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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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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두고 노인 셋이 자살했다.
이들의 죽음은 건조하다 못해 균열이 간 이들에게 또 다른 변화를 준다.
10년 넘게 못 본 누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자살한 세 노인 중 한 사람이 우리 할머니라고 전해 주었다.
(p 27)
세 노인의 삶이 다르듯 그들의 유족과 주변인들 또한 모두 다른 반응을 보인다.
자살한 노인을 그리워하며 목 놓아 우는 모습, 오랜시간 연락을 하지 않아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모습, 고인이 된 이와의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
이는 세 노인의 살아온 삶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도요 자신이 최근 들어 그 체념이 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p.65)
세 노인 모두 슬피 떠나간 것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결정에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시작으로 자신의 삶을 곱씹어보기도 하고 그 동안 미루거나 시도 조차 하지 않았을 일들에 전과 다른 모습으로 행동한다.
그들의 죽음은 남은 이들의 삶에 또 다른 영향을 주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메일을 드리는 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좋겠습니다만ㅡ. 아뇨, 실례인 건 이미 자명하네요.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할아버지와 미야시타 치사코 씨와 시게모리 츠토무 씨의 관계에 흥미가 있습니다. 대체 어떠한 연결 고리가 있기에 세 사람이 함께 떠날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p.123)
세 사람의 죽음으로 모이게 된 이들은 모두 처음 만난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지속된다.
떠난 이들의 생전 모습을 얘기하며 그들을 생각하고 떠올린다.
세 사람의 자살. 그 자체는 큰 비극이었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의 끝은 비극이 아닌 새로운 변화를 불러 일으켰음을 보여준다.
이런 말 할 처지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가 생각해도 재미난 인생이었던 것 같아.
(p.51)
세 노인에게 죽음은 일반적인 죽음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충분히 살았다고 말하며 생을 마감하는 계획을 찬성하는 모습은 죽음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말하는 듯 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림자 진 모습이 아닌 덤덤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그들의 선택이 불행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한다.
자세하고 풍부한 묘사로 등장인물 간의 감정 표현이 여러모로 돋보이는 작품이다.
_소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