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십 살을 맞아 떠난 제주 한달살기의 주인공 이야기입니다.

이 제주에세이는 김밥과 막걸리를 연료 삼아 걷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서른 날, 비건을 실천하며 황량함과 슬픔이 배인 시간들을 용서하듯 유배의 시간을 보냅니다.

오종종 붙어 있는 좋은 습관을 더 단단하게, 부끄러우면서 나쁜 습관을 홀가분하게 털어내는 과정이라 읽히는 여행에세이입니다.

저자가 언급한 본문 중의 내용은 마치 예전의 저를, 마치 다가올 저를, 마치 스쳐가며 일부분이 되려다 만 저를 보는 듯 볼 뜨거운 시간이 되어 울림이 남습니다. 지금 새벽, 그 공기 이상으로 속이 채워집니다. 더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됩니다. 유배기 같은 여행기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여행이 무진장 잘 먹고, 잘 보고, 잘 쉬어야지만이 여행다운 여행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요렇게 김밥과 막걸리로 경치를 자본 삼아 자신의 여행 시그니처를 만들어가는 매력 발산에 방랑이 아니라 방점을 찍는 용기가 느껴지네요.

친구와 어그러진 몇 년 전의 일로 결국 죽음의 날까지 그 맘을 풀지 못하고 이별을 해야 했던 작가님의 그 허물이 지금은 후진게 아니라 후한 맘으로 세상을 관조하듯 살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네요. 여행, 그 추억의 단단함으로, 그래서 생긴 근육으로 ......


처음부터 '유배'라는 네이밍을 통해 가난하고도 가난한 여정을, 하찮고도 허접한, 그렇지만 내가 보이는, 나를 찾아야 하는 오름을 선택해 완벽이 아닌 덜어내면서 상실했던 것들을 주어담는 완성의 여정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은 한 달 살기가 아니고 한 달 떠돌기라고 농담처럼 말했었는데, 제대로 떠돌았다고 해요.

돌고도는 인생, 여행이 떠돌기 위한 시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알지요.

저 또한 떠돌기 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유가 제가 돌고돌았던 이제까지의 시간을 제대로 유배하듯 검소하게 간결하게 방랑하고 싶기 때문이니까요.

오름은 운동화 끈을 고쳐매고 오르면 됩니다.

집까지, 목적지까지 주욱 뻗은 올랫길은 가고 오는 길에 돌담과, 식물과 대화하듯 발걸음을 옮기면 됩니다.

제주에서나 가능한 일이지요.

시작이 어려웠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작가님의 불량스러웠다고 고백하듯 달려온 곳이 명랑한 제주였고, 그곳에서 청렴하고도 착한 비건을 실천하며 유배기를 보낸 그 하루하루의 소박한 소중함을 이렇게나마 볼 수 있게 되어 감동입니다.

나이 오십에 뭐라도 버젓한 것 없이 허접함을 느끼신다면 그게 허접이 아니라 불사르듯 살아 내 자신이 재가 된 듯 가벼워지는 좋은 징조라 여기실 수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얻어갑니다.

관계에 많은 부침이 있으셨다면, 그 부침이 허무한 게 아니라 잘 버티고 잘 버무리면서 내게 붙어있을 것과 떨어져 나갈 것을 고르는 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어요.

이 책이 말해 주네요.

엄마, 아빠, 친구~~ 여행을 통해서 소환해 보세요. 집에서 안 되던 감정이입이 여행지의 사물, 자연, 음식, 사람에게서 가능합니다.

이 책이 주는 맛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분 완성 수프 도시락 - 쉽고 간편한 수프 레시피 60가지
아리가 카오루 지음, 이은정 옮김 / 푸른향기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프 도시락은 말 그대로 수프를 조리해서 수프 전용 도시락에 담은 요리입니다.

10분 완성 수프 도시락이 라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 레시피는 쉽고 간편하면서도 무려 60가지나 소개되어 있어요.

재료 또한 쉽게 구할 수 있고 수프달인인 저자가 알려주는 건강한 레시피는 우리의 점심시간을 바꾸기에 충분합니다.

1.가을과 겨울의 수프 도시락

추운 날 점심에는 역시 따뜻한 수프!

먹으면 기쁨도 두 배가 되는 마법 같은 요리랍니다.

뿌리채소나 버섯, 소송채와 배추 같은 잎채소 등 가을과 겨울이 제철인 식재료를 주로 사용한 수프 도시락 36종류를 소개합니다.

간단 레시피 '일단 이것부터!'로 요령을 익히고 어레인지 레시피로 맛에 변화를 주세요.

 

 

 

 

                              제가 가장 해먹어보고 싶은 스프는요

단호박과 닭고기를 넣은 두유 스튜

식감이 부드러운 스튜입니다

끓이면 단호박이 녹아 예쁜 노란색이 됩니다.

재료(1인분/도시락통 300ml)

단호박(씨를 제거한 것) - 100g

닭고기 가슴살 - 60g

두유 - 150ml

식용유 - 2작은술

소금 - 1작은술

본문 중

①단호박은 2cm크기로 깍둑썰기를 합니다

닭고기도 동일한 크기 정도로 자릅니다

②냄비에 단호박, 닭고기, 식용우, 물 100ml를 넣은 다음 뚜껑을 닫고 3~4분 동안 중불로 끓인다.

③뚜껑을 열어 두유와 소금을 넣고 가열하다가 끓기 직전에 불을 끄고 도시락통에 담습니다.

point 단호박은 너무 작게 자르면 녹아 버리니 조심하세요

 

 

                                     가장 맛이 궁금한 스프는요

순무와 새우를 넣은 추릅 스프

부드러운 순무가 새우의 감칠맛을 잔뜩 흡수한 수프

걸쭉한 국물이 몸속까지 따뜻하게 데워 줍니다.

재료(1인분 / 도시락통 300ml)

순무- 중 1개(100g)

순무 잎 - 약간

껍질 벗긴 새우 - 40g

생강 간 것 - 약간

녹말가루 -2작은술

소금 - 한 꼬집

간장(가능하면 연한 맛)- 1작은술

본문 중

①순무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6등분으로 자릅니다.

순무의 잎은 잘게 다집니다

녹말가루는 동일한 양의 물로 풀어 둡니다.

②냄비에 순무와 소금, 물 150ml를 넣고 뚜껑을 덮고 중불로 3분 정도 가열합니다.

새우와 생각을 넣어서 2분 더 끓입니다.

③순무의 잎과 간장을 넣은 다음 끓입니다.

녹말가루를 푼 물을 넣습니다.

걸쭉해지면 도시락통에 담습니다.

point 채소에서 나온 수분으로 덜 걸쭉해질 수 있으므로 약간 빡빡한 느낌으로 만듭니다.

 

2. 봄과 여름의 수프 도시락

새로운 생활로 정신없이 바쁜 봄, 더위와 습기에 힘든 여름.

그럴 때도 아침에 그망 만들어서 한입 먹으며 오후부터 힘낼 수 있을 것 같은 수프 도시락. 깔끌하게 몸을 보양시켜주는 봄과 여름의 식재료로 만든 24종의 수프를 소개합니다.

                                  가장 해먹어보고 싶은 수프는요

오크라를 넣은 달걀 스프

포트로 쉽게 준비할 수 있는 가쓰오 맛국물을 사용한 수프입니다.

맛국물의 향과 폭신한 달걀이 식욕을 자극합니다.

재료(1인분 도시락통 300ml)

오크라 - 5개/오이고추, 풋고추, 아삭이고추 등으로도 대체 가능

달걀 -1개

가쓰오부시-1팩(3~4g 또는 과립형 맛국물 1/2작은술)

녹말가루 - 1/2작은술

소금-1/3작은술

본문 중

①오크라는 폭 1cm로 자릅니다. 달걀을 작은 그릇에 풀고 녹말가루를 넣어서 잘 섞어 둡니다

②가쓰오부시를 포트에 넣은 후 끓인 물250ml를 넣어서 1분 정도 방치합니다. 가쓰오부시가 가라앉으면 냄비에 걸러서 넣은 다음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③②에 오크라를 넣어서 끓이고 푼 달걀을 조금씩 넣습니다.

달걀이부풀어 오르면 불을 끄고 도시락통에 담습니다.

point 달걀에 녹말가루를 조금씩 섞어서 폭신한 식감으로 만듭니다.

 

                                      가장 맛이 궁금한 수프는요

코와 미트소스 캔으로 만든 퀵 수프

2종류 캔을 같이 사용한 간단 레시피

콩이라서 먹고 나면 든든. 그래서 점심에 딱 좋은 수프죠.

재료(1인분/도시락통 300ml)

콩 믹스캔-1/2캔(50g0

미트소스 캔 - 1/2캔(150g)

우유-2큰술

후추-약간

본문 중

①냄비에 콩 믹스 캔과 미트소스, 물 100ml를 넣고 중불로 끓입니다.

②끓으면 우유를 추가하고 후추를 뿌린 다음 불을 끄고 도시락통을 담습니다.

point 우유를 조금 넣으면 캔 음식 특유의 냄새도 줄고 이미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느낌도 줄어듭니다. 우유를 추가하고 나서는 너무 끓이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요리는 누구에겐 취미처럼 가까이 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누구에겐 할 때마다 어려워 배민이나 가까운 음식점에서 사서 먹게 되는 요알못이 되기도 합니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일터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은 밀키트로 허기를 채우는 당신에게 이 책은 간단한 조리법으로 건강을 책임져주는 최대의 만족을 줄 수 있어요.

책의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프 도시락의 노하우는 이런 3가지의 공통된 레시피가 존재하기에 가능하답니다.

-무조건 건더기는 많이! 채소를 먹는다는 느낌으로!

-볶거나 끓여서 단시간에 재료의 맛을 끌어낸다.

-편하게 만들고 싶으니 시판 수프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편리하게 조리를 하기 위해 보관해두면 좋을 우수 식재료도 알려주어요.

최대한 활용을 하다보면 60가지의 레시피 그 이상도 개발할 수 있을 듯해요.

코로나를 겪으며 인간 세계에 갑작스럽게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할 방법은 걸릴 때 걸리더라도 예방이 최고겠지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한 병은 의술로도 힘들다 라는 말도 있듯이 풍부한 재료와 물을 한꺼번에 넣어서 조리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영양을 챙기는 식습관을 길러 점심시간에 자극적이고 허겁지겁 먹는 식습관을 고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수프의 양이 적게 느껴진다면 바게트나 김가루밥 등을 함께 준비를 한다면 든든한 점심 한 끼가 될 거예요.

간단하면서도 영양 최고의 음식을 원하는 바쁜 현대인이라면 수프 달인이 알려주는 건강한 레시피가 담겨 있는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고 웰빙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극하면 펭귄이 떠오르고 크레바스가 눈앞에 펼쳐진 듯 하지요?

하지만 이것은 대부분 간접적으로 접한 남극의 이야기이지요.

오늘은 코로나19로 남극해에 고립된 크루즈 알바트로스 호의 탈출기를 통해서 직접 경험 이상의 저자의 모험담을 담은 남극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의 여정을 팬데믹 이전의 아름다운 남극의 자연경관과 팬데믹 이후의 18일 간의 선상 고립 시간의 이야기로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새삼 대한민국의 국격이 드러나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되는 감동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대륙의 끝 우수아이아에서 승선을 한 저자의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의 여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인간을 피한다. 자식을 지키려는 모성본능이나 극도의 배고픔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는 인간에게 공격성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인간과 겹쳐지지 않는 활동영역을 찾는다. 그들은 인간의 주변에 있어봐야 결국 사살당하거나, 또는 먹잇감이 되고 마는 비극적 결말을 오랜 진화를 통해 체득했을 테니 말이다. 결국 인간과 외부 침입자를 피해 작은 위협에도 재빨리 도망가는 인간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인간과 같은 침입자가 덜 활동하는 시간대의 야행성 동물들이 더 많아지게 되었을 것이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습성에 영향을 끼친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원인 중에 인간의 영향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그렇지가 않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겉 표정과는 달리, 이들은 속으로는 낯선 외부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꽤나 심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이 아이들의 DNA에는 두 발로 걷는 포유류가 다가오면 얼른 도망을 가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는 지식이 담겨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오랜 기간 인간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에서 진화해온 개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그래서 더욱 남극의 펭귄에게 매료되는 것 같았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크게 의식도 하지 않는다.

chapter1. 섀클턴의 항로를 따라서 중

배 위에서 하선하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갑판에 모인 사람들은 떠나는 사람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손가락으로 휘슬을 불었다. 지난 한 달간 눈뜨고 잠들 때까지 지구에서 가장 파도가 험한 드레이크 해협을 건너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극지의 거대한 빙하 사이를 지나며 함께 가슴 설레었던 사람들. 우리에게 다가온 펭귄이 나보다 내 휴대폰에 관심을 갖던 모습에 함께 웃었지만.... 헤어짐은 가혹했다. 바이러스 전파가 만들어낸 새로운 규칙, 사회적 거리두기룰에 따라 악수도 포옹도 없이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손 흔드는 이별. 말없는 헤어짐.

떠나는 사람을 보니 그제야 비로소 남아있어야 하는 내 처지가 보인다.

살면서 지겹도록 디디고 서있던, 그 아무것도 아니뎐 '땅.을.밟.고.서.는'것조차 감동스럽게 만드는 바다 위의 격리 생활은 예전에 아무 것도 아니던 것을 간절한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입대 후 훈련병 시절에 간절했던 대부분의 것이 그 전에는 아무 존재감 없었던 것들이었던 것처럼.

chapter2. 18일간의 선상 고립생활 중

결국 저자는 돌아왔습니다

모국인 대한민국으로 . . .

남극을 통해 대자연의 장엄함과 생태계의 거대한 내면을 들여다본 듯 감격스러웠지만 창궐한 바이러스의 무자비한 횡보로 가슴 졸였던 순간들의 이야기는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 같아요.

그 시간이 얼마나 지옥 같았을지...요

코 앞의 땅을 밟지도 못하게 제지를 당하고 본국으로 돌아오려는 개인적인 노력도 이기주의라며 족쇄를 걸어버리는 폐쇄된 공간에서 그 어떤 사람도 지기를 발휘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덕분에 남극의 귀한 사진과 코로나시국과 같은 비상 사태에는 어떤 태도로 난관을 극복해야할지에 대한 배움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들어가며


여행을 삽질이라고 굳이 밝힌 이유는 그만큼 세계여행 중에 겪은 돌발상황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때론 위험하기도 때론 어처구니 없기도 한 이야기들을 뭉뚱그려 삽질이라는 행위로 인식을 하며 읽다보니 여행에세이가 참 재미납니다.

완벽주의 여행자의 어쩌다 삽질 스토리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여행 사진 없이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삽질이 벌어진 그 장소가 연상이 됩니다.

또한 세상은 그리 험악하지도 고리타분하지도 않은 나라마다의 고유의 풍토색을 입은 다양함 그 자체라고 받아들이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계획을 짠 여행일지라도 나의 철저한 준비와 상식으로는 단박에 소화해내지 못하는 어이 없는 일이 당연히 삽질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듯 보입니다.

나라마다 간작하고 있는 낯선 풍토색을 작가 특유의 호탕함과 에너지로 전환하여 여행의 맛을 더하는 작가의 필력이 담긴 텍스트로 충분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여행을 하더라도 공통점이 있다. 여러 가지 여행의 방식을 모두 경험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세상에 완벽한 여행법은 없다. 당신이 여행자라면 어떤 여행에서라도 삽질은 하게 될지니.

초등학생 때 엄마를 잃는 인생 첫 번째 여행 삽질도 경험했다.

-중략-

사람들은 종종 내게 "지리 덕후의 여행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요~"라고 질문한다. 지리 덕후의 여행은 한정된 세월과 한계가 있는 비용 내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끌어낼 것인가가 중점이다. 고로 여행지 선정부터가 피곤하다. 호기심만으론 이미 아프리카 콩고분지의 침팬지와 인사했고, 남극의 펭귄과 기념사진이라도 찍었겠지만, 여행이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게다가 '여기만큼은 꼭 가봐야 해!'같은 곳조차 없었다. 전부 다 가고 싶으니까.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지금 내게 맞는 최적의 여행지와 최선의 여행 방법'을 연구하는 것뿐이었다.

프롤로그 중

난생 처음 온 유럽인데 내 캐리어는 절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8인치나 되는 데다 진한 민트 컬러를 자랑하는 내 캐리어를 못보고 지나쳤을 리가 없다. 이건 그냥 안 나오는 거였다. 울고 싶었지만, 오히려 어이가 없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아니, 그러게 내가 런던에서 경유할 때 캐리어도 제대로 탔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잖아, 이 히스로공항 놈들아!!! 속에서 저주할 대상들이 한둘씩 지나갔다. 하필 나한테 이 항공권을 예매해준 유학원 대표, 12시간도 넘게 타야 할 비행기임에도 착석 후 1시간씩이나 지연 출발한 항공사, 내 짐도 경유 편 비행기에 탔냐는 질문에 "maybe"라고 성의 없이 대답한 히스로공항 직원, 너희 다 저주할 거야. 으아아아!

본문 중

슬슬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역무원을 붙잡고 어영부영 질문을 시작했다.

"저기요. 하이델베르크 행 열차는 도대체 언제 오나요?"

약속 잘 지킬 것 같고 교통 시스템도 좋을 것 같던 이미지는 다 부서졌지만, 무뚝뚝할 것 같다는 역무원 이미지만큼은 편견 그대로였다. 그는 귀찮다는 듯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아까 출발했는데요?"

"네?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40분 전부터 저기서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플랫폼 바뀌어서 옆 노선에서 출발했어요."

"헐···."

본문 중

세상에, 우박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나로선 난생처음 만난 우박이었다.

"우박 사이즈가 꽤 큰데?"

내 인생의 두 배를 산 엄마에서도 인생 두 번째 우박이란다.

"몽골에는 원래 우박도 자주 내리나요?"

'음, 1년에 두 번쯤?"

가이드가 또다시 나긋나긋하게 대답했다. 1년에 두 번 있는 확률에 당첨되다니, 오히려 행운이라 해야 할지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날씨 상태가 도저히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우리는 전망대 관람을 포기하고 울란바토르 인근 초원의 게르 캠프로 이동했다.

본문 중

사하라사막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북아프리카 전역에 결쳐 있는 사하라사막은 일단 더럽게 크다. 사막이 아무리 크다 한들 얼마나 크겠냐고요? 사하라사막이 오세아니아 대륙보다 한참 크다면 믿으시겠어요? 유럽 대륙과 맞먹는 크기라면요? 심지어 러시아를 빼면 사하라가 훨씬 더 크다고요. 우리가 그렇게 크다고 하는 중국과도 맞먹는 크기랍니다

-중략-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사막은 급속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계속 히터를 틀어두었으나, 객실 안은 따뜻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패딩을 껴입고도 스카프까지 목에 꽁꽁 싸매고 밖으로 나섰다.

본문 중

"약 수첩 들고 오셨어요?"

'아, 까먹었어요."

"그럼 스티커 드릴 테니, 약 수첩에 꼭 붙이세요."

약 수첩이 뭐냐 하면, 아날로그 방식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일본답게 환자가 여태껏 처방받은 약들을 개인 정리한 개인 수첩이다. 환자 스스로에게 복용 중인 약을 알리고, 의사와 약사에게는 중복처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강국에서 온 나에겐 너무나도 낯선 방식이었지만, 집에 와 약 수첩에 처방 스티커를 붙이면서 정말 큰일을 치렸다고 생각했다. 대견하다, 나 자신!

본문 중

"호주에는 비만 인구가 많아요. 살은 저렇게 뒤룩뒤룩 쪄가지고 망사스타킹이나 신고. 아주 흉측해 죽겠어. 밖에 한 번 보세요. 으, 저 여자 살 좀 봐. 무슨 엠보싱인 줄."

진심으로 당황했다. 그냥 어쩌다가 만난 아저씨도 아니고, 엄연히 손님에게 서비스를 하는 가이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호주 사람 앞에서는 절대 못할 말을 한국 사람들 앞이라고 왜 당당히 하는 걸까?

-중략-

여행하는 5일 동안 기분이 좀 좋아질라치면, 버스 안에서 가이드의 망언을 듣고 화가 돋았다. 진심으로 화를 낼까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중략-

으아아아악!!! 기대했던 여행이 이렇게 불쾌할 수가, 좋은 가이드를 만난다는 것이 패키지여행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깨달았다. 그냥 중간에 깽판을 칠 걸 그랬나!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여행사 홈페이지에 장문의 클레임을 걸었다. 가이드가 했던 모든 발언들을 조목조목 정리해서 전체 가이드의 인권감수성을 재교육하고 혐오발언을 금지조치 해달라고 부탁했다.

본문 중

차별과 조롱의 주체가 꼭 백인에 한정된 것도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어디서 못된 것을 배워 와 백인을 우월시하고 흑인은 하등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막상 서구 사회로 나가보면 아시안만큼 무시당하는 존재가 또 없다. 우리가 국내에서 무시하던 존재도 장소가 바뀌면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기차 안에서 흑인에게 인종차별 폭력을 당한 적도 있다. 당시 기차 안에는 사람이 없어 나 혼자만 그 넓은 기차 한 칸에 타고 있었다. 젊은 흑인 남자 셋이 타더니 내가 혼자 앉아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 명 한 명 내 옆을 지나갈 때마다 내 좌석 뒤를 쾅 쾅 쾅 치며 사라졌다. 아시아를 여행할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온갖 굴욕적인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본문 중

나는 아직도 가끔 여행이 무섭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다고 될 것들을 너무 많이 걱정해야 한다. 일이 터지고 나서는 수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법도 내 편이 아님을 알고 있다. 택시를 타도 편히 잠들 수가 없고, 혹여나 노숙하게 될까 봐 숙소도 항상 미리 잡아둔다. 그럼에도 평소 밤길을 걸을 때마다 생각했다. 나보다 더 제압하기 쉬운 여자들이 많은데, 굳이 나를 건드리진 않겠지. 나 또한 나보다 더 약자의 이들을 방패삼아 안전을 구축해왔을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더 약자의 위치에 있는 다른 여성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 가시화조차 되지 않은 동남아 여성들이나 체구가 작고 어린 여성들의 모습이. 오늘도 겸허히 배워간다. 내 안의 여성혐오와 싸우고, 더욱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본문 중

일본에는 있으나 백인 문화엔 없는 것을 다 일본의 문화라고 일반화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에게는 없는 젓가락 문화를 가진 우수한 일본 고유의 문화···."

"외국인들과 달리 쌀밥 문화를 가진 우수한 일본 고유의 문화···."

"외국에는 없는 사계절을 가진 아름다운 일본의 문화···."

으악! 으아아아악!!! 그만해! 그만하라고!!! 하다못해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위협을 받게 되자 이러한 위앙스의 기사가 나왔다.

"서구와 달리 일본에는 비주 문화(볼에 뽀뽀를 하는 프랑스식 문화)가 없이 코로나 덜 걸려···우수한 일본의 인사 문화."

아아, 그만합시다, 좀! 서구에 없는 문화는 곧 자랑스러운 일본의 문화가 되어버리는 기가 막히는 현상을 보고 있자니, 똑같이 젓가락을 쓰고, 똑같이 쌀밥을 먹으며, 똑같이 사계절을 즐기고, 똑같이 어깨마저 결리는 나의 존재가 깡그리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중략-

과거의 영광을 붙잡고 여전히 무엇이든 일본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내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는 국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본문 중


나오며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라는 부제가 말해준다.

지도를 그리면서 발품팔아 떠나는 여행은 결코 삽질이 삽질이 아닌 문제 해결의 끝판을 보여주는 여정이라고.......

예정대로 꽉 짜여진 일들만 일어나고 그 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삶의 쓴 열매인 실패를 맛 볼 기회를 모두 잃었을 것이다.



저자는 실패라는 기회를 멋진 삽질로 마무리하는 지리덕후였음을 제대로 보여주었고, 삶은 문제 해결의 과정임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멋진 여행자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매우 구체적입니다.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퇴사를 한 독자라면 안심이 될 테고,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마음이 정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메시지의 전달이 확실합니다. 퇴사는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차대한 일이고 퇴사 전보다 후가 매우 불안할 것 같다라는 편견을 깨는 책의 제목은 번아웃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 퇴사를 해 세계 여행을 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다양한 업무를 맡아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 자발적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단과 용기가 버무려진 인생의 여정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습니다.

들어가보실까요?

퇴사와 세계여행. 오래 고심해 내린 결정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별 게 아니었다. 전문 기술이 있거나 이직할 회사정해져야 회사를 나올 수 있는 줄 알았다. 세계여행은 노후가 보장될 만큼 돈을 충분히 벌어 놔야 가는 줄 알았다. 다녀오면 빈털털이가 되어 다시 일도 못하고 돈도 없는 막막한 백수가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직접 부딪혀보니 큰일 아니었다. 막연히 상상하며 키워 온 불안의 고리가 많이 헐거워졌다. 물론 믿을 구석이라고는 조금의 경력뿐. 월세가 나올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 출신도 아니다. 나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도처에 널려 있지만,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말하고 싶다. 여행 후의 이야기는 형편 없지 않다고.

여행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가는 대신 자유로운 가능성에 나를 조금 더 맡겨보기로 했다. 태어났으니 산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다녔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잘 지내냐는 안부에 '나쁘지 않다.'로 일관하는 대신 그때보다 돈은 적게 벌더라도 '잘 지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남편과 둘 다 재취업하는 대신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프롤로그 중

퇴사를 하고 세계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인생의 답은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극적으로 모든 것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냥 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오니까, 북소리를 내는 그 북이 어떻게 생겼는지 봐오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백수가 되든 다시 월급의 노예가 되든 일단 지금 북소리를 찾아 떠나야겠다. 그렇게 오백일의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본문 중

장기간 여행을 떠났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굶어 죽고 팔자 좋은 베짱이라는 조롱을 당해야 한다면, 아마도 세상은 배가본더들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세상은 배가본더들의 글과 책, 강연, 영상,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인다.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중]

여기에 덧붙여 '삶을 송두리째 다 잃지 않기 위해서 얼마간의 삶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까지 빌린다면, 여행을 다녀와도 삶은 망가지지 않을 것 같다. 용기 있게 세계여행을 떠난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거나 전세금을 빼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였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무라카미 하루키조차도 마흔을 목전에 두고 불안함을 타계하고자 유럽으로 떠났을 정도였다.

[중략]

'욜로'하고 싶다는 답은 정했으니 원하는 답을 들려줄, 골로 가기는커녕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본문 중

퇴사하고 떠난 여행은 매일이 소풍 같았다. 30도가 넘는 더위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뜨거운 바람이 들어오던 인도네시아 버스, 하필 버스 안에서 담배까지 피우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이동하던 날, 그리고 흡사 교도소 같던 숙소에서 잠들었던 밤도 있었지만, 거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좋았다. 인도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호텔 직원과 싸우고, 타지마할에서 입으려고 발리에서 사온 바지를 찢어 놓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둘러대던 세탁소 직원과도 싸우고, 비 오는 날 2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숙소를 찾아 헤매도 궁극에는 여행이 즐거웠다. 회사에서 부정적인 기운에 잠식당하는 편보다 나았다.

온전히 의무 없는 자유와 나와 남편의 행복에만 신경을 썼던 여행의 시간에서 세상은 아름다워 보였다.

본문 중

세계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온 지 7일쩨 되던 날, 전 직장에서 재취업 면접을 보는 꿈을 꿨다. 껄끄러웠던 사람이 면접관으로 들어왔고,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다. 더욱 최악인 것은 그 앞에서 웃으며 가증스럽게 면접을 보던 나였다. 경종을 울린 악몽 덕분에 마음을 더 독하게 잡을 수 있게 됐다. 대박 소설을 쓰진 못하겠지만, 나에게 더 잘 맞는 옷을 찾아 몇 벌은 더 입어보자고. 줄어든 통장 잔고 때문에 쉬운 선택이라고 차악을 선택하진 말자고.

[중략]

소비가 줄어도 삶의 만족도는 비례하지 않았다. 돈을 잘 벌던 때도 늘 결핍을 느꼈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거나 사고 싶은 것에 돈을 쓸 때만 쓰는 주체성이 더 만족스럽다. 나만의 기준에 맞게 쓰고 아끼다보니 '텅장'에도 덜 불안하다. 이상 어쩌다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버린 전직 맥시멀리스트의 고백이었다.

[중략]

결국 퇴사든, 여행이든, 요가든 뭐든지 해보면 아는 거다. 그까짓 거 별거 아니란 걸, 그리고 경험은 뭐든 쓸모가 있다는 것.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내 일을 귀하게 대하는 태도와 나를 믿어주며 과소평가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이 두 가지면 나의 세계는 확장된다. 월급이 없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뭐든 해보면 별것 아니란 것을 알려면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할 때도 있다.

본문 중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인생 방정식은 없다. 여행 중에는 매일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을지 따위의 기초적인 생각으로 고차원적인 생각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여행을 한다고 터득하는 게 아니었다. 여행을 할수록 모두에게 해당되는 정답이 없음을 깨달았다.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행복을 미루지 않는 방법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돈을 벌고 묵묵히 일을 하는 삶을 잠시 멈추어도 큰일 나지 않음을. 내가 너무도 오래 고민하고 걱정해와 혹여 누군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의 고민 시간을 단축해주고 싶었다.

에필로그 중


이제는 '세계여행'이 흔한 말이 되고 흔한 일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 쯤의 소원으로 읊는 정도로 끝났던 세계여행은 멋지게 도전하는 분들에 의해 새롭게 재해석되고 삶을 재부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군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관계속에서 수동적으로 일을 해내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과감히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중심으로 인생을 설계해 나가려는 젊은 세대들의 도전은 매우 고무적이다.

쉽게 살기 위함도 아니고 귀차니즘에 빠져 있어서도 아니다.

한 번 뿐인 인생!! 주체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담은 일을 타인과 공유하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과감히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그런 과정과 그런 철학을 담고 있다.

여행이 끝났다고 해서 눈 앞에 어떤 변화된 삶이 펼쳐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서서히 나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느껴지는 내면의 변화는 그 어떤 투자의 결과보다도 값진 것이 아니었을까?

소속되어 있는 곳을 박차고 나온 것은 치기 어린 도전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주체성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기에 명분이 서는 것이다.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은 이유는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이 자신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밝은 미래는 그들이 주체적으로 퇴사를 하고 세계여행을 선택한 그날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