 에디션) - 나를 위해 톨스토이가 남긴 삶의 지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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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지혜를 짧은 문장과 시로 만나는 책! 지금 사랑하고 부지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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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양장 에디션) - 나를 위해 톨스토이가 남긴 삶의 지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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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날들이 남은 날들보다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나답게 후회 없이 살아보고 싶어 선택한 책이죠. 띠지의 박웅현 작가님의 말이 더 시선을 사로잡았고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요? 너무 많을까 봐 조금은 걱정하면서 책을 넘깁니다.


레프 톨스토이는 1828년 러시아 남부 야스나야 폴랴 나의 톨스토이 백작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고모들 손에 자랐어요. 16세가 되던 1844년 카잔 대학교 도양어 대학 아랍. 터키어과에 입학했으나 사교계 출입으로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 자퇴하고 1847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1851년 맏형이 있는 캅카스에서 군인으로 복무했지요. 1852년 문학지 <동시대인>에 자전적 소설 <유년 시절>을 발표해 투르게네프로부터 문학성을 인정받았고, <소년 시절>, <청년 시절>을 잇달아 발표합니다. 1853년 크림전쟁이 일어나자 전쟁에 참여했고, 당시 전쟁 경험이 훗날 그의 비폭력주의에 영향을 미쳤어요. 크림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세바스토폴 이야기>를 써서 작자로서 명성을 확고히 했죠. 1862년 결혼한 후 문학에 전념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등의 대작을 집필하여 작가로서 명성을 누렸습니다. 톨스토이는 고귀한 이생 성찰로 러시아 문학과 정치, 종교관에 놀라운 영향을 미쳤고, 인간 내면과 삶의 진리를 담은 걸작을 많이 남겨 지금도 러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대문호로 존경받고 있어요.

책은 말년의 생각들을 집필한 것으로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와 산문이 러시아의 숲을 연상하게 합니다. 마지막까지 그가 붙들고 있었던 생각과 남기고자 했던 사상과 당부는 무엇이었을까요? 후루룩 먹어치우는 인스턴트가 아니라 눈으로 입으로 즐기는 파인 다이닝의 음식처럼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깁니다.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다.(p22, 좋은 음료 중에서)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삼켜 본 적이 있나요? 생각보다 삼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나의 의를 드러내고 싶어서 머리는 분주하게 다음 말들을 자연스럽게 끌어오기 위해 고민하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기어이 그 나쁜 말을 꺼내요. 다른 사람의 허물을, 잘못을요. 그러면서 은근히 자신이 우위라는 것을 슬쩍 깔아놓고 이런 말은 정말 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말까지 더하면 비로소 완성됩니다. 괜찮은 사람인척하면서 다른 사람 흉보기 가요. 내 속에 더러운 것들이 쏟아져 나올까 봐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죠. 무슨 말을 해도 억울한 내 감정, 분한 마음, 용서할 수 없는 타인의 행동들이 튀어나와서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쏟아놓고 돌아보면 쓰나미처럼 후회가 몰려와 밤잠을 방해했고요. 그래서 제가 내린 처방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만나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 않으니 아예 만남 자체를 멀리 한 거죠. 몸에 좋은 것들을 찾아먹으려는 분주한 움직임 사이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를 준비합니다.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 몇 잔이나 마셨나요?


식물의 부드럽고 섬세한 뿌리는

단단한 흙을 뚫고 바위까지 가른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 추악한 사람

가릴 것 없이 말이다.

선한 사랑은 죽거나 바라는 법이 없다. (p214, 선한 사랑 중에서)

작가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과 사랑입니다. 사랑하라는 말을 자주 반복적으로 하고 있죠.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현재, 바로 지금이라고 말해요. 당연한 듯한 말을 그렇구나 깨달으면서 읽습니다. 식물의 부드럽고 섬세한 뿌리가 단단한 흙을 뚫고 바위까지 가릅니다. 사랑이 그렇다고 해요. 사랑이 가장 강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강한 사랑을 하기란 쉽지 않죠. 죽거나 바라는 것 없이 선한 사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랑이라고 말하면 아주 크고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나만의 소소한 사랑을 찾고 만들어가야 해요. 큰 사랑에 묻히지 않는 작지만 확실한 사랑으로 오늘을 살아냅니다.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딸아이를 위해 마트를 다녀오고, 양배추를 채칼에 잘게 썰어 준비해요. 식빵은 바삭하게 구워 소스를 바릅니다. 치즈를 얹고, 양념된 닭 가슴살까지 넣으면 완벽합니다. 맛있다고 웃으면서 먹는 딸아이를 보는 것. 행복이자 사랑입니다. 오늘 치의!


직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에서 자꾸만 거절당해서 상심이 컸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식욕도 거의 없죠. 그런데 독감까지 앓고 나니 몸에 힘이 거의 없습니다. 침대랑 한 몸처럼 지내는 제게 책의 문장들이 꽂힙니다. 나태하지 마라,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사랑하라 등의 문장들이요. 문장들을 지팡이 삼아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계단 오르기를 하고 돌아와 책을 마저 읽습니다. 조금은 뿌듯한 마음으로요.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을 즐기면서 문장들을 톨스토이가 내게 말을 하듯 새깁니다. 언제라도 튀어나올 가장 좋은 음료가 되도록 꾹 눌러 담아요. 문장을 살아낸 작가의 말은 힘이 있습니다. 직접 몸을 움직여서 농작물을 가꾸고, 금욕적인 생활도 실천하죠. 아내랑은 사유재산과 저작권 포기 문제로 다투다가 집을 나와 아스타 토역 역장의 관사에서 눈을 감았어요. 마지막까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려고 했던 모습이 책에서도 죽음에서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해 이제까지 살아왔던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면 이 책을 길잡이 삼아서 톨스토이처럼 뚜벅뚜벅 걸어볼 일입니다. 어제와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사랑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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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몰랐던 별의별 천문학 이야기 - 별에 빠지다
김상철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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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의 열정과 천문학 이야기! 거대 망원경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영토를 넗히는 우리나라 천문학자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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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몰랐던 별의별 천문학 이야기 - 별에 빠지다
김상철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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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김상철 작가님이 쉽게 설명하는 별과 천문대, 망원경에 대해 호기심 가득 품은 별빛 같은 눈으로 책을 넘겨요. 그의 열정에 동화라도 되겠다는 듯이!


작가는 한국 과학기술 연구회에 속했다가 2024년에 우주 항공청 소속으로 바뀐 대전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덕연구단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것에 자부심이 있고,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를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강연이나 기고 요청에 최대한 열심히 응한다고 하죠. 세상에는 은하수를 맨눈으로 본 사람과 한 번도 보지 못한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어린이와 학생들이 자기 눈으로 평생 한 번이라도 밤하늘을 보게 되길 소망합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천문학자는 사람들에 대해 나옵니다. 2장은 별을 더 잘 보기 위한 망원경 이야기가 나오고, 3장은 칠레 이야기를 통해 남반구의 하늘을 밝히는 세계 여러 나라 망원경에 대해 나옵니다. 4장은 천문학자의 삶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와 자녀 교육에 대해서도 나와요. 우리나라에서는 천문학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몇 명 안되기 때문이라는데요. 그중에 한 분을 만나러 대덕연구단지로 떠나봐요.


몇 번 답을 얻고 질문을 해결하면서 쾌감을 얻다 보면 어려운 질문을 만나도 끈질기게 매달릴 힘을 얻게 된다. 자녀들과 어린아이들의 질문을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부모, 가까운 사람들, 질문을 받는 사람들이 아이들의 미래 방향을 정하는 셈이다. (p13)

아이가 어릴 때 하루 종일 혼잣말을 하면서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꽃을 보고도, 집안의 물건들과도 이야기를 하면서 놀았죠. 그러다가 궁금해지면 터무니없는 질문들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 제대로 답했는지 기억이 없어요. 아마 집안일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거나, 그런 걸 궁금해하느냐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두지 않고, 전형적인 문과생이 된 것은. 질문하는 기쁨을 어려서부터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침 방학이네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가지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어떤가요? 유독 반짝이는 별자리를 함께 찾아보며 싸한 겨울 공기와 부모님과 했던 따뜻한 추억 하나를 만들어 봐요.


한국 입장에서는 최첨단 망원경이 필요했고, 제미니 천문대 입장에서도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가 빠져나간 자리를 메워 줄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했기에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만남이었다. (p126)

우리나라에는 보현산 천문대의 망원경이 가장 큰 망원경입니다. 주경이 1.8m이죠. 세계 각국은 저마다 큰 망원경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경제적인 여건과 시민의식 등이 따라주지 않아 한참 뒤처지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만드는 나라의 장점을 발휘해서 현재는 다국적으로 거대 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죠. 우리나라도 제미니 망원경에 회원국으로 참여하여 8m급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고 있어요. 회원국으로 참여하면 비용을 내는 대신 연간 며칠의 사용권을 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귀하게 얻어낸 사용권을 가지고 별을 관측하죠.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가 별을 관측하기에는 좋지 않다고 해요. 안개가 끼거나 흐린 날, 습도가 높은 날도 관측이 어렵고, 비가 오면 안 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관측할 수 있는 날짜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런 사정은 북반구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비슷하다고 해요. 그래서 날씨가 좋은 남반구, 그중에서도 칠레에 천문대를 세운다고 합니다. 제미니 망원경을 통해 우리는 우주로 나가고 있다고 해요.


책에는 정말 우리가 몰랐던 별별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천문대가 남극에도 있고, 남반구 칠레에도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이야기죠. 천문학자가 관측을 위해 출장을 자주 가는 직업이라는 것과 발표가 일상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저자가 다른 나라 천문학자들을 만날 때 꼭 보여주는 우리나라 만 원권 지폐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예전부터 별자리와 하늘에 진심이었고, 나름대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별자리를 관찰해 왔다는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알려지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기며 최선을 다하는 천문학자를 만난 것이 뿌듯했죠. 그들의 성과에 한 톨의 보탬도 되지 못했지만, 같은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자부심을 느꼈어요. 그리고 거대 망원경이 완성되면 또 얼마나 많은 발견이 있을지 기대되기도 했죠. 작년에 우주로 발사된 나로호를 tv 뉴스로 보던 기억도 나고요. 몰랐을 뿐이지 정말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나도 내 일상에 조금 더 진심을 담아 정성껏 가꾸어야겠다고 천문학자가 쓴 책을 읽으며 다짐했어요. 여러분! 함께 겨울밤을 올려다보시지 않으실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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