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과학과 신앙
존 제퍼슨 데이비스 지음, 강봉재 옮김 / 크리스천헤럴드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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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서적 중에 과학과 관련된 서적은 인기도 없고 잘 출판되지도 않는다. 과학이나 경제나 정치 등에 관심을 가지는 기독교인을 국내에서 찾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이런 분야의 책을 출판하는 것은 수익을 생각한 상업적인 출판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탬플턴 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자가 우주론, 양자 역학, 카오스 이론, 괴델의 정리, 인공지능, 창조론, 지적설계, 외계인 등의 분야를 다루면서 과학과 관련된 이론 및 철학적 입장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기독교 신학적 입장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언급되는 주제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목차만 보고서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 세부적인 이해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각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아주 많이 요하지 않으며 실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리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분야의 책들 중에서는 그나마 대중적인 책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무척 가벼운 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저자는 개인적인 견해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견해에 모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다양한 분야속에서 그 동안 설명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신학적 입장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그 시도 하나만큼은 돋보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목적은 신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교리들을 최근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해석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우주론에 있어서 저자는 우주의 시작에 대한 기독교의 관점이 당시 고대의 다른 우주론과 차별화 되었으며 이런 입장은 현재 지지받고 있는 빅뱅우주론과도 매우 잘 어울리는 입장임을 주장한다. 물론 많은 이들이 이와 동일한 주장을 해 왔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2장에서 저자는 양자 불확정성이 하나님의 전지에 대해서 고전적인 신론의 이해를 수정하거나 포기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오히려 양자 불확정성이 하나님의 전지에 대한 좀더 실제적인 이해를 돕고 있음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다시 양자역학에 대해서 다루는데 특별히 휠러의 <지연된 선택 실험>이라는 실험을 통해 예정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한다. 예정론은 그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논쟁거리를 만들어내는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이지만 저자는 양자역학에서의 실험결과를 통해 예정론 교리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독자들은 3장을 읽으면서 매우 독특한 저자의 견해를 접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4장의 카오스 이론에 대한 신학적 고찰 부분에서는 세상과 하나님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우연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카오스 이론이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음을 살피고 있다. 5장에서는 괴델의 증명을 다루고 있는데, 괴델은 수학의 기초분야에서의 완전한 일관성과 완전에 대한 추구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증명하였다. 괴델의 정리는 진리의 개념을 증명 가능함의 개념으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점을 그 어느때 보다 더욱 명백히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고 저자는 의견을 개진한다. 6장을 통해서는 인공지능을 다루고 있는데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기독교 신학자들이 다시금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적인 것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7장에서는 점진적인 창조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점진적인 창조라는 개념이 기독교적 입장으로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있지만 유신론적 진화론보다는 좀더 나은 입장이라고 보는 것 같다. 8장은 인간 원리(anthropic principle) 라는 유명한 원리에 대해 다룬다. 우주의 설계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기도 한데 소위 인간원리나 다중 우주론으로 우주를 다루기 보다는 설계된 우주로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 좀더 설득력이 있음을 주장한다. 9장에서는 외계인의 존재유무와 그에 따른 구속론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고 10장에서는 우주가 오랜 시간 이후에는 소멸될 것이라는 과학적 추론에 대해서 신학적인 입장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과학적 결과와 추론들을 살펴보면서 기독교 신학의 다양한 교리에 대해서 다시금 새롭게 조명해준다. 각 주제 하나 하나가 매우 재미있는 주제이면서 동시에 과학적인 이론에 대해 좀더 세부적으로 알아야만 세부적인 논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자와 같은 과학과 신학 양쪽 지식을 가진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그와 같은 연구가 아직은 드물지만 조만간 과학과 신학이라는 좋은 도구를 통해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대해서 좀더 잘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해본다. 이 책은 그와 같은 날을 조금 더 앞당겨주는 데 귀한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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